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63화 (66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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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힘으로

작은 빌라 느낌의 베이징 올림픽 선수촌.

쿡야가 배정 받은 건물의 3층은 연습실로 세팅되어 있다.

상해의 숙소보다 아담하긴 하지만 나름 괜찮다.

최소한의 것들은 갖춰져 있다.

그리고 선수에게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지 장비가 아니다.

솔직히 장비빨 좀 타긴 하는데 이 정도면 나쁘지는 않다.

나는 연습실의 컴퓨터 앞에 앉아 앞으로의 스케줄을 훑어 보았다.

'그럭저럭 생각보다 잘해주었어.'

2주에 걸쳐 치러지는 조별 리그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5전 3선승이라는 건 살짝 부담이 되긴 했지만 좋은 점도 많았다.

각 팀당 이틀만 출전하면 되기 때문에 스케줄 적으로 여유롭다.

한 조에 세 팀씩 배속되며 경기 승점에 따라 1,2위가 정해진다.

C조에 속한 우리 쿡야 베이더스는 이미 모든 경기를 마쳤다.

자이언트 게이밍과의 경기는 3승 2패라는 접전이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다.

'이 정도면 츠위도 흡족해 하겠지.'

조별 리그의 두 번째 경기, 자이언트 게이밍을 상대로 나는 출전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건 프로게이머로서의 도리가 맞지만, 여건상 조금 많이 여유가 넘쳤다.

완바 게임단의 패배로 인해 본선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다.

금주의 첫 날에 있었던 완바 게임단 대 자이언트 게이밍의 접전.

에이스인 블랙 홀스가 슬럼프에 빠진 듯 경기력 저하가 극심했다.

안 그래도 3패를 안고 있는 상황인지라 어깨가 무거웠던 걸지도 모른다.

무난하게 2승을 챙기고 시작했음에도 거짓말 같은 패패패.

한 번의 패배가 도화선이 되어 역전패가 이루어졌다.

1패만 해도 2위 가능성이 제로라 그 이후의 패배는 실질적인 의미는 없었다.

단 한 팀을 상대로도 이기지 못해버린 것이 쪽팔릴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원래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긴 하니까.'

완바가 총 스코어 2승 6패로 해버리며 조 꼴찌를 굳혔다.

진작 3승을 챙긴 쿡야는 지든 이기든 무조건 본선 진출.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내보냈는데 의외로 성과가 좋았다.

자이언트 게이밍을 이겨버림으로서 아무런 찝찝함 없이 조 1위를 확정지었다.

사실 조 1위든, 2위든 꼴찌만 아니면 상관은 없지만 이번 경우에 한해서는 그렇지가 않아졌다.

C조 1위는 D조의 2위와 맞붙는다.

그 D조에 속한 킹 게이밍이 로얄CN에 대적한 결과 패배.

총 스코어 3승 3패로 조 2위가 돼버렸다.

즉, 본선 첫 번째 상대는 그 녀석들이 되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딱 그 꼴이구만.'

단순히 선수 개인의 의견일 테니 개의치는 않는다.

다만, 악소문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한 번 물꼬가 트이면 확산이 빠르다.

커뮤니티의 여론은 호의적인 상태지만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쩌면 적절한 시기에 좋은 희생양을 찾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이유가 있어 다음 주 둘째 날이 된 8강 경기는 무난한 픽으로 치를 예정이다.

원하는 대로 누가 봐도 보편적인 챔피언들로만 픽해준다.

게임의 내용까지 무난할지는 모를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킹 게이밍은 뭐하는 팀인데?"

"..진짜 모르는 거였어요?"

커피를 타온 츠위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사기잔을 건넸다.

여느 구단주들과 다르게 굉장히 한가한 모양이다.

물론 농담으로 하는 소리다.

대부분의 구단주들은 후원만 하고 보고서만 받아본다.

직접 현장을 살피는 츠위는 굉장히 기특한 아이가 아닐 수 없다.

"애 아니라니까요. 세 살 차이밖에 안 나면서 자꾸 째째하게."

"내가 고등학교 입학 원서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너는 아직 초등학생이었어. 어딜 맞먹으려고 해."

세 살 정도의 나이 차면 사실 별 건 아니긴 하다.

내 사정상 6년이 더해져서 문제지.

차마 말할 수는 없는 진실이니 적당히 둘러댔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가지 부분에서 아직 학생 티가 가지 않은 츠위다.

앞으로 몇 년 후면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냥 꼬맹이다.

본인으로서는 굉장히 불만인 듯 가끔 하소연을 해온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단언컨대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츠위가 쟁반 한가득 가지고 온 커피가 팀원들에게 한 잔씩 돌아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대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유는 없다.

