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87화 (68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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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게임은 조금 신나질 예정이다.

신날 수밖에 없는 챔피언을 해버렸다.

핫둘셋넷! 아기자기 귀엽게 생긴 쥐새끼가 풀밭을 뛰어다닌다.

소환자의 전장의 마스코트 같은 캐릭터다.

"와! 티몽 귀여운 거 보소."

"털이 아죽 복실복실 하네요. 정말 깨물어주고 싶다. 여러가지 의미로."

팀원들도 아주 마음에 드는지 화기애애 칭찬이 오간다.

외향 만큼은 무지 사랑스럽게 생겼다.

실제로 여성 유저들 사이에서 그렇게 인기가 좋을 수 없다.

내 지인에 한해서는 찢어 죽이고 싶어 하시지만 어쨌든.

빡겜 하는 유저들에게는 공공연한 암호로 통한다.

나 게임하기 싫다, 니들이 알아서 이기던가 말던가.

한 마디로 트롤픽.

소환자의 전장을 뛰어다니는 혐오스런 쥐새끼다.

'확실히 옳고 또 옳은 말이 맞아.'

아군이 티몽을 픽하면 일단 전의가 5할 정도 하락한다.

어차피 이 판 제대로 해도 티몽이 던져서 질 거 같은데.

게임에 임하는 마인드가 설렁설렁이 돼버린다.

"티몽 있으니까 뭔가 대회가 아닌 거 같에."

"닥치고 진지한 빡겜이니 빨리 따라오기나 해라."

"그거 왠지 랭겜에서 들어본 말 같아요!"

3픽님 왜 티몽 해요?

진지 빡겜이니 신경 끄셈.

1승 4패 승률 20% 나도 던짐 ㅅㄱ

이런 느낌으로 훈훈한 대화가 오가곤 한다.

간혹 가다 정말로 장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영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라인전 못 이기면 정말 서포터 만큼도 도움이 안된다.

그런데 상성도 많이 타고 갱도 오지게 잘 당한다.

사람들이 꺼려하는데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

그런 악명 높은 티몽을 어째서 꺼내 들었을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네네톤의 카운터가 다름 아닌 티몽이다.

'이만한 지옥을 겪어본 적이 과연 있으려나.'

밑도 끝도 없는 견제력을 자랑한다.

다른 챔피언들처럼 적당히 때리고 빠지는 게 아니다.

지옥 끝까지 따라가서 기어코 한 대 더.

게임 탈주하고 싶게 만들어준다.

특성 빨로 조금 더 단단하면 어쩔 텐가.

어차피 네네톤은 티몽을 절대로 못 때린다.

그런데 나는 언제든 다가가서 툭 칠 수 있다.

짜증나는 정도가 아니라 키보드를 때려 부수고 싶어진다.

네네톤으로 잘하는 티몽을 만나면 대략 그런 기분이 든다.

물론 라인전 세다는 이유 하나로 무작정 픽을 한 건 아니다.

"티몽을 보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지 않냐?"

"아니, 형 무섭게 왜 그래요.."

"정말 진지한 빡겜 맞죠..?"

"맞으니까 거기랑 거기 와드 깔아."

팀 다섯이 합동 해서 상대 블루 지역을 장악한다.

흔히 말하는 인베이드다.

만에 하나 마주쳐도 1렙 티몽은 엄청 세다.

자신감 있게 돌격해 목적 하던 것을 성취해낸다.

'호오, 라인 스왑을 하려고 했단 말이지.'

상대 탑라인의 2차 포탑과 억제 포탑 사이.

그 옆의 시야가 확인되지 않을 공간에 와드를 박는다.

블루도 아니고 이런 외진 곳에 와드를 박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라인을 올라올 때 반드시 한 번은 보이게 된다.

네네톤이 보인다면 상관없지만 만약 봇듀오라면.

상대가 라인 스왑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면 아군 정글에 있다는 이야기고.'

고도의 라인 스왑 테크닉 중 하나다.

물론 막 해서는 안되고 인베에 자신이 있을 때 한해서다.

그로 인해 귀중한 정보를 알아냈다.

나는 봇라인의 미니언을 타고 네네톤을 마중하러 나갔다.

'참, 골 때리는 녀석이네.'

야흐오로 리픈을 맞라인전 해줬더니 상성이라고 내빼버린다.

뭐, 대회 게임인 만큼 서로 봐주는 건 없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 안 가리는 게 맞다.

그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최대한 악랄하게 괴롭혀준다.

해설자의 입에서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치를 떨게 만들어준다.

슉!

평타로 근접 미니언의 막타를 챙긴다.

네네톤도 똑같이 막타를 챙긴다.

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광경이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은 다르다.

아마 네네톤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조금 후 라인전의 승패가 정해진다.

쿠러렁!

내가 위협적인 움직임을 취하자 네네톤이 멈칫한다.

다가갔다가는 독침에 야금야금 갉아먹히겠다.

네네톤은 거대한 칼을 휘둘러 원거리 미니언을 후려쳤다.

CS를 챙기기 위함이겠지만 어마어마한 실수다.

'그 사소함이 얼마나 큰지 아직 모를 시기지.'

