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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힘으로
그도 그럴 게 기본기 싸움이라고는 하나 주도권이 있는 건 자신 쪽이다.
원거리 챔피언에 실드까지 있는 코리아나.
구리가스를 상대로 초반 견제를 일방적으로 퍼부을 수 있다.
가끔 던져오는 술통은 실드로 가볍게 막아낸다.
그러면서 평타로 CS를 먹으려는 구리가스를 견제한다.
일련의 라인전 구도는 정말 수도 없이 연습해왔다.
프로 경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상황인 만큼 당연하다.
그런 자신에 비해 올마스터는 분명 경험이 적을 터.
괴상한 챔피언으로 괴팍한 플레이만 해댄 대가다.
파앙!
자신과 미니언을 향해 굴러온 술통이 터졌다.
바오즈는 올마스터의 견제를 보며 얕게 비웃었다.
'술통을 그렇게 막 굴리면 안되지.'
의도적으로 술통에 맞는 각을 줬다.
그러자 올마스터는 별 생각없이 자신에게 술통을 굴렸다.
당연하게도 미니언 또한 한 움큼 긁었다.
술통이 주는 데미지야 실드로 인해 9할 이상 상쇄된다.
그런데 미니언 웨이브를 건드리면 프리징이 돼버린다.
바오즈는 올마스터가 경험이 적다는 걸 확신했다.
툭!
툭!
이대로 미니언 막타만 정확히 챙겨 먹으면 라인전은 자신의 승리다.
근접 챔피언인 구리가스가 먹을 수 있는 CS는 고작해야 근거리.
원거리 미니언을 먹으러 왔다간 평타 견제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한 번 당겨져 버린 라인을 놓아줄 만큼 자신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5분 전까지 CS차이를 15개는 벌릴 수 있겠어.'
파앙!
결국 술통으로 미니언을 챙겨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기본 마나량이 적은 구리가스로선 최악의 상황이다.
어떻게 자신을 맞혀도 두터운 실드에 상쇄되고 만다.
이러다가 마나가 바닥나고 체력까지 반피 아래가 된다면?
미니언 손실을 감안하고 집 타이밍을 잡는 수밖에 없다.
그 순간 라인전의 승리는 명명백백.
어떻게 봐도 자신의 판정승이다.
게다가 쿡야의 다른 라인은 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여기까지 올 수준이 안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즉, 미드 라인전만 틀어쥔다면 게임을 가져가게 된다.
바오즈는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투웅!
순간 일어나버린 사달에 바오즈는 눈을 의심했다.
올마스터가 2레벨을 찍자마자 갑자기 배치기를 해왔다.
분명 미니언들 사이에 숨어있었을 텐데 어떻게?
점멸을 사용해 자신의 뒤로 접근했다.
'잠깐, 잠깐!'
미니언을 프리징한 탓에 자신은 2레벨이 늦어졌다.
그래봤자 곧이지만 그 찰나를 노려왔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렇게 미니언을 끼고 싸우면 자신이 유리하다.
분명 그래야 할 텐데 생각보다 체력이 다는 속도가 빠르다.
─퍼스트 블러드!
적에게 당했습니다.
미니언에게 얻어 맞은 구리가스의 체력도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패시브로 인해 체력이 지속적으로 차오른다.
어이가 없는 상황에 바오즈는 할 말을 잃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설상가상, 라인 스왑이 돼버린 탑라인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제 겨우 반피를 깎은 봇라인에 비해 너무 빨리 포탑이 철거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갑자기 게임이 이리 돌아간단 말인가.
미처 파악할 시간도 없이 바오즈는 라인전을 이어나가야 했다.
.
.
.
* * *
너프가 되어버린 구리가스.
하지만 챔피언이라는 건 결국 사용하기 나름이다.
애꾸사자도, 카지트도 어떻게든 운용법을 찾아내서 쓰이지 않았던가.
마찬가지로 얼마 전 너프된 구리가스도 그런 부분이 있다.
'이게 절대 너프가 아니라니까.'
Q스킬 술통 던지기의 사거리가 200 줄었다.
E스킬 배치기의 쿨타임이 7초에서 12초로 증가했다.
이것만 보면 누가 어떻게 봐도 너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가 단순히 너프만 하는 경우는 적다.
'판정 부분이 크게 개선됐어.'
술통 던지기를 맞히기 쉬워졌다.
배치기는 적중시키면 쿨타임이 반으로 감소한다.
게다가 더 이상 피해량이 분산되지 않는다.
이게 생각 이상으로 진짜 크다.
'1레벨 데미지가 너무 지나치게 세.'
스킬 자체의 깡 데미지도 높은데 총AD계수가 달렸다.
1레벨 배치기 피해량이 대략 150에 가깝다.
이 데미지가 지금까지는 다수의 적에게 나뉘어 적용되었다.
