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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원딜러
THEY 대 쿡야 베이더스의 준결승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만큼 경기가 끝난 이후로도 파장이 대단했다.
여느 쿡야의 경기와 마찬가지로 독특한 픽에 대한 부분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화두는 헤이샤오의 대인배 다운 면모였다.
◈역시 헤이샤오는 중국을 대표할 만한 선수다.
엄청 분했을 텐데 먼저 가서 악수 청하네.
결과적으로 지기는 했지만 멋진 승부였어.
경기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품위를 엿보았다.
▷헤이샤오는 꾸준히 잘했잖아. 팀원들이 못 받쳐준 거지.
▷피리즈가 너무 죽어줌.
▷근데 올마가 원딜로 한 번 이기고 토낀 건 부들부들할 듯?
▷kkk그래도 그건 제대로 된 원딜이 아니잖아.
준결승전 A조의 경기는 큰 변환점이 되었다.
헤이샤오가 인정을 하자 중국팬들도 받아들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남아있던 해외 선수들에 대한 시기, 그리고 멸시.
전부는 아니겠지만 눈에 띄는 영향을 준 건 사실이다.
또한 올마스터에 대한 평가도 급박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 헤이샤오를 이겨버렸으니 당연하다 마다인가.
물론 올마스터가 헤이샤오의 위다.
거기까지 이야기가 오가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직트로 원딜갈 생각을 하지?
난 무슨 삼종신기라도 가는 줄 알았다.
근데 그냥 평범하게 주문력 올리던데 저게 되나?
게임 겁나 신기하게 한다.
자유로운 영혼이야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래ww
▷사거리가 원딜 평균보다 길어서 그런 듯? 광역딜도 좋고
▷배티랑 연계하는 거 솔랭에서 당하면 필킬 아니냐?
▷친구랑 해보니까 라인전 그냥 터트림kkk 는 한타 가서 짐..
첫 번째 세트에서 원딜로 가겠다.
그렇게 선언한 올마스터는 직트 원딜을 해버렸다.
아니, 저게 원딜 맞아?
일단 원딜 포지션으로 서포터와 라인전을 진행했다.
솔로랭크에서 가끔 있는 봇파괴 조합의 느낌이 아닐런지.
그런 거 같으면서도 안정감이 있다.
보통 봇파괴 조합은 모 아니면 도다.
라인전을 휘몰아치듯 압살하거나.
아니면 무리수 두다 거하게 망하거나.
갱킹에도 취약해서 프로 무대에서는 당연히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올마스터의 직트 원딜은 확실히 달랐다.
라인전도 안정적이고 딜교환도 빼어났다.
봇파괴 조합 특유의 킬각 캐치도 상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뭔가 날로 먹는 느낌이다.
배티가 스턴 걸고 풀딜 쏟으면 무조건 죽음.
탱 서폿만 아니면 라인전을 질 일이 없다.
이거 개꿀각임.
▷나도 해봤는데 마나 관리 개힘들던데..
글쓴이-CS를 스킬로 먹어서 그런 듯;;
▷직트 상향되고 처음 해봤는데 미드로도 괜찮지 않나?
글쓴이-미드도 괜찮고 직트 자체가 챔피언이 괜찮더라.
직트는 출시된지 꽤 오래된 챔피언이다.
몇몇 장인들 빼면 재미로도 잘 안 쓰는 비주류.
솔로랭크에서도 정말 보기 드문 진귀한 픽이다.
얼마 전에 상향을 먹긴 했지만 관심은 그다지 가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 해보니까 꽤 쓸 만하더라?
무엇보다 라인 클리어 엄청 좋아서 편하다.
한타에서도 그냥 스킬만 던지면 되니 손쉽다.
직트는 원딜로서도, 미드로서도 각광 받고 있다.
또한 미드 르풀랑도 갑작스레 픽률이 올라갔다.
◈진짜 개사기는 르풀랑인데?
르풀랑이 원래 라인전은 세잖아.
문제는 라인전 끝나면 할 게 없다는 거고.
Q깡뎀 낮아진 패치가 치명적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Q선마가 강제되지 않아서 좋다.
▷W로 라인 클리어하는 거 신박하더라.
▷먼저 라인 밀고 로밍각 보면 킬 주워 먹기 개좋음.
▷한타는 아직도 어렵긴 하던데.. 따라하다 CC기 걸려서 죽음T.T
▷확실히 손 타긴 하지만 연습할 가치는 있어 보여.
르풀랑, 그리고 다시금 부활한 카지트 정글.
올마스터가 꺼낸 챔피언들은 모두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원딜, 미드, 정글 각 라인 별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중이다.
◈카지트 이거 그냥 방망이까지만 올리고.
탱템만 둘러도 한타 존재감 쩌는데?
일단 카지트 자체의 데미지가 워낙 세잖아.
그런데 점사해도 궁극기만 잘 켜면 버팀.
