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80화 (6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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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시즌4에 들어 확 달라져버린 로드 오브 로드.

솔로랭크의 생태계는 크나큰 변화를 맞이했다.

특성이 달라지고 서포터라는 포지션이 완전히 탈바꿈되었다.

하지만 변화라는 게 순식간에 이루어질까.

무엇이 꿀챔이고, 어떤 플레이가 점수 올리기 좋은지 알려지는 데엔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로 잡아도 1개월, 많으면 2,3개월씩도 걸린다.

본래라면 길어야 했을 적응의 기간.

LPL이라는 대회에 의해 눈에 띄게 단축돼 가고 있다.

당연하다.

프로들이 괜히 돈받고 게임을 하겠는가.

중국 탑클래스의 게임단들이 머리 싸매고 연구한 결과가 고스란히 눈에 보인다.

물론 중국제라고 하면 살짝.. 많이 불안하긴 하다.

이를 한 명의 선수가 완벽하게 커버쳐준다.

올마스터.

그가 지금 중국에 있다.

시즌4의 메타를 완벽하게 선도하고 있다.

덕분에 새로운 시즌이 어떤 변화를 맞이하는지 대략 보인다.

─고대의 방패 덕에 요즘 탱서폿이 진짜 좋잖아.

그래서 말인데.. 개서스 서폿 어떠냐?

합법으로 CS먹어도 되니까 그걸로 스택 쌓으면 되잖아?

나 천재인 듯? 일단 솔랭에서 한 판 땡기고 온다.

└그걸로 스택 쌓으면 얼마나 쌓겠냐..

└생각은 기발하지만 일단 라인전이 힘들지 않을까?

글쓴이-하지 마.. 하지 마.. 안돼..! 과거의 나 이 자식 대체..

└결국 실패했나 보네ㅋㅋ 인터스텔라잼

한국 최대의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사이트.

최근 올마스터 외에 딱히 화제가 없던 잉벤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뛴다.

새로운 시즌이 오자 입롤할 거리가 차고 넘친다.

과연 어떤 챔피언이 대세일까?

그리고 꿀을 빨려면 뭘로 빨아야 할까?

고민할 필요없이 찾아보면 알 수 있다.

전적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면 순위 별로 주르륵 나온다.

─시즌4 메타 종결내준다.

탑 3대장-네네톤, 또도 박사, 리픈

미드 3대장-구리가스, 르풀랑, 파사딘

정글 3대장-리심, 거미여왕, 카지트

원딜 3대장-직트, 부시안, 토이치

서폿 3대장-쓰렉귀, 루나, 광우스타

이거 미만 잡ㅅㄱ

└올마스터 이후로 직트는 원딜 픽률이 더 높나 보네.

└괜찮게 정리했는데 리픈은 좀 힘들지 않나?

글쓴이-대회는 몰라도 솔랭에서는 요즘 OP야. 또도 박사 카운터기도 하고.

└ㄹㅇ또도 박사 상대로 리픈 좋음. 야흐오 상대로도..

└야흐오 상대로 안 좋은 챔피언이 어딨냐ㅋㅋ

새로운 시즌에 들어 탱서폿들이 득세하고 있다.

승률이 특히 상승하고 있는 챔피언이 두 개.

루나와 광우스타가 주목을 받는다.

이전에는 라인전이 워낙 고돼서 쓰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서포터 전용 아이템인 고대의 방패.

근접 서포터가 한 방에 미니언을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원딜과 자신의 체력을 채워줘서 유지력이 괜찮다.

그렇게 라인전을 반반만 가져가도 탱서폿이 이득 아닌가?

킬각을 잡는 능력이 굉장히 빼어나다.

한타에 가면 세미 탱커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러한 메타 변화와 더불어 한 가지의 화제.

올마스터가 LPL의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고무되는 일일 수밖에 없다.

─THEY가 진짜 겁나 잘하는 팀인데

3대0으로 잡아버리네.

심지어 첫 판은 원딜했음.

직트로 원딜감ㅋㅋㅋㅋㅋㅋㅋ

└약 파는 게 아니라 직트 원딜은 진짜 좋음ㄹㅇ

└원딜로 헤이샤오 이김ㅋㅋ

└근데 직트를 원딜로 봐야 하나?

글쓴이-아무튼 이겼으니 장땡이지ㅋㅋㅋ

직트로 진지하게 원딜을 한다.

르풀랑으로 술잔을 올린다.

카지트로 다이브를 쳐버린다.

심지어 상대는 어중이떠중이도 아닌 THEY.

한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임단이다.

세계 최고의 원딜러, 헤이샤오가 그 중심에 있다.

THEY는 몰라도 헤이샤오는 무조건 알 수밖에 없다.

그런 THEY를 올마스터가 발라버렸다.

다른 라인도 원딜러를 해서 말이다.

심지어 미드로도, 정글로도 하드 캐리.

