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7====================
압도적인 힘으로
올마스터의 실력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LPL 8강의 두 번째 경기는 한 마디로 양학이었다.
킹 게이밍을 반항도 못하게 만들며 압살.
아예 상대 자체가 안된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프로 경기에서 2레벨 솔킬 웬만하면 안 나오는데.
실력 차가 많이 나면 나오긴 하는구나.
바오즈 정도는 그냥 후반 갈 것도 양학 당하네.
▷킬각 캐치 능력이 엄청남. 그게 킬각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음.
▷네임드 밸류가 다르지. 깝친 것부터가 문제야. 주제 파악 못하고.
▷THEY도 가만히 있는데 베이징 2부 리그 따위가 감히www
▷무슨 브론즈 양학하는 줄kkk
▷아니, 가만히 있는 브론즈는 왜 건드시죠..?
지난 조별 리그의 인터뷰 자리에서 터져버린 일련의 사건.
킹 게이밍은 이름조차 모르는 게임단이다.
올마스터의 발언에 바오즈는 꽤나 흥분했다.
떨어지는 실력을 괴상한 수로 메꾸러 드는 사이비 프로게이머다.
그렇게 맞받아치며 약간의 화제를 야기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약간.
그 약간조차 8강의 경기로 종지부가 찍혔다.
경기의 내용이 워낙 시원했다.
한 마디로 쪽도 못 쓰고 3세트가 내리 끝났다.
첫 번째 세트는 구리가스에 의해 완벽 패배.
두 번째 세트는 챔피언을 바꾼 상태에서 패배.
코리아나를 잡은 올마스터가 바오즈의 구리가스를 대놓고 패버린다.
원거리 챔피언과 근거리 챔피언 간의 라인전 격차.
그 최대치를 보여주었다는 느낌이다.
유지력이 좋다는 구리가스가 어떻게 버티지를 못한다.
정글러 콜해서 강제로 집 타이밍을 잡아야만 했다.
이는 다른 라인의 손해로 연결되고 만다.
광전사의 도끼를 맞은 쓰렉귀가 사망.
쿡야의 정글러, 마파두부는 광전사 정글을 픽했다.
얼마 전 상향이 된 이후로 슬금슬금 픽률이 오르고 있는 챔피언이다.
하지만 솔로랭크의 특성상 광전사 정글은 주목 받지 않았다.
◈대회 무대에서는 뚜벅이 정글도 잘 쓰면 좋네.
정글 피관리가 좋아서 그런가?
아니면 초중반 깡패라 그런 건가?
솔랭에선 도저히 못 써먹겠던데.
▷아군이 기본 연계만 좀 해주면 킬각이라 그런 듯?
▷배티가 확정 스턴 걸고 도끼 맞히면 계속 따라가서 죽임.
▷블루 버프 덕에 정글 캠프 전부 돌 수 있는 것도 좋더라.
상향 이후 솔로랭크 에서도 간간히 나오기는 했지만 성적은 저조하였다.
그런 광전사를 꺼내들며 마파두부가 훌륭한 모습을 선보였다.
그 공로를 인정 받아 두 번째 세트의 MVP가 되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정말 치욕스러운 경기였다.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격의 차이다.
그렇긴 해도 조금 진부했던 것도 사실이다.
올마스터의 경기날이면 랭크 게임이 터져주는 게 관례가 아닌가.
구리가스도, 코리아나도 엄청 잘했지만 두 챔피언 모두 보편적이다.
미드 유저라면 한 번씩은 건드려보는 픽들이다.
어쨌든 경기는 이겨가고 있고 게임도 화끈하다.
아주 약간의 텁텁함이 팬들의 마음을 간지럽히던 그때.
마지막이 된 세 번째 세트는 미드 리심으로 장식되었다.
◈어떻게 대회 무대에서 미드 리심을 픽하지kkk
근데 스킬 구조가 구리가스 상대로 좋은 거 같기도 하다.
술통 실드로 막으면서 피흡하고.
음파 맞히고 날아간 다음 방로로 술통 피하고.
뭔가 괜찮아 보이는데..?
▷약 파는 거니까 제발 따라하지 마..
글쓴이-스킬 메커니즘이 정말 카운터 아닌가? 그냥 실력 차일수도 있겠지만.
▷솔랭에서 리심으로 극딜 가면 팀원들한테 욕 한 무대기 먹는다..
▷리심 AD300 넘어가니까 딜러진 QQR에 죽음www
현 로드 오브 로드의 아이템들 중 가장 많은 AD를 올려주는 피를 마시는 칼.
조건부긴 하지만 최대 일백의 공격력을 올려주며 가격도 착하다.
그래서 이론상 이 아이템만 여섯 자루 가면 공격력이 +600이다.
아무래도 거기까진 안 갔지만 두 자루 갔다.
거기에 배고픈 하이드라까지 올리니 폭딜이 엄청나다.