1렙부터 견제를 해대는 티몽은 하수다.

상대 잘못 치다간 라인이 밀리게 된다.

라인이 밀리면 티몽은 그 순간 끝이다.

한 2분간 갱킹의 위험에 노출되고 만다.

역갱 봐달라고 아군 정글을 탑에서 썩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이브를 못 치는 역갱 대기는 시간 낭비, 복권 당첨을 기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초반에 한두 대 툭툭 쳐봤자 두란 방패로 인해 체력이 찬다.

상대를 때려 죽이는 게 아니라 말려 죽인다.

라인을 당겨서 프리징.

대포 미니언 웨이브부터 라인이 포탑 앞에 고정된다.

이제 네네톤은 CS 하나하나 허락 맡고 먹어야 한다.

푸슉!

슉!

CS를 먹으러 다가올 때 실명침을 던진다.

흔치 않은 CC기인 실명.

그 효과는 단순하게 평타 회피 뿐이다.

정말 대단치 않은 효과지만 겁나게 짜증난다.

평타를 먹으려고 쳐도 미니언이 안 죽는다.

결국 스킬로 먹어야 되는데 그러면 악순환이 계속된다.

쿠러렁!

네네톤이 또 한 번 광역기인 천참만륙을 사용했다.

주위 미니언을 크게 긁으며 내 라인 프리징을 견고히 해준다.

정글이라도 오지 않는 한 절대 풀리지 않을 죽음의 프리징이다.

'아주 깝깝~ 할 거야.'

아직 텔레포트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시기다.

당연히 발화를 든 네네톤은 죽어가는 CS를 쳐다만 봐야 한다.

간간히 다가와서 칼을 휘둘러대는 게 전부.

하지만 이제는 그조차도 여의치 않다.

스킬 레벨이 오르자 두란 방패가 고스란히 뚫린다.

누적된 데미지는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위험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불쌍하리 만큼 미니언에 손도 못 대던 네네톤은 결국 정글러를 부른다.

최근 픽률과 승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정글러.

이블퀸이 나타나 라인을 밀어준다.

만약 내가 어설프게 라인을 밀었다면 빼도 박도 못하고 죽었을 테다.

어둠 속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암습은 심장에 안 좋다.

그로 인해 프리징이 풀리기는 했지만 괜찮다.

이것만으로도 소소하게 이득을 보는 셈이다.

'이블퀸이 지금 타이밍에 봇에 있다?'

게임 시간 5분을 약간 넘은 이 시점.

역버프를 한 상대팀의 레드 버프가 슬슬 꺼질 시간대다.

갱킹각이 요원할 시점에 프리징을 풀러 왔다.

앞으로의 동선도 어디로 갈지 대략 예측이 간다.

"이블퀸 레드 지역 훑고 온 거 같은데?"

"CS 보니 빼박이네."

"귀환해서 탑이나 미드 찌를 수 있으니 조심하자."

프로 레벨에선 정글러가 한 번 모습을 비치면 여러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은신형 정글러인 이블퀸에게는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은신이 없다면 뚜벅이나 다름없는 이블퀸이다.

심지어 이렇다 할 CC기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한 번 위치가 들키면 한동안은 갱킹이 힘들어진다.

그에 반해 아군 정글러는 마음 놓고 활개 치고 다니다.

지금만 해도 마파두부의 거미여왕이 적 블루 지역으로 카정을 치러 갔다.

이블퀸이 레드 지역을 도는 사이에 정글몹을 뺏어 먹어버린다.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손해가 발생한다.

물론 이게 다 내가 잘난 덕분이다.

"형 저 잘했죠?"

"말을 해야 움직이는 놈이 무슨."

"힝.."

이런 식의 카정은 즉각즉각 움직여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날카로운 스로잉이 돼버린다.

어쨌든 이득은 보았고 라인전은 쭉 진행된다.

찰칵!

프리징이 풀린 라인을 쭉 밀어 포탑에 박아 넣었다.

상점에 귀환하자 목표하던 아이템들이 나온다.

두란링과 천사의 마법서, 그리고 핑크 와드.

이렇게 딱 세 가지만 나오면 만족이다.

이제부터는 버섯밭을 일구면서 파밍한다.

봇이 아닌, 탑에서 말이다.

네네톤은 봇라인 미니언 웨이브의 상태를 보고 탑으로 도망쳤다.

한 번 쭉 밀었으니 당연히 아군 쪽으로 당겨진다.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호랑이는 죽어도 가죽을 남기고 티몽은 죽어서 버섯을 남기지.'

티몽을 픽한 첫 번째 이유는 네네톤의 카운터이기 때문이다.

라인전에서 네네톤 말리기에 이만한 챔피언이 없다.

물론 그 짓거리를 계속 해대다간 위험하다.

이블퀸이 뒷치기 하고 네네톤이 점멸로 호응하고.

언제 어떻게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욕심부리면서 견제를 하기보단 적당히 디나이.

유통기한 챔피언인 네네톤을 말리는 것만으로도 이득이다.

'상대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네네톤이 유통기한 챔피언인 건 맞다.

그래도 티몽보다는 낫지 않느냐?

