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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92화 (69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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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랄라의 능력이 무시무시해진다.

이는 원딜러를 막을 수 없다와도 동의어다.

어째서?

원딜러에게 있어 속도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쯔쯧!

핑크스가 랄라에게 두 가지 버프를 받았다.

심술쟁이와 요정 붙이기.

지난 용한타에서도 쿡야는 이걸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번 바론 대치는 재미를 보는 수준이 아니다.

<핑크스의 이동 속도가 미쳐 날뜁니다! 사거리도 길어서 뻐엉! 뻐엉! 바주카로 한 대씩 두들기고 빠지기 너무 좋죠?>

<아니, 이 정도면 거의 패시브가 켜진 수준인데요..? 원딜러가 이렇게 이속이 빠르면 물기도 힘들어요.>

킬 혹은 어시스트를 올리면 이동 속도가 증가하는 핑크스.

한타에서 그 한 번을 터트리는 게 관건인 챔피언이다.

뚜벅이라는 단점을 완벽히 보완해주는 패시브지만 당연히 힘들다.

적들이라고 이를 모를 리 없고 아군이 암살을 한다고 무조건 터지는 게 아니다.

핑크스가 최소한 한 대를 두들겨야, 즉 앞라인 싸움을 해야 하는데 생존기가 없다.

브루저 들어오고 암살자 후진입 하는 상황이면 답도 없이 죽어야 한다.

그런 핑크스에게 랄라가 날개를 달아줬다.

<아군에게 요정을 붙여주면 랄라의 패시브 데미지도 같이 날아갑니다. 스토커의 단검도 있어서 마법 데미지가 장난이 아니에요.>

<딜러진은 한 대 맞으면 반피 날아갑니다? 말화이트도 무사 못해요? 빨리 안 물면 체력 다 빠지고 시작합니다!?>

한타 대치 상황에서 원딜러가 포킹을 한다?

심지어 말화이트와 루나라는 강제 이니시를 지닌 로얄CN이다.

그럼에도 무서운 것이 없는지 빠른 이동 속도를 활용해 툭툭 갈긴다.

점멸의 반응 속도를 믿고 하는 깡플레이.

여차할 땐 랄라가 보조한다.

랄라의 주문력은 800을 돌파했다.

두터운 실드에 110%가 넘어가는 이속 증가량.

궁극기의 피뻥 또한 체력 추가량이 심상치 않다.

핑크스가 저렇게 패기가 넘치는 것도 그럴 만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맞아줄 수는 없다.

또다시 심술쟁이로 카이팅 시작하면 바론 대치고 나발이고 발을 빼야 한다.

로얄CN으로서는 마지막 기회다.

콰아앙!

노란색의 불꽃이 강바닥을 물들인다.

루나의 궁극기, 달빛 포격.

핑크스를 노리기 위함은 아니다.

블랙 실드도 있어서 먼저 무는 건 힘들다.

대신 많이 맞히겠다.

달빛 포격이 모르피나와 네네톤, 그리고 랄라를 집어삼켰다.

<말화이트 박고 크레이브즈가 폭약을 끼얹습니다! 모르피나 한 순간에 녹아내렸죠?!>

<그래도 블랙 실드는 남기고 갔거든요? 핑크스가, 핑크스가 대활약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핑크스를 향해 르풀랑이 덮쳐온다.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 이후 딜템만 둘렀다.

원딜러를 잡아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죽음의 불타는 손길 이후 풀콤보를 던진다.

이 데미지는 어지간한 탱커도 버텨내기 힘들다.

그것을 원딜러에게 쏟아낸다는 사실은 사형 선고나 다름이 없다.

<커져라~♪>

이를 랄라가 어거지로 살려낸다.

궁극기의 추가 체력만 일 천을 상회한다.

보호막도 700을 넘어간다.

은전자 망토의 마법 저항력까지 더해지자 르풀랑의 풀콤보가 우습다.

<르풀랑의 콤보가 정말 완벽하게 들어갔는데.. 버텼습니다. 말화이트 툭툭 치면서 피흡합니다. 랄라 실드 쿨 또 돌았어요?>

<안 그래도 공속 빠른 기관총에 랄라 패시브가 적용되니 무시무시합니다. 말화이트가 아무리 방템 둘둘 둘러서 600 넘어 가봤자 이러면 못 버티죠!>

로얄CN이 그렸던 그림은 착오 없이 진행됐다.

이니시도 완벽하게 걸렸고, 스킬샷이 빗나가지도 않았다.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핑크스가 죽을 시늉을 안 한다.

더 이상 말화이트도 두터운 방패가 되어주지 못한다.

랄라의 패시브에는 0.15AP의 계수가 추가됐다.