리심은 정글러지만 AD계수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초중반이 강하다는 리심의 장점을 살려 라인전을 붕괴.
이후로는 맵을 쏘다니며 암살을 하기 시작했다.
음파를 맞히면 딜러진은 그냥 사망 확정이다.
피흡도 워낙 좋아서 용도, 바론도 정말 손쉽게 가져갔다.
스노우볼 굴러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안 그래도 멘탈이 터진 킹 게이밍은 20분도 되기 전에 넥서스가 날아갔다.
◈올마스터 경기는 매 게임마다 재미난 거 하나씩 보여줘서 좋다.
리심도 그냥 꺼낸 게 아니라 연구 좀 한 듯함.
구리가스 카운터는 그렇다 치고 장신구 와드 이용하는 게 좋더라.
와드돌 생략할 수 있으니까 극딜 가도 괜찮고.
쿡야 다음 상대 누구냐? 꼭 챙겨봐야지.
▷대진표 보니까.. THEY네.
글쓴이-실화? 진짜면 완전 레전드 매친데.
▷8강 A조 승자랑 B조 승자가 붙는 거니까 아마 맞을 거임.
▷사실상 이번 대회 결승전이지. 난 이미 기대 중kk
전 세계적으로 보나, 중국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의 평가로 보나 역대급의 팀이다.
A조의 승자인 THEY는 시즌2부터 최강을 논할 때 빠지지 않았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원딜러 헤이샤오.
더욱이 그 하나 만을 믿는 원맨팀도 아니다.
명문이라 함은 이런 것이다.
살아 숨쉬고 있는 전설과도 같다.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는 팀과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팀의 빅 매치가 성사되었다.
.
.
.
* * *
8강 무대에서의 압도적인 승리.
사실 너무 뻔해서 감흥은 없었다.
'딱히 별 볼 일 있는 팀도 아니었으니까.'
도발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밑천이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거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하는 도발은 단순한 악플과 다를 게 없다.
그 사실을 여실히 실감시켜준 8강의 경기.
경기를 이긴 것은 감흥이 없었으나 과정 자체는 대단히 흡족했다.
'세상사 굴려서 안되는 건 없는 법이야.'
부족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킹 게이밍과는 비교도 안되게 시즌4에 잘 녹아들었다.
이대로 라면 다른 팀과의 기본적인 전력 격차.
상대팀과의 기량 차이를 크게 좁힐 수 있을 터다.
대회 무대에서의 경험도 착착 쌓여나가 실질적인 기량도 몰라보게 늘었다.
허둥지둥 솔랭 마냥 우르르 몰려 다니던 이전의 쿡야는 더 이상 없다.
지난 8강은 쿡야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크게 탈피할 수 있는 계기였다 생각한다.
"장신구 와드 있다고 아주 살 판 났지? 와드 살 돈으로 코어템 꾸역꾸역 뽑아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나?"
"루비 수정 올릴 돈이 딱 나오는 바람에.."
"됐고. 그럴 땐 천갑이랑 와드로 사라."
그렇다 해도 아직 멀디 멀었다.
숙소 3층의 연습실 안.
오늘도 빠듯하게 스크림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쉴 시간따위 없어.'
쿡야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건 맞다.
문제는 그 이상으로 상대하는 적의 수준이 올랐다는 사실이다.
준결승전의 대전 상대는 무려 THEY.
2분의 1 확률로 최악을 고른 셈이다.
THEY는 명실상부한 이번 대회 최고의 우승 후보다.
전력 자체가 지금껏 상대해온 팀들과 격을 달리한다.
그 IC조차 THEY에 비하면 반 수 가량 아래.
급 자체는 비슷하게 평가되지만 상대 전적에서 완전히 갈린다.
2등이라는 이미지가 괜히 굳혀진 게 아니다.
무엇보다 헤이샤오가 있는 팀이다.
그의 존재 하나만으로 이미 이야기가 끝났다.
방심을 했다간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아무리 나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형, 저는 와드 샀어요. 잘했죠?"
"잘했는데 니 와드는 박고 적 와드는 안 지울 거야? 첫 귀환에 무조건 장신구 바꾸라고 했지?"
"아, 진짜 깜빡했어요!"
"대회에서도 그렇게 변명 할래?"
"힝.."
"진짜고 나발이고 습관 안 들이면 실전에서는 정말 실수할 수 있으니까 정신 똑띠 차려라."
나도 긴장하는데 너희들이 어딜 감히.
당연한 소리지만 나 이상으로 팀원들을 굴려야 한다.
특히 장신구에 대한 부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장신구는 시즌3과 시즌4를 가장 차별화시키는 요소다.
얼마 만큼 숙련도 있게 쓰냐.
그 차이가 승패를 갈라버릴 수도 있을 지경이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장신구 쓰는 법을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친다.
'사람들이 괜히 실수하는 게 아니지.'
단순히 일반 유저들만의 일이 아니다.
