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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힘으로
─근데 솔직히 실수할 만도 해.
상대가 THEY인데, 헤이샤오인데.
갑자기 새 시즌 패치되고 정신없으면 장신구 와드 못 살 만도 하지.
└그래도 그런 건 팀원들이 좀 봐주는 게 맞지 않았을까.
└팀원들도 정신 없었는 갑네ㅋㅋ 웃기긴 했음.
└3레벨에 와드만 박았어도 탑갱 안 당했을 텐데ㄹㅇ
└장신구 와드의 중요성을 경고해주는 경기였다..
중국LPL 8강의 첫 번째 경기.
THEY 대 리미티드 에이지의 승부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안 그래도 전력 차가 명명백백한데 실수까지 해버렸다.
시즌4에 들어 가장 큰 특이점이 된 장신구.
장신구는 공짜 와드의 개념을 가진 보조 아이템이다.
실질적으로 아이템 칸을 차지하진 않지만 어쨌든.
리미티드 에이지의 탑라이너인 가오링 선수가 그 장신구 와드를 안 사버렸다.
시즌3만 해도 없는 게 당연했으니 옛날처럼 유야무야 넘기면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해도 될 만큼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미니언 웨이브가 라인 중간에 딱 멈춰섰다.
장신구 와드로 3렙갱을 방지한 THEY는 정말 마음 놓고 라인을 진행한다.
반대로 리미티드 에이지는 안전부절.
언제 갱킹이 들어올지 모르니 행동이 굼뗘진다.
딜교환도 손해 보고, 먹을 수 있는 미니언도 놓치게 되고.
그러다가 결국 클래식러브에게 갱각을 내주고 말았다.
한 번 방아쇠가 당겨지자 게임의 흐름은 겉잡을 수 없어졌다.
─특성이랑 맞물리니까 또도 박사가 진짜 좋은 거 같다.
신규 특성 덕분에 체력이 쭉쭉 차니까 또도 박사가 안 죽어.
초반 정글링도 엄청 안정적이게 됐고.
그냥 클래식러브가 잘하는 건가?
원래 발화 걸면 끝나는 챔피언이었는데.
└ㄴㄴ 요즘 또도 박사 뜨고 있음. 천상계 픽률 상승 중.
└잃은 체력 비례해서 체력이 차잖아. 그래서 체력 깎여도 안 죽다가 어느새 발화 풀리고 그러더라.
└뭐야, 탱커의 시대가 오는 건가?
└특성이 탱커한테 ㄹㅇ 개꿀인 듯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하는 THEY답게 선수들의 닉네임도 잘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글러인 클래식러브가 가히 유물스런 챔피언을 들고 나왔다.
또도 박사, 시즌2에 쓰이다 1년 가까이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던 정글러다.
이유인 즉, 시즌3에 들어 메타가 굉장히 공격적이게 됐다.
서로 파밍하다 한타 하던 시절은 그만.
서로 치고 박고 난전 구도가 당연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성장형 챔피언인 또도 박사는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특성이 체력을 회복시켜 준다.
체력 코스트인 또도 박사에게는 정말 안성맞춤이었다.
초중반은 더 이상 약점이 되지 않았다.
─또도 박사 탑으로 써도 진짜 좋은 거 같은데?
또도 박사 그냥 발화만 걸면 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님.
식칼 막 던져도 특성 덕에 체력 유지되니까 탑에서 죽을 일이 없음.
그렇게 파밍하다가 2코어에 11레벨만 찍히면 또도 박사 못 막는다 ㄹㅇ루다가
└그런가? 역시 패치 내용만 봐서는 모르는구나.
글쓴이-천상계는 이미 또도 박사 무조건 가져가는 분위기임.
└그래봤자 똑같은 로드 오브 로드라고 생각했는데 와..
└은근히 패치 내용 많음. 서폿 패치 때문에 대충 넘겨봐서 그렇지.
THEY 대 리미티드 에이지의 8강 경기 스코어는 3대1.
새로운 시즌의 이해도가 남다름을 선보이며 가뿐하게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2승을 챙긴 이후 실험픽을 남발하다 한 세트 내준 게 아쉽기는 하다만 오히려 시청자들의 여흥이 되었다.
그렇게 계급 변화가 있었던 챔피언은 또도 박사만이 아니다.
시즌4 패치와 함께 버프와 너프 내용이 덕지 않았다.
오랜 기간 3초 CC기로 악명을 떨치던 두 챔피언.
콩머스와 끠들스톡이 게임사의 철퇴를 제대로 맞았다.
그 외에도 시즌3에 들어 드디어 빛을 보던 배인.
3대충 챔피언 중 유일하게 사람 구실하던 배인이 너프되었다.