결승전의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런데 결승전에서 만나게 될 상대가 심상치 않다.

─로얄CN이 혹시.. '그 녀석' 있는 게임단 아니야?

얼핏 기억이 나서 찾아봤는데 진짜네.

LPL 결승전에서 올마랑 도차 만나는 거 실화냐..

근데 도차도 잘하기는 하나 봄.

중국에서 꽤 잘 나가나 보네.

└그 사람이 도차인지 아니지는 확실히 결론 안 났잖아?

글쓴이-척하면 척이지. 아무튼 그럼.

└차도리가 진짜 도차면 롤드컵도 나가고 출세했네.

└요즘 롤갤러들 아주 좋아 죽음ㅋㅋ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 중국의 경기는 기본적으로 관심 밖이다.

북미나, 유럽처럼 알고 있는 선수들이 썩 없다.

아무리 잘하는 팀이라도 그 팀을 알고 있냐, 마냐.

그리고 이를 해설해주는 중계진이 있어야만 본다.

중요한 몇몇 경기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결과만 듣는다.

하지만 이번 LPL의 결승전 만큼은 꼭 시청을 해야겠다.

잉벤을 포함한 한국 커뮤니티가 들썩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 통칭 롤갤은 완전 축제 분위기다.

─(경)롤갤의 아들 도차 결승전 진출(축)

우리 아들 집 나갔을 때 얼마나 슬펐는지 모른다.

그런데 먼 타지에서 아들 소식이 들려오니 어찌나 기쁘던지..

장하다, 김도차. 올마스터를 네 손으로 무찔러 버리렴

└크..! 도차뽕에 취한다..

└될놈될이네. 세상은 역시 사악하게 살아야.

└돈에 영혼까지 팔아버린 도차갓..

└부럽다. 나도 겜으로 돈 벌고 싶다.

순수한 응원이라기 보단 드립에 가까울까.

과거 도차의 활동지였던 롤갤은 시끌벅적하다.

어찌 됐건 다가오는 LPL의 결승전은 한국에서도 화젯거리다.

다가오는 토요일의 오후가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

.

.

* * *

당연하다면 당연할까.

한 달이 넘도록 떠들썩했던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그 마무리가 되는 오늘 마지막 불길이 더욱 세차게 타오른다.

곳곳에는 챔피언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넘쳐 난다.

온갖 캐릭터 상품들이 즐비하게 널려 이목을 모은다.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풍경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조금 섭섭하긴 하네.'

예은이 깜짝 서프라이즈로 와주지 않을지.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사과를 듣고 왔다.

기말고사 준비가 너무 바빠서 짬이 도저히 나지 않는 단다.

물론 알고는 있었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기대를 해봤을 뿐.

그 대신을 채워주기에는 한없이 부족하지만 와주었다.

"아니, 가장 중요한 사람이 안 오면 어떡하냐."

"돌아가면 질리도록 볼 사이면서 무슨."

"보기만 하겠냐? 아주 그냥 잠도 안 재워주겠지."

저질스런 농담이지만 간만이니 그러려니 한다.

씨지맥을 포함한 여섯 명.

신세상의 선수들이 중국 베이징에 와버렸다.

적당한 카페에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톡으로는 이미 인사 나눴지? 얘가 코코볼, 그리고 얘가 뱅크야."

이청호 코치가 두 명의 선수들을 소개시켜 준다.

신세상 매직의 새로운 식구들.

정확히는 2팀을 만들 예정이라 들었다.

"직접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영광은 개뿔이. 말 편하게 해."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기 때문에 어색하지는 않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나자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최근 바빠서 차마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2팀은 어떻게 된 걸까?

"2팀에 속할 나머지 선수들은 안 왔어요?"

"아, 윈터는 이대로 치르고 스프링부터, 그러니까 네가 돌아오면 2팀 체제로 갈 거야. 괜찮은 애들로 가계약해서 붙잡아 놨어."

이청호 코치는 다음 해에 서른을 바라본다.

한국에 있을 때는 관계가 싹 튼 과정이 조금 애매했다.

그러다 보니 격식을 차렸지만 차츰 말을 트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있을 자리가 공석인 만큼 바로 2팀 체제를 굴리기는 뭣하다고.

일단 윈터는 기존 멤버로 치르고 스프링 시즌부터 가른다는 이야기다.

가계약한 선수들은 강채식 코치가 맡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강형은요?"

"그게.. 조금 일이 있어서 갈라졌어. 아마 경기 끝나고 볼 수 있을 거야."

이청호 코치가 주특기는 메타의 분석과 전략에 있다.

그리고 강채식 코치는 선수의 스카웃과 관리, 그리고 성장에 일가견이 있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키워낸 전력이 있지 않은가.

그를 받아들였던 건 굳이 코코볼과 뱅크의 부탁 때문 만은 아니었다.

