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64화 (66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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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힘으로

바야흐로 시즌4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된다.

크나큰 올림픽 경기장이 미어터질 지경으로 북적거린다.

그도 그럴 게 좌석들이 만원이다.

이것만으로 8만 명이 확보되는데 꾸역꾸역 입석 관중들이 몰려오고 있다.

"일반 관중석에 앉았다간 밟혀 죽을 수도 있었겠다."

"에이, 설마 그럴 일이 있겠어요. 과장도 참."

옆자리에 앉은 츠위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부정을 표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충분히 있고도 남을 일 같은데.

이곳 중국은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다.

차마 중국인인 츠위에게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직접 느낀 바에 의하면 그러하다.

물론 나와 츠위, 그리고 선수들이 있는 관계자석은 비교한 한가한 편이라 사정이 괜찮다.

'그런데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이 찼네.'

관계자석은 기본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예정이 없던 손님들이 대거 찾아올 수 있기 때문.

전체 좌석 수에 비하면 얼마 안되는 공간인지라 비워 놓는다.

드물게도 오늘은 관계자석이 만원에 가깝다.

이유야 굳이 추론해볼 필요도 없다.

오늘 경기를 치르는 팀이 바로 THEY.

그 누구도 우승 후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중국 굴지의 명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 팀이기도 하지.'

시즌2 시절에는 북미와 유럽의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전력을 가졌다.

당시에는 원딜 오브 로드라는 소리가 있지 않았던가.

헤이샤오, 세계 최고의 원딜러가 THEY를 지탱하고 있다.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먼 걸음을 한 팬들이 보통 많지 않을 터다.

THEY, 그것도 시즌4 첫 경기라는 자리는 그만큼이나 의미가 깊다.

"아마 THEY가 일방적으로 이기겠죠?"

"지난 시즌 패치 기준이었다면 분명 그랬겠지. 네가 말했던 대로 변수는 있지만."

리미티드 에이지가 준비를 엄청나게 해왔다면?

그런 거라면 가능성이 정말 없지는 않다.

실제로 시즌3에도 그런 예가 적지 않게 있었다.

물론 서로가 준비하지 못했다면 THEY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게 기본 전력 차이가 조금 많이 난다.

이윽고 양 팀 선수들이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캐스터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밴픽 구도가 대형 모니터에 띄워졌다.

"지난 시즌과 어떤 점이 달라졌을지 흥분되지 않아요?"

"..흥분까지는 되지 않는다만.. 기대는 되네. 어쩌면 우리와는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지만 난 대세를 알고 있다.

우리팀의 색깔에 맞춰 연습을 진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머지 팀들은 각자 자신들의 생각대로 이끌고 나갔을 것이다.

일단 대회가 코앞인 만큼 어지간한 사이가 아닌 이상 정보 교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터다.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한 새로운 시즌.

양 팀이 뽑아 든 무기의 예기에 의해 승패가 갈라져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좋은 무기를 뽑았다면 전력 차를 충분히 좁힐 수도 있다.

"우리 팀의 경우 초반을 아주 강력하게 몰아붙이는 걸 컨셉으로 정했는데.. 그만 못 쓰게 되었지만요."

"아, 그러십니까.."

나와 츠위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걸까.

등 뒤에서 이름 모를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정말 누군지 감도 안 잡히는 사람이 뜬금없이 말이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로서는 구면인데 두 분께서는 모를 수도 있겠네요. 일단은 후원만 하고 있는 처지라."

스무 살, 아니 그 이하일까.

동안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 첫 대면의 감상은 그렇다.

나를 아는 듯 말을 걸어온 남자는 상당히 어렸다.

젊음에도, 프로게이머는 아닌 것 같은데도 이 자리에 있다.

손을 보면 알 수 있는 일.

남자의 손은 곱디 고와 고생을 한 흔적이라고는 없다.

프로게이머 특유의 굳은 살이라던가, 보이지 않는다.

후원이라는 말미에서 유추하건데 츠위와 비슷한 입장일지도 모른다.

"완바 게임단의 구단주를 겸하고 있는 완바린이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이네요 올마스터.. 그리고 여동생분?"

"..쿡야 구단주 대리 츠위에요. 아~ 그 소문의, 완바 게임단 구단주시라고요?"

결코 곱지 않은 시선이 오간다.

비슷한 또래에 그만한 위치를 가진 사람이 만나게 되다니.

