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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호랑이
카지트가 갈고리와 궁진화를 해버리면 1대1에서 무쌍을 찍는다.
설사 백업이 와도 손쉽게 살아 돌아가버린다.
그렇게 스플릿으로 적을 흔들며 16레벨을 찍는다.
모든 진화를 마치게 된 카지트는 한타에서도 각별하다.
정글 카지트처럼 유통기한, 그런 거 없다.
CC기 연계가 야무지게 들어와도 충분히 버텨낸다.
현재 궁극기 진화는 그만한 사기성을 내포하고 있다.
키잉-!
바론 앞의 대치 도중 일어난 참사다.
쓰렉귀가 내던진 선고에 우연찮게 맞았다.
그러자 뒤에서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상대가 이니시를 걸었다는 신호탄이다.
파라락!
사슬낫을 타고 쓰렉귀가 날아오며 한 명 더.
잘 못 커버린 잭트가 랜턴을 타고 나타났다.
결코 우습게 볼 수가 없다.
탱템을 둘렀기 딜은 안 나와도 단단하다.
고립 상태도 아니라 순삭은 도저히 불가능.
게다가 스펠이 모두 살아있다.
잭트가 발화를 걸고, 쓰렉귀는 탈력을 걸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참 가지가지 한다.
뒤이어 궁극기를 켠 치비르가 빠른 속도로 달려든다.
아직 튀어나오진 않았지만 이블퀸도 은신 상태로 있을 터.
속도의 차이 때문에 아군의 합류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하지만 스펠이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지.'
흔히 말하는 딜탱 역할을 수행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어그로 핑퐁이다.
상대에게 맞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뺐다가.
이런 식으로 상대의 포커싱을 흐트려 놓는다.
그 어그로 핑퐁에 있어 가히 사기적인 진가를 자랑하는 카지트다.
푸드득-!
카지트가 날아오른다.
노리는 대상은 당연히 치비르.
날개 진화를 마친 도약 거리는 말화이트의 궁극기에 준한다.
하늘에서 그대로 덮쳐버린다.
콰흑!
하지만 역시 수준급의 원딜러다.
침착하게 스킬 실드로 갈고리를 막아내며 카이팅 한다.
나를 조준해 날아오는 부메랑의 순간 폭딜은 어지간한 탱커도 버티기 힘들다.
딜템까지 올린 나로서는 순식간에 갈려나간다.
사르륵..!
강력하다 해도 맞지 않으면 그만인 일이다.
이미 날아온 공격은 투사체가 닿기 전에 아공간 암습으로 반감시켰다.
그리고 이곳 바론 주변은 정글이 울창하다.
카지트의 능력을 살리기에 최적화된 환경이다.
상대는 바로 핑크 와드를 박았지만 이미 사라졌다.
탈력은 풀렸고 내 발걸음은 빨라진 상태다.
그렇게 한 타이밍 벌어내자 아군이 도착한다.
어그로가 나에게서 아군 쪽으로 옮겨갔다.
쿠확!
역시나 숨어있던 이블퀸이 모습을 드러낸다.
광역 궁극기를 때려 박으며 제대로 된 한타를 개시한다.
아군 구리가스가 던진 술통 폭탄이 적진 한가운데 작렬했다.
파아아앙-!
맞은 대상은 오직 코리아나 뿐.
치비르는 점멸을 사용해 피해버렸다.
스킬 실드로 막았다면 이상적이었겠지만 이미 썼다.
나의 재진입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나왔다.
콰흑!
다시 한 번 별안간 튀어나와 점멸 평타.
상대는 내 모습을 봤지만 대비하지 못했다.
점멸로 거리를 좁혔으니 당연하다.
그럼에도 카이팅을 이어나가려 하지만 글렀다.
힌두인을 터트리며 침을 뱉는다.
치비르의 면상에 작렬하며 이동 속도를 크게 늦춘다.
아무리 카이팅에 최적화된 챔프라고 하나 둔화의 중첩에는 장사가 없다.
구륵!
호롱!
하지만 상대는 생각 이상으로 필사적이었다.
궁각을 세심하게 보고 있었을 코리아나가 방향을 전환했다.
구슬이 굴러오며 충격파를 터트린다.
세 가지 스킬이 한순간에 콰득!
딜러가 맞는다면 삭제가 될 만큼 막대한 데미지다.
나 하나를 잡아내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말이다.
콰드득!
코리아나의 예상이 빗나갔다.
치비르와 함께 모든 딜을 퍼부었음에도 죽지 않는다.
스킬 포식자가 터지며 한 턴을 버텨내고 말았다.
이제는 아군의 지원이 들어올 타이밍이다.
<커져라!>
내 몸집이 부풀려지며 치비르가 튕겨진다.
기다렸던 랄라의 거대화와 실드.
역습의 타이밍이 도래했다.
느려진 치비르는 나를 떨쳐낼 수 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Wanba Black Horse의 학살이 종결되었습니다..!
