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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호랑이
얼마 전, 대규모 패치가 있었다.
시즌3의 마지막 패치가 된 만큼 그 규모가 작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곧 프리 시즌, 사실상의 시즌4 패치가 예정되었다.
당연하게도 로드 오브 로드의 유저들이라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이야기다.
솔로랭크 유저들은 다가오는 세기말을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프로게이머들은 새로운 시즌에 미리 적응하기 위해 뼈를 깎고 있다.
그리고 잉벤의 유저들은 한가롭게 입롤을 해대는 나날이다.
─자드 고인된 거 ㅇㅈ?
그림자 분신 까는 속도가 눈에 보일 지경임ㅋㅋㅋ
이제 진짜 자드는 어떻게 쓸래야 쓸 수가 없다.
이건 올마스터가 해도 못 살릴 지경임.
└올마스터는 걍 딴 거 쓰겠지. 챔피언 폭이 한두세네 개도 아니고.
└근데 ㄹㅇ루 하향 심하게 되긴 했어. 자드 유저도 아닌데 마음 아플 정도다.
└캬~ 드디어 자드 밴 안 해도 되는 건가 개꿀.
└아니, 딴 건 몰라도 그림자 속도는 에바 터는데..
거의 점멸에 준하는 생존기이자 돌진기였던 그림자 분신.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은 없다.
그림자를 까는 시간이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려졌다.
속전속결이 생명인 암살자에게 있어 더없이 치명적인 너프다.
하지만 그동안 솔직히 해먹은 게 많았기 때문에 안타까워 하는 사람은 소수였다.
결정적으로 너프가 된 챔피언은 자드 뿐만이 아니었다.
─쇈도, 탈리반도, 아링도, 파사딘도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와 케케묵은 OP챔피언들을 한 번에 싹 다 정리하네.
새 시즌 오기 전에 물갈이 하는 건가.
그 와중에 쓰이지도 않는 킹트록스 너프ㅋㅋㅋ
└킹트록스 해외에서는 픽률 높잖아. 그래서 너프한 듯?
글쓴이-그래? 해외 리그는 관심 없어서 몰랐음.
└상해LPL 안 봤나? 절차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못 볼 정도는 아닐 텐데.
└결과만 보는 사람도 많지. 나도 몰랐는데 올마스터 경기 보다가 킹트록스 나오길래 깜놀함ㅋㅋ
밸런스 패치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데이터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만이 가지는 독창적인 생각까지 더해지니 좀 잡을 수가 없다.
이런 밸런스 패치에 더해 몇몇 챔피언의 리워크까지 이루어졌다.
─요즘 치비르가 진짜 솔랭 치트키 수준이야.
라인 클리어랑 마나 수급이 쩔어서 그냥 쭉쭉 밀면서 견제하면 상대 체력 갈려 나감ㅋㅋ.
갱 와도 스킬 실드랑 궁극기 켜고 카이팅하면 역관광 각도 오짐.
이건 곧 필밴된다고 장담한다.
└이미 상위권에서는 치비르 밴도 자주 나올 걸?
└ㅇㅇ다이아만 돼도 무조건 가져가는 분위기임.
└갑자기 롤이 완전 다른 겜이 돼버렸네.. 프로들은 진짜 머리 싸매겠다.
└곧 프리 시즌 패치도 되는데 그거까지 되면 와.. 프로게이머가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야.
매 패치마다 챔피언 폭을 바꿔야 하며, 메타에도 적응을 해야만 한다.
하지 못하면 속된 말로 퇴물이 되고 만다.
그래도 하나 다행인 건 지난 시즌3 패치와 달리 급작스럽지가 않다.
대부분의 대회 날짜와는 겹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존재했다.
─지금 이 시간 게임사 정문 쳐들어가고 싶으실 분.jpg
올마스터..
상해LPL 우승하고 대표전에서 다 쳐발라야 되는데 뜬금없이 빅패치.
주챔피언인 자드 아예 쓸 수 없는 수준으로 너프.
결승전에서 꺼냈던 카지트도 고독 데미지, 날개뛰기 계수 너프.
대표전부터는 프리 시즌 기준으로 게임 진행됨.
이거 사실상 올마스터 저격 패치 아니냐?
└어차피 패치는 다른 선수들도 다 영향 받는 거 아님?
글쓴이-아니지. 저렇게 확 바뀌면 모두 리셋 상태인데 기존에 잘했던 선수에겐 손해지.
└시즌3 때도 비슷한 일 있었잖아. 그래도 그때는 어느 정도 텀이 있었는데 이건 중국 리그 날짜가 너무 꼬였다.
