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54화 (65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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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호랑이

개막식 이후로도 경기장 주변 상권은 지극히 협조적이다.

상가들은 물론 행인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축제, 축제는 사람을 불러 모으지 않던가?

대회를 개최하는 LPL측에서도, 상가 사람들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러한 이유가 보탬이 되어서인지 10만 명에 가까운 좌석은 매번 풀매진.

A석을 제외하면 싼 가격에 예약 판매가 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기존의 팬층 두께를 감안하지 못한 대회 개최는 무리수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우려를 가뿐히 즈려밟았다.

<세계의 중심, 중국(中國)의 최강자가 곧 세계의 최강자일지니! 안녕하십니까, 캐스터 카오야 인사드립니다.>

베이징LPL의 정규 캐스터 카오야.

그와 함께 하는 두 명의 해설자.

안타깝게도 후자는 나오지 않았다.

대표전이라는 무대에 걸맞게 중계진들도 조정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올스타 멤버가 골라 뽑혔다.

투표로 정한 건 아니고 LPL 총괄 본부의 독자적인 판단이다.

캐스터는 카오야를 그대로 채용하되, 해설자는 타 지역 출신을 우선시한다.

그 결과, 상해LPL의 캐스터 더우니 버빈과 젊은 피로 이름을 날리는 중경LPL의 해설자 훠궈로가 선정되었다.

훠궈로는 몰라도 더우니 버빈은 최근 문제를 일으켰을 텐데?

LPL 총괄 본부의 판단에 이견을 던지는 팬들도 많았으나 LPL의 여파에 묻히는 분위기다.

잔뜩 기대감만 주고 중계진 공개를 당일 날 했기에 따지기는 너무 늦었다.

개최를 베이징에서 해는데 해설자라도 한 명 상해 출신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더우니 버빈은 상해내 인지도도 높을 뿐더러 캐스터지만 해설자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실드를 쳐주는 팬들도 적지 않아 유야무야 그대로 진행되었다.

현재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LPL은 바야흐로 3일차를 맞이했다.

<오늘 첫 번째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게 될 팀은 어디인가? 그 중 하나에 대해 버빈 해설위원이 아주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흠흠!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중계까지 했으니 당연히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쿡야 베이더스, IC를 꺾고 올라온 초신성입니다. 데뷔 초에는 이러저러 불안요소가 많았으나 갈수록 안정감을 보이고 있고, 무엇보다 팀의 에이스인 올마스터의 기대치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경기력을 예측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저 더우니 버빈은 중립적인 시각에서 쿡야 베이더스가 명실상부 이번 LPL의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게나 열심히 올마스터를 까내리던 더우니 버빈이 웬일일까?

그는 분명 외국 선수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인기 있는 해설을 지향한다.

여기서 인기란 자신의 소속 지역인 상해가 첫 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상해는 전통적으로 베이징과 지역 감정이 극심한 편이다.

게다가 이번 LPL 개최지가 하필이면 베이징이다.

그렇다 보니 상해인들로서는 은근하게 자존심이 상한다.

베이징인들의 낯빛에서 부심이 비칠 때마다 속이 끓어 넘친다.

즉, 좋든 싫든 상해의 대표가 된 쿡야 베이더스가 아주 개박살을 내주길.

상해 로드 오브 로드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암묵적인 합의가 오갔다.

소수 남은 광적인 IC의 팬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쿡야를 응원하게 됐다.

<버빈 해설의 피력 잘 들었습니다. 쿡야 베이더스, 올해 창단한 신생팀이지만 우승 후보로 거론될 만큼 이슈를 몰고 왔죠. 하지만 일부에서는 다른 방향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시각의 차이와 상대팀이 된 완바 게임단의 소개, 훠궈로 해설위원께 부탁드리겠습니다.>

더우니 버빈은 입장상 쿡야 베이더스를 밀어준다.

그러나 나머지 두 명의 중계진은 입장이 다르다.

아직까지도 해외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박하기 그지없다.

상황도 극단적이었고, 운도 나빠 더우니 버빈이 걸렸을 뿐.

사실 다른 지역들의 중계진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수준이다.

쿡야 베이더스에 대한 평은 한 쪽으로 치우쳐지는 게 당연했다.

<쿡야 베이더스.. 아니, 올마스터라고 해야 할까요? 해외에서는 상당히 고평가를 받는 선수로 최근 상해LPL에서 준수한 활약 보이며 IC를 꺾었습니다. 이 자체만 놓고 보자면 뛰어난 활약을 한 것 같으나…>

요약하자면 그래봐야 한 지역의 우승이다.

괄목할 만한 성과임은 분명해도 그렇게까지 놀랄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다.

신기한 챔피언들의 활용, 그리고 상대였던 IC의 부적절한 대처.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지적이 오가고 있단다.

