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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53화 (65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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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호랑이

여느 대회가 그러하듯 개막식, 그리고 폐막식을 겸하는 결승전은 성대하게 치러진다.

하지만 이곳 중국LPL, 대표전은 한층 더 성대한 모양이다.

경기장 근처는 물론이고 주변 상가들까지 협조하고 있는 듯 융성하다.

주변 어느 곳을 둘러봐도 로드 오브 로드가 연상되는 것들밖에 없다.

"사심없이 왔다면 정말 재밌을 것 같긴 한데.. 그런데 넌 언제까지 그런 부끄러운 차림으로 있을 거니?"

"에헤이, 부끄럽다니요. 축제에 걸맞는 복장을 한 것 뿐이거든요?"

그 상가의 거리를 츠위와 함께 관광하는 중이다.

문제는 츠위가 입고 있는 복장이 영 걸린다는 부분.

흔히 말하는 코스프레, 코스튬 플레이를 하고 있다.

"아니, 그건 아니고 쏘냐를 소화하기엔 뭔가 풍족하지 않은 것 같아서."

"..성추행이에요."

주위에는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있는 이들이 차고 넘친다.

나는 하고 있지 않지만 츠위는 서포터 챔피언 중 하나인 쏘냐의 복장을 입었다.

상당히 세심하게 신경 쓴 듯 옷감 등의 퀄리티가 높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챔피언 선택을 잘못한 듯하다.

"배티 같은 걸 했으면 어울렸을 텐데. 빨간 모자 배티 있잖아."

"흥, 그런 어린 애 챔피언은 저와 어울리지 않아요. 아링은 몰라도!"

꼬맹이가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다.

유혹을 못 쓰는 아링은 너프가 너무 심각하다.

'코스프레를 한다면 예은은 역시 아링이려나.'

혹은 거미여왕.

그리고 초홍이는 랄라가 딱이다.

그 기괴한 웃음소리 하며 이상 가는 선택지가 없다.

별 의미 없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쭉 츠위와 상가 거리를 한 바퀴 돌았다.

정확히는 한 바퀴 돌려다가 실패했다.

"장난 아니게 넓네. 슬슬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상해의 반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시간은 부족하네요."

현재 시간 오후 두 시 반.

세 시부터 개막식이 시작한다.

오늘 쿡야는 경기가 없지만 무대 적응도 할 겸 둘러보기로 했다.

뭘 해도 익숙한 곳에서 하는 게 한결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가?

연습 만큼이나 긴장은 경기력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현장의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고, 경기장을 둘러보는 것은 절대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다.

이 주변 상가 분위기를 경험한 것도 아마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저와의 데이트는 어땠어요?"

"데이트는 무슨.. 미아되지 않게 보호자 역할 좀 해준 거지."

신경을 건드렸는지 손바닥으로 내 팔뚝을 팡팡! 쳐온다.

누구처럼 억소리 날 정도가 아닌 귀여운 위력이다.

하도 맞아온 경력이 많아서 그런지 아프기는 커녕 느낌도 안 난다.

어린 애 취급에 화가 잔뜩 난 츠위가 심통을 부려댔다.

그 때문에 상가에서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조금 시간이 소요됐다.

관계자석에 착석했을 때는 양 팀의 선수들이 부스 안으로 들어간 후였다.

"어, 형 이제 와요? 타이밍 딱 맞춰서 오셨네."

"데이트다 데이트. 그런데 애인 있지 않으셨는지.."

"헛소리 말고 재미난 일 있었으면 이야기나 해봐."

나를 제외한 쿡야의 선수들과 코치는 진작 도착해 있었다.

개막식은 물론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인터뷰까지 소소하게 다 챙겨본 모양.

이야기를 들어보니 별 일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재미난 일은 있었다고 한다.

"지금 맞붙는 두 팀이 엄~청 라이벌 관계거든요? 그래서 막 서로 자기들이 무조건 이긴다, 그러더니 실시간으로 내기를 주고 받았어요. 오늘 지는 팀이 다음 경기에서 이기는 팀의 선수복을 입고 나온다나 뭐라나."

엄청나게 신났는지 마파두부가 흥이 난 어조로 이야기를 늘여 놓는다.

뭐, 그런 거 솔직히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겠는가.

하지만 어느 쪽이든 재미나면 됐다.

E-스포츠, 프로게이머라는 게 원래 엔터테이너를 겸하기 마련이다.

이윽고 대표전의 첫 번째 게임. 조별 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경기가 막을 올렸다.

.

.

.

* * *

사실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한 중국의 롤챔스다.

규모가 크든, 보는 사람이 많든 간에 결국은 한 나라 내다.

게다가 오직 중국어로만 방송을 하기 때문에 불친절하다.

까놓고 말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굳이 찾아볼 이유가 없다.

