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70화 (6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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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원딜러

8강까지는 공개하지 않았던 구역이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는 중, 단거리 선수들이 발을 박찼던 장소.

목적없이 텅 비어있던 여백의 미에 주르륵 간이 의자들이 깔렸다.

8강의 흥행과는 전혀 상관없이 애초부터 예정이 돼있었다.

하지만 이 좌석들이 과연 어느 정도 들어찰지.

다소의 불안이 제기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불안감은 8강을 통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오늘 경기장에는 10만 명이 훌쩍 넘는 관중들이 차있다.

개최를 하는 측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수의 관중들이 물밀듯 밀려온다.

로드 오브 로드의 팬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두 눈을 비벼 의심할 정도로 사람이 개미떼 같다.

중계진들의 기합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들어간 상태다.

<중국(中國)이 어째서 세계의 중심, 세계 최고일 수밖에 없는가! 현장의 열기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고무되는 광경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영광스럽군요.>

오늘따라 유난히 죽이 맞는 카오야와 더우니 버빈.

들뜰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정말 수많은 관중들이 찾아오긴 했다.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정말 기대되는 두 팀이 붙게 되긴 한다.

중국에서 가장 인지도도 실적도 높은 THEY.

누구도 넘볼 수 없으리 만큼 빠르게 성장한 쿡야-베이더스.

이미 정상에 오른 팀과,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정상을 향해 질주하는 팀의 대결이다.

SNS, 커뮤니티 가리지 않고 뜨겁게 달아올랐다.

현장은 이미 사람으로 된 물결이 일고 있다.

빨간색, 그리고 하얀색.

어떤 이는 둘 다 든 채 흔들어 댄다.

각 팀의 응원을 나타내는 막대 풍선이다.

누가 봐도 빨간 막대기가 많지만, 하얀색도 결코 적지는 않다.

적어도 파고들어 잡아먹힐 지경은 아니다.

그만큼 쿡야-베이더스의 팬들이 적지 않게 퍼져 있다.

신생팀임에도 임팩트를 연달아 터트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야말로 화제의 중심에 있는 게임단이다.

<기대가 안될 수가 없죠. 오늘은 어떤 픽을 꺼내 들지, 누가 감히 예상을 할 수 있겠습니까?>

<기존 프로판의 상식을 가볍게 즈려밟았습니다. 시청자분들도 굉장히 당황스럽겠지만 사실 진행을 해야하는 저희들 입장에서는 방송 사고가 아닌가 종종 불안할 때가 있어요.>

프로 무대의 픽은 갈수록 정형화되고 있다.

시즌2, 시즌3 초반기만 해도 독특한 픽이 종종 보였다.

일례로 IC의 미드라이너 츠타이.

그는 아이언카이저, 귤선장, 빅토리 등 솔랭에서조차 보기 드문 챔피언을 심심치 않게 꺼냈다.

상해LPL 당시 올마스터와 주고 받은 도발에는 결코 근본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시간이 갈수록 정형화된 픽, 그리고 검증이 끝난 카드를 꺼내고 있다.

가끔씩 조커 카드로 특이한 걸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러하다.

비주류가 어째서 비주류인지 알 수밖에 없는 단점.

선수들의 게임 지식이 올라갈수록 여실히 느끼게 된다.

현재 메타에서 아이언카이저 같은 건 했다간 시도 때도 없이 갱이 찾아온다.

아니, 서포터까지 들이닥쳐서 근접 뚜벅이를 픽한 걸 후회하게 만들어준다.

게임이 분석이 된다는 것은 경기의 수준이 올라가는 거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안타깝게도 느껴진다.

<그런데 이 선수는 어찌저찌 잘 판을 짜고, 그리고 최적화를 해서 사용해버려요? 저는 뽀로로가 나왔을 때 진지하게 실수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상해LPL을 줄곧 진행했지만 당시에도 비상식적인 픽을 몇 번이나 한 줄 모르겠어요. 정말로 고생했습니다.>

중계진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잡담.

그 사이에 선수들이 세팅을 마친다.

이윽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대하던 그 순간이 왔다.

양 팀의 선수들이 중앙 무대에 뚜벅뚜벅 올라섰다.

좌측에 선 여섯 남자들이 THEY.

우측에 선 일곱 남자들이 쿡야-베이더스.

식스맨 체제의 특성상 한 명이 더 많다.

그 가운데에 선 캐스터 카오야가 큰 소리로 외친다.

