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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절대적 상성이라 할 수 있는 리픈과의 라인전.
만에 하나의 변수도 없게 이기는 것은 아무리 나라도 힘든 일이다.
상대가 못하면 모를까 지난 LPL의 우승과, 롤드컵의 준결승 경력이 있는 상대다.
리픈 또한 네네톤 못지 않게 수준급으로 다뤄낸다.
그럼에도 나는 승리를 확신한다.
'너의 패인은 두 가지야.'
하나는 그냥 야흐오가 좋다.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야흐오는 크레이브즈 만큼이나 너프를 많이 당했다.
챔피언 자체가 숙련도 빨을 너무 받아서 평가를 낮았을 뿐 굉장한 사기였다.
유저들의 숙련도가 붙을수록 계속해서 하향 조정을 받았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조금 더 단순하다.
싸캉!
야흐오의 Q스킬, 바람 가르기.
리픈을 빠르게 푸욱 찔러버린다.
현재 바람 가르기는 모션이 굉장히 깔끔하다.
'이렇게 때리면 미니언 어그로가 쏠려버리지만.'
바람 가르기는 흔히 말하는 온힛 스킬이다.
평타 판정인 탓에 적 챔피언을 때리면 미니언이 반격해온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의아할 테다.
분명 리픈을 찔렀음에도 라인의 상태는 변함이 없다.
'미니언이랑 같이 꿰뚫었으니까.'
평타 판정이 적용되는 건 첫 번째로 때린 대상 뿐이다.
미니언 너머에 있던 리픈에겐 단순한 광역 피해로 적용된다.
즉, 야흐오 대 리픈의 라인전 이해도에서 앞선다.
똑같이 안다고 해도 이길 자신은 있지만 모른다면 100%가 된다.
'약이 바짝 올랐으려나?'
서로 근접 미니언 막타만 치는 구도에서 한 쪽만 체력이 깎였다.
탑솔러로서 자존심이 은근하게 상하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공격적인 태세를 취하던 리픈으로선 몸이 근질근질하다.
자랑하는 평캔으로 나를 아주 갈아 마시고 싶을 테다.
챠락!
아니나 다를까, 참지 못하고 진입해왔다.
칼춤을 추며 자랑하는 3타로 나를 콰항! 내리 찍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구태여 반항하지 않는데 있다.
'미니언이 알아서 반격해주는데 뭣하러?'
나는 리픈을 때리지 않았고 리픈은 나를 평타로 쳤다.
아군 미니언들이 리픈을 세차게 두들겨 패준다.
딜교환을 마치고 도망가는 리픈에게 칼빵을 한 대 쑤셔 넣고 부쉬로 빠진다.
휘이잉..!
바람 가르기는 세 번째 공격에 돌풍이 모인다.
내지르면 먼 거리까지 회오리 바람이 발사되어 적을 띄운다.
물론 이것을 쓸 일은 없다.
'단순한 위협용이지.'
1레벨의 교전에서 중요한 건 딜교환이 아니다.
라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생존기가 없는 야흐오로서는 중대한 문제다.
그리고 야흐오가 가장 강력한 타이밍을 살려야 한다.
휘익!
2레벨을 찍자마자 시작한다.
내가 어째서 더 리픈을 후려 패지 않고 참았을까.
야흐오가 가장 강력한 2레벨에 킬을 따내기 위함이다.
그 과정은 어렵지 않다.
휘익!
휘익!
야흐오의 E스킬, 질풍보.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야흐오를 충으로도, 갓으로도 만드는 스킬이다.
쿨타임이 없는 수준으로 짧은 대신 한 대상에겐 10초에 한 번만 탈 수 있다.
참으로 독특한 특색을 가진 돌진기다.
그 질풍보를 활용해 미니언을 타고 리픈의 지척까지 다가간다.
쿠훙!
상당히 공격적인 리픈은 다가가자 스턴기를 걸어왔다.
이를 예상해 곧바로 다른 미니언을 타서 빠진다.
리픈의 스턴기는 범위가 상당히 협소하다.
한 대 스쳐서 실드가 까지긴 했지만 상관없다.
'이러니까 지금 야흐오가 사기인 거야.'
야흐오의 패시브는 조건 반사의 실드다.
상대 챔피언에게 데미지를 입으면 즉시 발동한다.
때문에 야흐오를 상대할 땐 먼저 실드를 빼고 딜교환을 거는 것이 상식.
그런데 현재 패시브의 충전 시간은 무려 두 배속에 가깝다.
휘익!
휘익!
질풍보로 미니언을 타자 금새 실드가 충전된다.
다시 리픈에게 돌격해 이번에야 말로 건다.
사각! 사각! 칼을 배때지에 쑤셔 넣는다.
휘이잉..!
계속해서 치고 박다간 회오리에 떠서 죽을 수도 있겠다.
위험을 느낀 리픈은 점멸을 사용해 도망가버렸다.
