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90화 (6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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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바야흐로 세 번째 세트의 밴픽이 시작한다.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사태였다고 하나 진 건 진 거다.

수세에 몰린 로얄CN으로서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

<르풀랑! 드디어 적극적인 픽을 꺼내 들었습니다. 상황이 재밌게 되었는데요?>

<그렇습니다. 지난 준결승전 A조의 경기에서 올마스터가 꺼냈던 필승의 카드죠.>

최근 솔로랭크를 주름잡고 있다는 그 챔피언이다.

이를 로얄CN의 차도리가 꺼내 들었다.

사뭇 고무되는 매치라며 중계진들이 떠들썩하다.

<이번 세 번째 세트에서 올마스터가 포지션 변동이 있었습니다. 미드, 무언가 하나 단단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탑에서는 볼장 다 봤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변화될 로얄CN의 밴픽 양상을 예측한 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됐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올마스터가 알린 르풀랑을 미드에서 상대해야 한다.

<만약 르풀랑을 꺼낼 생각으로 포지션 변동을 한 거라면 말린 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최근 르풀랑이 굉장한 OP로 두각하고 있고 아직 대부분의 선수들이 숙련도가 무르익지는 않았어요. 다시 한 번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는 시기인데.. 차도리 선수도 솔로랭크에서 굉장히 많은 연습을 했다고 하죠?>

준결승전 A조의 경기가 끝났지 약 열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사이에 르풀랑을 하겠다는 결정을 하고.

대회 수준에서 쓸 수 있는 수준까지 연습까지 하였다.

맞상대할 상대에게서 카드를 빼앗다니?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과감하다.

또한 그 숙련도가 결코 부족하지도 않았다.

<차도리 선수의 최근 전적에서 르풀랑의 승률이 60%입니다. 게임을 곳 또한 1서버 그랜드 마스터..! 그런데 갈수록 승률이 오르고 있습니다.>

명실상부 중국 최고수들이 잠재하고 있는 구간이다.

LPL도 끝나가서 프로들도 다시 얼굴을 비추고 있다.

그곳에서 르풀랑을 연습한다?

게다가 승률이 나오고, 날이 갈수록 올라간다?

속련도가 완숙의 경지에 접어들었다는 반증이다.

<요즘 르풀랑이 미드에서 무상성을 자랑합니다. 침묵에 의한 일방적인 딜교환이 굉장히 골치가 아프거든요? 올마스터가 과연 어떤 카드로 받아칠지..>

<모르피나 나왔네요. 최근 미드에서 조금 다른 의미로 무상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라인전에서 밀리는 모습은 보여주진 않을 겁니다.>

무난한 AP챔피언의 카운터 모르피나.

르풀랑을 상대로도 제법 효과적인 카드다.

일단 라인 푸쉬력이 엄청 좋다.

블랙 실드 덕분에 딜교환도, 갱킹도 문제가 없다.

다만, 수동적인 챔피언이라 올마스터가 선호할 만한 픽은 아니다.

더우니 버빈이 무언가 짚이는 바가 있는지 화두를 꺼냈다.

<모르피나가 서폿일 가능성 적지 않습니다.>

<서폿은 이미 랄라가 있는데요?>

<아닙니다. 올마스터는 과거 미드 랄라를 꺼낸 전적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상대 또한 차도리였어요!>

훠궈로의 해설의 대답을 단박에 받아친다.

올마스터에게 어디 한두 번 당했겠는가.

철두철미한 조사를 했고, 과거의 경기 흔적도 두루 훑었다.

아니, 이런 것까지 했어?

보고도 믿기지 않는 놀라운 픽들.

실제 올마스터가 대회 경기에서 사용을 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LCF의 준결승전이었다.

차도리와 올마스터.

이 둘은 이미 상대 전적이 존재했다.

과거의 이야기, 중국인들로서는 썩 관심을 두지 않는 해외 리그다.

또한 지금까지는 굳이 예를 들 이유도 없었다.

<서양권 최고 규모의 대회라는 LCF 준결승전에서 올마스터와 차도리가 만났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양상의 밴픽을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해외 리그에 관심이 없는 절대 다수의 중국인들로서는 모르는 사실이다.

둘이 만난 적이 있다?

또한 비슷한 밴픽 구도를 나눴다?

더우니 버빈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당시 올마스터는 미드 모르피나인 척 랄라를 꺼냈거든요. 지금 진행되는 경기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차도리도 알고 있지 않을까요?>

<예,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는 승부입니다. 그야말로 리벤지 매치거든요? 적어도 차도리에게 있어서는 그렇습니다.>

LCF때는 라인전이 약한 트와이스 페이크를 꺼냈다.

그 탓에 정말 쪽도 못 쓰고 두들겨 맞으며 솔킬까지 내줬다.

하지만 과거를 다시 반복하리란 보장은 없다.

