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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88화 (68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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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사람이 놀래키는 데 뭐 있는 선수다.

당연히 알고 있었고, 마음의 준비도 해놓았다.

그럼에도 두 번째 세트에서 가져간 챔피언은 당황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정말 불안했던 픽인데.. 다행히도 라인전이 잘 풀렸습니다.>

<초반에 라인 스왑을 받아친 운영도 훌륭했고요! 만약 스왑이 그대로 진행됐다면 웃어주는 건 네네톤이었죠!>

해설자 더우니 버빈이 혀를 내둘렀다.

쿡야 베이더스의 초반 움직임이 그만큼 정교했다.

사전에 깔아둔 와드에 의해 라인 스왑을 뻔히 보았다.

보통은 버프몹 근처에 깔기 마련인데 상당히 멀리 박았다.

덕분에 조금 더 미리 상대의 챔피언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대회에서 나온 적이 없던 운용이다.

쿡야 베이더스가 이 티몽 픽을 위해 엄청난 노고를 들였구나.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솔킬까지 따버렸고 CS 차이 엄청 납니다. 어째서 티몽을 했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기는 한 거 같은데.. 한타 가면 괜찮을런지요?>

잘 가다가 갑자기 고꾸라지는 말미.

카오야 캐스터의 말이 이어지지 않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른 챔피언도 아니고 하필 티몽이다.

잘 큰다고 과연 의미가 있을지 아리송하다.

물론 못 큰 것보다는 낫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잘 크지 않으면 곤란한 챔피언이긴 해요..? 어찌 됐든 네네톤의 성장을 억제시켰고 한타에서 원딜이랑 같이 앞라인을 녹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마치 2원딜 체제처럼 비슷하게 게임 운영을 하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잘 컸으니 분명 딜이 나오긴 할 텐데.. 아이템 선택이 이건 버섯 템트리죠?>

티몽도 잘 크면 평타가 세다.

바론의 송곳니를 뽑고 평타 툭툭 쳐대면 나름 강력하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즐겜 템트리를 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네크로노미콘에 라알드리의 호통 준비하는 듯 보입니다. 이러면 버섯딜이 극대화됩니다. 하지만 평타 데미지는 크게 도움이 안될 텐데요..?>

가다가 버섯 밟으면 짜증이 나긴 하다.

어디까지나 짜증이 나는 정도다.

결국 한타에서는 딱히 할 게 없어진다.

앞라인을 때려도 공격 속도가 느려서 딜링이 별로 안 박힌다.

게다가 사거리 짧은 티몽이라 언제 어느 때 물려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어처구니 없는 즐겜 템트리.

버섯 티몽을 중국 최강자를 논하는 LPL의 결승전에서 해재끼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한 소리하고 싶을 지경이다.

타는 속을 가까스로 달랜 더우니 버빈이 말을 잇는다.

<버섯 농사를 잘 지어서 대국적인 캐리를 노려보겠다. 뭐, 그런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예, 탑라인전이 수월하게 풀린 덕분에 버섯을 까는데 문제될 게 없죠? 버섯밭이 보기 끔찍하게 깔려 있긴 합니다.>

두란링과 네크로노미콘의 마나 재생.

쿨타임 감소도 넉넉해서 버섯 농장은 대성황이다.

탑라인 곳곳에는 양질의 버섯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갱킹이든 로밍이든 오기 전에 반드시 밟는다.

티몽을 따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티몽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네네톤이 정령힘의 향상 나왔기 때문에 솔킬을 노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둘이 싸울 일도 없고, 갱이나 로밍이 올 일도 없습니다. 탑라인은 사실상 신성 불가침 구역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한타 전까지는 쭉 고정이 될 거라 보이네요.>

혼자 딴 세상에 있는 듯하다.

LPL의 결승전에서 즐겜을 하고 계신다.

그에 반해 미드와 봇은 죽을 맛이다.

<미드와 봇이 치열합니다! 첫 번째 세트와 달리 정글러가 미드, 봇 위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밀리는 그림은 아니죠?>

<원딜러와 미드가 에이스로 있는 로얄CN의 기량 차이를 정글러가 잘 메꿔줬습니다. 글로벌 골드도 미약하게나마 앞서고 있어요. 다만, 이전 세트처럼 티몽에게 한타 캐리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게 조금 걸립니다.>

첫 번째 세트는 비슷한 상황에서 한타를 압도적으로 이겼다.

그럴 수 있는 까닭은 야흐오의 캐리력.

이를 티몽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아니올시다.

공격 속도 템트리를 간 것도 아니라 딜이 약하다.

기껏해야 원딜러 실명 걸어주는 게 전부일 수 있다.

라인전을 이기기는 했으나 터트린 정도는 아니다.

올마스터는 어째서 티몽픽을 한 걸까?

아직까지 그 의미를 찾지 못했다.

찾지 못한 채 용 한타의 시간이 도래했다.

<네네톤은 진작 합류를 했는데 티몽은 아직 탑에 있습니다. 이건 주는 분위기죠?>

<이렇게 허무하게 용을 주고, 시간이 끌린다.. 결국 네네통과 티몽의 성장 차이가 좁혀지면 탱커인 네네톤이 더 좋습니다. 그런데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티몽이 잘 컸고, 미드와 탑도 이전 세트에 비하면 충분히 반반 비슷하게 가져갔다.