예를 들어 두 명을 맞히면 피해가 75씩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몇 명을 맞히든 고스란히 150이다.
배치기가 미니언에 저지되는 건 여전하지만 점멸을 사용했다.
점멸로 코리아나의 뒤까지 이동해 퇴로를 막아 섰다.
2.5초간 지속되는 둔화.
도망가는 코리아나를 따라가며 툭툭 친다.
그것만으로도 솔킬각이 야무지게 나온다.
"빨리 가면 2차까지 밀어버릴 수 있겠는데?"
"쟤네 아직 포탑 밀고 있으니까 쭉 가자."
더욱이 이번 게임에서 흥하고 있는 라인은 나만이 아니다.
쿡야 쪽에서 노리고 들어간 라인 스왑은 성공적이다.
아니, 성공적일 수밖에 없는 조합을 짰다.
핑크스, 쓰렉귀, 광전사.
라인 스왑 이후 다이브와 포탑 철거에 최적화돼 있다.
핑크스와 광전사는 조건부로 공격 속도가 올라간다.
핑크스는 그렇다치고 광전사는 어떻게?
일부러 포탑에 맞아 체력을 깎인다.
체력이 낮아질수록 공격 속도가 올라가는 패시브.
포탑을 철거하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진다.
상대 봇듀오와 정글은 이제 겨우 봇 1차를 철거하기 직전이다.
그런데 아군은 적 2차 포탑까지 가버렸다.
상대 정글러가 부랴부랴 귀환을 타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적팀이 아군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부활한 적 탑라이너와 정글러가 열심히 걸어 도착했을 땐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1차 포탑에 이어 2차 포탑까지 밀어버렸다.
포탑 철거에 최적화된 조합으로 이득을 냈다.
파앙!
굴러간 술통이 코리아나에게 정확히 적중하며 터진다.
아까와는 달리 실드를 뚫어내고 데미지를 입혀낸다.
구리가스는 술통 던지기를 먼저 마스터한다.
그에 반해 코리아나는 실드를 찍는 순서가 느리다.
안 맞으면 그만인 일이지만 실력 차이.
퍼블을 당한 이상 라인 주도권도 이쪽에 있다.
서서히 갉아먹으며 숨도 쉬지 못하게 압박한다.
.
.
.
* * *
투웅!
구리가스의 점멸 배치기가 작렬한다.
서로 평타 교환을 해보지만 밀린다.
분명 코리아나는 AP메이지 치고 평타가 센 편이다.
하지만 구리가스는 AD딜러에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근접 챔피언인 이상 기본 스펙부터가 이미 다르다.
바닥에 술통이 굴러가자 코리아나는 당황해서 점멸을 썼다.
저 막대한 계수를 가진 술통을 맞으면 얄짤없다.
그 판단 자체는 어떻게 보면 옳았다.
올마스터의 판단은 그조차 꿰뚫어보았다.
파아아앙-!
술통 폭탄이 폭발하며 코리아나를 튕겨냈다.
그런데 튕겨낸 방향이 예사롭지가 않다.
아까 술통이 굴러갔었던 위치.
채 터지지 않았던 술통이 코리아나를 반겨줬다.
<술통 연달아 맞으며 코리아나 사망.. 미드에서 한 번 더 솔킬이 터졌습니다.>
<궁극기 각도가 정말 예술이었네요. 이건 미드 라인의 격차가 너무 심합니다.>
구리가스 대 코리아나는 기본기 싸움이다.
그만큼 라인전 구도는 굉장히 안정적이다.
어지간하면 격차가 벌어질 일은 없다.
간혹 코리아나가 지나친 견제로 구리가스를 몰아넣을 때는 있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근거리 챔피언들이 괜히 꺼려지는 게 아니다.
특히 평타 견제가 지독히 까다로운 코리아나다.
정말 잘하는 코리아나를 만나 버리면 CS 한 입 먹기도 힘들어진다.
평타랑 공굴리기로 쉴 새 없이 몰아붙이며 실드를 사용해 상대의 공격은 막아낸다.
하지만 이번 게임에서는 무력한 모습밖에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건 솔직하게 기량 차이가 보이는 부분이다. 그렇게 밖에 말씀드릴 수 없겠습니다.>
<갱킹에 의해 갈리지 않는 한 맞파밍 구도가 나오는 상성이긴 한데.. 이번 게임에 한해서는 다르군요.>
딱히 해설할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순수한 실력 차이.
이 반대의 구도였으면 모르되 지금의 상황에선 실드 쳐줄 건덕지도 없다.
물론 코리아나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소린 아니었다.
<솔직히 그게 킬각이라고 누가 예상을 했겠습니까. 2레벨이 찍히자마자 칼같이 따내버렸습니다.>
<배치기가 미니언을 끼고 있으면 막힙니다. 그런데 점멸을 사용해 강제로 들어가 버렸죠? 따라가서 평타 툭툭 두들기니까 죽습니다. 이건 정말 잘 노렸다고 밖에는…>
중계진들이 알아본 건 이 정도였다.