<르풀랑은 트페와 달리 라인전이 세요. 그리고 랄라를 상대해본 적이 있으니 크게 당황을 하지도 않을 겁니다.>

<미드 라인전이 정말 치열해지겠네요. 랄라가 과연 어떤 경기를 펼쳤는지, 제가 해당 경기를 미처 보지 못해서 모르겠습니다만.. 곧 실시간으로 나오겠네요. 양 팀의 밴픽 종료 됐고 경기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랄라를 미드로 쓰는 것만으로도 놀라울 지경인데 이미 전적이 있다?

중국 여러 검색 사이트에서 미드 랄라의 검색어 순위가 치고 올라간다.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경기.

리벤지 매치인 만큼 과정과 결과 모두 주목이 된다.

준결승전 세 번째 세트가 시작되었다.

.

.

.

* * *

끝끝내 스왑을 하지 않은 랄라와 모르피나.

당황스러운 상황일 텐데도 로얄CN의 부스 안은 고요했다.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담담하게 대화가 오간다.

"미드 랄라라.. 이번에는 예상했던 픽이라 다행이네."

"차도리가 한 번 당한 적 있는 거지?"

"맞아."

당사자임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한다.

차도리는 과거 LCF에서 참담한 패배를 경험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

그것도 1년 가까이 지난 옛날이다.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성장했다.

같은 수에 또 당할 만큼 무르지도 않다.

상대가 오늘 꺼내올 카드를 예측하지는 못할지 언정, 과거 그가 사용했던 챔피언들에 대해서는 대비를 마쳤다.

'랄라는 라인전에서 킬만 안 주면 돼.'

잘 사용되지 않는 챔피언들은 이유가 있다.

그런 챔피언들이 날뛰는 게임도 이유가 있다.

앞선 두 세트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야흐오를 확실하게 묶을 스킬이 있었다면?

한타에서 야흐오가 선진입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나오지 않는다.

스킬을 아껴두고 있으면 후진입도 하기 힘들다.

티몽의 경우도 마찬가지.

네네톤이 라인전을 밀리지만 않았으면 됐다.

서로 라인전이 비등한 상황에서는 버섯을 깔 수 있는 위치가 제한된다.

정글러가 갱킹을 가기 더욱 수월해질 뿐더러 깜짝 바론도 힘들다.

'딱히 탓하는 건 아니지만.'

평소 자신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나우갓이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이를 비웃을 정도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진 않는다.

나우갓을 탓하든, 비웃든 결과가 바뀌는 일은 없다.

무의미한 감정 싸움에 불과하다.

이미 게임은 시작했고 이번 세트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한 번 더 진다면 뒤집을 확률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차도리는 인베를 대비하며 다가올 라인전의 구도를 머릿속에서 그렸다.

"그러니까 미드 랄라가 후반에 가면 썩 존재감이 별로라 그거지?"

"딜적인 측면에서 많이 아쉬워."

"하긴, 미드라이너가 광역딜이 없으면 애매하긴 하겠다."

후반에 갔을 때 일반적인 AP챔피언 만큼 폭딜이 나오지 않는다.

미드 랄라가 가진 치명적인 단점이다.

누구를 한 명 살려주는 건 서포터도 할 수 있다.

그걸 조금 더 잘한다고 특별한 이점은 아니다.

하나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라인전에서의 EQQ.

타겟팅 스킬인 요정을 붙이고 보라색 창을 두 번 긋는다.

상당히 짜증나는 콤보지만 이 또한 대비책이 있었다.

'쿨감이 돼야 할 수 있는 콤보야.'

최소한 30%의 재사용 대기 시간 감소를 맞춰야 한다.

이는 라인전 단계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블루만 먹어도 쿨감이 20%였다.

하지만 얼마 전 패치로 10%로 감소했다.

라인전 단계에서 쿨감 30%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딜교환 메커니즘도 파악했기 때문에 라인전은 문제가 없다.

더욱이 LCF에서 했던 트와이스 페이크는 라인전이 약했다.

그에 반해 르풀랑은 명실상부 라인전 강챔.

라인전만 밀리지 않으면 미드 랄라의 픽은 퇴색된다.

─미니언들이 생성되었습니다!

인베 단계가 끝나고 라인전이 시작한다.

차도리는 천천히, 그러면서도 패기 있게 라인전을 진행했다.

르풀랑은 공격적으로 게임을 풀어야 하는 챔피언.

랄라처럼 라인 푸쉬가 좋은 챔피언을 상대로 주도권을 내주면 안된다.

게임의 향방은 의도했던 풀려나갔다.

무난한 라인전, 격차를 벌려나가는 탑과 봇.

이번에야 말로 올마스터를 꺾어내리라.

사심을 배제하고 있을 뿐 분하지 않은 건 아니다.

