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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원딜러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여느 때와 같은 성우의 알림과 함께 전장에 발을 디딘다.
상대의 조합은 이전 세트와 같은 원딜 중심형 조합.
하지만 대응력이란 측면에서 더욱 신경을 썼다.
'모르피나로는 너무 수동적이라는 걸 깨달은 거지.'
선 궁극기로 들어가도 빼버리면 그만이다.
상대가 싸워주지 않자 라인 받아먹는 것말고는 할 게 없다.
그런데 그 라인 클리어조차 직트에 비하면 한 수 아래.
이번 경기에서 THEY의 미드라이너 미바야가 픽한 챔피언은 코리아나였다.
코리아나는 그 개인으로서는 딱히 이니시 챔피언은 아니다.
진정 빛을 볼 때는 아군 이니시에이터와의 호흡.
미바야라는 미드라이너가 가진 특색과도 맞물린다.
'지박령 스타일의 미드라이너라.'
CLC의 빅풋과도 일부 겹치는 모습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라인전은 미바야, 한타는 빅풋이 낫다는 정도일까.
그런 만큼 까다로운 상대다.
'르풀랑은 라인전 말고는 딱히 내세울 장점이 없는 챔피언이니까.'
직트가 밴이 되지 않았다면 미드 직트도 한 번 꺼내볼까 생각도 했다.
결과적으로 밴이 됐고, 차선책으로 르풀랑을 가져갔다.
르풀랑은 암살자로 분류되는 챔피언이다.
장점은 강력한 라인전, 그리고 죽음의 불타는 손길이 나왔을 때의 시너지.
단점은 흔히 이야기되는 유통기한이라는 게 존재한다.
한 마디로 시간이 흐를수록 존재감이 저하된다는 소리다.
때문에 코리아나는 정말 적절한 픽이다.
모르피나도 물론 괜찮지만 라인전 단계에서는 맞파밍이 끝이다.
실수가 아니고서야 르풀랑이 모르피나의 속박을 맞아줄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코리아나는 푸쉬와 동시에 견제도 된다.
라인 클리어가 안 좋은 르풀랑을 호되게 압박할 수 있다.
나를 미드 라인에 묶어 놓고 라인전을 이끌어나가기엔 이만한 챔피언이 없다.
'일반적인 르풀랑이라면 굉장히 힘들었을 거야.'
마나에 허덕이다 알아서 자멸하는 루트다.
안 그래도 후반이 안 좋은 르풀랑이 성장까지 못한다면?
상대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다.
한타에서 르풀랑의 순간 누킹은 위협적이지만 잘 크지 못하면 치명타는 못 준다.
이전 세트처럼 서포터가 빈약하면 나름 할 게 있겠지만 광우스타다.
최근 서포터템이 패치가 되며 주목 받고 있는 서포터 중 하나.
단단하기 그지없는 광우스타에게 스킬을 쏟아 붓는 건 낭비만 된다.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이전 세트의 약점을 잘 극복했다.
아마 중계진들이나 시청자 반응도 비슷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세트에서 내 르풀랑의 픽은 더욱 빛이 난다.
파앗!
라인전이 시작하자마자 냅다 딜교환을 걸었다.
르풀랑의 자랑하는 이동기, W스킬 날조로 이동해 코리아나를 밟아버린다.
그리고 평타를 툭.
다시 원위치한다.
날조는 재사용시 처음의 위치로 돌아올 수 있다.
'딜교환 자체는 크게 의미가 없지만.'
코리아나는 실드를 사용해 막아내며 똑같이 맞받아쳤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비등하다.
체력 관리에서 밀리는 르풀랑이 굳이 딜교환을 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지가 않다.
라인전에서 불리할수록 딜교환에 더 힘을 줘야 한다.
잡아먹히는 건 약한 상대가 아니다.
눈으로 보기에 약해 보이는 상대다.
약할수록 더욱 강한 척을 해야 한다.
라인전은 패기라는 소리가 여기서 나온다.
'성향이 수비적인 상대에게는 잘 통하는 수법이지.'
르풀랑 대 코리아나의 라인전은 정말로 힘겹다.
악독한 코리아나를 만나면 CS 하나하나 허락 맡고 먹게 된다.
한 번 라인 주도권을 주게 되면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다.
물론 이렇게 극초반 단계를 넘긴다 해도 챔프의 차이가 있다.
구륵!
콰락!
코리아나가 공을 굴리며 중력 장판을 깐다.
견제와 라인 클리어를 동시에 노리려는 선택.
공굴리기는 피하기 쉽지만 중력 장판은 아니다.
넓은 범위 탓에 스치는 것을 허용해야만 했다.
효율적인 라인 클리어 수단이 없는 르풀랑은 일방적으로 밀린다.
내가 만약 다른 르풀랑들처럼 Q스킬 침묵의 표식을 선마스터했다면 그랬을 것이다.
파앗!
다시 한 번 갖다 밟는다.
코리아나는 실드로 막아냈지만 괜찮다.