혼자서 딜탱이 다 가능한 데다 쓸어 담는 능력도 좋아서 캐리력 오진다.
▷초반 정글링이 조금 에바 털던데..
글쓴이-잔몹들 먼저 잡던가 아니면 독두꺼비 위주로 정글링하면 됨.
▷독두꺼비? 그거 겁나 세잖아. 잘못 때리다간 처형 당함.
▷카지트는 항상 고독이라 잡기 쉽나 보지. 꿀팁이긴 하네.
한 번 경기를 치를 때마다 솔로랭크를 뒤흔든다.
지금껏 이런 선수가 존재한 적이 있었던가?
올마스터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간다.
그에 따라 다음 경기, 아니 결승전에 대한 관심도 뜨겁게 달아오른다.
◈올마스터 결승전 언제냐?
다음주 화요일에 가나?
준결승전도 이 정도인데 결승전은 대체..
진짜 올마스터 경기 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아니, 준결승전도 채 안 끝났는데 뭔 소리야kkk
글쓴이-결승전 멤버 정해진 거 아니었음?
▷사실상 정해진 거지 아직 B조 경기 안 했잖아.
▷카이지 게이밍이랑 로얄CN인데 아마 로얄CN이 이기겠지..?
결승전까지의 시간은 일주일이 넘게 남았다.
하지만 멤버는 솔직히 정해졌다.
그렇게 이야기가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준결승전 B조의 실력 차이가 너무 난다.
운빨로 올라온 팀과 지난 스프링 시즌의 우승팀.
어지간한 이변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힘들다.
그보다 관심사는 올마스터가 대체 어떤 경기를 할까.
◈빡겜 하는 올마스터 보고 싶다..
뽀로로, 미드 리심 이런 거 말고 진짜배기 있잖아.
준결승처럼 르풀랑, 카지트 보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거.
결승전에서 또 나오겠지..?
▷글쎄, THEY 이긴 시점에서 난 이미 우승팀은 정해졌다고 생각하는데.
글쓴이-로얄CN도 잘하잖아? THEY만큼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만약 내가 쿡야 입장이라면 THEY상대할 때 전력을 쏟아붓지 않았을까? 그게 맞다고 본다.
글쓴이-음.. 묘하게 설득 당한다.
빡겜 하는 올마스터.
그 진가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알았다.
알아버린 순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결승전에서는 대체 어떤 챔피언을 꺼낼까.
부디 THEY를 상대로 모든 카드를 쏟아낸 게 아니길 빌 뿐이다.
이번에는 어디 한 번 맞춰보자.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활발하게 이야기가 오간다.
◈잘하면 야흐오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에 신챔 추가된 거 이거 골 때리던데.
내가 봤을 때 얘도 잘하면 좋은 챔프 같거든?
숙련도를 너무 타서 야필패 소리 듣긴 하지만..
▷잘해서 안 좋은 챔프가 어디있겠냐만은..
글쓴이-아니, 야흐오는 딜기대치가 높다니까? 사용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치명타템 다 갖춰지면 세긴 하겠지. 근데 그 전에 라인전 무조건 터짐.
▷생존기 없는 근접 챔프라서 그나마 할 만한 게 정글인데 CC기가 애매해.
▷아군이 에어본있는 거 해줘야 돼서 조합 타는 것도 좀..
글쓴이-그러니까 대회에서는 말화이트, 광우스타 해주면 되잖아?
정말 여러 이야기가 오가며 추론하고 있다.
하지만 올마스터의 챔피언 폭이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지난 준결승전에서 직트 원딜로 눈 뜨고 코 베였다.
어디까지나 재미삼아 복권 한 장 사는 느낌으로 한 마디씩 지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결승전의 관심과 올마스터의 인지도는 무럭무럭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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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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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가로이 내려 쬐는 아침의 햇살.
창 밖의 풍경은 날이 갈수록 한산해진다.
단순히 떨어지는 낙엽을 비유한 게 아니다.
최근 쭉 신세를 지고 있는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의 선수촌의 내엔 정말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이제 세 팀 남았나.'
당연하게도, 선수촌은 LPL을 치르는 선수들의 주거를 위한 장소다.
탈락하게 된다면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물론 원하는 팀에 한해 조금 더 묵을 수도 있긴 한데 쪽팔리다.
참고로 완바 게임단은 패배한 당일 날에 바로 짐 싸서 갔다.
현재 선수촌에 남은 게임단은 오직 세 곳.
쿡야 베이더스와 준결승전을 치르게 될 나머지 두 팀이다.
여기까지 올라온 만큼 팀들간의 기싸움도 상당히 빡세다.
그러한 나날도 이제 오래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승전도 THEY를 상대할 때보다는 쉬울 것 같고 무난해. 상대로 누가 올지 알아서 준비하기도 편하고."