참으로 추한 광경이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다.
회오리로 미니언을 갈라버리며 라인을 푸쉬한다.
휘리링!
휘익!
야흐오는 2레벨 기준 그 어떤 챔피언보다 라인 푸쉬력이 좋다.
회오리와 질풍보를 사용해 금방 타워에 미니언을 박아버린다.
4스택까지 쌓아버린 질풍보의 위엄이다.
'이게 데미지가 정말 어마어마해.'
4스택이면 질풍보의 피해량이 100% 증가한다.
잘만 활용하면 1레벨부터 데미지가 엄청나다.
킬각을 잡아냄에 있어 이만큼 유용한 스킬이 없다.
휘익!
휘익!
한 번, 두 번 미니언을 타며 시작한다.
검에 회오리를 장전되자 리픈이 긴장한다.
만약 다이브를 치면 스턴으로 역관광을 해주마.
미안하지만 넌 이미 죽어있다.
휘리링!
미니언을 타며 점멸 바람 가르기.
주위의 적을 원형으로 베며 공중에 띄워낸다.
야흐오가 EQ를 동시에 했을 때의 모션이다.
공중에 뜬 리픈을 평타로 한 대 툭! 치며 질풍보를 내딛는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리픈의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을 상황이다.
어떻게 반응할 시간도 없이 죽어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화면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쇈의 도발 점멸과 비슷한 응용 플레이지.'
야흐오가 킬각을 잡아낼 때 참으로 요긴한 콤보다.
점멸로 한순간에 거리를 좁혀 띄워내니 예측 점멸이 아닌 이상 못 피한다.
가볍게 선취점을 따내며 타워 밖으로 벗어난다.
하지만 아직 긴장을 풀어도 될 시기는 아니다.
터억!
쌍둥이 골렘 앞의 수풀더미에서 무언가가 쏘아졌다.
3분을 조금 넘긴 시간대.
일직선으로 온다면 슬슬 도착해 있을 타이밍이라 생각했다.
<발암을 맞아라!>
모르고 있으면 모르되 알고 있었다면 충분히 막아낸다.
야흐오의 W스킬, 돌풍 장막.
글자 그대로 돌풍을 일으켜 모든 투사체를 차단시킨다.
적 정글러 거미여왕이 던진 모든 투사체가 무효로 돌아간다.
휘익!
바로 거미여왕을 질풍보로 타며 도주를 꾀한다.
사용하지 않았던 탈력을 거미여왕에게 걸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따돌리기엔 거미여왕의 추적은 무섭다.
어지간한 거리는 단숨에 좁혀내는 거미줄이 있다.
하늘로 솟구치더니 나를 향해 하강한다.
나를 물어뜯었을 땐 마파두부가 도착한 후였다.
하앗!
마파두부의 리심이 점멸 방로로 나를 보호한다.
거미줄을 타고 내려온 거미여왕을 같이 두들긴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결국 죽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다이브를 쳤을 때 포탑에 두 대 맞았다.
낮아진 체력 탓에 독어금니 더욱 날카롭게 들어왔다.
대신 리심이 거미여왕을 놓치지 않고 마무리했다.
마지막까지 발차기를 아끼고 있다가 점멸을 쓰고 나서야 따라갔다.
상위 레벨에선 안 해주면 곤란한 플레이지만 간혹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많이 갈군 녀석 답게 어떻게 해야 욕을 안 먹는지 알고 있다.
"저 진짜 최대한 빨리 온 거에요."
"알고 있어 임마."
"히히."
적 지역의 정글인 이상 조금 늦게 도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거미여왕을 잡았다는 건 엄청나게 크게 작용한다.
대포 미니언을 포함한 빅 웨이브가 고스란히 타워에 먹혀들었다.
이렇게 되면 스노우불이 무진장 굴러간다.
찰칵!
스토커의 단검 하위템인 욕망의 칼을 구입한다.
아니, 아무리 라인전이 흥했어도 돈템은 아니지.
확실히 리픈을 상대로 야흐오는 방심할 수 없다.
어쌔신의 신발부터 구입하는 게 순리지만 그것도 상황 나름이다.
리픈을 우주 끝까지 말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상태다.
라인에 복귀하니 미니언 웨이브가 이쁘게 당겨졌다.
적 포탑에 빅 웨이브를 꼴아박고 귀환을 탄 결과다.
귀환이 아니라 죽은 거지만 어쨌든.
이렇게 형성된 라인에서 야흐오는 지옥 같은 견제력을 자랑한다.
휘익!
휘익!
질풍보로 미니언을 타며 4스택을 쌓는다.
피해량이 두 배로 늘어난 질풍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하다.
미니언을 쭉쭉 타고 달려나가 리픈을 향해 긋는다.
<다대기!>
회오리 바람이 힘겹게 도망가는 리픈을 집어삼킨다.
따라가서 평타 툭!
그리고 질풍보를 내딛어 밟는다.