경기 수준이 각별하게 높은 것도 아니고.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언어로 손 꼽히는 중국어 답게 듣는 것도 조금 껄끄럽다.

하지만 이번 중국LPL 만큼은 꼭 봐야 할 이유가 두 가지다.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북미, 유럽, 심지어 브라질과 대만 등에서도 시청률이 폭등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시즌3의 마지막 대회라는 부분이었다.

─윈터 시즌부터는 시즌4 패치로 적용되는 거지?

그럼 시즌3은 이번이 마지막이겠네?

중국LPL 끝나면 앞으로 영영 시즌3 못 보는 거?

└그런 셈이지. 정확히는 조별 리그만이지만.

└딱히 아쉬울 건 없지 않나? 난 패치 내용 마음에 들던데. 특히 서포터도 돈 벌 수 있게 된 거.

글쓴이-패치 내용은 나도 봤고 만족함. 그래도 왠지 아쉽잖아~

└크! 11월 이후로 게임 시작하는 놈들은 시즌3 영영 경험 못하겠지ㅋㅋ

잉벤 등을 포함한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추모식이 한창이다.

잘 가라 시즌3, 어서 와라 시즌4.

패치 내용이 상당히 파격적이며 특히 서포터는 커다란 변환점을 맞이한다.

더 이상 가난에 허덕이지 않아도 된다!

게임 시간 30분이 넘어가는데 와드돌에 가죽 신발 하나 덜렁 들고 있는 노숙자 같은 차림은 안녕이다.

이외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생기며 로드 오브 로드가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됐다.

아마 적응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적응만 한다면 이전보다 재밌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드물게도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가 개념 찰진 패치를 거의 유일하게 했던 시즌4가 코앞이다.

─이제 서포터도 가고 싶어하는 사람 많아지겠다.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 아이템 못 사는 거였는데 전용템 생겼다며?

매일라이프를 비롯한 유명 프로들이 직접 테스트도 해봤다더라.

게임사가 정말 간만에 한 건 하네.

장신구 와드인지 뭔지도 생겨서 초반 갱 회피도 좋을 것 같고 맘에 듬.

└ㄹㅇ 게임사 잘하는 꼬라지 살다살다 처음 봄.

└게임이 인기 많아지니까 게임사도 정신을 차리는 건가ㅋㅋ

└이제 드디어 탑신병자들 라인 밀다 죽는 꼬라지 안 봐도 됨?

└그건 힘들지 않을까.. 원래 와드 박아도 죽을 놈은 죽음.

새로운 시즌이 다가온다는 건 굉장히 고무되는 일임과 동시에 아쉽기도 한 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방향이라도 지금껏 해왔던 게임과 달라지는 부분이 적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 중국 LPL은 여러모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곧 추억이 되어버릴 시즌3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대회.

더욱이 어떻게 변화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시즌4를 처음 볼 수 있는 대회.

이 두 가지를 단 하나의 리그에서 모두 즐길 수가 있다.

한국의 파프리카TV, 서양권의 토이치TV 플랫폼들에서는 이미 중계권을 따왔다.

외국 리그를 방송하기 위해서는 해당 플랫폼이 돈을 주고 방송 협의를 맞춰야 한다.

물론 해설진을 제공하는 건 아니지만 원래 스트리머들 중에 자칭 해설자들이 많다.

심지어 토이치TV에서는 현직 해설자로서 대활약을 하고 있는 몬테소리가 발 벗고 나섰다.

─토이치TV에선 북미LPL 해설자가 직접 LPL 중계 한다더라.

자막만 딱 깔아주면 완벽한 그림임.

근데 그렇게 될 수가 없겠지..

파프리카에는 뭐 해설해주는 사람 없나?

해설자는 바라지도 않고 프로게이머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알다시피 한국은 방송 규제가 엄격해서..

└방송 하던 애들도 프로 데뷔하면 바로 방송국 내리잖아.

└그래도 볼 만한 방송은 많은데? 타임끝이라던가 러이갓이라던가.

└타임끝은 ㅇㅈ 러이갓은 ㄴㅇㅈ

이미 진행되고 있는 중국LPL의 조별 리그는 유난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대회가 진행되는 곳이 중국밖에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이다.

문제는 빡빡한 지옥불반도에선 프로게이머를 포함한 관계자들의 개인 방송을 허락하지 않는다.

때문에 파프리카TV의 여러BJ들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래주며 쏠쏠한 수익을 거두는 중이다

탑급 롤BJ들은 이미 LPL 해설 방송을 주력 컨텐츠로 자리 매김시켰다.

하지만 이 해설이라는 게 어중이떠중이가 해서야 관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게임 실력은 물론 말빨까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세력 다툼을 하고 있는 이들은 런닝교, 러이갓, 타임끝 등.

필연적이게도 LPL 방송은 타임끝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타임끝을 무슨 러이갓이나 런닝교랑 비교하냐ㅋㅋ

타임끝은 나름 전 그랜드 마스터 출신이잖아.