└조별 리그 중에 패치 된다고 했나? 근데 그럼 선수들은 뭐 어떻게 해? 갑자기 다른 게임을 하게 되는 꼴인데.
└아마 선수들에겐 프리 시즌 클라이언트를 따로 제공할 걸? 거기서 연습하고 한다더라.
패치라는 게 한 서버를 기준으로 하지 않다 보니 간혹 날짜가 꼬이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프로 선수들에게는 미리 다음 패치가 된 클라이언트를 제공하곤 한다.
그렇다 해도 보통 골 때리는 경우가 아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들이 흔들린다.
특히 이번 프리 시즌은 변화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글이 완전히 뒤바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게다가 서포터는 전용 템도 생기는 등 포지션 리워크라는 소리까지 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제아무리 프로게이머라 해도 쉽지 않다.
이는 현 로드 오브 로드의 최강자라 논해지는 올마스터라 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잉벤을 포함한 여러 커뮤니티.
한국 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이제는 중국에서도 우려가 오가고 있다.
몇몇 이들은 게임사에 항의까지 보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을 죽이고 있는 와중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동시에 기대를 하는 팬들도 늘었다.
혹시 올마스터라면 생각지도 못한 이변을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다른 선수는 몰라도 그라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리고 만약 먼저 시즌4에 진행될 게임의 양상을 훔쳐볼 수 있다면 중국LPL이 유일한 건 아닌지.
세간의 관심이 중국 베이징에 집중되고 있다.
바야흐로 총력전, 중국의 최강자를 논할 때가 되었다.
.
.
.
* * *
상해LPL이 끝난 이후로 3주가 훌쩍 지났다.
대회가 빨리 끝난 만큼 타 지역에 비해 조금 여유가 있는 게 아닐까.
안타깝게도 사정이 썩 웃어주지 않는다.
이미 적용이 된 대규모 패치와 곧 다가올 프리 시즌.
한가하게 풀리리라 생각했던 스케줄은 더없이 빡세졌다.
아니, 사실 어느 정도 생각은 해두고 있었다.
'윈터 시즌때문에 미룰 수가 없다니..'
일반인들에겐 공지가 가지 않았지만 겸사겸사 내려왔다.
오직 프로게이머들에게 한정해 제공하는 프리 시즌 클라이언트.
그 목적은 일반 유저들은 선도하는 입장인 만큼 미리 적응해라.
그리고 대회에서 이번 시즌의 메타를 선보여줘라.
하지만 프로게이머들이라고 불만이 없을 수가 없다.
아니, 대회가 코앞인데 이게 무슨 난리부르스냐.
완전히 게임이 뒤집어 엎어졌는데 경기력에 너무 영향을 미친다.
결론부터 따지자면 운이 안 좋았다.
세계 각 지역의 대회가 12월, 그리고 1월에 몰려있다.
윈터 시즌이 대략 그쯤 해서 열린다.
그러다 보니 가장 최적의 시기가 지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회를 진행하는 나라가 중국 뿐이니 너희들이 감수를 해줘라.
그런 식으로 공지가 내려왔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뭐, 딱히 상관없지만.'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쭉 둘러보니 그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너무 급작스러운 패치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이 크다.
특히 내 주챔피언들이 크게 영향을 받았다.
확실히 맞는 소리다.
자드가 아예 쓸 수가 없을 정도로 너프가 됐고.
카지트도 고독과 날개뛰기의 계수가 줄어들며 카정이 많이 힘들어졌다.
'슬슬 너프될 시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
사실 자드와 쇈 등이 너프될 시기라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도 이맘때 쯤 패치가 되었다.
카지트는 원래 너프될 예정이 아니었지만 지난 상해LPL의 결승전과 최근 솔로랭크에서 일어난 파동 때문에 조정이 된 듯싶다.
'초하이 리스크 초하이 리턴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특성은 확실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긴 해.'
한 번 킬을 먹기 시작하면 정글링부터 카정까지 확 풀린다.
대신 킬을 못 먹거나 말리면 정글 먹다 처형을 당하기 일쑤다.
특히 현재 시즌3은 정글몹이 두 개 부족하다.
그 중 하나인 독두꺼비가 시즌4 패치로 인해 추가된다.
블루 골렘 옆의 심심한 공간에 떡하니 자리 잡는다.
그리고 정글템들도 적합하게 패치가 됐다.
사실 카지트 정글은 이 때문에 쓰이게 된 거였는데 내가 조금 당겨 쓴 감이 있다.
어쨌든 이번 지역별 대표전은 그러한 사정을 안은 채 치러야만 한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공통된 사항이니 억울한 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껄끄러운 점은 패치 날짜가 하필 대회 중간이라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평소보다 더욱 뭐 빠지게 해야지 안 그래?"