어쨌든 게임단은 다행히도 잘 굴러가고 있나 보다.

물론 이는 내가 돌아온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다.

오늘의 경기에 걸린 무게가 더욱 무거워졌다.

"이야~ 부담 장난 아니게 주네."

"에이, 설마 자신 없어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런데.. 요즘 한창 잘 나간다는 타임끝은 어쩐 일이야?"

"잘 나가긴요. 이제 겨우 자리 좀 잡은 거죠."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건네자 피식 웃는다.

파프리카TV의 어엿한 대표BJ가 돼버린 타임끝.

한창 방송이 바쁜 시기인 걸로 아는데 잘도 시간을 쪼갰다.

"아뇨, 저는 사실 따로 왔는데 현지에서 합류한 거에요."

"혹시 라이브 방송?"

"캬아~ 역시 BJ출신이라 말이 통하네. 저도 언제까지 게임 방송만 할 수는 없잖아요."

게임 방송BJ로 시작을 한 만큼 당연히 떼어 놓을 수는 없지만 허락된 범위 내에서 컨텐츠를 늘리겠다.

정말 먼 걸음, 국경까지 넘을 정도로 열심이다.

정말 진지하게 전업BJ로 달리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파프리카TV 송출이 되나?"

"요즘 세상에 안되는 게 어딨어요. 다 방법이 있으니까 하는 거죠. 근데 인터뷰 가능?"

"오키."

지인의 방송이 잘돼 간다는데 그 정도가 뭐 어렵겠나.

다만, 계약상의 문제로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게임단에 소속된 프로게이머는 방송 매체에 허락없이 노출돼선 안된다.

즉, 허락만 맡으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우리 구단주님이 곧 여기로 오신 단다. 조금만 기다려."

"헐,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는데.."

"아냐아냐, 엄밀히 말하자면 구단주 대리고. 동생 같은 녀석이야."

안 그래도 까톡이 연달아 울리며 나를 찾고 있었다.

말하고 오긴 했지만 굉장히 중요한 날이다 보니 불안한 모양이다.

타임끝을 끝으로 오래간만의 인사를 마쳤다.

그런데 무언가가 하나 부족한 기분이 든다.

쿡야의 팀원들은 코치를 제외하면 총 여섯 명이 있다.

여기서 예은이 빠졌으니 다섯 명이어야 한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 여섯이니 머릿수는 정확히 맞는다.

하지만 그 여섯은 타임끝이 포함된 숫자다.

누군가 한 명 결원이 있다는 소리다.

"초홍이는? 안 왔어?"

"아 걔는요.."

고질라가 말하기 곤란한 듯 잠시 뜸을 들인다.

말해도 되는지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이청호 코치가 살짝 한숨을 내뱉으며 대신 말을 잇는다.

"오긴 왔지. 강형이랑 같이 있어."

"자기는 절대 안 만난다고 하도 빼액빼액! 거려서 미아되지 말라고 강형 붙여줬지."

친절하게 뒷사정을 붙여준 씨지맥 덕에 대강의 사정을 알 것만 같다.

그러고 보면 내가 중국에 있다고 괘씸한 짓거리를 해댔다.

까톡으로 온갖 망언을 저지르며 나를 도발했다.

막상 대면할 상황이 되니 아차하신 모양.

그 뒷감당을 하기 두려워 아예 잠적을 해버렸다.

'그래봐야 결국은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만.'

결국은 다 만나게 돼있다.

만나자고 온 건데, 만나지도 않고 갈 일은 없지 않겠는가.

먹을 거 주워 먹기 위해서라도 분명히 올 테다.

사실 별일 아니라 잊고 있었다.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본인이 상기하게 해줬다.

늘 그렇지만 알아서 무덤 잘 파주는 초홍이다.

딸랑~♪

짤막한 근황을 시작으로 밀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던 그때.

유리로 된 카페의 문이 열리며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울린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복장, 그리고 알고 있는 여성이다.

"오, 저기 봐봐. 쏘냐다."

"퀄리티 쩌는데? 입고 있는 사람도 예쁘고."

"근데 살짝 풍족하지 못한 게 아쉽네.."

남자들끼리 모이면 으레 이런 이야기가 쏟아진다.

처음 본 감상이 나와 똑 들어맞은 탓에 도둑이 제 발 저렸다.

그 쏘냐의 옷을 입고 있는 여성이 우리 테이블을 향해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신세상 매직의 분들이시죠?"

"맞긴 한데.. 무슨 일로..?"

방긋 웃는 츠위의 웃음에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당황한 이청호 코치가 슬쩍 나를 쳐다보았다.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자 눈동자가 크게 떠진다.

바로 그 설마가 맞다.

결승전이 막을 올리기 수 시간 전.

살짝쿵 아쉬움은 남지만 그럭저럭 달랠 거리는 되었다.

서로가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들며 즐거운 시간이 흐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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