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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호랑이
꾸득!
꾸드두둑!
갈고리 발톱이 기형적일 정도로 기다랗게 자라버린다.
마치 거대한 사마귀와도 같은 모습이다.
6레벨에 도달하자 진화를 택한 Q스킬, 갈고리 찍기다
'상황에 따라서는 궁 진화도 좋지만.'
근거리 챔피언을 상대로 가장 적절한 건 갈고리다.
이후 패치되는 갈고리와 상이한 점은 한 가지다.
고독 상태가 아니여도 충분한 추가 데미지를 가할 수 있다.
이른바 %뎀이라는 녀석이다.
푸직!
한층 더 길어진 갈고리는 외형만이 아니다.
카지트의 평타와 갈고리의 사거리를 늘려준다.
항거할 수 없는 거리에서 찍히는 강렬한 한 방!
상대 잃은 체력에 비례한 추가 피해가 묻어나간다.
푸직!
잭트는 CS를 먹을 때마다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선템으로 어쌔신의 신발을 사와서 망정이지 딜템이었다면 다짜고짜 솔킬이다.
어차피 그래봐야 생명 연장의 꿈이지만.
'더 버티냐, 덜 버티냐 정도지.'
상대의 잃은 체력에 비례한다.
체력이 까이면 까일수록 더욱 아파진다.
리심의 발차기에나 달려있을 강렬한 아픔이 4초마다 타게팅으로 들어간다.
기다리던 순간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콰흑!
푸직!
포탑을 끼고 있는 잭트를 향해 찍는다.
패시브 평타와 함께 들어가는 갈고리.
잭트가 맞자마자 봉을 돌리지만 안된다.
봉 돌리기는 평타에 한해 무적이 된다.
하지만 평타는 진작에 들어갔고 갈고리는 스킬이다.
그것도 고독 상태라는 판정이다.
현재 포탑은 아군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츄룩!
봉을 돌리던 잭트를 향해 침뱉기.
둔화에 둔화가 중첩되자 따라오지 못한다.
허공에서 돌렸던 봉을 되감으며 잭트는 씁쓸함을 삼켜야 했다.
곧바로 되덮친다.
사르륵..!
궁극기 아공간 은신을 활용해 가속한다.
그 상태에서 땅을 박차 잭트를 향해 평타를 내려친다.
마무리로 발화와 갈고리가 타겟팅으로 들어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점멸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위기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블퀸이 앞점멸로 따라붙었다.
츄륵!
가시로 나를 그으며 발톱을 내지른다.
전자는 어쩔 수 없었지만 후자는 캔슬된다.
다시 한 번 은신을 사용해 지근거리의 부쉬로 숨어 들어갔다.
이블퀸은 의심도 없이 그 안으로 따라 들어온다.
츄룩!
푸직!
침뱉기는 근접해서 적을 맞히면 체력을 회복한다.
그렇게 한 타이밍 버티며 갈고리로 찍어버린다.
고독 상태에서는 더욱 강렬한 데미지.
땅굴을 파고 있던 리심이 마지막 결정타를 쑤셔 박는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내가 다이브를 할 때 리심이 뒤를 봐주고 있었다.
만약 적 이블퀸이 나타날 경우를 대비한 차선책.
최악의 경우에도 다이브 실패로 정도 끝맺어진다.
오히려 최고의 경우가 터져버리며 적 탑과 정글을 괴멸시켰다.
"그런데 왜 니가 킬을 먹냐?"
"시간 끌면 죽으실 거 같아서.."
"안 죽으면? 니가 나 죽는 거 봤어?""
"힝.."
확실히 아슬아슬 가시세례를 한 번 만 더 긁혔다면 죽었을지 모른다.
발화 때문에 회복력도 제 정상이 아니었다.
어쨌든 간에 게임의 주도권은 절반 이상 틀어잡았다.
완전히가 아닌 절반 이상.
봇라인에서도 처절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거나 먹어라!>
치비르의 부메랑이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뻗어나간다.
어마어마한 사거리와 더불어 데미지도 괴랄하다.
기본적으로 평타 기반인 치비르지만 부메랑을 맞힌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연 이즈레알의 장인답게 논타겟 스킬의 적중률이 무섭다.
'거기서 앞점멸을?'
부메랑이 맞는다는 판단이 서자마자 앞점멸.
평W로 깔끔하게 평캔을 넣으며 솔킬을 따냈다.
평타 기반 챔피언인 치비르가 유일하게 넣을 수 있는 폭딜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학살 중입니다!
생각 이상으로 봇라인의 사정이 힘든 모양이다.
얼마 전 리워크된 치비르는 현재 OP챔피언으로 군림하고 있다.
차후의 치비르와 다른 점은 크게 한 가지.