""맞습니다..""
쿡야 게임단의 숙소 내부에 있는 연습실.
최근 나는 이곳에서 먹고, 자고 하고 있다.
출퇴근조차 안 하고 숙식을 함께 해결하는 중이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솔직하게 힘들다.
상해LPL에서도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경기의 수준이 격이 다르게 높아질 테니까.'
상해가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한 지역에 속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렇다 해도 대표전의 수준은 지금까지와 격이 다를 것이다.
IC에 준하는, 어쩌면 IC 이상의 상대와 겨뤄야만 한다.
까놓고 말해서 내가 언제까지 혼자 깽판을 쳐야 하겠는가.
이 녀석들을 최대한 다듬어야 나도 편해진다.
결과적으로 츠위가 원하는 쿡야-베이더스의 기량이 만들어지게 된다.
원래 인생사 고생 끝이 낙이 온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까 고생이 없으면 낙도 없는 법이다.
그런 상황에서 패치라는 변수까지 있으니 정말 어지간히 굴려서야 안된다.
내가 지금 팀원들을 닦달하는 건 결코 나를 위해서가 아니다.
다 너희들 잘되라고 하는 소리다.
"아니, 탈리반은 이제 끝났어. 집착하지 말고 다른 챔피언들 위주로 돌려. 내가 일러준 것들."
"킹트록스도 안돼요?"
"응, 안돼. 하지 마 그거 지지야."
"힝.."
특히 정글러인 마파두부는 주챔피언이 모두 너프가 된 탓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고비를 힘들어해서야 앞으로 프로 생활은 못한다.
더욱 더 개같은.. 아니, 기상천외한 헛짓거리가 기다리고 계신다.
내가 이미 보고 왔기 때문에 잘 안다.
'그래도 세상에 굴려서 안되는 건 없는 법이지.'
굉장히 힘들어하긴 했지만 나의 보살핌 덕에 어느 정도 감은 잡았다.
남은 1주일 동안 어떻게 조정을 마칠 수 있을 듯하다.
고생을 하는 건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일 테니 여건은 동등하다.
노력 여하에 따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잘 돼가고 있어요?"
"글쎄, 한 번에 두 게임을 전부 준비하는 셈이니 최대한 해도 시간은 부족할 거야."
내 책상 옆에 살포시 커피잔을 내려 놓은 츠위가 나지막하게 물어왔다.
나 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것까지 타온 듯 쟁반 위에 한가득이다.
"구단주님이 열심히 하라고 커피까지 타왔으니 감사히들 마셔라."
"오, 마침 목 말랐는데."
"천사 같은 구단주님 덕분에 하루하루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누가 보면 내가 악마처럼 갈구고 있는 줄 알겠다.
지난 기차 여행 이후로 팀원들과 사이가 부쩍 가까워진 츠위다.
사실 그렇게 살갑게 대해준다고 해도 구단주는 선수들 입장에서 까마득하게 높은 사람이다.
군대로 따지자면 모자에 별 다신 분이 허허, 군 생활 편하게 하고 있지? 묻는 느낌일 테다.
하지만 츠위의 경우 이래 봬도 미소녀다.
내 입장에서는 꼬맹이에 지나지 않지만 다른 선수들에겐 또래 아이다.
몇몇 애들은 오히려 츠위가 연상이기도 하니 호감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다.
원래 대인 관계에서 외모라는 게 치트키에 가까운 만큼, 그리고 츠위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벽이 허물어지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내 주위에는 그 치트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말이다.
'그런 것도 나름의 매력이었지만.'
올해 이후로는 많이 살가워져서 팀 내에서도 잘 녹아들고 있으니 옛날 일이긴 하다.
어쨌든 내 일도, 한국의 일도 잘 풀리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남은 시간 1주일을 빠듯이 활용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비행기는 5일 후에 잡아 놓는 게 어떨까요? 아무래도 며칠 먼저 가서 적응 기간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시차는 없긴 하지만 미리 가서 나쁠 건 없겠지. 생각지 못한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고 뭐, 찬성이야."
듣기로 숙소는 과거 베이징 올림픽 당시 선수들이 썼던 장소를 사용한다고 한다.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는 상징적인 면도 제법 되어 솔직히 프로게이머로서 고무되는 일이다.
'언젠가 정식으로 빌려 쓸 일도 생긴다면 참으로 좋겠네.'
이미 역사는 많이 개변되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시간은 차곡차곡 흘러간다.
알고 있던 미래와 사뭇 다르게 된 시간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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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로얄CN은 불쌍한 악역이라기 보단 실제로 그랬던 팀입니다.
소설적 과장 및 재구성은 있습니다.
*바위게 언급 삭제 및 수정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