THEY를 상대했던 뭐시기 팀이 실제로 8강 경기에서 실수했다.
현재 장신구는 상점에서 구입을 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가격은 0원이지만 은근히 까먹는 경우가 잦다.
그것 자체야 팀원들끼리 상부상조할 수 있지만 두 번째.
미드와 정글은 첫 귀환 이후 무조건 빨간 장신구로 바꿔야 한다.
시즌4 패치로 인해 핑크 와드는 한 사람 당 한 개만 박을 수 있다.
상대의 와드를 지우는 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장신구를 사용해야 하고 여러모로 복잡해졌다.
물론 나에겐 알 바 아닌 일이지만.
이윽고 스크림 경기가 끝이 났다.
약한 상대가 아니었음에도 만족스런 승리.
그럼에도 연습실의 분위기는 붕 떠있는 상태다.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그러면 안 하면 되잖아."
"힝.. 근데 정말 THEY랑 붙는다니 실감이 안 나네요."
마파두부 뿐만 아니라 쿡야의 팀원들 모두 떨떠름하다.
수능이 한 달 남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고3과도 같다.
너무 큰 사건이 코앞이다 보니 역으로 현실감이 와 닿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미 한 번 겪었다는 부분이다.
IC를 상대할 때도 굉장히 힘들어 했지만 어찌저찌 극복하지 않았던가.
전례가 있으니 만큼 이전처럼 동요가 크진 않다.
게다가 상황도 나름 순서를 타서 다행이다.
'THEY부터 상대했다면 정말 패닉 상태가 돼도 이상하지 않았을 거야.'
호불호가 타는 IC와 달리 THEY는 그냥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어째서 중국인들이 LPL에 대한 자부심이 우러나올 수 있을까.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아무래도 헤이샤오의 존재가 크다.
중국 선수들 중 상당수의 롤모델이 헤이샤오일 정도다.
세계 최고의 원딜러라는 타이틀.
중국을 원딜의 나라로 만들어버린 선수니 자랑스러워할 만도 하다.
그 자랑의 대상을 적으로 마주하게 된 셈이다.
"솔랭에서 헤이샤오 만나 봤어? 진짜 장난 아니야. 게임 혼자 해."
"듣기로는 한국 서버에서도 1등 먹은 적도 있다던데.. 혹시 형도 만나봤어요?"
"난 그때 유럽에 있었어 임마."
헤이샤오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다.
대회 뿐만 아니라 솔랭에서도 무쌍을 찍는다.
한국 서버에도 자주 모습을 보이곤 했다.
상당히 오랜 기간 한국 서버 1위를 찍으며 화제가 되었을 정도다.
그 뿐만 아니라 정글러인 클래식 러브도 상당 이상으로 유명하다.
솔랭 유저들이라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있을까.
중국을 저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는 한국에서도 이 둘만은 평가 절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않는다가 아니라 못한다다.
이견의 여지가 없을 수준으로 완벽하게 실력을 증명해냈다.
"저 솔랭에서 헤이샤오랑 몇 번 만나본 적 있거든요. 버티기도 힘들던데 실전에서 실수하면 어떡하죠?"
"헤이샤오한테 죽거나 나한테 죽거나 양자택일하는 거지 뭐."
"아니, 솔찌 헤이샤오인데.. 게다가 서포터도 피리즈에요. 솔랭이랑 비교도 안되게 몰아붙일 걸요? 라인 스왑.. 할 거죠?"
드물게도 차우차우가 자신 없는 모습이다.
블랙 홀스를 상대로도 이런 말은 없었건만 역시 헤이샤오는 다른 듯하다.
하긴 두 선수의 실력 차는 그렇다 치고 플레이 스타일이 갈린다.
둘 다 기본적으로 안전지향형의 원딜러다.
하지만 여차할 때 행동 변환이 빠른 건 헤이샤오 쪽이다.
수비적이면서도 공격적.
그러한 모순을 동시에 담은 선수다.
완전체 원딜러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자신의 실수는 없에고, 상대의 실수는 칼같이 받아먹는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답답하다.
하늘을 높게 가린 벽을 만난 느낌이다.
어떻게 머리를 짜내도 도저히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차우차우의 답답함, 나도 원딜러를 하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를 한다.
말로만 이해를 하고 갈궈서 어떻게 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이다.
만에 하나 헤이샤오를 키우기라도 하면 게임이 어떻게 비벼질지.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책임감의 무게를 모르지 않다.
그렇기에 내가 반쯤 나뉘어 들으려고 하던 참이었다.
"첫 세트는 내가 원딜로 나갈 거니까 너는 뒤에서 잠자코 보고 있어. 그러면 상대하는 법이 감 잡히겠지."
"형, 혹시 환절기 감기 걸렸어요?"
"그러게 옷 좀 따듯하게 입고 다니라니까.."
"…."
내가 중국에 오기 직전까지 원딜을 했다는 사실은 애들도 알고 있다.
다만, 진담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모양이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