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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89화 (68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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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버티는 게 가능한 상황이라면 오죽 좋을까.

탑라인을 통해 쿡야 베이더스가 물밀듯 밀려온다.

이번에야 말로 억제탑을 깨버리겠다는 기세다.

탕!

타앙!

4코어가 완성된 헤이클린이 포탑을 툭툭 두들긴다.

간간히 스킬들이 스쳐 헤이클린의 체력을 깎는다.

하지만 다음 웨이브에 금새 회복되고 만다.

피를 마시는 칼과 치명타 아이템 세팅.

이 정도 나온 헤이클린은 만능이다.

더 이상 딜로스도 없고 사거리가 길다는 장점만이 남는다.

물론 여기까지 크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아, 이거 내줘야 하나?"

"내주자. 상대 바론 버프라서 헤이클린 순삭하고 시작하지 않는 한 힘들어."

로얄CN의 팀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결국 억제탑 하나를 내주게 됐다.

저 헤이클린의 성장을 눈뜬 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티몽의 운영 때문에 시간이 질질 끌리고 끌린 결과다.

아니, 끌렸다기 보단 일방적으로 당했다.

"아, 티몽이 이렇게 짜증나는 챔피언이었나.."

"다음 바론까지 아이템 뽑고 그때 걸어보자."

"어차피 쟤네도 바론 아니면 이렇게 압박 못해."

상황은 최악이지만 한 가지는 다행이다.

상대의 조합은 결국 결정타를 먹이는 능력이 부족하다.

지금까지는 아이템과 바론 버프 때문에 당해야 했다.

억제탑이 재생될 때까지만 버티면 미래가 있다.

'제길, 한타 때 보자.'

첫 번째 세트에 이은 라인전의 패배.

그것도 이번에는 네네톤을 들고 져버렸다.

처음 느껴보는 굴욕에 나우갓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하지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

게임이 후반에 이르면 한타 한 번에 게임이 끝난다.

'어떻게 한 번만 이기면..!'

결코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솔로랭크에서는 왕왕 생긴다.

재미만 보다가 결국 게임은 내준다.

탱커가 부족한 조합이 게임 말아먹는 레파토리다.

나우갓은 썩은 표정으로 탑라인의 거대 미니언 웨이브를 정리했다.

라인을 쭉 밀어 놓아야만 억제탑이 재생될 시간을 벌 수 있다.

여기서 한 번 더 라인을 밀면 헤이클린의 공격을 버텨낼 힌두인의 철갑옷도 나온다.

당장의 상황은 열악하지만 못해 먹을 정도는 아니다.

퍼엉!

그렇게 계획을 짜놓고 라인을 밀던 나우갓에게 봉변이 찾아왔다.

올라가던 아군 미니언이 버섯 폭탄을 밟았다.

그것만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잠복해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그 자리에 숨어있었단 말인가?

떠오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시간은 없다.

슉!

푸슉!

은신해 있던 티몽이 독침을 푹푹 쏴재낀다.

툭툭이 아니라 푹푹이다.

한 방, 한 방 맞을 때마다 억소리가 나온다.

'뭐야, 부자베인을 샀어?'

얼핏 아이템창을 보니 풀템이다.

3.5코어가 나오기 직전인 자신의 체력이 뭉텅뭉텅 깎인다.

이동 속도의 차이 때문에 따돌릴 수도 없다.

아군이 지원을 오기에는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다.

어떻게 스턴을 걸고 내빼려고 해도 얄밉게 거리를 안 준다.

결국 나우갓은 점멸을 사용해 거리를 벌려야만 했다.

"아니, 티몽이 왜 저기 있는 거야.."

"안 죽었으니 됐어. 빨리 정비하고 한타 보자."

다행히 티몽이 바론의 송곳니 같은 공격 속도 아이템을 올리지 않아 살 수는 있었다.

하지만 굴욕적인 상황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다음 한타에서 써야 할 귀중한 점멸이 낭비된 데다 티몽이 자꾸 따라오면서 웃는다.

그 명백한 비웃음에 안 그래도 멘탈이 흔들리던 나우갓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온다, 온다. 이거 무조건 걸어야 돼. 쟤네 또 바론 먹고 오면 답 없다."

"네네톤이 점멸 빠져서 애매하긴 한데.. 이블퀸이랑 루나라 괜찮을 거 같아."

"그럼 나부터 들어갈 테니 루나 바로 궁지원 해줘. 점멸로 헤이클린 물 수 있으면 물고."

탑라인에 이어 이제는 봇라인이다.

상대는 돌려깎기를 진행하기 위해 반대편 라인에 찾아왔다.

탑 웨이브를 충분히 밀지 못한 탓에 여유 시간은 적다.

탕!

타앙!

또다시 헤이클린이 억제 포탑을 두들긴다.

바론 버프가 없기 때문에 적극적이지는 않다.