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리고 난 후 바로 오후 연습이 시작된다.

"그런데 정말 킹 게이밍을 모르세요?"

"코치에게 전해 받은 건 있지. 그런데 아무리 봐도 별 특징이 없는 팀이잖아."

톈진의 우승팀으로 준수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단다.

베이징LPL 소속이었을 적에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

하지만 결과적으로 THEY에게 승리를 따낸 적은 없다.

상해LPL의 소속 팀 중에서 따져 본다면 스네이크 스포츠쯤의 위치일까.

붙었던 팀 중에서는 케이왈츠와 비슷할지 모르겠다.

약한 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하지도 않은, 그냥저냥한 느낌의 상대다.

"정확히 아시고 계시네요. 솔직히 긴장할 팀은 되지 못하죠."

"기존 팀들 외에 딱히 유력한 다크호스도 나오지 않았고."

"그쵸."

"그러면 대충 해도 되겠네?"

"그건 절대 아니에요."

츠위가 양 팔을 교차해 X자를 만들었다.

이런 사소한 리액션 하나하나가 애 같다니까.

내가 괜히 꼬맹이 취급하는 게 아니다.

솔직히 아빠 웃음 지어질 만큼 귀엽기는 해서 딱히 타박하진 않는다.

타박했다가는 그만둘지도 모른다.

"아시다시피 8강부터는 시즌4 클라이언트로 치러져요."

"그랬지."

"큰 패치인 만큼 실수가 나올지도 몰라요. 메타 부적응 등의 문제도 있고요."

"오, 훌륭한 지적이네."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겠죠?"

"그럴까봐 미리미리 연습해 놨잖아. 우리는 여유 있는 거 같은데 놀면 안돼?"

"아, 안돼요.. 여유가 있을수록 더 열심히 해놔야…"

당황한 듯 횡설수설, 필사적으로 나를 설득하려고 한다.

더 놀리고는 싶지만 구단주의 위엄이 너무 떨어져서야 곤란하다.

나와버리려는 웃음을 뒤로 하고 손바닥을 짜악 마주쳐 마무리했다.

"자, 휴식은 여기까지 하고 연습 들어가자. 5분은 더 지났다."

"저 아직 커피 다 못 마셨는데."

"마시면서 해 짜샤."

그제서야 놀려 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츠위가 쟁반으로 나를 때려온다.

근데 정말로 여유가 있는 건 맞다.

다만, 여유가 있다고 대충 하기엔 무대가 가볍지 않다.

츠위는 몰라도 나에겐 이번 LPL의 우승은 더없이 중요하다.

어쩌면 두 번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기회.

실수로 놓쳐버리기라도 한다면 후회로는 끝나지 않는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태만할 일은 없다.

그걸 알기 때문에 나를 닥달한 걸지도 모르겠다

"정말 맨날 애 취급하고 놀려 먹고.. 이러다 저 화내요?"

"화내지마. 요즘 내 유일한 삶의 낙이다."

"..안 한다는 소리는 절대 안 하시네요."

궁시렁궁시렁.

츠위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만도 하다.

그런데 이 녀석과는 이렇게 친해지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여러가지, 정말로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든다.

.

.

.

* * *

하루 두 경기씩 치러진 조별 리그는 빠르게 지나갔다.

하나하나가 중국 각지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인 만큼 경기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았다.

하지만 개들의 왕이 호랑이에 비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열두 지역을 대표한 기라성들 사이에서도 엄연히 클라스가 나뉘었다.

◈THEY는 폼 완전히 회복했네.

같은 조에 올라온 팀들 다 때려 잡음.

심지어 OMC 상대로도 3대1로 이겼으니 말 다했지.

원딜이랑 정글이 잘하다 보니까 게임이 말릴 일이 없어.

▷그렇지. 정글이 운영하고 원딜이 때려 잡으면 되니까.

▷세체원 클라스 어디 가나. 판만 깔아주면 카이팅으로 다 쓸어 먹지.

▷근데 클래식러브는 탈리반 너프되고 불안불안하더라.

▷그 점 본인도 인지하고 있고 8강부터는 생각있다던데?

우승 후보라 이야기되던 팀들은 말할 것도 없다.

THEY, OMC, 로얄CN.

한 차원 높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공교롭게도 그 세 팀 중 두 팀, THEY와 OMC는 같은 조 소속이 됐다.

그런 바람에 OMC가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어차피 조별 리그다.

탈락을 하지 않는 한 큰 의미가 부여되진 않는다.

그리고 이미 조별 리그는 막을 내렸다.

우승 후보들은 무사히 본선 진출이 확정되었다.

이번 대회 강력한 다크호스라는 말이 있는 쿡야 베이더스도 마찬가지.