당연히 낫지 않다.

내가 티몽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

다름이 아니다.

현재 티몽은 엄청난 OP다.

어처구니 없게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티몽이 OP였던 시절이다.

시즌4의 패치가 이루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두 가지가 티몽을 최강의 후반캐로 만들어주고 있다.

하나는 궁극기, 버섯 폭탄의 지속 시간이 무지하게 길다는 거다.

'무려 10분간 유지된다라.'

또한 버섯 폭탄의 AP계수가 0.8이다.

주문력을 올리는 보람이 차고 넘친다.

물론 그 뿐이라면 티몽이 OP가 될 일은 없다.

버섯 깔아봤자 그냥 지우면 될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패치로 인해 핑크 와드는 개인당 하나다.

빨간 장신구로 지우는 것도 한계가 명확하다.

즉, 버섯밭을 일구는 보람이 차고 넘친다.

퍼엉!

최대한 프리징시켰던 라인이 풀리려는 시점이다.

티몽의 궁극기, 버섯 폭탄을 터트린다.

네네톤이 밀린 라인을 허겁지겁 받아먹는 사이 시작한다.

농사를 지을 시간이다.

'잘 키운 버섯 하나 열 팀원 안 부러운 법이지.'

정말로 혼자 게임을 할 수가 있는 챔피언.

내 주변에는 이미 버섯밭이 가득하다.

삼거리 쪽에는 핑크 와드까지 박아 놨다.

이블린의 갱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핑크 와드에 딱 걸렸다.

삼거리에 와드를 박은 이블퀸이 다가온다.

시즌4의 패치로 인해 핑크 와드는 뻔히 보인다.

대신 다섯 대를 때려야 지울 수 있게 바뀌었다.

갱킹은 들켰지만 핑크 와드라도 지우고 가려는 속셈.

혹은 눈치를 보다 다이브를 쳐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퍼엉!

유능한 농사꾼은 손님 접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핑크 와드가 보인다는 점은 얼핏 단점 같다.

비싸디 비싼 핑크 와드를 누가 지우고 가면 기분이 굉장히 언짢다.

하지만 티몽에게 있어서는 훌륭한 낚시 도구다.

이블퀸이 평타로 핑크 와드를 치려는 지점에 버섯을 깔았다.

챔피언 특성상 마법 저항력 룬을 들지 않는 이블퀸이다.

개의치 않고 움직이다 하나 더 밟으니 반피가 넘게 나간다.

킬을 헌납하러 오는 게 아니라면 집에 가는 게 최선이다.

이블퀸은 혹시 거미여왕이 다가올까, 부랴부랴 도망간다.

헛발걸음을 해준 덕분에 또 하나의 선택지가 열렸다.

'두 다이브!'

라인 프리징을 하면서 꾸역꾸역 독침을 먹였다.

아직 망자의 두건도, 스킬 포식자도 나오지 않은 네네톤은 물렁하다.

충분히 때려 죽일 만하다.

그걸 위해 공격 특성에 포인트를 전부 다 때려 박았다.

현재 시즌4는 탱커 특성이 좋은 게 맞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챔피언에 한해 공격 특성도 괜찮다.

버섯을 터트려 미니언 웨이브를 밀어 넣는다.

그리고 다이브를 실행한다.

치지직..!

발화 걸고 평평평!

도망을 갔다간 미니언 웨이브를 잃고 만다.

계속 맞아주다간 정말로 죽는 수가 있다.

상대의 성향을 봤을 때 할 만한 선택지는 하나로 좁혀진다.

퍼엉!

나에게 점멸 스턴을 때려 박는 것.

그러면 굳이 애쓸 필요 없이 포탑이 알아서 죽여준다.

그렇기에 행동 패턴이 뻔하게 예측된다.

발 밑에 깔아둔 버섯 폭탄이 작렬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는 이미 없다.

맞점멸로 도망가 우직하게 평타를 때려 박는다.

느려진 네네톤이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다.

궁극기로 몸집을 키우며 나를 향해 다가온다.

어떻게 때려서 러브샷이라도 해보기 위함이다.

체력이 적은 티몽이니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응, 안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실명침은 마지막까지 아껴 놓는다.

예상치 못한 폭딜로 킬각을 잡기 위함도 있다.

하지만 네네톤 같은 근접AD를 상대할 때는 맞딜로 찍어 누르기 위함이 크다.

빗나가는 평타를 원망하며 거대한 덩치가 쓰러지고 만다.

'크기가 전부는 아니라니까.'

라인전이 수월하게 풀려간다.

CS가 두 배 차이.

심지어 솔킬을 따고 포탑에 웨이브를 꼴아 박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한 가지 완벽하게 설계를 해놓아야 한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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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현재 1부 작업하고 있는 건 제가 정말 밥 먹는 시간 빼면 하루종일 하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작가가 절대 일일연재 하면서 놀고 있는 게 아니에요..

수정한 걸 또 보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암 걸리는 부분이랑 미흡했던 부분들 수정한 거니까요.

큰 틀에서 봤을 때 내용이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1부가 암 걸려서 패스하셨던 분들은 다시 도전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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