딜교환 마다 날조에 스친 원거리 미니언이 깔끔하게 쓸린다.
'받아먹는 구도만 아니라면 코리아나에게 밀릴 일이 없어.'
무작정 공을 굴려 견제를 쏟아내는 코리아나는 정말 골치가 아프다.
하지만 미약한 라인 푸쉬를 보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레벨 스킬로 날조를 찍은 것.
그리고 날조에 먼저 스킬 포인트를 몰아주고 있는 것.
여태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르풀랑이 펼쳐진다.
또한 라인전에서 밀리지가 않으면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특히 현재의 르풀랑에겐 상당히 사기적인 면모가 숨겨져 있다.
파앗!
날조로 코리아나를 밟아버리자 역공이 펼쳐진다.
실드로 자신을 보호하며 공을 굴려 공격한다.
패시브가 평타 강화인 코리아나의 지속딜은 과연 무섭다.
맞는 말이지만 주의해야 할 건 딜교환만이 아니다.
사앗..!
르풀랑의 왼쪽 손에서 금빛 사슬이 뻗어지며 코리아나를 휘감는다.
E스킬, 속박의 사슬은 상대를 둔화시키며 1.5초 후 속박한다.
이를 맞아줄 만큼 코리아나가 바보는 아니지만 점멸을 썼다.
점멸로 미니언이 방패가 돼주지 못하는 사각을 노렸다.
장신구 와드를 타고 아군 정글러 리심이 다가와 음파를 던진다.
이쿠, 이쿠!
코리아나는 피하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먼저 사슬을 감고 침묵의 표식을 던졌다.
속박과 함께 침묵까지 터지며 코리아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반대쪽 수풀에서 적 정글러 두두가 튀어나오지만 이미 늦었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무리 안간 힘을 다 내봤자 르풀랑과 리심의 풀콤보를 맞은 순간 죽었다.
나 또한 코리아나에게 상당히 얻어맞았지만 상관없다.
날조를 재사용해 원위치로 돌아간 후다.
"저 음파 잘 맞혔죠?"
"거기서 못 맞히면 사람이냐."
"힝.."
속박에 침묵까지 걸렸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음파를 못 맞히는 프로 정글러가.
'아, 있구나..'
생각해보니 88라인에 두 분 계셨다.
그런데 그건 그분들이 많이 심각한 거지 보통은 맞힌다.
솔로랭크에서 방금 꺼 못 맞혔으면 바로 정치 들어간다.
아무튼 귀중한 1킬이다.
르풀랑이 1킬을 먹었다는 사실은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
원딜 직트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의 상상을 벗어난다.
'내가 괜히 날조부터 찍은 게 아니니까.'
침묵의 표식이 아닌 날조를 선마스터 해버린다?
이는 르풀랑 특유의 순간 누킹을 포기한다는 걸 의미한다.
본래 가던 대로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효율이 안 나온다.
즉, 구입하는 아이템 트리가 변화하게 되는 건 필연이었다.
찰칵!
조화의 술잔.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의 하위템으로 포킹 챔피언들이 많이 가는 마나 회복 아이템이다.
순간 누킹이 중요한 르풀랑으로 어째서?
못 큰 거면 몰라도 킬까지 먹은 상황 아닌가?
해설들이 아이템 선택에 딴지를 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처음 술잔 르풀랑이 나왔을 땐 말이 정말 많았지.'
그런데 해보니까 아, 이래서 가구나 싶더라.
르풀랑의 장점은 누킹만이 아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동력을 자랑한다.
라인전 딜교환에서부터 로밍까지 압도적인 강점을 지닌다.
티링!
르풀랑이 먼저 6레벨을 찍었다는 건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또 사슬에 묶이지 않기 위해 미니언을 끼고 조심히 파밍하고 있는 코리아나.
날조를 사용해 냅다 밟아버린다.
한 번 더 밟아버린다.
파앗!
파앗!
르풀랑의 궁극기, 흉내는 직전에 사용한 스킬을 글자 그대로 흉내낸다.
코리아나와 함께 미니언들을 두 번 짓밟자 청소가 된다.
거칠 것이 없어지자 속박의 사슬을 맞히는 건 여반장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속박된 코리아나는 도망갈 수단이 없다.
이미 점멸도, 보호막도 빠진 상태다.
따라가서 쿨타임이 돌아온 날조로 밟아버리자 사망한다.
한 번의 죽음이 돌이킬 수 없는 스노우볼로 굴러간다.
파앗!
파앗!
깔끔한 솔킬 이후 아이템을 구입한다.
날조와 궁극기를 연달아 사용하자 라인 복귀가 순식간이다.
마치 축지법처럼 맵을 빠른 속도로 돌아다닐 수 있다.
라인전이 풀린 르풀랑은 전 라인에 영향을 미친다.
파앗!
라인을 먼저 밀고 로밍을 간다.
봇 쪽에는 적 정글러 두두 와드 작업을 해놓았다.
그에 비해 탑라인은 삼거리에 있는 와드가 전부다.
'꿈에도 모르고 있으려나.'