대진표 또한 짜여져 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냈다.

◈로얄CN이랑 OMC 맞붙네kkk

일단 THEY는 OMC보다 위라는 거 증명했고.

이제 OMC가 로얄CN 팍 꺾어주면 되겠다.

지면 변명이고 나발이고 할 게 없지.

▷그렇게만 된다면 바랄 게 없을 듯.

▷오, 우승 후보 중하나가 8강부터 하나 떨어지겠네.

▷로얄CN이 우승 후보는 무슨ww 강팀 만나면 쪽도 못 써.

▷그래도 조별 리그 전승이었을 걸? 상당히 잘하던데.

유일하게 전승을 하였다.

3승 0패, 3승 0패.

총 스코어 6승 0패라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인정을 받기엔 기본 이미지가 좋지 않다.

게다가 상대를 했던 팀들이 썩 강팀이 아니었다.

같은 지역별 대표라고는 하나 격이 떨어진다.

킹 게이밍과 제트 사이드.

약한 팀은 아니지만 한 단계 이상 아래의 평가를 받는다.

THEY나 OMC라 하더라도 저 정도야 충분히 바를 수 있다.

그런 이야기가 오가며 로얄CN이 평가 절하의 대상이 되었다.

◈님들 하나 까먹으셨나 본데.

8강부터 시즌4 패치 적용이라 변수 많음.

대세 챔피언도 바뀔 테고 일반인들은 모르는 전략도 있을 테고.

겁나 특이한 거 미리 알아내서 죽창 찌르면 강팀이고 나발이고 한 방이지.

▷에이, 바뀌면 얼마나 바뀐다고 어차피 같은 게임인데.

글쓴이-서포터랑 정글은 대격변 수준인데? 이미 테스트 서버에서는 난리 남.

▷정글은 해봐야 아는 거니 그렇다 치고.. 서포터는 확실히 달라지긴 할 듯.

▷와드 수에 제한 생기고 돈템 나온다 했나? 뭔가 복잡하다.

단순히 패치 내용만 들어서는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이번 중국LPL이 세간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들에게 있어 크나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안 그래도 프로게임판은 전략성이 크게 요구된다.

그런데 어떤 전략이 대세가 될지.

솔직하게 프로게이머들도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본래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솔로랭크에서의 연구 시간.

지나치게 촉박한 여건은 선수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특히 기존 강팀들 입장에서는 썩 반겨지지 않을 상황이다.

◈결국은 봐야 알긴 하겠네.

대체 어떤 식으로 굴러갈지 감도 안 잡힌다.

근데 그래도 프로팀들은 미리미리 연습을 해놨을 거 아니야?

프로 전용 클라이언트 같은 거 받았다며.

그래서 첫 날 경기는 어디임?

▷나도 그래서 기대 중. 미리 보고 꿀 찾아서 빨아야지.

▷AP서포터들 돈 개잘 번다는 이야기 있던데kkk

▷첫 날이 아마 THEY 대 리미티드 에이지일 걸?

글쓴이-오, THEY야? 안 보면 후회할 뻔 했네 캬~

가장 정석적인 조합과 운영을 자랑한다.

게다가 대격변되는 정글러와 봇라인이 강력한 팀이다.

원딜러 뿐만 아니라 서포터도 상당한 고수로 이름이 높다.

팬들의 기대가 LPL 3주차 첫 번째 경기.

THEY 대 리미티드 에이지의 8강 무대로 자연스럽게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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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LPL 본선, 8강의 무대가 막을 올린다.

그 첫 번째 대결은 THEY 대 리미티드 에이지.

안타깝게도 쿡야의 경기는 다음 날이다.

'조금 아쉬운 노릇이네.'

대진표가 그렇게 짜인 이상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시즌4를 장식할 첫 경기는 내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 보고 넘어가서야 섭한 노릇이다.

오늘의 경기가 가지는 의미는 얕지가 않다.

'THEY와 리미티드 에이지라고 했던가. 과연 시즌4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새로운 시즌이라는 것은 프로게이머들에게 늘 골칫거리다.

밸런스 자체를 뒤엎어버리는 패치가 많은 로드 오브 로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난 시즌3만 해도 잘 나가던 프로들이 줄줄이 퇴물이 돼버렸다.

그런 만큼 더욱 기대가 이는 노릇이다.

중국, 아니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강팀.

THEY는 시즌4에 어느 정도 적응을 마쳤을까.

그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자리에 온 의미가 있다.

카오야라는 재미난 이름을 가진 북경 캐스터.

아니, 노리고 지은 방송용 이름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의 크나큰 외침과 함께 시작한다.

바야흐로 시즌4의 개막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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