문제는 탑라인에서 오고 있는 거대 미니언 웨이브.

한 명이 탑을 막으러 가야 할 테고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 전에 걸어야만 한다.

챠라락!

쿠확!

어둠 속에서 나타난 이블퀸이 궁극기를 때려 박았다.

뒤에서 몰래 공격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불가능하다.

길가다 버섯 두어개 밟으면 집 생각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일단 한타는 걸렸고 로얄CN의 브루저는 출중하다.

콰앙-!

루나의 궁극기가 헤이클린을 빗맞혔다.

빗맞히기만 해도 80% 둔화다.

점멸이 빠졌으며 딜로스를 만들어냈다.

나머지 팀원들이 치고 올라간다.

돌진 조합은 한 번 주도권을 잡았을 때 위력적이다.

이를 저지해낼 앞라인이 부실한 쿡야는 대위기다.

무극의 대검까지 갖춰진 부시안이 프리딜을 넣는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 부시안이 죽어버렸다.

풀피였던 부시안이 어쩌다 갑자기?

범인은 다름 아닌 티몽이었다.

"아.. 이게 한 방에 가버리네."

우직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당연히 상대 스킬을 주시하고 있었다.

거미여왕의 실뭉치, 구리가스의 궁극기도 피하려고 했다.

상대는 논타겟 위주의 스킬 구성이라 충분히 캐리각이 나왔다.

하지만 단 한 명 논타겟이 아닌 암살자가 존재했다.

부자베인이 묻은 평타와 실명침.

발화까지 더해지자 그냥 죽는다.

스킬을 피할 자신이 있어 극딜템을 간 게 화근이 되었다.

띠이잉..!

앞점멸로 부시안을 죽인 티몽은 그 자리에서 황금 동상이 됐다.

네크로노미콘이 있던 자리엔 어느새 조냐의 물시계가 대신하고 있다.

넘어갈 뻔했던 한타의 기세는 한순간에 뒤집어 엎어졌다.

우여곡절 끝엔 진입했던 앞라인은 헤이클린에게 카이팅 당해 죽는다.

호롱!

콰드득!

코리아나의 궁극기가 티몽 하나에 작렬했다.

상대의 역공을 받아치기 위해 아껴두고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극딜을 간 티몽은 그 자리에 확 찢어진다.

"아깝다. 스킬 포식자만 하나 있어도 살았을 텐데."

"무극의 대검 안 올리면 헤이클린이랑 맞딜이 안돼서 어쩔 수 없었어."

"그래, 어쩔 수 없었지. 살다살다 대회에서 티몽을 상대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첫 번째 세트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두 번째 세트는 떨떠름할 지경이다.

방금 대회를 한 건지, 솔랭에서 트롤픽 능욕을 당한 건지 분간이 안 간다.

의자에서 일어나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나서야 실감이 난다.

아, 2패를 고스란히 내줘 버렸구나.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상황이 꼭 최악만은 아니었다.

"지긴 했는데 둘 다 필살기성 전략이라 두 번은 안 할 거 같은데?"

"리심이랑 구리가스 동시에만 안 내주면 야흐오도 안 할 테고.."

모르는 상태에서는 당할 수밖에 없는 전략.

안다면 충분 받아칠 여지가 있다.

야흐오는 호응하는 픽만 안 내주면 한타 존재감이 반감한다.

티몽은 CC기 좋은 정글러가 초반에 말려줘야 한다.

"한 번 말리게 하면 계속 딸 수 있고 버섯도 멀리 못 깔아."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 조합을 좀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만약 탑이 약간 밀려도 미드나 봇에서 스노우볼 굴릴 수 있는 걸로."

우직의 의견에 나우갓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입이 열 개라도 반박할 말이 있을까.

그 자랑하는 네네톤으로조차 탈탈 털렸다.

"우리는 충분히 강력하게 가져가지 않았어? 여기서 더 센 건 쓰렉귀 뿐인데 내가 쓰렉귀를 못해."

"예전에는 쏘냐로 킬 잘 땄잖아?"

"요즘 메타에 쏘냐 못하지. 그리고 루나만 해도 충분히 킬 딸 수 있어."

실제로 따기도 했다.

그렇다면 소거법으로 남게되는 라인은 하나다.

그 라인을 맡고 있는 차도리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르풀랑 할게."

"아, 연습하고 있었지? 그거 괜찮긴 하더라."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OP던데? 실력 차이 나면 킬 따기도 쉬울 걸?"

준결승전에서 올마스터가 꺼낸 히든 카드 르풀랑.

W스킬, 날조를 선마스터하고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을 선템으로 간다.

기존과는 엄연히 다른 챔피언이다.

현재 솔로랭크에서 상당히 뜨고 있으며 프로들도 연습을 하고 있는 추세다.

열흘 안팎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차도리는 르풀랑을 마스터했다.

기존 방식의 르풀랑을 다룰 줄 알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올마스터 입장에서는 좀 그렇긴 하겠다."