요즘은 양학하느라 마스터긴 하지만 빡겜 하면 충분히 그마 찍으니까.

확실히 들어 보기만 해도 게임 이해도가 다르다는 사실이 느껴지더라.

런닝교 같은 애들이 입에서 오오 소리밖에 안 나올 때 타임끝은 침착하게 경기 포인트 짚어줌.

└러이갓은.. 자기가 나가면 저거 보다 잘한다고 자뻑하는 거 땜에 듣기 싫어.

└ㅋㅋㅋㅋ러이갓빠지만 되도않는 무리수 ㅇㅈ합니다.

└타임끝도 드립 충분히 재밌고 무엇보다 상위권BJ 치곤 드물게 롤잘알이지.

└시청자들이랑 소통 잘해줘서 그게 좋더라.

양학을 할 때는 그냥 말빨로 속여 넘길 수 있다.

시청자 형님들 정글 차이 10오진다고 생각하면 추천 한 번씩 부탁할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대회 해설은 최소한 마스터 이상 실력자들의 무대다.

심지어 각 지역의 우승자들이 모인, 한국 리그 못지 않은 경기력을 자랑한다.

어설픈 다이아 티어의 눈으로는 한 마디로 턱도 없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다이아나, 마스터나, 그랜드 마스터나 똑같이 고랭크지만 실상은 격이 다르다.

그랜드 마스터의 입장에선 다이아나 브론즈나 별반 차이가 없다.

기껏해야 게임 조금 더 잘하는 일반인.

일반인이 프로 대회를 해설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같은 경기를 봐도 짚어내지 못하는 부분이 한가득이다.

그런데 그랜드 마스터급의 실력을 가진, 그러면서도 게임 보는 눈까지 좋은 BJ가 해설을 해준다면?

많고 많은 파프리카TV의 방송들 중에서도 타임끝의 방송이 가장 흥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래서 올마스터는 경기 언제 하는데?

2일차? 아니면 3일차?

LPL 대진표 보고 싶은데 중국어로 써져 있어서 못 읽겠음.

└그냥 팀마크 보고 읽으면 되지 않나.

글쓴이-한자는 보기만 해도 눈 아파.

└3일차 일걸? 완바 게임단이랑 붙는다고 나옴.

글쓴이-오, 완바 게임단?! 근데 거기가 뭐하는 곳임?

└알지도 못하면서 리액션하고 있네ㅋㅋ

최근에는 해외 게임단들의 동향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이 희귀했다.

정확히는 13년의 초.

슬슬 한국이 로드 오브 로드 정복하고 우리가 짱되는 거 아니냐.

응, 아니야~

한 번 휘청했던 서양권은 LCF를 기점으로 급속히 다시 일어섰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도 해외 롤팀들의 팬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는 중국 팀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완바 게임단이 어디서 뭐하시는 분들인지 전혀 모른다.

─완바 게임단 뭐하는 팀인지 검색해봤는데 좀.. 센데?

솔직히 나머지 선수들은 누군지 모르겠고.

원딜러가 그 TWA에 있었던 블랙 홀스네.

시즌2에 이즈레알로 날아다녔던 애.

TWA 스킨 쓰는 놈들은 알 거라고 봄.

└선수명은 기억 안 나는데 게임은 기억 난다.

└우리 얼밤 선수들을 패퇴시킨 그 가증스러운 놈들 말이야?

└또! 또! 얼밤충들 참지 못하고 기어 나오지?

└블랙 홀스면 좀 많이 잘하긴 하지. 기대해볼 만하겠다.

TWA는 일반 유저들도 알 수밖에 없는 게임단이다.

그도 그럴 게 지난 시즌2의 롤드컵 우승.

모두의 예상을 가볍게 즈려 밟고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섰다.

그 뒤로 팀이 해체가 되면서 약화가 되긴 했지만 기억에는 남아있다.

스플릿이라는 한 세대 앞서가는 운영을 바탕으로 승리를 굳혀갔던 게임단.

하지만 이렇게 운영 중심의 팀은 무조건 한타를 잘해야만 한다.

아무리 승기를 굳혀나가도 한타력에서 밀리면 한 번에 비벼진다.

당시 결승전 상대였던 얼밤은 한타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알아줬다.

그럼에도 TWA는 얼밤을 상대로 한타가 밀리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좀 까놓고 말하자면 얼밤의 원딜러 거눙과 TWA의 원딜러 블랙 홀스의 딜링 능력이 넘사벽이었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 또한 지극히 높았다.

세계 최고의 원딜러, 헤이샤오의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렇게 고평가를 받던 블랙 홀스가 에이스로 있는 팀이 바로 완바 게임단이다.

다가오는 올마스터의 첫 번째 경기에 대한 관심은 뜨겁게 무르익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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