<독특한 전략이라는 걸 결국 일회용입니다. 그런데 최근 올마스터의 주 챔피언인 카지트, 자드 등도 너프가 되었어요? 전략적인 점을 빼놓고 본다면 평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는 팀입니다. 버빈 해설은 우승 후보라는 후한 평가를 내렸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아직 한참은 시기상조라 생각되네요.>

올마스터를 까내리고 있는데 더우니 버빈이 불편해 하는 웃지 못할 광경.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며 몇몇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훠궈로 해설이 말을 이어나갔다.

<결정적으로 오늘 상대팀인 완바 게임단, 이 팀의 에이스가 누구인지 모르는 시청자분들이 없을 겁니다.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TWA의 일등공신 블랙 홀스가 함께하고 있어요? 그의 이름값이라면 올마스터에게 결코 뒤지지가 않죠.>

<훠궈로 해설이 아주 흥미 있는 정리를 해주셨는데요. 양 팀 모두 솔로 에이스의 체제인 만큼 오늘의 경기로 어느 쪽이 위인가 판가름이 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을 해도 되겠습니까?>

<조별 리그인 만큼 전력을 내는 경우는 적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에이스들의 기본기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경기를 보는 저의 관점은 대략 이렇습니다.>

완바 게임단의 원딜러, 블랙 홀스는 대만 사람이다.

TWA의 소속이었던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하지만 중국 내에서의 대만은 그냥 자국의 한 지역으로 본다.

이러저러 얽히고설킨 게 많은 관계지만 대략 그러하다.

블랙 홀스 또한 외국 선수라기보단 그냥 중국 선수로 치부된다.

무엇보다 그 본인이 자신을 중국 사람이라 지칭을 하고 있다.

그에 반해 올마스터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외국 선수.

편파적인 느낌의 해설이 진행되었던 건 결코 기분 탓이 아니다.

이마저도 대놓고 비하하던 이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결과다.

<더불어 독특한 픽을 활용하여 초반에 터트리지 못한다면 결국 캐리력이 가장 높은 건 원딜러입니다. TWA이즈레알을 잡은 블랙 홀스의 캐리력, 생각만 해도 살이 떨리는군요!>

<원딜러의 후반 캐리력은 저도 동의하는 바이나 그런 보편적인 잣대로 평가하기엔 이 올마스터란 선수는…>

비단 상해의 시선을 고려해 편을 들어주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과거 단적인 모습만 보고 올마스터를 저평가했다가 크게 데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닌 더우니 버빈이다.

아니, 모든 발언이 뒤집어 엎어져버린 흑역사에 가까울 경험들.

어느 쪽이 뭐고 어느 쪽이 된장인지, 판단이 아닌 경험에 근거해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한 차례의 갑론을박이 오가는 사이, 선수들은 준비를 마쳤다.

조금 특이하게도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조별 리그의 경기.

이번 LPL에 상당히 무리한 투자를 한 만큼 최대한 많은 이윤을 뽑아내기 위한 방침이었다.

<두 해설위원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양 팀 모두 정말로 기대가 되네요. 때문에라도 직접 확인을 해보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쿡야 베이더스 대 완바 게임단의 첫 번째 세트! 밴픽 시작합니다!>

기본기 싸움이 된다면 블랙 홀스의 하드 캐리가 되지 않겠는가.

설사 특이한 수를 꺼내더라도 초반을 넘기면 역시 캐리력 높은 건 원딜러다.

정말 지극히 타당하며 반박할 여지가 없는 정론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훠궈로 해설위원의 예상이 어쨌건 첫 번째 세트의 밴픽이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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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완바 게임단의 원딜러 블랙 홀스.

그는 얼마 전 공항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아직까지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제길, 하고 많은 선수들 중에 하필 올마스터가 걸리다니.'

이 드넓은 중국에서, 그 수많은 프로게이머들 중에서 자신과 비할 바가 되는 몇 안되는 선수 중 한 명.

인지도도 실력도 어느 하나 꿇리지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다.

롤드컵의 우승이라는 드라마 같은 서사시를 써내렸다.

덕분에 일약 인기 스타가 되어 탑급 프로게이머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이후로도 역량은 꾸준히 유지되었고 무대만 갖춰진다면 언제든 대활약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 무대가 없었지.'

다시 대만에 돌아왔을 땐 붕 뜬 느낌이었다.

과연 이곳에서 다시 우승을 한다고 한들 의미가 있을까?

TWA에 속한 모든 팀원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이는 분열의 계기가 되었고 TWA는 결국 두 조각으로 나뉘어졌다.

팀에 남아 명맥을 유지하거나, 더 높은 연봉을 찾아가거나.

그리고 블랙 홀스 자신은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운이 정말 좋았어.'