흔치 않은 인연인데 첫인상을 구긴 듯싶다.

사이좋게 지내기는 글러 보인다.

내가 나서서 적당히 중재하기로 하였다.

"특별히 하실 말씀이라도?"

"매정하시네요. 팬으로서 반가워서 말을 건 것 뿐인데."

팬으로서라.

대수롭지 않은 완바린의 말미는 내 신경을 자극했다.

그 같잖은 팬심이 안하무인을 하나 만들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단순히 들은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겪었다.

좋은 감정을 가지기엔 마음에 드는 인물상은 아니다.

"그 일 말이군요. 제가 여러가지 다른 일들이 바쁘다 보니 게임단 일에만 몰두할 수가 없어서. 아랫사람들의 일로 기분이 상하셨다면 제가 대신 사과드리죠."

"사과를 받을 대상은 제가 아닌 듯하네요. 다른 용건 없으시다면 저희는 경기에 집중하겠습니다."

상당히 잘 나가는 기업의 도련님이라고 했던가.

나한테는 딱히 알 바가 아닌 사람이다.

실례는 저지르지 않겠지만 굳이 예를 차려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상대는 어지간히 할 말이 많은지 끈덕지게 이어왔다.

"새로운 시즌..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로드 오브 로드 유저로서 가슴이 뛰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지요."

"…."

내가 대답을 하던 말던 상관이 없는지 계속해서 주절거려 온다.

돈도 많다는 사람이 친구가 없는 걸까.

어지간히 민폐인데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끈질기다.

결국 보다 못한 츠위가 한 마디를 하게 되었다.

"저희 선수와 중요한 이야기 나누는 중이라서요. 그 바쁘신 일이 마저 보러 가시는 게 어떠신지요?"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닌 얼굴.

어디선가 보았던 섬뜩함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부디 너는 삐뚤어지지 않고 자랐으면 싶구나.

츠위에게 조금 더 잘해주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잡생각이 들던 사이 완바린의 말이 뚝 끊겼다.

드디어 민폐라는 걸 알아채고 제 볼일 보러 가려는 모양이다.

오산이었다.

그는 생각보다 끈질긴 사람이었고 나름대로의 목적도 확고했다.

"그렇죠. 팀 내의 이야기 정말로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팀, 듣기로는 내년 초에 계약이 끝난다고 하던데요?"

"그거야 저희 사정이고 자세한 이야기는 함구하겠습니다."

"아뇨, 아뇨. 한국 사이트 등에는 파다하던데요? 올마스터 본인이 내년 초까지 돌아온다고 했다면서."

그런 이야기를 남기고 간 건 사실이다.

실제로 계약의 내용 또한 그렇게 제시를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완바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일 텐데.

완바린이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내왔다.

"어떠십니까? 쿡야에서 받은 연봉 그 배를 드리죠. 저희 완바에 오시는 게?"

"얼마를 받았는지 알고나 말하는 겁니까?

"전혀 상관없습니다. 저희 완바 그룹은 한 해의 순이익만 10조 단위를 오갑니다. 돈 문제 관련해서 저희 이상의 대우를 받을 곳은 없다, 단언드리죠."

민폐를 넘어 무례할 지경이다.

블랙 홀스가 어째서 그 꼴이 되었는지.

완바린을 보고 있으면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쿡야와의 계약을 파기하라는 소린 아닙니다. 도의적인 차원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내키지도 않으실 테니까요. 그러니까 계약이 끝난 내년 초부터…"

상당 이상으로 진심인 듯 주저리주저리 자세한 계획까지 늘여 놓고 있다.

어쩌면 처음 블랙 홀스를 설득했을 때도 이렇게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프로게이머로서 자신을 대우해주는 게임단.

분명히 가슴이 뜨거워지고 귀가 솔깃해질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프로게이머로서다.

또 그 게임단이 프로게임단으로서 굴러갈 때의 이야기다.

부자의 완구가 되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 블랙 홀스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사람이 변했다는 건 변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져 있다는 말.

그런 대우를 참아가면서까지 게이머 생활을 해야 할 만큼 내가 아쉬운 입장은 아니다.

"말씀은 잘 들었고, 제 대답은 거절입니다. 아쉽게도 스케줄이 꽉 잡혀있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스케줄이 잡혀 있을 수 있겠지만 게이머 생활을 이어나가실 거면 역시 저희 완바에 오시는 것이 최선이 선택이 될.."