차도리는 집중력 있게 라인전을 이어나갔다.

.

.

.

* * *

챠라랑!

두 줄기의 보라색 창이 뻗어져 나가며 미니언을 긁는다.

미니언에 요정을 붙여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날렸다.

그럼에도 르풀랑은 무빙을 통해 이를 피해냈다.

'역시 알고 있는가 보네.'

경기 시간 15분.

라인전은 무난하지 않게 흘러간다.

서로가 티격태격 신경전이 대단하다.

상대는 미드 랄라의 스킬 메커니즘을 알고 있다.

보라색 창을 피하며 평타는 미니언 뒤에서 맞는다.

결정적으로 고정 마법 저항력 룬.

이 정도만 신경 써줘도 랄라로 르풀랑을 솔킬 내는 건 힘들다.

'사거리 차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나.'

랄라의 딜교환은 기본적으로 평타 사거리 내에 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 들어가면 르풀랑이 QW로 딜교환을 해온다.

안타깝게도 스킬 사거리에서 르풀랑이 살짝 우위다.

침묵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킬각이 나올 수도 있다.

결국 보라색 창으로 짤짤이를 하다 들어가야 하는데 잘 안 맞아준다.

맞혀도 고정 마저룬이라 데미지가 푹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랄라의 상대법을 숙지하고 온 모양이다.

뭐, 그럴 거라 예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한 번 겨뤄봤으니 모른다면 오히려 곤란하겠지.'

그 정도도 안되는 상대가 여기까지 올라왔을 리 있나.

로얄CN의 미드라이너 차도리.

LCF의 준결승전에서 팀AOA의 소속으로 겨룬 전적이 있다.

당시에는 상당히 압도적으로 패퇴시켰다.

하지만 더 이상 똑같은 수에 당하지 않겠다.

미드 랄라를 상대로 라인전 딜교환이 밀리지 않는다.

'역시 실력은 있어.'

차도리, 아니 도차일까.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도 꾸준하게 잘했다.

특히 꿀챔프에 대한 학습력이 빠른 편이다.

메타가 달라져도 쉽게 적응하며 솔로랭크의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확실히 재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프로가 되어서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중국 리그에서 이미 유명 인사가 되었으며 얼마 전에는 롤드컵에도 나갔다.

준결승 진출이라는 결코 폄하하지 못할 공적을 세웠다.

어둠의 테이커라는 별칭은 과연 허명이 아니었다.

챠라랑!

라인을 쭉쭉 푸쉬한다.

상대법을 알고 있는 르풀랑을 상대로는 라인전에서 별로 할 게 없다.

구태여 견제를 할 바에야 라인을 밀고 더티 파밍을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득이다.

'옛날이었으면 솔킬에 목이 말랐겠지만.'

LCF 당시 했었던 랄라는 분명 그러했다.

후반에 가도 안 좋은 건 아니지만 썩 좋지도 않았다.

라인전 단계에서 EQQ의 딜교환으로 이득을 봐야 한다.

상대의 주력 딜러를 말려 놓고 아군 원딜러를 보조해 캐리하는 그림.

하지만 현재의 랄라는 구태여 보조 챔피언을 자처할 필요가 없다.

얼마 전 서포터들의 대격변이 있었다.

'시즌4 패치와 함께 말이야.'

서포터 전용 아이템이 생기고, 서포터 챔피언들의 스킬들도 일부 조정이 되었다.

그로 인해 조금 말썽이 생길 예정이다.

본래라면 서포터로 사용되어야 할 챔피언들이 다른 라인에 간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랄라.

랄라가 주문력을 올리는 게 엄청 좋게 변했다.

초반에 랄라를 말리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극AP랄라의 위력을 보여준다.

찰칵!

상점에 가서 아이템을 구입한다.

이제 곧 라인전이 끝나면 치열해질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주워 먹을 게 많아진다.

아니, 없더라도 강제로 있게 만들 수 있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게 바로 현재의 랄라다.

─Qookya AllMaster님이 테자이의 재능약탈자를 구입했습니다!

대회 무대에서 어지간하면 나오지 않는, 그 의미가 정말 남다른 아이템이다.

게임이 흥한 것도 아니고 글로벌 골드는 밀리고 있을 텐데 어째서?

랄라와 테자이는 궁합이 기가 막힌다.

죽고 싶어도 죽을 일이 없으니 당연하다.

============================ 작품 후기 ============================

1부에서 빅 암 걸렸던 부분들.

그리고 설정 오류로 꼬였던 부분들.

화수로 따지자면 106화까지 해결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고쳐나갈 게 있어요.

리메이크 급으로 수정해야 했던 급한 불은 껐으니 나머지는 금방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대한 빨리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반 설정과 관계가 스무스하게 변했습니다. 중복된 서술이나 질질 끌렸던 부분들 삭제. 이후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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