일련의 견제를 리픈은 반항도 못하고 얻어맞아야 한다.
아이템과 레벨의 격차.
상대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부활하자마자 일직선으로 달려온 모양이다.
수풀 속에서 거미여왕이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스킬 순서가 사뭇 신중하다.
장막에 실뭉치가 막히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하늘로 솟구쳤다.
먼저 나를 덮치고 장막을 뺀 다음에 실뭉치를 적중시키겠다는 생각이다.
하앗!
안타깝게도 상대의 수는 뻔히 읽혔다.
조금 뒤로 발걸음을 물리자 리심이 방로를 타고 다가온다.
거미여왕은 아꼈던 실뭉치를 던지며 허겁지겁 도망갔다.
회심의 땅굴이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너무 뻔하잖아.'
프리징이 되면 정글러가 풀어주는 수밖에 없다.
거미여왕이 탑에 오게 되는 건 당연한 지사.
아군 정글도 똑같이 불러서 역갱을 치면 그만이다.
만약 적 정글이 안 왔다면 갱킹이나 다이브를 하면 된다.
처음 탑라인의 교전을 이긴 덕에 게임이 아주 술술 풀린다.
싸캉!
최대한 프리징을 유지하며 미니언의 막타만 챙긴다.
리픈은 저 뒤에서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고 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왔다간 철저하게 물어뜯긴다.
내가 6레벨이 되면 다이브가 이루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적 정글 무조건 탑 보고 있을 테니 넌 정글이나 빨리 돌아."
"어, 탑 안 가도 돼요?"
"아니, 6찍고 칼같이 뛰어와."
"힝.."
초반에 강한 리픈과 거미여왕의 특성상 포탑을 낀 2대2는 당연히 불가하다.
아무리 유리해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그러한 답답함도 딱 6레벨까지다.
궁극기를 배우고부터는 오히려 압도한다.
'그를 위한 조합이지.'
야흐오면 무조건 말화이트 하는 거 아니냐?
연계가 되면 이상적이겠지만 너무 뻔하다.
상대 입장에선 저것만 조심하면 된다.
실제로 저 조합의 승률은 의외로 낮다.
그보다 알맞은 건 리심과 구리가스다.
이 두 픽을 가져온 이상 승리는 보증 수표다.
이윽고 궁극기를 배운 리심이 탑라인에 도착했다.
뚜벅뚜벅 걸어 삼거리를 지나치자 리픈이 뒷걸음질 친다.
삼거리 지역에 장신구 와드를 박아 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얄짤이 없는 필킬각.
리심과 야흐오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앗!
방로를 타고 음파를 맞혀 돌격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결코 킬각이라 보기 힘들다.
리심은 아직 점멸 쿨이 돌아오지 않았고 차봤자 방생이다.
방심하고 있던 리픈을 향해 회심의 일격이 틀어박힌다.
<우리에게 돈!>
리심이 범의 일격으로 차자마자 연계해낸다.
야흐오의 궁극기, 바람의 상처.
어느 쪽으로 찼던 간에 일단 에어본이 된 시점에서 끝이다.
포탑을 향해 도망가던 리픈은 공중에서 1초간 더 부양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우리에게 돈을 주고 사라졌다.
리픈으로서는 어이가 없을 두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
아니, 리심이 보이자마자 뺐고 야흐오는 호응 못할 거리에 있었는데 이게 왜 죽어?
그걸 죽일 수 있는 게 바로 리심과 야흐오의 콤비다.
"캬, 깔끔했죠? 음파 클라스 인정하십니까?"
"그래, 잘했다."
만약 못 맞혔다면 다이브를 해야 하는데 그건 조금 찝찝하다.
거미여왕이 당장 근처에 없는 건 확실하지만 어느새 도착할지는 또 모를 일 아닌가.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삼 개월 정도 갈구니 나름대로 사람 노릇을 하기 시작한다.
찰칵!
게임이 아주 수월하게 풀린다.
영혼까지 말려버린 리픈.
그에 반해 나는 이 이상이 없을 정도로 잘 풀렸다.
라인을 먹고 귀환하니 그 아이템이 나와버렸다.
'이제부터는 한 방 쑤셔질 때마다 탈주각이 간절해질 거야.'
내가 원딜러로도 자주 올렸던 스토커의 단검.
이 아이템에는 한 가지 슬픈 전설이 있다.
과거 스토커의 단검을 가던 챔피언은 귤선장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야흐오라는 요상한 녀석이 나타났다.
그 녀석에게 스토커의 단검 시너지가 너무 좋았다.
게임사는 야흐오가 아닌 스토커의 단검을 너프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 경기 이후로 그렇게 되겠네.'
귤선장 유저들로서는 굉장히 원망스러울 패치다.
하지만 예정된 미래고 아주 약간 앞당겨질 뿐이다.
마지막 제물을 게임사의 딸내미로 보내며 원망감을 조금은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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