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62화 (66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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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힘으로

세 번째 세트의 결과는 볼 것도 없는 양학.

다전제 게임에서 기세가 밀린 팀의 최후는 보잘 것 없다.

이는 이번 중국LPL의 특별한 조별 리그의 방식과도 부정적으로 맞물린다.

5전 3선승제에서 무려 3대0의 패배를 맞이했다.

다음 경기를 압도적으로 이겨도 승점은 고작 중간에 불과하다.

완바 게임단이 조별 리그를 통과할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졌다.

어쨌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인터뷰가 진행된다.

상해LPL의 그 남친 없으신 아나운서가 아닌 다른 분이다.

이번에는 그런 질문을 물어볼 일도 딱히 없어 보인다.

아마 북경 지역의 아나운서이실 분은 안타깝게도 남자였다.

"금일 첫 번째 승리를 거머쥔 화제의 게임단, 쿡야 베이더스와 인터뷰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MVP에 오른 두 선수를 반갑게 맞이해주십시오~!"

첫 번째 세트, 그리고 두 번째 세트의 MVP는 따질 것도 없이 나였다.

의문이 나올래야 나올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 당연하다.

마지막 세 번째 세트는 무난하게 발랐기 때문에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전에도 몇 번 그러했듯 연속 MVP는 어지간하면 성립하지 않는다.

진짜 만장일치로 이 선수가 혼자 게임을 다 해먹었다.

이를 테면 두 번째 세트처럼 되지 않는 이상 다른 선수가 받게 된다.

세 번째 세트의 MVP는 정글러인 마파두부가 되었다.

정글러로서 나름 준수한 활약을 했으니 받을 만하다.

역갱도 준수했고 이외의 운영도 특출나진 않았지만 군더더기는 없었다.

무엇보다 말을 굉장히 잘 듣는 똥강아지다.

이윽고 아나운서의 무어라 소개 이후 인터뷰 차례가 시작됐다.

먼저 인터뷰를 하게 된 건 순번이 빨랐던 나부터였다.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석에서 함성 소리가 귀를 찌른다.

"10만 명에 가까운 관중들의 환호! 기분이 어떠십니까?"

"어쩌긴 뭘 어째요. 어차피 조별 리그인데."

약육강식을 철저하게 따르는 지역별 LPL과 달리 대표전은 살짝 운빨을 탄다.

각 지역의 대표야 가장 강한 사람이 나가는 게 맞지만, 대표전은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칫 잘못하면 팬들간의 싸움으로 번져도 이상하지 않다.

축구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라던지 우스갯소리 아닌 현실 역사가 있지 않은가.

롤드컵과 비슷하게도 진 팀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

그렇다고 오늘의 경기가 치열하지 않았다는 소린 아니지만.

"패기가 넘친다는 소문은 정말이었던 모양이군요! 그러면 이어서 경기의 내용에 관한 질문입니다…"

역시라면 역시일까, 화제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지금껏 대회 무대에서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희귀 챔피언.

존재 유무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뽀로로를 처음으로 꺼냈다.

게다가 카지트로 탑을 선다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운용을 보여주었다.

질문하고 싶은 거리가 상당히 많은 듯 인터뷰 시간이 길어졌다.

다음 경기의 존재 때문에 시간에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어차피 한 번 더 경기를 치러야 하니 인터뷰의 시간도 관중들도 너그럽다.

보통 웬만큼 인기팀이라도 경기 끝나면 적지 않은 수의 관중들이 그냥 나간다.

인터뷰가 재밌어지는 경우는 적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오늘이 예외가 된 이유는 그만큼 경기의 임팩트가 커서, 그리고 경기가 하나 더 있었다는 이유다.

"이런 독특한 챔피언들 찾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벌써부터 막 꺼내셔도.. 되는 건가요? 개인적으로 올마스터 선수의 경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만 한 편으로는 이런 불안감도 드는군요. 말씀하셨다시피 아직 조별 리그입니다."

"조별 리그이기 때문에 꺼낸 챔피언들입니다. 특히 뽀로로 같은 경우는 앞으로 평생 쓸 일이 없을 거 같아서 조금 만만한 팀 상대로 실험을 해본 거에요."

"..역시 듣던 대로 패기 넘치는 인터뷰! 하지만 완바 게임단이 결코 만만한 팀이라고는 볼 수 있는 팀은 아니라고 생각되거든요. 특히 원딜러인 블랙 홀스 선수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남자라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런 마음을 가졌었는데 아무래도 정정을 해야 할 듯싶다.

물론 여성 아나운서들도 롤을 아예 모르지는 않겠지만 흥미가 그렇게 막 깊은 경우는 적다.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인터뷰를 진행했던 아나운서들 중 북미 쪽을 빼놓고는 전부 그랬다.

이번 아나운서는 롤에 대해 알고서 말한다는 느낌이다.

굳이 대본이 없어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내 경기를 좋아해준다는데 싫어할 건덕지가 없다.