기다리기라도 한 듯 정확하게 와버린 스카웃 제의.

광저우에서 손에 꼽히는 대기업 완바에서 손을 내밀었다.

고액 연봉과 호화스런 생활 여건을 제공하겠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운명이 바뀌어 나갔다.

회장 아들내미라는 사람이 팬이라고 한다.

새로운 생활 터전이 된 광저우에선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그 뿐인가?

선수로서 으레 눈치를 봐야 할 코치나 감독이 설설 긴다.

이상(理想)조차 벗어난 바란 적도 없었던 천재일우였다.

처음에는 그러한 생활이 부담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됐다.

왜? 광저우에 자신보다 잘난 게이머는 없으니까.

광저우LPL의 우승을 따내는 건 여반장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올마스터에 대한 방침 말인데.. 조언을 구할 수 있을까요? 헤헤.."

비굴하기까지한 팀의 코치 까오지에의 물음에 블랙 홀스는 히죽거렸다.

보통의 게임단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완바에서는 당연하다.

자신에게 밉보였다간 설사 코치라고 해도 얄짤이 없다.

이전 감독 녀석의 전례 이후로 누구도 자신을 건들지 못한다.

"올마스터.. 그 친구 제법 괜찮게 하는 편이지. 하지만 나한테 걸리면 낙승이야. 실시간으로 전략을 짤 테니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제가 하나 자료를 만들어 왔는데요. 물론 다 아시는 거겠지만 참고 하시면 괜찮을 것 같아서 여기.."

블랙 홀스는 흡족한 얼굴로 코치가 내민 서류를 받아들였다.

내심 고민을 조금 하던 참인데 까오지에는 눈치가 빠르다.

이윽고 본격적인 밴픽이 시작되자 건네 받은 자료는 꽤나 도움이 되었다.

"자드랑 카지트는 너프가 됐으니 마검사, 리픈, 헤일.. 아니, 타이온을 밴해. 변수가 있는 챔피언들 위주로만 자르면 나머지는 상관없어. 성장만 하면 내가 무조건 이기니까."

"귀한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올마스터가 미드가 아닐 확률이 조금 있습니다. 본래 탑라이너였던 갈릭이 빠졌어요."

"..당연히 알고 말하는 거지. 원래 전략이라는 건 상대의 한 수 위를 봐야 하는 거야. 저 팀원 중 한 놈이 두 라인을 소화할 수도 있잖아?"

"아하! 제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네요.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옳고 또 옳으신 말씀입니다."

당연히 미드인 줄 알았는데 잔재주를 부리다니.

블랙 홀스는 혀를 차며 내뱉은 말을 정정했다.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논리정연하지 않은가?

저 올마스터라는 선수는 라인 스왑을 즐겨한다.

적팀에게는 당연히 미드인 척 해놓고 탑을 간다거나, 혹은 정글을 간다거나.

기상천외한 행위로 적을 혼란시키고 캐리할 틈을 찾아낸다.

"하지만 내가 이즈레알을 잡은 순간 게임은 이미 끝났어. 알지, 내 이즈레알?"

"여부가 있겠습니까. 적팀도 정말 생각 이상으로 멍청하네요. 아니죠. 밴픽 전략이 워낙 뛰어나셨던 덕분입니다. 헤헤.."

그런 사도따위 자신에겐 통하지 않는다.

변수라는 건 초중반에나 있는 거지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사라진다.

이를 테면 자드.

원딜러로서 방심할 수 없는 암살자지만 금은 장식 머리띠가 나오는 순간 간단히 무력화된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암살자가 중후반에 가면 힘이 푹 빠진다.

다만 마검사처럼 킬리셋이 되거나, 리픈처럼 순간 폭딜이 말도 안되는 경우는 위험할 수 있다.

또 AP타이온처럼 막무가내식 로밍으로 초반에 게임을 터트리면 한타 페이즈에서 많이 힘들어진다.

반대로 이 두 가지 변수만 조심한다면 자신의 승리.

이즈레알까지 잡은 이상 이미 이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나도 완벽한 계산이 낳아낸 판짜기다.

IC도 비슷한 생각을 했겠지만 한 가지가 다르다.

'바로 에이스 원딜러의 부재.'

팀의 인지도에 비해 IC는 썩 뛰어난 원딜러를 보유하지 못했다.

때문에 중후반에 갔을 때 올마스터의 캐리력을 막을 수 없었던 거다.

그러나 자신이 있는 이상 그 어떤 챔피언이 와도 중반만 넘기면 결코 질 수가 없다.

그렇게 확신했던 블랙 홀스의 입은 떡 벌어진 채 다물어지지 않았다.

프로 무대에서 도저히 상정할 가치조차 없는 픽.

절대 나와서는 안될 챔피언을 상대가 가져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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