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58화 (658/803)

658====================

베이징의 호랑이

LPL에 관심을 두고 있는 나라는 중국 뿐만이 아니다.

세계 각지,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분주해졌다.

서양의 래딧에도 이야기가 이미 파다한 상태다.

─뽀로로 궁이 뭐길래 이리 난리야?

헤일 불멸 같은 건가?

적한테서 피해 안 입는 거.

난 대충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굳이 따지면 헤일 궁+광전사 궁? 조건부지만.

글쓴이-뭐야, 그럼 데미지도 안 입고 CC기도 안 걸린단 거잖아?

└궁극기 자체는 좋은데 라인전이 너무 에러라..

└안 쓰는 챔피언은 다 이유가 있는 거지 뭐.

일반 유저들도 알기는 안다.

하지만 정확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픽도 거의 안되거니와 성장한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뽀로로가 잘 크면 막을 수 없다 카더라.

그런데 잘 큰 모습을 보기가 힘드니 모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라인전이 약하다는 약점 때문에 웬만한 게임에선 성장이 저조하다.

성장이 저조하면 딜링이 안 나오고 한타에서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다.

결정적으로 뽀로로가 잘 커도 엄청난 딜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야 할 텐데 올마스터가 들으니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다.

어찌저찌 준수하게 풀린 정도의 뽀로로가 혼자 게임을 비벼버린다.

한국의 잉벤에서도 대처법에 대한 토론이 뜨거웠다.

─저거 뽀로로 잘 크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보는 입장에서도 숨이 막힐 지경인데 뭐.. 답이 있나?

때려도 안 달고 딜은 겁나게 세고.

자드처럼 금은 장식 머리띠 가면 되겠지?

└ㄴㄴ뽀로로 궁에 금은 안 먹힘.

글쓴이-? 안 먹히면 뭐 어떻게 해야 함? 최소한 대처 방법 정도는 있을 거 아니야.

└그냥 죽어야지ㅋㅋ 블랙 홀스도 아예 쭉 뒤로 빼거나 뒤지거나 둘 중 하나였잖아.

└금은 장식 머리띠 샀다가 판 거 개웃겼는데ㅋㅋㅋ

잘 컸을 때에 한해 대처법이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틀린 소리다.

소위 말하는 버프를 걸어서 살려주는 수가 존재한다.

회복시키고, 실드 걸어주고, 이속 올려주고, CC기 풀어주고.

이런 식으로 조합과 아이템 세팅을 구상하면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조합을 구성한 완바 게임단은 전제 조건 자체가 틀렸다.

하다 못해 라인전이 잘 풀렸다면 후자라도 노려봤겠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설사 했다고 해도 저 괴랄한 망치질 앞에서 살아 돌아가긴 힘들어 보인다.

마법 피해로 터져버리는 어이없는 치명타 한 방에 빈사 상태가 돼버린다.

중국 쪽 커뮤니티에서도 이에 대한 열띤 토론이 오가고 있다.

◈뽀로로 장인인데 대처법 썰 푼다. 완바 게임단은 받아 적어라.

피로라 장인으로 90King이 있다면 뽀로로는 솔직히 나임.

장인으로서 대처법 쓰기가 좀 그렇긴 한데.. 일단 이야기가 많으니 풀어봄.

일단 라인전에서 최대한 말리는 게 포인트.

탈리반 같은 누킹류 말고 도트 데미지 있는 걸로 조져야 함.

예를 들어 파이어뱃이나 싱나드 같은 애들.

고정 데미지도 좀 까다로운데 요즘 메타에 안 나오니까 패스.

▷장인 이란 놈이 다 아는 이야기 하고 가네www

▷비교 대상이 90King일 때부터 알아 봄.

▷걔 요즘 퇴물됐잖아. 그랜드 마스터도 간당간당 하던데?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꿀팁 맞네.

뽀로로의 패시브는 현재 체력의 10%를 넘어가는 피해만 줄여준다.

즉, 조금씩 자주 들어가는 스킬들을 상대로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고정 데미지에도 상당히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첫 번째 세트에서 깜짝픽의 결과 완바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나름대로 전문성 있는 의견들이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채기엔 시간이 상당히 급박하다.

이윽고 시작된 두 번째 세트.

완바 게임단의 선택은 결국 밴이었다.

이렇다 할 대처법을 찾지 못해버렸다.

여느 게임단이 그러했듯 똑같은 말로를 향하는 듯도 보였으나.

.

.

.

* * *

블랙 홀스로서는 최대한 침착하려 해보았다.

하지만 당사자도 알아차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얼굴이 시뻘건 상태다.

일어난 흥분을 좀처럼 가라앉힐 수 없었다.

'아니, 금은 장식 머리띠가 안 먹힌다는 게 말이 돼?'

금은 장식 머리띠는 모든 해로운 효과를 제거해준다.

이 해로운 효과라는 범위는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이다.

단순한 CC기를 넘어 스킬들에도 적용이 된다.

이를테면 자드, 그리고 블러디체리의 궁극기.

이외에도 치유 감소 효과나 도트 데미지 등 어지간한 전부 해제된다.