<구래? 그렇단 말이지.. 가서 고생 좀 할 줄 알았는데 잘 풀리니 뭔가 시원섭섭하네..>
태블릿PC의 화면에서 예은이 뚱한 얼굴로 말해온다.
일이 잘 풀리고 있는데 대체 뭐가 문제일까?
예은의 입장에서 보면 섭섭한 부분이 있을 만도 하다
누가 예은 아니랄까봐 삐뚤어진 소리를 덧붙여왔다.
<나 없이도 잘하셔서 아주 좋으시겠어?>
"대격변 패치가 된 덕분에 꿀 좀 빠는 거지. 평범하게 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야."
단순히 달래주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시즌4 패치가 되지 않았다면 정말 힘들었을지 모른다.
물론 자신은 있지만 인생사 꼭 잘되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다른 게임단들이 새로운 시즌을 미리미리 준비한 한들 부족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다 알고 있으니 완벽하게 최적화 해서 게임을 할 수가 있다.
부족한 전력과 열악한 환경.
이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데는 조금 운이 좋았다는 부분도 있다.
'뭐, 감안을 해서 한 거긴 하지만.'
날짜를 봤을 때 대략 이쯤 패치가 되겠다.
이번 LPL은 우승을 해버려라, 신이 준 찬스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 결실까지 이제 겨우 한 걸음 남았다.
<빈말이라도 그리 말해줘서 고맙네. 그래도 힘들지는 말고.>
"정말이야. 혼자 캐리하려면 아주 죽을 맛이지. 하나 다행인 건 여기 애들이 말을 잘 들어주고 있어."
<안 들은 놈 있으면 내가 한 대 때려주려고 했는데.>
정말 아쉬운 듯 손바닥에 주먹을 툭툭 친다.
사실 처음에는 다소 말썽이 있었지만 그걸 말했다간 애들 목숨이 남아나질 않는다.
내가 왕년에 많이 맞아봐서 아는데 아픈 걸로는 안 끝난다.
이미 숱한 갈굼을 먹고 있으니 만큼 한 번쯤 눈 감아주기로 했다.
<난 요즘 기말고사 준비 때문에 바빠서 새 시즌 잘 못 봤어.. 꿀챔프가 그렇게 많아?>
"패치도 많이 됐고 특성도 바뀌었잖아. 그러면 당연히 꿀챔프가 생기는 거지. 그런데 웬 기말고사? 벌써 시험 봐?"
<곧 12월이기도 하고 내가 조금 많이 쉬어서 시간 날 때 빡세게 해둬야 돼.>
예은이 한숨을 푹 쉬며 입을 대빨 내밀어온다.
어떤 걸 공부하는지는 나는 잘 모르지만 법학과라는 걸 생각해보면 어지간히 어려울 테다.
공부의 흐름이 한 번 끊겼으니 더욱 힘들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번 2학기는 마쳐둬야 여러모로 편하다며 노력 중이다.
경기를 치르고 있는 나보다 예은이 더 바쁘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서 윈터 시즌 준비도 해야 할 테니 스케줄이 빡빡하다.
"아이구 우리 예은이 기특하다, 기특해."
<..뽀뽀할 때 말하고 하라 했지?>
대빨 내밀은 입술이 귀여워서 태블릿PC 화면에 입을 맞췄다.
내가 참 이런 성격이 아닌데 오래 떨어져 있다 보니 별별 짓을 다하게 된다.
좋은 태블릿PC를 사서 그런지 예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는 게 보인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는지 무덤덤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왔다.
<그래서 결승전에는 뭐할 거야? 혹시 야흐오 같은 거 할 건 아니지?>
"어, 어떻게 알았어? 그것도 준비하고 있어."
<야흐오 하는 애들.. 죽여버리고 싶던데.>
무언가 안 좋은 경험을 겪은 적이 있는지 말미가 심상찮다.
아주 작게 속삭이듯 말했지만 똑똑히 들렸다.
좋은 태블릿PC를 사서 그런지 안 들어도 될 말이 선명하게 울린다.
예은이라면 정말 실행에 옮길지 몰라서 불안하다.
만약 야흐오를 하게 된다면 절대 무리하지 않고 잘해야겠다 다짐했다.
"당연히 상황 봐서 픽 하는 거고 꼭 한다는 건 아니야?"
<신챔이라 연구가 덜 된 걸 수도 있지만.. 야흐오는 그냥 생리적으로 싫더라.>
눈치 하나는 참 기가 막히게 빠르다.
이 야흐오라는 챔프는 조금 많이 독특하다.
게임을 이겨도 야흐오 때문에 이기고, 져도 야흐오 때문에 진다.
챔피언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게 설계되었다.
그만큼 캐리력이 높은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나에게 있어 정말 큰 의미를 가진 결승전.
마지막을 탈없이 마무리하기 위해 나는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사용해서라도 승리를 따내야만 한다.
비록 그것이 어떤 이들의 눈에는 장난치는 픽으로 보일지 언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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