완바린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그가 하도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꺼내 당황했을 뿐, 잠자코 들어줄 정도로 츠위도 맹물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알겠지만 저희 선수에 대한 건 저를 통해 절차에 따라 말씀해주시죠. 실례입니다."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이 정도. 그만 마음이 앞서 실례를 저지르고 말았네요. 모쪼록 이해해주시길."

경기의 내용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었던 걸까.

아니면 최소한의 눈치 정도는 의외로 있었던 걸까.

완바린은 자기 할 말만 서둘러 끝내더니 그 길로 경기장을 나가버렸다.

하긴, 츠위 같은 타입이 정말 독특한 거지 보통 구단주들은 관심이 없다.

"이상한 사람이죠. 그쵸?"

"그러게, 게임단 운영에 관심을 쏟는 듯한 이미지는 아니었는데."

게임단을 만든 건 단순한 취미 생활의 범주 안.

명진이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니 확실한 건 아니다.

애시당초 확인을 해볼 정도로 흥미가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대화를 섞어본 결과 상당히 약삭빨랐다.

안 좋게 보자면 철없는 짓거리지만, 어떻게 보면 행동력이 있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로드 오브 로드에 애착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상황상 조금 짜증이 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미움만이 남지는 않는 것 같다.

'츠위가 철이 없었다면 저런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네.'

철없고 돈 많은 재벌 2세.

딱 그런 느낌의 사람이었다.

"혹시.. 아까 이야기 관심 있어요?"

"아, 돈 얘기 말인가. 걱정 안 해도 돼. 관심 없으니까."

츠위가 불안한 듯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본다.

아니,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갈 일은 절대 없다.

확실히 돈은 중요하다.

중국에 온 이유의 절반도 결국은 돈이 맞다.

하지만 돈 때문에 모든 것을 결정하진 않는다.

'충분하다 못해 과분하게 벌었지. 중국에서의 목표도 이뤄가고 있는 중이고.'

툭 까놓고 말해 돈은 벌만큼 벌었다.

이 이상 욕심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날을 위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와 닿지 않을 정도로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한 차례의 방해꾼 때문에 집중할 수 없었던 THEY 대 리미티드 에이지의 8강 첫 번째 경기.

경기는 당연히 시작했고 게임은 중반까지 흘러버렸다.

그 과정을 보지 못한 게 참으로 아쉽다.

그래도 아직 경기가 끝나진 않았으니 천천히 음미해 본다.

.

.

.

* * *

새로운 시즌, 시즌4는 어떻게 변할까?

솔로랭크에는 이미 패치가 되었고 연구도 활발한 상태다.

생각 이상의 대격변.

여러가지 입롤이 오가고 있으나 마땅히 정리된 건 없다.

실제로 프로게이머들조차 감을 잡지 못한 듯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게임이 시작하고 10분 넘게 장신구 와드를 구입하지 못한다던가.

서포터 전용 아이템을 사지 않고 평소처럼 샀다가 되팔기를 하지 못해 우물쭈물 한다던가.

몇몇 사이트나 파프리카TV를 통하여 볼 수 있는 프로게이머들의 실수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패치가 된 사항이 정말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다 보니 실수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프로게이머라 해도 결국 같은 사람이긴 매한가지다.

한국 최대 규모의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잉벤에서는 잡다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장신구 와드 구입하는 거 까먹을 수 있는 거 ㅇㅈ?

50분 게임 역전승 하고 숨 돌리는데 장신구 구입 안 했더라.

팀원들이 한 마디도 안 해가지고 까맣게 몰랐음ㅋㅋ

조금 쪽팔렸는데 방송 보니 프로들도 별 다를 거 없더라ㅋ

└솔직히 까먹을 만하지. 패치가 너무 많이 돼서 감도 안 잡혀.

└탑 하면 절대 안 까먹는다. 장신구 와드 초반 갱방지 개꿀이라 꼭 사야 돼.

└ㄹㅇ꿀이긴 함. 와드 사는 거 개싫었는데 코어템만 쭉쭉 올림ㅋㅋ

└그건 트롤이고;

└어제 LPL 보니까 대회 경기에서 까먹고 안 샀더라ㅋㅋㅋㅋ

새 시즌에 대한 적응이 빨라야 남들보다 빨리 치고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어떤 나라에서는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하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있을까.

중국LPL의 시청률, 그리고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화제글에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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