하지만 한타 조합을 봤을 때 명백히 밀린다.

티몽이 무언가 할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광역딜에 휩쓸려서 안 죽으면 다행인 정도.

CC기가 풍분한 로얄CN은 한타 파괴력이 좋다.

어중간한 진영은 뚫어버릴 수 있는 돌진력을 자랑한다.

어쩌면 그래서일지 모른다.

쿡야 베이더스이 선택은 생뚱맞았다.

예상을 한참은 빗나가 있었다.

<이거 바론 그냥 치죠? 로얄CN 용 중단하고 빨리 가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미 파란 장신구로 봤습니다! 달려가고 있고, 바론 잡기 전에 한타 무조건 걸립니다. 최악의 경우 스틸까지 당할 수 있어요!>

중계진들의 목소리가 급박해진다.

게임시간 16분을 조금 넘었다.

사실상 햇바론에 가까운 따끈따끈한 녀석이다.

체력이 낮아서 다섯 명이 점사한다면 못 잡을 것도 없다.

로얄CN의 판단이 조금만 늦었다면 정말 사달이 났을지 모른다.

이 타이밍에 바론이란 오브젝트는 무지막지 중요하다.

공격력과 주문력이 각각 40씩 올라간다.

코어 아이템 하나에 준하는 수치다.

한타를 맞붙으면 상대도 되지 않는 수가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잡기가 어렵다.

이대로 뛰어간다면 충분히 막는다.

아니, 게임이 아예 터져버릴지 모른다.

상대가 어중이떠중이도 아닌데 어째서 이런 무리수를?

그 의문이 풀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버섯 밟았습니다. 일단 빨간 장신구 돌리면서 안으로 진입하는데.. 이거 지우고 가다가는 바론 먹힙니다?>

바론 지역에 버섯이 상당히 많이 깔렸다.

이걸 밟고 가다가는 체력이 다 타버린다.

그렇다고 지우면서 가기에는 여건이 안된다.

일단 용쪽 시야를 장악하는데 모든 것을 썼다.

여분으로 들고 있는 핑크 와드는 없다.

채 쓰지 못한 빨간 장신구 하나가 전부.

시간대가 시간대인지라 아직 업그레이드도 하지 못했다.

퍼엉!

앞서가던 루나가 버섯을 밟았다.

그 뒤에 있던 이블퀸까지 휩쓸린다.

한 걸음 더 내딛으니 또 있다.

옆으로 비켜 가려니 또 있다.

무시하고 꾸역꾸역 전진하자 무언가가 날아온다.

<오지마 술통입니다. 우리 바론 먹을 테니 저리 가! 그런 생각으로 던진 건데 안 그래도 버섯에 당한 이블퀸과 루나는 빈사 상태가 됐어요.>

<쿡야도 체력이 정상이 아니라 한타는 절대 못 거는데 그래도 먹었습니다. 지금 이 타이밍에 바론 먹은 건 반드시 스노우볼 굴러갑니다.>

햇바론을 야무지게 먹었다.

5킬에 가까운 글로벌 골드와 바론 버프.

한타도 하지 않고 말도 안되는 이득을 챙겼다.

티몽이 쏘아 올린 작은 버섯이 한순간에 게임을 비벼버렸다.

<꿩 대신 닭으로 용 가져가는 로얄CN입니다만 명백히 손해입니다. 바론 버프가 식을 때까지 압박을 해올 거고 필히 타워 한두 개는 나갑니다.>

<티몽 라알드리의 호통이 완성됐습니다. 이제부터는 버섯 데미지가 정말 무시무시해질 겁니다. 게임이 흥미진진해요!>

조커 카드를 제대로 들고 나왔다.

오직 티몽만이 가능한 필살 전략이다

라인전 단계부터 미리미리 해놓은 설계가 빛을 발한다.

보는 입장에서도 참 가슴이 설렌다.

<티몽에게 레드까지 줬고 이렇게 되면 스플릿이 확실하게 탄력을 받습니다.>

<네네톤을 1대1로 이기기 위한 레드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네 명은 봇라인 푸쉬! 운영 깔끔합니다.>

2차 타워라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라인전 단계에서 이미 툭툭 쳐둔 1차 타워들은 문제가 없다.

조금씩 글로벌 골드의 차이가 벌어져 간다.

티몽의 버섯 수도 차츰차츰 늘어간다.

그럼에도 아직 방심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깜짝 바론은 분명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한타를 해야 되고 티몽은 한타에서는 힘이 빠지는 챔피언입니다.>

<예, 로얄CN도 크게 밀린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아직 2차가 철거된 곳도 없고 준결승전 때처럼 포킹에 힘을 준 것도 아니라 수성은 충분히 가능해요.>

수성을 뚫어낼 돌파력도, 야금야금 갉아낼 포킹력도 없다.

티몽이 쓰이지 않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흔히 말하는 풀템 구도가 되면 티몽의 존재감이 급락한다.