마나 소모량이 적어서 라인을 쭉쭉 푸쉬할 수 있다.
본래 튕기는 데미지도 적고, 개수에도 제한이 있었지만 그 금제가 풀렸다.
안 그래도 좋았던 라인 푸쉬력이 리워크 이후 사기가 됐다.
라인을 민다는 말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자랑하는 논타겟 스킬의 적중률을 살려 솔킬로 연결해냈다.
아군도 제법 분전을 했다.
현재까지 봇라인의 스코어는 1대2.
아군 봇듀오는 한 번씩 죽었고 적은 서포터만 한 번 죽었다.
나름대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방금으로 인해 무너졌다.
'그래도 정글이 죽었으니 용은 나가지 않겠고.'
라인전은 조금 더 지탱이 된다.
아군도 사리는 방향으로, 여차하면 포탑을 내주고 파밍을 하면 된다.
서로가 원하는 바대로 차근차근 흘러간다.
그렇게 되면 카지트로서는 전혀 나쁠 게 없다.
찰칵!
과거 미드 카지트 시절 코어템이었던 마나소드를 생략한다.
마나가 부족한 카지트는 라인 클리어가 좋지 않을 텐데?
평타에 광역 딜링을 더해주는 티아매트를 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
처음에는 정말 파격적인 생각이었으며 이는 카지트라는 챔피언이 가진 특색과도 어울린다.
쿠화악!
라인에 복귀하던 도중 눈 앞에 띄인 쌍둥이 골렘을 향해 뛰어든다.
작은 쪽을 평타로 치며 터트린다.
터엉!
작은 울림과 함께 광역 피해가 가해진다.
티아매트의 액티브는 주위의 잔챙이들을 처리할 때 정말 좋다.
큰 쪽의 골렘은 고독 상태가 되어버린다.
푸직!
아이템이 잘 나온지라 무지막지한 데미지.
더티 파밍을 하는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
방금과 비슷한 상황을 라인전에서도 연출할 수 있다.
그 대상이 미니언이 아님은 두말할 것도 없다.
.
.
.
* * *
카지트가 라인을 선다.
이는 결코 불가능한 행위도, 독특한 행위도 아니다.
실제 카지트는 미드로 가장 유명했던 챔피언 아니던가?
<탑으로도 못 쓸 건.. 없습니다. 다만 고질적인 마나 부족도 그렇고 고독이라는 상태를 만드는 것도 힘들고..>
해설자 훠궈로의 말은 지극히 옳다.
카지트의 강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세 갈래로 쏘아지는 포킹.
맞히기도 쉬운데 둔화까지 걸린다.
미드 카지트가 사기일 수밖에 없는 근원이었다.
오래 전에 너프 당했지만 한 가지가 더 있다.
1대1 상황에서 고독 데미지가 그렇게나 강렬하더라.
정글로 가버리니 카정이 그렇게나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너프를 당해버렸죠. 지금도 쓰자면 쓸 수는 있지만 무난하게 가면 적보다 레벨링이 느립니다.>
그야말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너프를 기점으로 픽률이 급락,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 추세다.
그랬던 카지트가 또다시 되살아났다.
미드와 정글에 이어 이번에는 탑이다.
쿠화악!
포탑과 원거리 미니언을 끼고 있는 잭트를 덮쳐버렸다.
아무리 유리한 상태라고는 하나 무리한 판단으로 보인다.
잭트는 궁극기 사용시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올라간다.
게다가 주위에는 원거리 미니언들이 있어 고독 상태도 아니다.
역관광이 나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숨죽이며 지켜본 다이브는 일방적이었다.
또다시 카지트가 탑에서 솔킬을 만들어냈다.
더우니 버빈이 해설을 덧붙였다.
<날개뛰기와 함께 티아매트! 원거리 미니언들이 깔끔하게 정리됐습니다. 고독 상태가 돼버린 이상 죽을 수밖에 없죠!>
고독이란 주위에 아군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즉, 미니언 사이에만 숨으면 고독 상태를 면할 수 있다.
그래야 할 텐데 카지트가 티아매트를 두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Qookya AllMaster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카지트가 본래 가지고 있는 광역 스킬과 티아매트의 울림이 더해진다.
그러자 잔챙이 미니언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졸지에 혼자 남게 된 잭트는 또다시 다이브 당해 죽었다.
<카지트가.. 굉장히 잘 커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탑은 사실상 터진 셈이에요? 이어서 날개뛰기까지 진화한다면 한타에서 괴랄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다소 흥분한 듯한 더우니 버빈의 외침은 반만 맞았다.
현재 탑라인이 완전 터져버린 건 맞다.
잭트는 만나기만 해도 그냥 죽는다.