"르풀랑이 좋아. 그냥 좋아서 하는 거야."

"하긴 특허낸 것도 아니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같이 쓰는 거지."

아직 중국어가 서투른 차도리지만 나름대로의 의사소통은 된다.

탑 차이로 인해 연이어 패배를 해버린 로얄CN.

이제는 게임의 중심이 탑에서 미드로 옮겨간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줄 알 뿐, 공격적인 플레이를 못하는 게 아니다.

코리아나를 고집하던 차도리가 드디어 날카로운 칼을 꺼내 들었다.

.

.

.

* * *

그야말로 이변의 이변이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뿌연 안개 속과 같다.

미세 먼지로 가득한 베이징 시내도 이보다는 환하겠다.

첫 번째 세트에서 야흐오.

두 번째 세트에서 티몽.

상식을 초월한 픽으로 게임을 캐리해낸다.

중국 전 지역을 대표하는 권위 있는 대회 LPL이 개그 콘서트가 돼버렸다.

<하아.. 이게 참 난감합니다. 경기는 정말 재밌었고 수준도 높았어요. 그런데 이 찝찝함은 뭘까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고 많은 챔피언들 중에서 티몽이라니,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두 번째 세트가 끝나고.

살짝 반성회스러운 대화가 중계진들 사이에서 오간다.

꼭 그들의 잘못이라고만 볼 수 없는 게 참 노고가 많다.

매 경기가 예측 불가.

고작 한 선수의 챔피언에 의해 게임이 산으로 바다로 우주로 간다.

누구보다 경기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중계진들이 더욱 알쏭달쏭하다.

알기 때문에 더욱 모르는 것도 있는 법이다.

이 선수가 어째서 그런 픽을 했는지.

게임이 펼쳐지기 전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로얄CN이 결승전까지 올라오는데 무패였습니다. 그러니까 현재 LPL뿐만이 아니라 지역별 LPL, 충칭에서도 압도적인 모습 보여주며 무패의 전설을 써내려 왔단 말이죠?>

<그 무패의 전설에 오점을 찍은 챔피언이 야흐오와 티몽이 되어버렸네요. 이게 참 야흐오는 그렇다 치고 티몽을.. 이걸 대회에서, 그것도 결승전에서 꺼낼 생각을 하다니요?>

첫 번째 세트를 승리했으니 조금 시청자들을 위한 픽을 보여주자.

그런 느낌으로 진행된 게임은 아니었다.

정말 작정하고 운영의 끝이 뭔지 보여주었다.

만약 일반적인 게임이었다면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타를 기피했다.

버섯으로 정글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오브젝트를 독차지해버렸다.

점점 벌어지는 글로벌 골드 차이.

시청자들의 지루함은 티몽과 버섯밭이 달래주었다.

<올마스터가 라인전을 참 잘했어요. 사실 라인전을 이기고 있었기 때문에 버섯밭도 가능했던 거거든요?>

<근접AD의 카운터라고는 하지만 갱 당해서 죽기 딱 좋은 챔피언이죠? 솔로랭크에서도 평가가 참 박한 티몽인데 장점만을 잘 살렸습니다!>

티몽과 네네톤과의 상성.

사실 솔로랭크에서는 뒤집힐 때가 잦다.

견제한다고 깝죽대다가 역으로 킬각을 잡혀버린다던지.

갱킹으로 한 번 죽으니 더 이상 딜이 안 박힌다던지.

올마스터는 실수하지 않고 정말 진지하게 티몽을 했다.

그 결과, 탑라인의 버섯밭은 왕성해졌다.

이는 게임의 흐름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저는 개인적으로 빨간 장신구의 가성비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시 안이 안 보인다는 맹점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해설자로서 모른다는 말을 하는 게 굉장히 부끄러운 거긴 합니다만, 알았다는 전제 하에 티몽은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도 버빈 해설의 말에 동감합니다. 티몽이 작정하고 버섯밭을 일구니까 장난 아니게 까다롭네요. 한 번 기회를 내준 시점에서 돌이킬 수가 없었죠?>

라인전을 압도하고 버섯밭을 늘려나간다.

상대가 절대 들어올 수 없는 유토피아를 건설했다.

네네톤도 슬슬 맞파밍 되니 탑라인에 가지만 않으면 되겠지.

그 허술한 판단으로 인해 바론 백작이 나가고 말았다.

빨간 장신구를 쓰고, 오라클의 효과를 얻으면 뭣하는가?

일단 부시 안을 체크 하려면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서 밟으면 반피가 나간다.

이후, 게임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버티면서 파밍하는 것도 자기들 정글은 간수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다면 글로벌 골드 차이는 밑도 끝도 없이 벌어진다.

바론 백작을 눈 뜨고 내줘야만 한다.

티몽의 재평가가 LPL의 결승전에서 이루어지며 게임이 속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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