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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원딜러
3코어가 나온 꼬그모의 프리딜.
그것도 쿠단의 소용돌이를 비롯한 3코어다.
한 번 프리딜각을 주면 겉잡을 수가 없어진다.
레드까지 들고 있는 꼬그모가 세 갈래 평타를 내뱉기 시작하면 지옥이다.
잘못 물었다가는 피흡 쭉쭉 하면서 한타가 제대로 비벼진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킹만 하기엔 적이 조금 잘 버티는 조합이다.
"제가 탑 스플릿 하면서 아까처럼 운영 갈까요?"
"깎아 먹다 보면 결국 뚫리기는 할 텐데.."
포킹 조합에서 가장 전형적인 운영이다.
특히 직트가 가진 글로벌 궁극기.
지옥불 핵폭탄은 라인 클리어에 최적화돼 있다.
미니언에게 데미지가 두 배로 들어가는 덕에 정말 속시원하게 정리된다.
'문제는 이 방법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지.'
2차 포탑이 있을 때는 적 동선이 넓었다.
하지만 이제는 몇 걸음만 걸으면 코앞이다.
모르피나가 타오르는 대지만 쭉 깔아도 미니언은 깔끔하게 정리된다.
블랙 실드가 있어 아군이 이니시를 걸기도 힘들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 꼬그모 코어템이 하나둘 갖춰지면?
혹은 네네톤의 공백을 틈타 상대가 이니시를 걸어버리면?
'이건 우리가 이니시를 걸어야 하는 게 맞아.'
하나 문제가 있다면 하드 이니시에이터가 없다.
배티가 먼저 들어갔다간 그림이 좋지가 않다.
클린즈로 곧바로 스턴을 풀어내며 카이팅친다.
기껏 소환한 곰돌이는 샌드백, 아니 피흡용 포션이 될 염려가 크다.
아군 브루저는 기본적으로 뚜벅이 성향이라 연계 호응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걸어야 하는가?
'바로 내가.'
꼭 갖다 박는 것만이 이니시가 아니다.
몸니시에이팅, 자매품으로 구르시에이팅이 있다.
이는 단순한 드립으로 치부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공격적인 원딜러들 중에는 애용하는 선수들이 많다.
일부러 물릴랑 말랑한 포지션에서 견제한다.
그러면 상대가 저놈 개깝치네 하고 들어온다.
이를 생존기를 적절히 활용해 살아남는다.
그리고 모든 돌진기가 빠진 상대를 카이팅치며 잡아낸다.
이 스릴감 넘치는 행위는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모 아니면 도다.
잘하는 선수들도 이 짓 하려다 역으로 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낚시 당하는 상대도 그만큼 잘하는 선수들이다.
잘못 삐끗했다간 한타 역으로 터지고 게임 비벼진다.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두루룩~
적 미드 억제 포탑 한 쪽에 구슬 폭탄을 깔아 진입을 방해한다.
그러고서 가까이 다가가 평타 한 대를 툭!
포탑의 체력이 눈에 띄게 깎여나간다.
라둔의 죽음투구가 나온 직트의 위엄이다.
'이런 식으로 한 네 번 반복하면 깰 수 있겠는데.'
패시브와 부자베인이 묻은 평타는 포탑 철거에 최적화돼 있다.
현재 직트는 사거리도 긴 편에 속한다.
원딜러의 평균 사거리보다 25가 더 길다.
상대의 생각보다 수월하게 타워링이 진행된다.
하지만 비슷한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어떤 식으로 포탑을 갉아먹는지 이미 보았다.
다가가려고만 하면 스킬을 퍼부어서 막으려 한다.
일반적인 원딜러들과 달리 나는 피흡이 안된다.
스치기라도 하면 한타에 치명적일 수 있다.
가능한 피해내며 다가가서 포탑에 한 방.
아슬아슬 위험천만한 줄타기가 이어진다.
이윽고 포탑의 체력이 1/3 이하가 되자 상대는 판단을 내린다.
싸아앙..!
앞점멸로 뛰어든 모르피나가 일을 저질렀다.
사방의 적을 둔화시키며 3초 후 스턴까지 가하는 궁극기.
혼령의 쇠사슬이 뻗어져 나와 네네톤을 구속 시키려 한다.
팡야!
당연하게도 대비가 돼있다.
발 밑에 깔아둔 점프 폭약을 터트린다.
쇠사슬의 범위에서 풀려나며 안전 지대로 도주했다.
상대의 맹습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꽈아아앙-!
말화이트가 점멸로 냅다 들이박았다.
예상하고 있던 이니시, 맞점멸로 피해냈다.
하지만 한타는 빼도 박도 못하게 걸렸다.
고대하던 양 팀의 총력전이 펼쳐진다.
"빼! 빼면서 싸워!"
"꼬그모 노리지 말고 앞라인부터 천천히!"
원딜 캐리 조합을 막는 방법은 그 원딜러를 삭제시키는 것 뿐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렇지만 지금 그려진 한타의 구도는 전혀 다르다.