<로드 오브 로드 프로 리그 섬머 시즌! 롤드컵의 개최 때문에 다소 늦어졌습니다. 가을 시즌이라고 부르는 게 현명할지도 모를 정도네요.>

카오야의 입담에 몇몇 관중들이 헛웃음으로 호응한다.

별 소리가 아님에도, 관중 수에 비례하자 떠들썩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엄청난 인원 수.

파악된 바에 의하면 14만 명의 카운트가 넘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공백이 되지 않은 공간에서 관중들이 막대 풍선을 흔들어재낀다.

상대적으로 중앙 무대가 비좁아 보이긴 하지만 나쁜 느낌은 아니다.

그만큼 오늘의 경기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늦었기에 더욱 알찬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야 하겠지요. 오늘의 준결승전 진행할 첫 번째 팀, THEY의 주장 헤이샤오입니다!>

그의 현란한 무빙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팬이 절반이다.

그렇게 말을 해도 과장이 아닐 법한 선수.

THEY의 간판이자 중국의 자랑이다.

세계 최고의 원딜러 헤이샤오의 손에 마이크가 쥐어졌다.

<이 자리까지 오는 길이 결코 무난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은 가장 힘든 상대를 만나게 되었군요. 반드시 팬들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좋은 경기 선사하겠습니다.>

지난 조별 리그때와 마찬가지의 형식적이고 재미가 조금 떨어지는 사전 인터뷰다.

하지만 그 의미를 곱씹자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가장 힘든 상대.

그러니까 지금까지 만났던 팀이든, 만날 팀이든 간에 이 이상의 위기는 없다는 소리다.

그만큼 상대팀인 쿡야-베이더스를 고평가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말인 즉, 쿡야 베이더스의 칼이 THEY에 닿을 수 있다?>

<충분히 저력이 있는 팀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 경기 독특한 픽을 보여주는 올마스터 선수이기에 곤욕스럽지 않을 수가 없네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는 AD캐리, 포지션의 의미 상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미권에서는 원딜러를 AD Carry라고 부른다.

단순히 언어의 차이라고 하기엔 단어의 의미가 범상치 않다.

게임을 캐리하는 포지션.

시즌2 당시만 해도 원딜 오브 로드라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다.

물론 시즌3에 와서 암살자가 득세하며 살짝 부진하기는 했다.

그러했던 원딜러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암살자들이 대거 너프되었다.

자드, 아링, 르풀랑, 끠즈 등.

너프로 인해 암살 능력이 저하되다 보니 원딜러들 입장에서는 할 만하다.

이 외에도 거지 같았던 딜러형 탑라이너들이 안 보인다.

백만 볼트 지지직! 맞으면 죽어야 하는 전기쥐라던가.

궁 맞으면 일단 반피 나가고 시작하는 파이어뱃이라던가.

메타에도 안 맞고 너프도 많이 됐다.

충분히 원딜러들이 살 만해졌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올마스터 선수의 한국 롤챔스의 섬머 시즌 경기가 많이 참고 되었습니다. 한동안 슬럼프가 있었던 게 사실인데 극복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 합니다.>

담담하고 겸손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지만 그 내용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다.

올마스터의 경기가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참고가 되었다?

경기가 시작 전이라 망정이지 이건 예사 사건이 아니다.

오늘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세계 곳곳의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달굴 게 분명하다.

<참고가 되었다 함은 혹시 게임 내적인 플레이를 말씀하시는..?>

<그것도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가장 영향을 받았던 건 본래 한정될 수밖에 없는 원딜러의 챔피언 폭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나. 이 부분에 감명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최근 중국에서도 화제를 만들고 있는 올마스터지만 한국에 있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원딜러가 챔피언 폭이 넓아봤자 그게 그거지.

이 선수에 한해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독특한 챔피언 폭과 운용 능력을 구사하며 가히 입롤 같은 경기를 선사했다.

이는 본래부터 원딜러로 자리를 잡고 있던 이들에게 가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가 한국을 떠나고 나서 원딜러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로 많이 불거졌고, 이에 헤이샤오 본인도 해당이 된다는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밝혔다.

<헤이샤오의 충격적인 인터뷰! 무덤덤하게 느껴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일대 파란을 불러 일으킵니다. 중국을 전 세계에 우뚝 서게 만든 월드 스타의 임팩트 잘 봤습니다. 이어서 마찬가지로 월드 스타의 자격을 가진 쿡야 베이더스의 주장, 올마스터 만나보겠습니다!>

한층 더 이목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해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대체 어떤 경기를 했길래 그 헤이샤오가 영향을 받았다는 걸까?