단 한 명의 죽음에 의해 적의 전선은 무너졌다.
싱겁게 한 명이 잘린 거면 몰라도 너무 많은 투자를 해버렸다.
어그로 핑퐁을 잘 소화할 수 있다면 한타를 속칭 비빌 수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하나 정리하는 그림에서 카지트의 위력을 곱절이 된다.
푸드득!
날아올라 내리찍는다.
아니, 터트리기까지 한다.
공중에서 터지는 2단 콤보.
갈고리와 티아매트에 이블퀸이 정리된다.
푸드득!
랄라의 실드를 받고 다시 한 번 날아오른다.
적 미드라이너 코리아나는 전통파 메이지 챔피언이다.
뚜벅이라는 약점을 지녔지만 대신 미드라이너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졌다.
딜이면 딜, 지원기면 지원기 빠지는 게 없다.
하지만 지금은 내 트리플 킬의 제물이다.
─트리플 킬!
Qookya AllMaster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무리..!
깔끔하기 그지없는 대승이다.
아무리 내가 잘 컸다고는 하나 이 정도의 차이가 날 수는 없었다.
어그로 핑퐁이 기가 막히게 조절되며 상대의 주요 스킬과 스펠을 혼자 받아낸 결과다.
아군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나랑 리심은 바론 치고 너희는 미드 쭉 밀어."
"둘이서 잡을 수 있어요?"
"너는 몰라도 난 잡을 수 있어."
"히잉.."
리심과 카지트는 바론 트라이에 최적화된 챔피언이다.
피흡도 준수하고 대인 딜링도 뛰어나다.
아이템도 나올 만큼 나온지라 번갈아서 맞는다면 못할 것도 없다.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잃은 체력에 비례한 %뎀을 가진 갈고리 찍기.
당연하게도 바론은 고독 판정이다.
오브젝트를 잡는데도 특화돼 있다.
그 사이 원딜러를 포함한 세 명의 아군은 억제탑을 밀어버렸다.
한순간에 글로벌 골드의 격차가, 아니 게임이 넘을 수 없는 강을 건넜다.
.
.
.
* * *
도저히 막을래야 막을 수가 없는 하드 캐리.
올마스터의 카지트가 무작정 내려앉는다.
탑 라인의 억제 포탑에 다이브를 쳐버렸다.
사르륵..!
하지만 억제 포탑의 앞이다.
은신을 한다고 해도 다 보인다.
포탑에는 감지 기능이 예사로 달려있다.
그리고 주위에도 핑크 와드가 빼곡한 상태다.
호롱!
콰드득!
코리아나의 궁극기가 쿡야의 진입을 저지함과 동시에 카지트를 뜯었다.
모든 공격이 카지트 하나 잡아내기 위해 쏟아졌다.
다섯 명, 아니 포탑을 포함하자면 여섯 개체다.
그 막대한 공격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버텼다.
<아무리 데미지 감소가 있다지만 이렇게 무작정 뛰어들면 죽습니다! 선고와 봉 돌리기 연계되며 연속 스턴! 카지트 전사했어요!>
<어차피 수호 악마를 둘렀기 때문에 다시 살아납니다. 카지트가 어그로 끄는 사이 억제 포탑 허물어졌고 쿡야 밀려옵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버틴 끝에 숭고한 희생으로 마감한다.
아니, 부활하고 말았다.
가장 이상적인 방어 아이템이라 불리우는 수호 악마가 나왔다.
이 아이템을 뽑아도 될 정도로 카지트는 잘 커버렸다.
<미드 라인의 거대 미니언 앞세워서 밀면.. 이거 못 막습니다. 스킬 다 빠졌고 카지트 미니언 때려서 피흡하고 있고. 무엇보다 쿡야는 궁극기가 다 있어요.>
<상황은 확실히 열악합니다. 그래도 블랙 홀스가 어떻게 카이팅을 잘 한다면…>
희망적인 관측은 채 3초를 가지 못했다.
날개를 펼친 카지트가 다시 한 번 뛰어든다.
단순히 억제 포탑을 깰 생각이었던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진심이다.
─커져라!
랄라의 궁극기가 연계되며 치비르를 대놓고 노렸다.
그럼에도 치비르는 정말 입롤 같은 반응 속도로 막아냈다.
하지만 이어지는 술통 폭탄에 항거할 스킬도, 스펠도 사라졌다.
<거대화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주변의 적들이 느려지거든요? 카지트의 궁극기도 하나 남아있는 지라…>
<치비르 전사! 카지트는 마지막 궁극기 사용해 살아 돌아갑니다. 아슬아슬 죽음의 외줄타기가 또 한 번 성공하며 한타 깔끔하게 대승 거뒀습니다!>
더우니 버빈이 신나서 외칠 만도 하다.
명실상부 올마스터의 하드 캐리.
치비르도 제법 잘했지만 존재감이 비교되지 않는다.