최후의 숨결까지 나와버린 지라 방어력도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니언들 사이에 있어도 강제로 고독각을 만들고 죽여버린다.
그런 탑라인의 상황과 대조적으로 봇라인은 쿡야가 불리한 흐름이다.
<치비르! 가장 이상적인 원딜러라며 최근 프로들 사이에서 말이 많아요.>
<그 치비르를 블랙 홀스가 잡았습니다. 카지트도 잘 크긴 했으나 치비르의 성장도 뒤지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스킬 실드라는 특성상 한타에서 카지트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평타 기반의 하드 카운터, 잭트는 카지트에게 그야말로 쪽도 못 썼다.
갈고리 찍기는 단일 타게팅의 스킬 판정.
봉을 돌려봤자 아무런 효과가 없음은 물론이다.
그에 반해 치비르의 스킬 실드는 막아낼 수 있다.
고독 데미지가 아무리 막강해도 스킬 그 자체를 막아낸다면?
애시당초 고독각 또한 어지간하면 주지 않는다.
미니언은 클리어할 수 있어도 챔피언은 순삭이 불가능하다.
서포터와 항시 붙어다니는 치비르를 잡을 방법은 없다.
아무리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가 올마스터라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정론이다.
더우니 버빈조차 차마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올마스터가 신기한 선택을 해버렸다.
아니, 실수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 판단이었다.
<이거.. 진화를 잘못한 것 같죠.? 지금 이 타이밍에 날개 진화를 못해버린 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라고는 해도 역시 LPL의 무대는 긴장이 되는 모양입니다. 하하..>
헛웃음을 내뱉은 캐스터 카오야의 의중은 비단 빈정거림만은 아니었다.
카지트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세 번째 진화의 기회가 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6레벨, 그리고 11레벨, 마지막으로 16레벨.
궁극기의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카지트는 스킬을 진화시킬 수 있다.
어떤 스킬을 진화시키느냐에 따라 카지트는 전혀 다른 챔피언이 돼버린다.
Q스킬, 갈고리를 진화할 경우 암살 챔피언.
W스킬, 침뱉기를 진화할 경우 포킹 챔피언.
E스킬, 날개뛰기를 진화할 경우 한타에 최적화된다.
첫 번째 진화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지만 두 번째는 반드시 날개뛰기를 진화해야 한다.
이건 선택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날개뛰기 없이는 한타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타에서 킬이나 어시를 먹어도 리셋이 안되죠. 반드시 스노우볼 굴러갑니다.>
가끔가다 스킬을 잘못 찍는 실수는 누구라도 한다.
방로를 두 개 찍은 리심이라던지, 대회에서도 은근히 나온다.
하지만 그런 건 한 번 웃고 넘어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어떻게 활용에 따라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노릇이니까.
막말로 조금 더 정글 유지력이 좋을 수도 있고, 약간 더 두터운 보호막으로 아군을 살릴 수도 있다.
그런 사소한 차이라면 경기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카지트의 경우는 이와 전혀 다르다.
<다음 진화를 선택하려면 무려 16레벨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프로 경기는 그 전에 승패가 기울어집니다.>
<다른 원딜러들과 달리 치비르는 시간 질질 끌고 그런 거 없거든요? 궁극기 쓰고 와~ 하고 달려나가면 한타 거는 일은 쉽습니다. 게임이 많이 꼬였습니다!>
구태여 편을 들 이유가 없다.
곧 이어지게 될 한타의 구도는 명명백백.
치비르가 하드캐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완벽하다.
그나마 변수라고 할 수 있는 올마스터가 제 알아서 넘어져 버렸다.
어지간히 잘 커도 16레벨을 달성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일례로 궁3레벨만 찍으면 혼자 게임 한다는 미드 꼬그모의 실질 승률은 저조하지 않던가?
수준급의 실력자들이 붙을수록 승기가 기울어지는 타이밍을 일러진다.
하물며 중국 각지의 최강팀들이 모인 LPL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만회가 불가능한 실수.
그 누구도 반박을 하지 못한 채 경기가 이어졌다.
사르륵..!
모두가 쓸모없다 여겼던 궁진화.
아공간 암습으로 은신한 카지트가 달려나갔다.
게임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굴러가며 이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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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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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로드 오브 로드는 게임사는 카지트에 대한 애착이 무척이나 높다.
그렇지 않고서야 늘 하나씩은 돌파구를 주지 않을 리가 없다.
상해LPL의 결승전 이후 고독 데미지를 너프시킨 대신 한 가지를 주었다.
'궁극기의 지속 시간 증가라.'
그것이 어떠한 변화를 몰고올지 제대로 테스트를 안 해본 모양이다.
멀리서 커다라한 함성이 귀를 찔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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