어찌 됐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칼날의 끝이 원 주인을 향하게 됐다.

말투는 상냥했지만 해석의 방식에 따라 도발이 될 수도 있다.

뒤숭숭한 객석의 분위기가 가라앉게 되기 전.

짧게 심호흡을 마친 올마스터가 마이크를 입에 대었다.

<어지간한 상황에선 당황하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역시 세계 최고 원딜러의 일격은 무겁군요. 제대로 당해버렸네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선수들이 친목을 도모한다.

그것만으로도 사뭇 흥미가 이는 일이다.

올마스터에게 다소 적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던 THEY광팬들.

경기장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하지만 아직 올마스터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매 경기 예상치 못한 폭풍우를 몰고 온다.

이는 단순히 경기의 내용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저도 한 방 터트리지 않으면 균형이 맞지를 않겠네요. 어차피 첫 번째 세트 시작할 때쯤 알게 될 내용이지만 스포 하나 하겠습니다. 스포 싫어하시는 분들은 귀라도 막아주세요.>

돌발적인 사전 인터뷰, 도발 등으로도 악명이 높다.

그런 만큼 중계진들도, 스태프들도 바싹 긴장했다.

얼마나 한 걸 저지르려고 밑밥까지 깐단 말인가.

시청자들도 혀가 바싹바싹 타들어 간다.

그런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의도적으로 뜸을 들인 올마스터가 다시 마이크를 움켜 잡았다.

<세계 최고의 원딜러를 상대할 기회, 정말 흔치가 않죠. 때문에 저는 첫 번째 세트에서 원딜러로 출전할 예정입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한 재밌는 경기, 정말 재밌을 수밖에 없는 독특한 경기 약속 드리겠습니다.>

귓가에 때앵-! 종이 울린 듯 관중들이 멍을 때린다.

어느 때나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역대급의 규모.

15만 명이 넘어가는 관중들의 호흡이 순간 끊겼다.

차라리 도발을 했으면 화라도 낸다.

아니면 뭐 경기 전의 재밌는 향신료라고 입맛이라도 다신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실화이긴 한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계진들조차 순간 귀를 의심해 떨떠름한 그때.

장본인인 올마스터가 한 발 뒤로 빼는 것으로 진행이 이어진다.

당황한 목소리를 숨기지 못한 캐스터 카오야의 입이 떨떠름하게 벌어졌다.

<헤이샤오의 인터뷰도 굉장히 충격적이었지만 이건 또 색다르네요. 뒤통수가 아직도 얼얼합니다. 하지만 이 이상 진행을 미룰 수는 없겠지요. 예, 양 팀 주장의 인터뷰 정말 감사합니다. 이어서 경기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지간한 수준을 한참은 뛰어넘었다.

이 선수는 대체 사람 놀래키는 게 취미라도 된단 말인가.

당황스러운 감정이 식자 반대로 놀라움이 차오른다.

오븐 안 의 빵이 부풀어 오르듯 기대감도 폭발적이다.

드디어 상황이 감 잡히는 듯싶다.

-원딜로 헤이샤오를 상대한다고? 그게 말이 돼?

-원래 저 선수가 말도 안되는 거 하는 선수임kk

-또 이상한 챔피언 쓰겠지?www

-독특한 경기 보여준 데잖아. 확정이지. 캬~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 중계 플랫폼들이 난리가 났다.

중국어를 알고 있는 해외 팬들이 각지에 소식을 전해 나른다.

안 그래도 세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중국LPL 준결승전 A조의 경기가 최고조로 들떠버렸다.

<선수들 착석 마쳤습니다. 방금 전 카메라가 비친 부스 내부에 의하면 맞습니다. 정말로 올마스터가 원딜로 나왔습니다.>

<페이크일 가능성, 분명히 없지 않죠. 하지만 저질러버린 이상 라인 스왑이 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레전드 매치가 성립되었음을 알립니다!>

경기장 중앙, 중계석을 기준으로 우측에 있는 부스 안에 쿡야-베이더스의 선수들이 있다.

쿡야의 여섯 선수들 중 밴치에 앉아있는 이는 원딜러 차우차우.

무대에서 내뱉은 말을 지키려는 듯 올마스터가 원딜러로 경기에 참가해버렸다.

그의 말이 정말로 사실일지.

이조차 깜짝 서프라이즈가 아닐지.

첫 번째 세트의 밴픽이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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