하지만 목적이 화제 만들기라는 건 변함이 없는 듯 역시나 또 이야기가 나왔다.

"해외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하는 올마스터 선수입니다. 이미 IC라는 최강팀을 하나 꺽고 올라왔고 오늘은 완바 게임단을 격파했습니다. 많은 팀들이 쿡야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혹시 올마스터 선수 입장에서 이 팀은 힘들 것 같다. 혹은 강력한 경쟁 상대라 생각된다. 소견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알고 있는 팀이 별로 없습니다. 롤드컵에 나왔던 THEY, IC, 그리고 OMC와 로얄CN정도 있네요."

"경기력에 향상에 몰두하다 보면 그만 깜빡, 혹은 코치에게 맡길 수도 있는 부분이죠! 그럼 질문을 고쳐 언급해주신 네 팀들 중에서 아니, 세 팀들 중에서 주목하고 계신 팀, 혹은 만나고 싶으신 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기력 향상에 몰두했다기 보다는 단순히 기억할 이유가 없어서지만 어쨌든.

참 영업하면 잘할 것 같은 아나운서다.

대답을 이끌어내는 솜씨가 제법이다.

어지간하면 막 대답하겠지만 저 세 팀에 한해서는 껄끄럽다.

IC의 경우처럼 먼저 도발을 한 것도 아니니 구태여 건드리진 않는다.

"세 팀 모두 실력이 대단하다,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기지 못할 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경기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나치게 무난한 대답이지만 딱히 붙일 말이 없다.

그렇게 인터뷰는 슬슬 마무리 지어진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다른 강팀 하나 기억 나시는 게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주시죠. 이를 테면 다음 경기에 출전하는 킹 게이밍이나 제트 사이드 있지 않습니까?"

"하나하나 기억하기에는 제가 기억력이 변변찮아서. 만날 일이 있다면 그때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아무래도 화장실에서 보았던 두 명이 저 두 팀 중 하나인 모양이다.

어느 쪽이든 큰 의미는 가지지 않는다.

스쳐 지나가는 팀들 하나하나 기억에 하기엔 이곳 중국은 프로게임단들이 쓸데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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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LPL 조별 리그 3일차.

과정 뿐만 아니라 결과까지 화제를 만들어냈다.

과정이라 함은 역시 올마스터의 독특한 챔피언 픽이다.

무난해야 할 조별 리그에서 또 한 차례 말썽을 일으켰다.

◈완바 게임단이 결코 약팀이 아니잖아..?

그런데 조금 만만한 팀이 상대라 꺼내 봤데kkk

인터뷰 패기에 반해버릴 뻔.

원래 인터뷰 귀찮아서 안 보는데 올마스터 꺼는 꼭 봐야겠다.

▷저런 말 막 지르다가 슬럼프 오면 개까이는 거 아님?

글쓴이-그래서 보통 프로들이 말 아끼지. 근데 보는 입장에선 재밌잖아. 올마팬 되면 경기날 마다 간 떨릴 듯ww

▷너도 팬 해라. 올마 꼴픽 박을 때마다 심장 쿵쾅거린다kkk

▷어지간한 건 그냥 기대하고 보는데 뽀로로 픽은 진짜 주작이라도 하는 줄 알았음.

만약 지기라도 했다면 구설수에 오를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게 완바 게임단의 자금력은 익히 소문이 났다.

완바 자체가 광저우 뿐만 아니라 중국 전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기업이다.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이미 꿀 소문이 다 났고 아마추어, 그리고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졌다.

처음 경기가 시작됐을 땐 혹시 돈으로 올마스터를 매수한 거 아니냐?

그런 이야기가 제기되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올마스터, 그의 말대로 프로게이머는 경기를 통해 자신을 증명한다.

뽀로로가 결코 헛된 픽이 아니었음을 플레이를 통해 입증했다.

단순히 원하던 챔피언이 밴이 돼서, 혹은 대체제가 아니었다.

뽀로로 말고는 할 수 없는 플레이로 사람들의 입을 다물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뽀로로를 그냥 만만한 팀 양학용이라 선언해버렸으니 파문이 어떻겠는가?

◈올마 경기 이후로 뽀로로 삘 꽂혀서 왕귀형 플레이를 해봤는데..

선픽 박으면 카운터가 시도 때도 없이 나와서 노답.

특히 요즘 광전사 버프 이후로는 자주 나오잖아.

뽀로로 패시브고 나발이고 도끼에 머리 찍히면 영혼 날아감.

고정 데미지라서 그대로 뚫고 들어옴.

라인전도 약하고 마나도 너무 부족해.

▷그래서 올마스터도 말했잖아 만만한 상대라 꺼냈다고kk

▷초반만 어찌저찌 넘기면 중반부터 괴랄해지긴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다.

▷대회 게임에서 무작정 파밍 구도면 쓸 만할지도..?

▷난 뽀로로는 못해먹겠고 차라리 카지트가 좋더라.