혼자서 딜과 탱 역할을 전부 소화해내는 올마스터에 비하자면 딜만 해버린 치비르는 반타작이다.
아무리 궁극기에 데미지 감소가 있어도 카지트는 순수 탱커가 아닐 텐데?
은신과 생존기를 기가 막히게 활용해서 상대의 시선을 계속해서 교란시킨다.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카지트만 졸졸 따라다니다가 한타가 그냥 말려버렸네요. 그렇다고 카지트를 무시할 수도 없었죠?>
<후반 탱커들의 아이템이 무식할 정도로 갖춰지면 원딜러들이 안 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차피 딜러만 잡으면 나머지는 피흡으로 어찌저찌 되거든요. 그런 타겟팅을 블랙 홀스가 굉장히 잘하는 선수인데.. 알다시피 카지트는 안 치면 죽는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카이팅을 하면서 치기에도 걸린다.
거리를 벌린답시고 혼자 고립이 돼버리면?
고독 상태에서는 갈고리의 데미지가 괴랄해진다.
나름대로 탱템올린 잭트조차 억소리가 나올 지경인데 딜러인 치비르는 오죽하겠는가.
자랑하는 이속으로 따돌리고 싶어도 카지트는 생존기도, CC기도 좋다.
안 그래도 잘 큰 딜탱 상대로 카이팅하는 게 쉽지 않은 일.
그런데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다.
<쌍둥이 포탑 허물어지고 넥서스 나가면서 두 번째 세트까지 쿡야-베이더스가 깔끔한 승리 거뒀습니다!>
<예상치 못한 카드가 두 개나 나와버렸으니 세 번째 세트를 준비하는 게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겠는데요..?>
사실상 경기는 끝난 분위기다.
또 어떤 수를 꺼내올지 모르는 쿡야 베이더스의 전력은 미지수다.
그에 반해 완바는 가용할 수 있는 최대치를 모두 꺼냈다.
자신을 대표하는 챔피언 이즈레알.
현재 탑티어로 군림하고 있는 사기 원딜러 치비르.
그 어떤 것으로도 올마스터를 막을 수 없다는 게 판명되었다.
더 따질 것도 없이 완바 게임단의 부스 안은 초상이라도 난 듯 어둡게 고요하다.
그저 원칙에 의거 한 게임 더 치러질 뿐 이미 변수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별 의미없는 진정한 의미의 단두대 매치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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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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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첫 번째 세트에 이어 두 번째 세트까지 손쉽게 챙겼다.
마지막 남은 세 번째 세트는 사실상 무혈입성이 예정돼있다.
그 세 번째 세트의 시작 직전.
'편안하구만.'
1평방 세제곱 미터쯤 될까.
그 네모난 칸막이 안에서 나름대로의 볼일을 마쳤다.
보통 중국의 공용 화장실은 칸막이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이다
올림픽 개최를 목적으로 지은 곳이라 그런지 보편적인 상식에 따라 설계한 듯하다.
슬슬 손을 씻고 다음 경기의 마무리를 위해 나가려던 그때.
칸막이 바깥 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남성의 단순한 잡담이었다.
"나는 영락없이 완바가 이길 줄 알았는데.. 올마스터가 꽤 잘하나 봐?"
"글쎄, 올마스터가 잘한다기 보단 그냥 꿀을 잘 빤 거 아니야?"
그 본인 여기 계신데.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은근히 있는 소리긴 하다.
그래서 언제 한 번 본때를 보여주려고도 했다.
'나가기 조금 민망하네.'
딱히 신경이 쓰인다는 건 아니다.
뒷담 까다 걸리면 쪽팔린 건 지들이지 내가 아니니까.
하나 문제가 있다면 이 화장실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선수, 혹은 관계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그 외의 사람들은 길을 어지간히 헤매지 않는 한 들릴 일이 없다.
즉, 밖에 있는 사람들은 동업자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근데 뭐 뽀로로는 딱히 꿀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오히려 꿀일 수도 있지. 완바만 해도 스킬을 잘 모르니까 대처가 미흡하잖아. 개인 기량이 변변찮으니까 온갖 사이한 수를 대동해서…"
청산유수 이어지던 남자의 말이 뚝 끊겼다.
내가 밖으로 나가 세면대에서 손을 씻자 자연스럽게 입이 닫혔다.
화장실 문을 닫고 나가기 직전까지 남자는 입을 벌리지 못했다.
영 뻘쭘한 듯 뻐끔거리는 남자를 대신해 한 마디 해주었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만났을 때 주류 픽들로만 상대해줄 게. 물론 올라올 수 있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
유니폼을 보아하니 완바 게임단은 아니다.
그렇게나 털리고 입이 살아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난 노릇이겠지만 어쨌든.
아마 우리 다음 경기가 예정된 팀들 중 하나일 터다.
우승 후보 외엔 흥미가 없어서 게임단의 이름까진 모르겠지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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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