E스킬 판결의 판정이 안 좋게 되자 승률이 크게 줄었다.
또 미달리와 카지트 등의 조정도 컸다.
이건 올마스터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될 수밖에 없는 패치였다.
─게임사가 올마스터 싫어하나?
아니면 카지트를 싫어하는 건가?
미달리 패치는 적절하다 생각하는데 카지트는..
Q진화에 %뎀 없에고, 고독 범위 너프되고, 궁극기 텀 늘리고.
탑카지트 하지 말라고 아예 못을 박아 놨네
└뭐야, 카지트 또 너프됐어?
└더러워서 안 한다 진짜ㅋㅋㅋ
└올마스터를 탓해야 하는 거냐, 아니면 올마스터를 위로해야 하는 거냐.
└게임사도 골 때리겠다. 저격 너프가 대체 몇 번이야.
시즌4 패치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게임사의 굳은 의지가 묻어 났다.
게임의 평균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강챔프들이 하향을 타야 한다.
그래서 최근 꽤 많은 수의 챔피언들을 너프시켰다.
그리고 탱커들이 조금 더 잘 버텨서 후반 가라고 특성을 상향시켰다.
카지트의 경우 지난 패치에서 너프를 했는데.. 또 날뛰어버리니 못을 그냥 박아버렸다.
즉, 게임사가 원하는 시즌4의 그림이란 장기전.
시즌2 때와 비슷한 느낌을 내기 위해 패치로 조정하였다.
생각 이상의 많은 변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올마스터 오늘 경기 하지 않나?
상대는 딱히 걱정될 만큼 강한 팀은 아니던데 패치가 좀 걸리네.
그래도 올마스터니 알아서 잘하려나?
└올마스터 걱정할 시간에 성적을 걱정 했으면..
└올마는 걱정 안 해도 알아서 잘할 듯.
글쓴이-아, 님들 왜 나 따시킴;; 우리 엄마가 하는 소리 똑같이 하고 있네.
└ㅋㅋㅋ근데 ㄹㅇ 패치 방향이 올마한테 불리하긴 해.
최근의 패치에서 가장 많은 손해를 본 장본인.
올마스터의 경기가 바로 오늘,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몇몇 팬들의 깊은 우려는 당연하다만 올마스터다.
상상을 뛰어넘은 경기력, 챔피언 폭을 주며 화제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라도 연이은 너프 패치는 치명적이다.
혹시라도 경기력 저하가 있으면 어떡하지.
LPL 3주차 8강의 두 번째 경기가 막을 올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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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어제 직관까지 갔었던 THEY의 경기는 참으로 놀라웠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걸까.
완전히 얼타버린 리미티드 에이지와는 달랐다.
새로운 시즌에 대해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모습이다.
'또도 박사를 꺼냈다는 것만 봐도 충분 이상이야.'
시즌4의 패치로 가장 수혜를 본 챔피언은 또도 박사다.
뭐, 정글보다는 탑으로 선호됐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정글이었다.
라인 선호도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니 그것만으로도 충분 이상이다.
어쨌든 또도 박사는 시즌4 초기의 가장 사기적이었던 OP챔피언.
이 챔피언을 가져가는 팀이 게임도 가져간다.
그런 승리 공식이 성립됐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사기였다.
'아니, 였다가 아니지.'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 만큼 다시 한 번 당사자가 된 셈이다.
그 외에도 꿀챔프들이 제법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당분간은 꺼낼 예정이 없다.
'쓸 가치가 없으니까.'
하고 많은 챔피언들 중 어째서 독특한 챔피언을 골라 했을까.
리워크 되기 전의 비주류 챔피언들이 괜히 안 쓰인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뽀로로는 마나 관리를 죽자고 해야 한다.
생존기가 없는 피로라는 갱 안 당하려고 두뇌를 풀가동해야 한다.
장점이 분명 있기는 하지만 단점이 그 이상으로 까다롭다.
이를 상대의 조합을 카운터 치거나, 내 장기를 살려서 풀어나가는 등 메꿔나갔다.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이길 거 재밌게 좀 이겨보자는 마인드.
나의 특기를 살림과 동시에 신나는 경기를 선사한다.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이며 나 자신의 인기를 위한 초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이 겨우 꿀을 빠는 것만으로 보인다라.
"형, 저희가 선픽인데 뭐 잡을 거 있어요?"
"또도 박사 사기 아니야? 그거 잡으면 되겠네."
"밴 됐잖아 멍청아."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그 수만 관중들에 둘러싸인 중앙 무대.
경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나를 포함한 선수들은 부스 안에 있다.
팀원들 사이에서는 바쁘게 밴픽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첫 번째 세트는 우리 쿡야가 블루팀으로 선픽을 하게 됐다.