그런데 뽀로로의 궁극기에는 아예 씨알도 안 먹힌다.

'이걸 뭐 따질 수도 없고..'

OP챔피언은 커녕 트롤이 아닌 이상 픽할 일이 없는 게 뽀로로다.

따지기라도 했다가 단순한 판정 문제라면 쪽팔린 거로는 안 끝난다.

금은 장식 머리띠를 간다고 한 사람도 자신인데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다.

그렇게 답답해진 마음을 안은 채 두 번째 세트를 시작해야만 했다.

확실한 대처법을 찾지 못한 이상 변수가 있는 뽀로로는 밴.

그것만이 최선이었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 다른 챔피언이 살고 만다.

"리픈이 살게 될 텐데.. 괜찮을까요?"

"그래서, 뭐?"

블랙 홀스가 밴의 재확인을 요구한 아군 탑을 부릅 노려봤다.

암묵적인 침묵 속에서 진행되는 밴픽.

평소 이상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팀의 상황이, 블랙 홀스의 기분이 굉장히 편찮다.

'만약 리픈을 한다면 어떤 원딜을 꺼내야 할까..'

일단 최근에 올마스터가 리픈을 한 전적이 없다.

솔로랭크에서는 몇 판 했지만 대회에서는 꺼내지 않았다.

그것을 근거로 리픈을 살렸지만 영 걸릴 수밖에 없었다.

리픈이 전 판처럼 성장하기라도 한다면?

잘 성장해서 점멸로 확 자신을 물어버린다면?

얼마 전 상향이 돼서 솔로랭크 픽률이 부쩍 오른 리픈이다.

평캔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장인들도 여럿 생겼다.

그 순간 폭딜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 블랙 홀스로서는 굉장히 떨떠름했다.

기동력과 실드 때문에 이즈레알로는 효과적인 대처가 힘들 수도 있었다.

'역시 마검사를 살려야 했나.. 아니면 타이온? 어느 쪽도 결국은 매한가지인데..'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팀원들은 제대로 된 의견 하나 내지 못하고 우물쭈물.

능력 없는 놈들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며 인상을 썼던 블랙 홀스에게 변화가 생겼다.

"저희 1픽인데 뭐 가져오는 게 좋을까요..?"

"당장 치비르 가져와."

골치 아팠던 상황이 단숨에 해결되었다.

설마 살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던 챔피언.

얼마 전 리워크가 된 치비르는 그랜드 마스터 구간에서 최고의 밴픽률을 자랑한다.

서로 가져가지 못해서 안달이 났을 만큼 사기성이 짙다.

보통 후반, 빨라도 중반부터 빛을 발하는 다른 원딜러들과는 다르다.

다른 팀원들이 만들어준 판에서 최대한 활약하는 게 아닌 주도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이것만으로도 가치가 차고 넘치는 존재.

하향 조정이 되기는 했으나 유저들의 숙련도가 올라감에 따라 더욱 평가가 올라가는 중이다.

'치비르라면 초반, 중반, 후반 모든 구간에서 괜찮아.'

어디 괜찮기만 한 정도겠는가?

미니언 푸쉬와 견제력이 워낙 좋아서 라인전을 질 수가 없다.

갱킹이 와도 스킬 실드와 궁극기만 적절히 쓰면 면역에 가깝다.

무엇보다 자신과 팀원들의 이동 속도를 상승시키는 광역 버프.

잘라먹기와 한타에도 능해 명실상부 탑티어 원딜러로 군림하고 있다.

이즈레알로는 문제가 되던 풀템전도 상관이 없다.

치명타 딜러의 특성상 오히려 환영하는 바다.

리픈의 순간 폭딜도 스킬 실드와 궁극기면 카이팅이 가능하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신이라면 충분히 해내고도 남음이다.

'이른바 전화위복이라는 거지.'

뽀로로 때문에 다소 당황하기는 했으나 상관없다.

치비르를 가져간 이상 승기는 이미 반 가져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나머지 반도 상대가 알아서 굳혀줬다.

"쟤네 또 카지트 하는데요..?"

"하, 그거 카정만 안 당해주면 알아서 처형 당하는 챔피언 아니었나? 설마 당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당연하죠. 만에 하나도 그럴 일 없습니다."

블랙 홀스가 또다시 눈치를 주자 팀의 정글러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OP챔피언인 치비르를 가져간 덕분인지 부스 안의 공기는 풀렸다.

게임까지 잘 풀린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상황.

서로가 만족한 상태로 두 번째 세트의 시작이 울렸다.

.

.

.

* * *

카지트라는 챔피언은 참 묘한 부분이 있다.

스킬 하나하나의 특색이 워낙 강해서 꼭 어느 한 부분이 두드러지고 만다.

밸런스 패치를 하는 게임사 입장에서도 정말 골이 때리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미드고 그 다음이 정글이었던가.'

시즌3 중반기를 수놓았던 미드 카지트.

W스킬, 침뱉기 진화가 워낙 좋았다.

패시브가 묻어나가는 탓에 데미지도 강력하고, 라인 클리어도 준수했다.