상대가 쫓아오고 있다.
우리는 굳이 쫓아갈 필요가 없다.
갔다가는 오히려 상대의 카이팅에 휘둘리다 게임이 비벼진다.
여기서 필요한 건 꼬그모를 잡는 게 아닌, 딜로스를 만드는 것이다.
<거기! 조심해~!>
두두와 랄라가 지키고 있는 적의 뒷라인을 향해 큰 거 한 방!
지옥불 핵폭탄이 휩쓸린 적들은 체력바가 눈에 띄게 깎여버린다.
치명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행동에 망설임이 생긴다.
꼬그모는 그렇다 치고 랄라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몰려오던 상대의 기세가 눈에 띄게 죽는다.
더군다나 앞라인도 생각만치 잘 버텨주지 못한다.
퐁!
패시브와 부자베인이 묻은 평타.
직트의 지속딜은 여건만 받쳐준다면 원딜러 못지 않다.
나를 무는데 실패한 말화이트는 카이팅을 당해야만 한다.
믿었던 뒷라인은 시원하게 딜을 넣지 못하고 있다.
통! 통! 포옹!
평타로 말화이트를 두들기며 물풍선으로는 꼬그모를 견제한다.
물풍선은 피해냈지만 그것만으로도 딜로스가 생긴다.
그 사이 제임스와 함께 말화이트를 녹여버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Qookya AllMaster님이 학살 중입니다!
꼬그모도 세 갈래의 침을 찍찍 뱉으며 카이팅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지켜줄 앞라인이 없다.
조냐에서 풀린 모르피나도 도망가기 바쁘다.
이제는 눈치 보지 않고 밀어붙일 타이밍이다.
<곰이다!>
각을 재고 있던 배티가 점멸 궁을 때려 박았다.
꼬그모는 칼같은 반응 속도로 스턴을 풀어냈다.
이어서 카이팅을 하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발화가 걸린 상태에서는 피흡도 마땅찮고 광전사는 CC기를 무시한다.
잘못 도끼라도 맞았다간 이후의 연계에 죽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한 타이밍 뺄 수밖에 없다.
그 순간 한타의 승패는 명명백백하게 갈렸다.
"꼬그모 침뱉기 쿨타임이야. 몸대고 타워 밀자."
"억제탑만 깨고 바로 바론 알지?"
상대의 주요 딜러들은 살았다.
하지만 앞라인인 말화이트와 두두가 죽어버렸다.
딜이라는 것도 앞에서 맞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나 하는 거지 지금의 상황에선 못한다.
특히 사거리 차이가 난다면 더더욱이다.
두루룩~!
통! 통! 포옹!
다가오지도 못하게 시도 때도 없이 폭탄을 던진다.
제임스까지 가세하자 상대는 접근을 할 수가 없다.
무난하게 하나의 억제탑을 밀었다.
그리고 바론 백작까지 이어진다.
돌이킬 수 없을 지경으로 게임이 굳혀지고 있다.
.
.
.
** *
처음이자 마지막 한타로 승패가 갈라졌다.
게임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의미가 없다.
<한타의 구도가 아쉽습니다.. 쫓아가는 그림이 아니었으면 꼬그모가 분명 더 날뛸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해설자 훠궈로의 한탄은 절반만 옳다.
그런 그림이 그려졌다면 분명 THEY가 유리했다.
헤이샤오의 꼬그모라면 분명 악착같이 살아남았을 테다.
딜로스 없이 카이팅 치며 적들을 향해 폭격을 쏟아부었을 테다.
<직트가 꼬리를 살랑살랑 맛있게 흔들었습니다. 이건 물지 않았다면 다른 방향으로 불리한 그림이 그려졌을 겁니다.>
인성적인 부분은 몰라도 게임 보는 눈은 정확하다.
더우니 버빈의 말대로 방금의 한타는 어쩔 수 없이 걸렸다.
저 얄미운 직트가 평타를 한 대씩 툭툭 두들기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이었다.
<안 그래도 패시브가 포탑에게 두 배의 데미지를 가합니다. 그런데 부자베인까지 묻으니 타워 철거 능력이 원딜러에 뒤지지 않죠. 아니, 한 방만 놓고 보면 원딜러보다 낫습니다.>
주구장창 친다면 원딜러가 타워를 더 잘 부술 거다.
하지만 THEY처럼 철벽 수비를 해대면 그게 힘들다.
한 대씩 툭툭 치는 걸로 어느새 저 만리장성을?
그런데 직트는 단 한 대만 쳐도 족하다.
패시브와 부자베인으로 강화된 평타가 이를 가능케 한다.
조급해진 THEY가 한타를 걸었던 것은 최선의 판단이었다.
<만약 직트가 물렸다면 입장은 반대가 되었을 겁니다.>
<바론도 THEY가 먹었겠고 지금 봇을 압박하고 있는 것도 THEY겠죠. 이건 쿡야가 말도 안되는 실수라도 저지르지 않는 한 많이 힘듭니다.>
미드 라인을 향해 거대 미니언들이 몰려오고 있다.