단 하루만에 핫해진 또도 박사는 상대 쪽에서 밴을 한 상태다.
특이한 픽을 하는 걸 상당히 신경을 쓴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구리가스 줘봐."
"구리가스요? 간만에 무난한 거.. 하시네요?"
"어, 구리가스 너프됐던데 딴 거 하시지."
"넌 하면 안되는데 난 해도 돼."
"힝.."
구리가스 또한 최근 너프가 심하게 된 챔피언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너프가 돼버린 사안은 두 가지.
주력 스킬인 술통 굴리기의 사거리 너프.
기동력의 원천이었던 배치기의 쿨타임 증가.
미드라이너들이 구리가스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도 캐치했다.
포킹이랑 로밍을 전부 하향시키면 어떡하냐.
유저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가 원래 이런 놈들이다.
너프를 절대 자잘하게 하지 않는다.
관짝 준비하고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여 못을 박는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기어 나온다.
일례로 카지트.
지지난 패치에서 너프를 했음에도 라인을 바꿔 나오지 않았던가.
'구리가스도 쭉 그렇게 될 예정이지.'
결국 너프가 돼도 쓰일 챔피언은 쓰인다.
구리가스 또한 마찬가지.
스킬 구조가 너무 좋아서 안정적인 보험픽이다.
물론 오늘 경기에서 꺼낸 목적은 그게 아니지만.
─소환자의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밴픽이 끝나고 게임으로 넘어갔다.
바깥에서 중계진들이 떠들고 있을 이야기는 충분 예상이 간다.
지난 조별 리그에서 킹 게이밍의 바오즈가 인터뷰에서 저지른 폭탄 발언.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상당히 아쉽지 않겠는가.
내가 사이비 프로게이머라고 내뱉은 말을 의식해서 구리가스를 픽했다.
라인전 구도가 굉장히 보편화된 만큼 그 증명이 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대충 그러한 느낌으로 중계가 진행되고 있을 게 뻔할 뻔자다.
그리고 이는 사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구리가스 대 코리아나는 순수한 기본기 싸움이니.'
미드에서 무난한 픽으로 선호되는 챔피언이 바로 저 둘이다.
상성 크게 안 타고, 굳이 교전 안 해도 더티 파밍으로 성장 가능하고.
대회픽으로 정말 안성맞춤인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이 둘의 라인전은 킬이 나온다거나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갱이나 로밍으로 말려도 스킬이 원거리라 파밍이 가능하다.
때문에 라인전의 승패를 나누는 방법이 다르다.
양 선수의 CS 차이가 몇 개쯤 되느냐.
또 아군의 백업 타이밍이 정확했냐.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귀결이 되곤 한다.
'뭐, 그건 서로 실력이 한두 단계 차이 날 때의 이야기고.'
나와 저 상대 미드라이너와의 경우는 다르다.
승부가 나는 데엔 굳이 분 단위까지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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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프로게이머들에게 꿀챔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따지자면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단순히 승리를 가져갈 확률이 높아진다.
다른 하나는 자신을 확실하게 띄워줄 수 있는 요소다.
마검사 하면 그 사람!
미드 리픈 하면 누구!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인상에 각인된다.
즉, 이미지 메이킹에 있어 처음 독특한 챔피언을 쓰는 것 만한 게 없다.
물론 메딕의 네네톤이나 다대기의 구리가스처럼 특출난 플레이를 선보이는 방법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본래 그 선수의 인지도가 엄청나거나.
속한 팀이 강팀이라 충분히 우승권까지 진출할 수 있고.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많이 난해하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 챔프폭이 고만고만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더욱이다.
때문에 바오즈는 올마스터를 지극히 원망하는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올마스터만 아니었다면 내가 미달리 장인으로 단박에 떠오를 수 있었을 텐데.'
바오즈는 미달리에 능통해 있는 장인이다.
당연히 지역별 LPL에서 미달리를 꺼내 대활약했다.
하나 문제가 있었다면 톈진은 상해보다 1주일 가량 대회의 시작이 늦었다.
자신도 분명 그에 뒤지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줌에도 묻혀버렸다.
상대가 하필이면 IC.
THEY에 준한다는 굴지의 강팀이다.
시기에서도, 임팩트에서도 완벽하게 밀렸다.
'제길, 장기 자랑은 솔랭이나 가서 하라고.'
단순한 시기라는 것은 자신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뒷담 정도 깔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런데 하필 화장실에서 마주치게 될 줄이야.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날 흥분한 나머지 저지르고 말았다.
이렇게 된 이상 실력으로 이기는 수밖에 없다.
'구리가스라면 코리아나로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바오즈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라인전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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