한타에서 혼자 포킹, 암살 다해먹으니 이만한 만능 챔피언이 또 없었다.

당연히 너프를 받고 관짝에 못이 꽝! 꽝!

대신 게임사는 Q스킬 갈고리 찍기를 버프시켜 줬다.

하지만 이 갈고리는 고독이라는 특수한 조건이 하에서만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항상 1대1이 될 수 있는 정글을 갔는데 무지막지 좋더라.

'이번에는 갈고리 찍기의 고독 데미지를 너프시켜 버렸지.'

고독이 너프된 이상, 그리고 카정의 강력함이 알려진 이상 정글로는 못 쓴다.

상대도 바보는 아닐 테고 당연히 대비하고 있을 터.

때문에 이번 게임에서 내가 픽한 카지트는 미드도, 정글도 아닌 탑이 되었다.

"탑카지트.. 상대가 고독각을 잘 안 줄 거 같은데 괜찮으려나."

"너한테는 안 주는데 나한테는 잘 주니까 괜찮아."

"힝.."

전 판에 이어 이번 판도 탑라이너 갈릭이 빠졌다.

그리고 내가 탑을 서게 되었다.

하고 있는 챔피언은 다름아닌 탑카지트.

상당히 이색적인 픽이라 분명 또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테다.

'결국 관점의 차이야.'

고독각을 안 줘도 상관없다.

안 준다면 주게 만들겠다.

처음 탑카지트가 세상에 나왔을 땐 보통 신박한 게 아니었다.

라인 카지트의 코어템이라 할 수 있는 마나소드를 생략한다는 건 가히 파격적이었다.

당연하게도 미드와 정글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다.

또한 진화의 방향도 완전히 달라진다.

관짝에 못을 아무리 꽝! 꽝! 쳐박아도 꾸역꾸역 기어나오는 벌레다.

─미니언들이 생성되었습니다.

미니언을 따라 라인에 도착해보니 이번엔 스왑이 아니었다.

맞라이너가 된 상대는 어떻게 보면 뽀로로와 비슷하기도 한 잭트.

아니, 완벽하게 상위 호환이라고 불리우는 챔피언이다.

아무래도 마파두부의 리심을 탑이라 생각하고 가져간 모양이다.

'맞성장을 했을 때 확실히 기대치가 좋은 픽이니까.'

선택 자체는 나쁘지 않다.

정글과 달리 탑리심은 무난하고 안정적인 픽이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받아들인다.

미니언 때문에 리심의 주력 스킬 음파를 맞을 일이 없어 서로가 맞파밍 구도가 된다.

상해LPL에서 한 번 보였던 적도 있었으니 그렇게 여길 만도 하다.

게다가 정글 카지트 또한 결승전 마지막 경기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상대가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당연히 페이크.

내가 탑이고 리심은 그냥 정글이다.

조금 놀란 듯하니 인사 대신 가볍게 한 방 찍어준다.

쿠직!

미니언 사이에 숨어있는 잭트를 향해 갈고리를 긋는다.

타겟팅으로 내리찍히는 갈고리.

평타가 아닌 스킬이라 미니언의 어그로가 쏠리지 않는다.

쿠직!

어지간히 신경 건드리는 짤짤이가 4초마다 나간다.

근접 챔피언의 입장에선 가히 지옥 같은 견제기다.

또 한 번 그어버리기 직전, 잭트가 봉을 돌리며 반격해왔다.

파라락!

나를 한 대 쳐버리고 스턴까지 걸었다.

지금까지 당한 두 대를 되돌려준 셈이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지옥의 시발점이 된다.

콰흑!

봉 돌리기가 빠진 이상 마음 놓고 평타를 찍어버릴 수 있다.

패시브가 묻어나가며 둔화와 함께 추가 피해를 가한다.

그리고 수풀에 들어가 충전한다.

카지트의 패시브는 적의 눈에 띄지 않으면 즉시 충전된다.

그에 반해 잭트의 봉 돌리기는 쿨타임만 무려 18초.

수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패시브 평타와 갈고리를 먹인다.

탑카지트를 처음 상대해본 잭트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쿠화악!

라인 주도권을 먼저 잡은 탑라이너는 선2레벨을 찍기도 쉽다.

2레벨을 찍자마자 도약한다.

날개 뛰기로 잭트에게 닿는다.

잭트는 당황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

내가 닿기 전에 점멸을 사용해 도망갔다.

확실히 그 이상의 선택지는 없다.

'애시당초 딜교환을 실패한 시점에서 게임은 셋이었지.'

점멸로 도망가버린 잭트는 고립됐다.

아무리 너프됐다고 하나 카지트다.

고독해진 상대에게는 칼 끝이 더욱 깊이 스며든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봉 돌리기의 쿨타임이 1초 정도 남았을까.

잭트의 스킬쿨을 정확히 계산해 선취점으로 연결시켰다.

꿀을 빨았다기 보단 순수한 실력 차에 의한 솔킬이다.

탑카지트의 진가가 나오려면 아직 진화의 단계가 남아있음에도 짭짤한 성과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