중계진들은 이 점을 걱정하고 있지만 한 가지.

가장 먼저 눈치를 챈 더우니 버빈이 만약이란 가정을 깔고 들어갔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로얄CN이 계속 버티는 식으로 가면 버섯이 대체 몇 개나 깔릴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티몽은 버섯밭을 일구는 중이다.

이미 로얄CN의 블루 지역은 티몽에게 장악 당했다.

시즌3처럼 핑크 와드를 무한정 들고 다닌다면 마음만 먹으면 되찾을 수 있을 터다.

그런데 시즌4는 핑크 와드의 개수가 한 개로 제한돼버렸다.

더우니 버빈이 가정한 만약.

그것이 현실로 일어난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렇게까지 할까 생각도 들지만 올마스터다.

독특한 플레이와 희귀한 챔피언의 달인이다.

그라면 정말 저지를 수 있지 않을까.

버섯이 소환자의 전장을 잠식하고 있다.

.

.

.

* * *

후반에 가면 무조건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서로가 꽝! 붙으면 네네톤과 이블퀸의 진격을 저지할 수 없다.

분명 그래야 했을 게임은 산으로 가고 있다.

퍼엉!

탑라인의 밀린 미니언 웨이브를 먹으러 가던 부시안이 버섯을 밟았다.

버섯 폭탄 한 방에 체력이 6할 가까이 빠졌다.

피흡을 하면 될 일 같지만 아니다.

잘못해서 하나 더 밟으면 정말로 죽을 수 있다.

부시안은 밟은 자리에서 얌전히 귀환을 타야만 했다.

어이가 빠진 우직의 입에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버섯 좀 어떻게 제거 좀 하자. 하나 밟으면 집 가야 되잖아."

"지우고는 있는데 너무 많아.."

"다들 핑크 와드 하나씩 필수로 사고 빨간 장신구 업그레이드 해."

"나 템칸 없는데..?"

후반에 가면 조합상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갈수록 게임이 미궁에 빠진다.

버섯은 점점 늘어나는데 반해 지울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하다.

아이템 칸이 차기 시작하자 핑크 와드를 못 사는 사람이 생긴다.

6초 동안 돌아가는 렌즈는 쿨타임도 길거니와 몇 개 못 지운다.

아니, 지우다가도 문제가 생긴다.

업그레이드된 빨간 장신구는 6초 동안 일정 범위를 탐색하며 차단한다.

그리고 시전자에게 10초간 오라클이라는 효과를 부여한다.

주위에 있는 덫이나 와드, 은신 챔피언이 보이게 된다.

얼핏 좋아 보이지만 한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퍼엉!

부시에 들어간 루나가 봉변을 당했다.

빨간 장신구를 시전한 상태일 텐데 어째서?

보일 뿐, 무효화시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부쉬 안의 덫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봐야 한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버섯이 터져버린다.

그렇게 버섯 하나 밟으면 체력이 쭈욱 깎인다.

어쩌다 두 개 밟으면 바로 집에 가야 된다.

엎친 데 덮친 격, 이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잘못 들어갔다간 잘릴 수도 있다.

상대는 버섯과 와드 수를 바탕으로 시야 장악을 해놨다.

아군 블루 지역은 사실상 포기한 수준.

레드 지역도 들어가기 곤란한 상태다.

어찌저찌 게임을 이어나가고는 있지만 갈수록 힘들어진다.

"아, 블루 또 뺏기겠네."

"블루가 문제가 아니라 바론 1분 남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줘야지 뭐, 별 수 있나."

"그럼 또 수성 하자고?"

악순환의 반복이다.

정글 지역을 장악 당하자 오브젝트를 다 내줘야만 한다.

그런데 정글에서 끝나지 않고 전 지역에 버섯을 뿌려댄다.

어쩌다 하나 밟으면 딜러진은 그대로 집.

탱커도 두 개 밟으면 귀환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했다.

가장 심각한 건 바론을 아예 막을 수가 없다는 거다.

─적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하였습니다!

파란 장신구로 살펴보자 역시나.

주위가 온통 버섯밭이라 접근을 할 수가 없다.

이번으로 세 번째 바론이다.

글로벌 골드의 격차는 심각하게 벌어졌다.

"바론을 턴마다 계속 내주는 건 너무 큰데.."

"계속 버티면서 후반 보자. 결국 티몽은 한타 존재감 제로야."

"그렇긴 한데 너무 잘 커버려서.."

자신들이 먹어야 할 정글몹을 티몽이 계속 빼먹는다.

너무 완벽하게 장악 당해 탈환은 불가능하다.

시도라도 했다간 다른 쪽 라인이 깨진다.

마치 우리에라도 갇힌 듯한 답답함.

여지껏 경험해본 적이 없는 혼돈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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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1부의 82화에서 꺼내든 챔피언은 원래 AP타이온이었습니다.

제가 당시 쓸 때는 신경을 못 썼었는데 르풀랑과 상성이 별로였습니다.

이에 따라 빅토리로 수정이 되었고 한 화를 통째로 다시 썼습니다.

전투씬 좋아하시는 독자님들은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내용 변경점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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