막아내기 위해서는 한 명이 빠지지 않으면 안된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오기야 하겠지만 늦고 만다.
한가하게 기다려 줄 만큼 쿡야가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물론 이니시를 유도한 직트도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팀이 받쳐주지 못했다면 힘들었어요. 한타에서 침착하게 뒤로 빼면서 앞라인부터 노리는 판단. 팀의 단합이 정말 훌륭하네요.>
<수준급의 팀들도 한타 들어가면 공황 장애 오는 거 흔하거든요? 긴장감도 긴장감이겠지만 서로 판단이 갈립니다. 어, 내가 보기엔 쟤를 노려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다섯 명이 한 몸이 되는 한타는 팀의 수준을 증명해줍니다.>
올마스터의 슈퍼 플레이도 분명 빛이 났다.
하지만 팀원들이 따라주지 못했다면 힘들었을지 모른다.
깔끔한 한타 그려내며 게임의 흐름을 쥐어 잡았다.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바론 버프를 바탕으로 휘몰아친다.
쿡야가 봇라인 입성에 성공했다.
마지막 남은 탑라인도 사실상 시간 문제다.
<그나마 억제탑 하나 살아있을 때 걸어보는 게 낫거든요..? 어떻게 각이…>
<바론 버프도 아직 살아있어서 무리입니다. 이거는.. 최대한 시간만 끌면서 다음 세트를 생각해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보여지네요..>
직트 원딜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카드.
그로 인해 스노우볼을 파격적으로 굴러갔다.
중후반을 보려고 했던 THEY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타워가 빠른 속도로 철거되며 글로벌 골드 차이가 쩍쩍 벌어진다.
3억제탑까지 완성된 이상 게임은 이미 끝났다.
넥서스를 향해 쿡야 베이더스가 진격한다.
<지옥불 핵폭탄! 그냥 피 빼놓는데 씁니다.>
<체력만 깎아 놓으면 된다는 거죠. 한타도 못 걸리고 게임이 끝나버렸습니다..!>
첫 번째 세트가 마무리 지어지고 MVP가 선정된다.
중계진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갈리지 않았다.
직트 원딜이라는 해괴한 카드가 이번 게임의 열쇠였다.
<라인전부터 운영, 그리고 한타까지 임팩트 있었습니다. 올마스터가 MVP, 당당하게 가져갑니다.>
<보통은 미드로 쓰이는 챔피언인데.. 이게 참 이 선수에 한해서는 상식이 통하지를 않아요. 솔로랭크에 또다시 파란이 일겠습니다.>
잊을 수가 없는 인상 깊은 경기.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다.
한 방 먹기는 했지만 역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예상치 못했다기 보단 예상할 수가 없었던 어퍼컷! 제대로 적중했습니다만 두 번은 안 통할 거란 말이죠?>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일방적으로 밀렸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아는 사람의 눈에는 정말 한 끝차이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만약 직트라는 조커 카드가 없었다면 다른 흐름이 됐을 것이다.
그것이 게임 전문가인 해설자들의 눈에는 보인다.
카메라가 스치고 지나간 THEY의 부스 안은 평이하다.
구태여 작전 타임 등을 요구하진 않는다.
선수들 각자 최소한의 숨 돌릴 시간만 가지고 경기를 속행한다.
<두 번째 세트의 밴픽 들어왔습니다. 전 판 같은 구도가 반복되진 않겠지만 역시 직트는 잘라야죠.>
<올마스터가 이번에는 원딜이 아니라 미드로 들어오긴 했습니다. 그런데 직트는 미드로 활용하는 것이 정석이거든요? 자르는 것이 옳은 판단이라 보여집니다.>
두 번째 세트의 밴픽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올마스터가 또 무언가 해괴망측한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당사자인 THEY가 가장 골 때리겠지만 중계진들도 만만치 않다.
지난 세트에서 직트가 대놓고 픽이 됐는데 몰라보지 않았던가?
또 한 번 몰라본다면 망신도 보통 망신이 아니다.
쟤네 대체 왜 중계석이 올라가 있냐?
월급 주는 거 아까운 거 인정?
그런 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이번 경기에서는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르풀랑! 이걸 설마 원딜로 사용하지는.. 않겠지요?>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하기에는 올마스터가 조금 많이 독특하죠. 그래도 본래 원딜러인 차우차우가 들어오기도 했고 조합을 저격하는 측면도 있으니 9할 9푼 미드 르풀랑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차마 10할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저 올마스터는 정말 어떤 픽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다.
상해LPL에서 줄곧 뒤통수를 맞아온 더우니 버빈.
나머지 두 중계진도 진행중인 LPL에서 마이 묵었다.
더욱 더 단단해진 THEY.
올마스터가 주포지션을 가버린 쿡야 베이더스.
첫 번째 세트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불꽃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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