▷카지트 개꿀이지. 팀한테 한타 모여 달라고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특히!

카지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

날개뛰기는 메뚜기 월드를 만들어내는 필수 진화다.

한타에서 한 번 킬리셋 하기 시작하면 자비가 없다.

하지만 그 한타가 안 열리면 할 게 없다.

이전의 미드 카지트는 라인 클리어도 좋고, 포킹도 돼서 문제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정글 카지트는 전투 이외의 부분에서 범용성이 떨어진다.

포킹도 변변찮고 파밍 속도도 느린 편에 속한다.

그런데 이번에 올마스터가 선보인 탑 카지트는 날개 진화를 포기했다.

한타의 필수 요소인 날개 진화를 하지 않자 1대1이 강력해졌다.

게다가 티아매트를 가버리니 파밍 속도도 느리지가 않다.

스플릿 구도에서 잭트 이상의 무지막지한 힘을 과시해냈다.

대회 이후로 카지트의 픽률은 단박에 올랐다.

라인 선호도도 과반수 이상이 탑을 선택하게 됐다.

이것도 왠지 너프될 삘인데 빨리빨리 꿀 빨자.

그런 분위기로 주가가 급상승 중이다.

◈상해LPL 안 본 게 후회된다.

원래 타 지역LPL 안 봐서 커뮤니티에서 떠들어도 남일이구나 했거든.

직접 보니까 이전 경기들도 다 찾아보게 되네.

솔직히 로드 오브 로드 프로 경기 와우 크래프트에 비하면 딱히 재미없었는데..

이 선수 경기는 진짜 재밌다.

▷그래서 인기가 많은 거지kkk 말투가 싸가지 없는데도.

글쓴이-왜? 뭔 일 있음? 문제라도 일으킴?

▷인터뷰가 파격적이잖아. 혹시 인터뷰 스킵했으면 찾아봐라. 킹 게이밍 것두.

▷요약하자면 다른 게임단들 이름도 모르고 관심도 없데kk

선을 넘을 듯 말듯 위험하기까지 한 발언 수위다.

하지만 정말 경기의 내용이 그 발언을 뒷받침한다.

아무래도 상관 없을 법한 경기력.

완바 게임단만 해도 위태위태한 모습 없이 혼자 다 때려 잡으며 캐리했다.

상대의 특기가 무엇인지.

어떤 걸로 강력한 팀인지.

알 바 아닐 만도 하다.

문자 그대로 시원시원하게 때려눕혔다.

◈킹 게이밍도 톈진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게임단인데 기억도 안 하네kk

베이징 2부 리그 소리 듣는 톈진이긴 하지만 우승할 정도면 나름 잘하는 팀인데.

인터뷰에서 살짝 빡칠 만도 했어.

아니면 올마스터를 진짜 싫어하는 걸 수도 있겠지.

▷하긴 저렇게 대놓고 조무래기 취급하면 선수 입장에서 좀 빡치긴 하겠다.

▷킹 게이밍 원래 베이징 아니었나? 어쩌다 톈진?

글쓴이-스프링 때 준우승하고 톈진으로 옮겼음. 바로 옆이잖아.

▷어차피 우승 못할 거 아니까 도망간 거네ww 어떤 의미에서는 현명하다.

천진(톈진)은 베이징 근방에 위치한 대도시다.

작년만 해도 지역별 대표를 뽑을 때 북경(베이징)에 편입돼 있었다.

당시에는 로드 오브 로드의 유저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3에 이르러 E-스포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유저 수가 폭증하자 자연스럽게 분할됐다.

하나의 지역권에서 대표를 뽑기엔 프로팀의 수가 과포화된 결과다.

이에 따라 기존 북경의 팀들은 남느냐, 떠나느냐 결정권이 주어졌다.

킹 게이밍은 떠나는 쪽에 속했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낫다는 판단.

그 판단은 옳게 작용해 난생 처음으로 LPL대표전의 진출권을 얻었다.

그런 톈진의 대표 킹 게이밍이 무슨 일일까?

경기 승리 후 인터뷰에서 도발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떨어지는 실력을 괴상한 수로 메꾸러 드는 사이비 프로게이머다.

킹 게이밍의 MVP로 선정된 바오즈 선수가 상당히 흥분한 듯 외쳤다.

당연히 들어볼 것도 없는 헛소리다.

꿀챔을 써서 이기든, 5미드를 해서 이기든 결국은 전략의 한 갈래다.

프로게이머라는 건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프로게이머 임요한의 진가도 후자에 있었다.

기억도 하지 못한다는 올마스터의 인터뷰 내용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개인적인 감정이라도 있는 걸까.

어느 쪽인지, 또 그의 말이 옳고 그른지는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프로게이머는 경기를 통해 말을 한다.

커뮤니티의 반응은 알게 뭐냐.

맞장 떠서 이기는 놈이 우리 편이다.

공교롭게도 팬들의 바람은 현실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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