장신구 와드 패치로 꿀을 빨 부분이다.
삼거리 수풀 지역에 빨간색의 원형 레이더가 돌아간다.
그 효과로 깔려 있던 와드가 차단된다.
제거가 아니라 차단.
수 초 동안 와드의 기능을 무효화시킨다.
미니맵을 정말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면 들킬지 모른다.
하지만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닌 라인전 도중 거기까지 시선이 닿는 사람은 적다.
날조를 사용해 바론 벽을 넘어 탑 라인의 로밍을 노린다.
꾸드득!
갈릭의 네네톤이 싱나드를 점멸로 물어뜯었다.
강화가 되지 않은 탓에 0.75초에 불과한 스턴.
짧은 시간이지만 나와 연계를 한다면 충분하다.
터억!
사앗..!
침묵의 표식과 함께 금빛 사슬이 싱나드를 옭아 묶는다.
싱나드는 최근 특성과 맞물려 연구가 되고 있는 픽이다.
잃은 체력에 비례해 체력이 차는 특성이 싱나드와 괜찮다는 이야기다.
틀린 소린 아니지만 결국은 때리면 죽는다.
발화에 의해 치유 감소가 된 상태라면 더더욱.
한 번 더 사슬로 묶어버린다면 도망갈 여지가 사라진다.
사앗..!
궁극기로 속박의 사슬을 복사해 발사한다.
싱나드는 묶인 자리에 또다시 묶이며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는다.
특유의 끈질긴 생존력을 발휘할 기회도 없이 허망하게 사망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내가 탑 로밍을 성공시킨 사이.
코리아나가 할 거라곤 더티 파밍 뿐이다.
안 그래도 지박령 스타일인 미바야가 라인전까지 지게 되면 이 꼴이 난다.
그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사태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솔직히 조금 많이 사기긴 해?'
현재 르풀랑은 침묵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사슬의 판정도 굉장히 너그러워 맞히기 쉽다.
르풀랑이 역대급으로 사기였던 시절.
한 번 성장을 하게 되면 막을 방도가 없다.
찰칵!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이 나왔다.
마법 관통력의 신발도 갖춰졌다.
이 두 아이템이 나오면 로밍력이 극대화된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악랄하다.
.
.
.
* * *
올마스터 치고는 굉장히 평이한 챔피언이었다.
게임의 플레이도 딱히 별 다를 건 없어 보였다.
그런데 보고 있자면 소름이 쫘악 끼친다.
파앗!
르풀랑이 날조로 거리를 좁히자 코리아나가 어쩔 줄을 모른다.
안절부절 무빙을 틀어서 사슬을 피해보려 하지만 헛수고.
사슬 가장자리에 정확히 걸치며 침묵과 둔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1.5초 후 사슬이 끊기며 속박까지 된다.
침묵 상태인 코리아나는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할 수 없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팬 후 르풀랑은 유유히 제자리로 돌아가 파밍을 한다.
그것만으로도 스노우볼이 자연스럽게 굴러간다.
<코리아나 체력바 날아갔습니다. 일단 살기는 했는데.. 이건 집을 안 가면 다음 궁극기 쿨에 사망 확정입니다.>
<접근해서 사슬 걸고 툭툭 치면 침묵 때문에 반항도 못합니다. 한 방 데미지는 떨어지지만 딜교환이 정말 좋은데요?>
분명 르풀랑은 흔하디 흔한 미드 챔피언 중 하나다.
게다가 썩 좋은 챔피언이라 평가 받지도 못한다.
현재 1티어 미드는 코리아나, 구리가스, 미달리 정도.
르풀랑은 잘 쳐줘야 2티어 수준이다.
아니, 그것도 솔랭 기준이지 대회에서는 못 써먹을 픽이다.
라인전에서 실수만 안 하면 킬은 안 내준다.
오히려 코리아나로 카운터를 수월하게 칠 수 있다.
그런데 그 코리아나가 르풀랑에게 완전히 관광을 당한다.
로밍력은 어찌나 좋은지 탑과 봇을 시도 때도 없이 쏘다닌다.
그 원천은 다름아닌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
어처구니 없게도 르풀랑으로 딜로스 아이템을 선택했다.
<솔로랭크에서 망한 르풀랑이 술잔 올렸다가 팀한테 욕 오지게 먹는 일이 있거든요? 안 그래도 르통기한 오는데 그런 거 가면 한타에서 뭐라도 하겠냐? 그런데... 라인전이 쑥대밭이 됐습니다.>
르통기한, 빵통기한.
르풀랑과 빵테온으로 대표되는 유통기한 챔피언들을 비꼬는 말이다.
저 챔피언으로 라인전 못 터트리면 미래가 없다.
그런데 올마스터는 라인전도 터트리고 게임도 터트렸다.
게임이 너무나 스피드하게 굴러간다.
마치 잘 큰 파사딘처럼 종회무진 소환자의 전장을 휘젓는다.
단 한 번의 경기에 의해 르풀랑이라는 챔피언의 가치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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