패치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는 하나, 세세하게 다 알지는 못했다.
주어진 상황을 보고 완벽하게 알아챌 기량이 되지 않았다.
뒤늦게 무언가 생각난 듯 더우니 버빈의 입에서 침이 튀겼다.
<아, 이제 알았습니다. 방금 미니언을 배로 퍽 쳤을 때 데미지가 꽤 셌거든요? 그러고 보니 최근 패치가 있었습니다!>
쿨타임이 두 배에 가깝게 늘어났다.
그 탓에 구리가스 특유의 로밍 능력은 반감되었다.
아니, 이제는 생존기로 쓰기도 난감할 지경이다.
그러한 유저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변경 사항이 있었다.
상대에게 적중시키면 쿨타임을 반으로 깎아주겠다.
조건부로 이전의 쿨타임을 찾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다른 하나, 더 이상 피해량이 분산되지 않는다.
<배치기를 딜링기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기는 하지만 사실 맞힐 수만 있으면 꽤 셉니다? 덕분에 솔킬각을 조금 수월하게 볼 수 있지 않았나 하는데..>
<이 선수에 한해서는 너프가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가 많네요. 지난 카지트 때도 그랬죠. 챔피언의 숙련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구리가스의 기동력과 포킹 능력을 깎아버렸던 크나큰 너프.
하지만 보란 듯이 장점만을 살려 귀신 같은 킬각을 잡아냈다.
흔하디 흔한 챔피언을 해도 선수의 기량이 눈에 보인다.
─Qookya ChowChow님이 학살 중입니다!
킹 게이밍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오늘은 다른 라인도 무척 잘한다.
라인 스왑이 대성공을 거두자 스노우볼이 착착 굴러간다.
경기의 흐름은 누가 어떻게 봐도 쿡야 베이더스의 완벽한 승리다.
<다른 라인도 사정이 너무 안 좋아서.. 미드를 봐줄 수가 없어요. 결국 혼자서 버텨야 하는데 힘듭니다. 술통이 너무 세요!>
<두란링 세 개에 술잔 생략하고 바로 쓸데없는 지팡이 올렸습니다. 술통 맞으면 실드고 나발이고 찢겨 나가요. 라인전 지탱이 안됩니다.>
코리아나 대 구리가스의 라인전은 세 줄로 정리된다.
초반에 견제하는 코리아나와 이를 버텨내는 구리가스.
한 번의 귀환 타이밍 이후 이어지는 파밍 구도.
코어템이 뽑히고 나서는 두 가지 케이스로 나뉜다.
하나는 구리가스의 거친 견제.
다른 하나는 무난한 더티 파밍.
이는 코리아나가 초반에 얼마나 견제를 했냐로 갈린다.
대부분의 경우는 후자다.
포킹 던져봤자 대부분 실드에 흡수된다.
그럴 마나로 더티하거나 로밍각보는 게 낫다.
하지만 간혹 코리아나가 말리는 경우가 있다.
코리아나의 실드를 구리가스의 술통이 뚫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코리아나는 정말 눈치 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포킹이 피하라, 갱킹 조심하라 게임이 산으로 간다.
파아아앙-!
구리가스의 술통 두 개가 연달아 터지며 코리아나의 체력을 묵직하게 깎아냈다.
다행히 거리가 멀어 배달이 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대신 뒤쪽으로 튕겨나가 자신의 타워에 쳐박힌다.
그 타워 뒤로 궁을 켠 광전사가 무섭게 돌아온다.
<점멸이 있었다 해도 도끼 맞은 순간 죽은 겁니다. 이런 건 차라리 궁극기를 안 쓰는 게 나은데..>
<정글러가 백업을 할 거리가 안되거든요. 게임이 속된 말로 터졌습니다. 구리가스 집 가면 아마 라둔의 죽음 투구 나올 돈이 되지 않을지.. 아, 안되네요. 안되니까 쿨하게 죽음의 불타는 손길 올려버립니다. 망설임이 없어요!>
아이템트리라는 건 기본적으로 정답이 없다.
상황에 따라서 적절하게 올리면 그만.
굳이 마나 관리하면서 라인전 질질 끌 필요 없이 끝내겠다는 소리다.
<이거는 이제.. 만나면 죽죠? 점멸 배치기 죽불손 걸고 술통 두 개 던지면 즉사입니다.>
<코리아나가 생을 포기해버렸네요. 어차피 죽을 거라면 점멸이라도 빼는 게 이득이다. 또 솔킬이어지며 이번에는 용까지 나갑니다.>
솔로랭크였다면 반드시 오픈이 날 게임.
꾸역꾸역 이어가지만 승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전의를 확실하게 꺾어낸 한 판이었다.
팬들의 걱정을 무위로 돌리며 8강 둘째 날의 경기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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