얼핏 약해 보이지만 아니다.

매 평타에 스토커의 단검이 터진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공격 속도가 한계치에 가까운 핑크스다.

하이브리드 데미지가 모든 것을 녹여낸다.

<이제 시작입니다. 핑크스 패시브 터졌고, 곧 있으면 또 걸립니다. 레드까지 있어서 도망도 못 가요!>

쿡야 베이더스의 앞라인도 무사치는 못했다.

이미 풀템이 나와버린 크레이브즈.

광전사는 죽었고, 네네톤은 카이팅을 당하다 도망쳤다.

하지만 핑크스가 살아있다.

패시브가 켜진 핑크스에게 심술쟁이까지 더해졌다.

뻐엉!

평타 한 방이 누킹에 가깝다.

치명타도 말이 안되게 아픈데 마법 피해도 무시무시하다.

완벽하게 헤일의 상위 호환이다.

물론 핑크스 하나가 이뤄낸 기적은 아니지만 그만큼 임팩트가 어마무시하다.

<루나가 물어보지만 기관총으로 전환해서 두두두두두! 루나 죽었고, 크레이브즈도 운명을 달리합니다.>

루나와 크레이브즈가 어떻게 물려고 했다.

점멸로 핑크스를 물고 크레이브즈 산탄총을 쏴재꼈다.

그럼에도 안된다.

클린즈로 스턴을 풀어내며 기관총으로 카이팅한다.

이동 속도가 워낙 빨라서 추적이 안된다.

루나가 죽자 핑크스의 패시브가 터진다.

이동 속도가 엄청나게 상승한다.

크레이브즈는 결국 뒤를 잡히고 사망.

라인전에서 압도적인 패기를 보여주던 과거의 영광은 온데간데없다.

<르풀랑만 어떻게 살아 돌아갔습니다. 마무리는 면했는데 의미가.. 없죠?>

<이거 억제탑 나갔고, 잘못하면 바론도 나갑니다. 핑크스 이속 증가된 상태로 미드 질주합니다!>

와, 한타에서 핑크스 못 잡으면 답도 없겠구나.

하지만 로얄CN도 분명 답이 없지는 않았다.

방금의 한타는 핑크스가 점멸이 있었기에 그런 구도가 그려졌다.

풀템전에 접어드는 시간대인 만큼 다음 한타에서 어떻게 잘 비비면 된다.

한타 대승하면 그대로 미드 쭉 밀고 내려갈 수 있다.

문제는 그럴 미래가 오지 않을 거란 현실이다.

<미니언에 실드가 걸렸습니다? 이거 설마.. 설마 이대로 쌍둥이 포탑까지 진격하나요?>

<랄라도 부자베인 있어서 타워 무척 잘 깹니다. 게임 끝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미니언이 없으면 포탑의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200씩 상승한다.

아무리 딜이 세도 잘 안 박힌다.

르풀랑도 살아 있는 데다 미니언도 겨우 한 마리 있다.

쌍둥이 포탑은 못 밀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 랄라라는 챔피언은 정상이 아닌 것 같다.

테자이의 모든 책장이 넘어가자 주문력이 900이다.

800에 가까운 실드가 미니언에게 씌워진다.

포탑이 두들겨도 다음 실드 쿨타임이 먼저다.

2차 포탑, 억제 포탑, 억제탑, 순서대로 쭉쭉 철거되며 쌍둥이 포탑에 닿는다.

로얄CN이 부활하려면 20초가 남았다.

어떻게 한 번 시간을 못 끌면 이대로 게임 끝난다.

파앗!

어떻게든 한 타이밍 막아서야 한다.

한 번만 막으면 게임을 충분히 이끌어나갈 수 있다.

어쩌면, 역바론까지 가능할지 모른다.

날조로 접근한 르풀랑이 랄라를 향해 풀콤보를 넣는다.

피흡이 있는 징크스보다 랄라가 노리기 쉽다는 판단.

궁극기도, 실드도 분명 쿨타임이다.

그 판단 자체는 정확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심술쟁이를 이래서 아껴두고 있었죠. 사실 심술쟁이의 본래 활용도는 이게 맞습니다.>

<적 한 명을 잠시 무력화 시키는 독특한 메커니즘의 CC기입니다. 작은 동물로 만들어 버리는 변이라는 건데.. 어쨌든 르풀랑이 아무것도 못하고 죽었습니다. 미니언에게 또 실드 씌워졌고 부활하기 전에 게임 끝납니다.>

포탑 철거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핑크스만 해도 원딜러 중에 가장 빠른데, 주문력 900의 랄라가 도와주자 순식간이다.

견고하게만 느껴지던 쌍둥이 포탑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진다.

다음은 넥서스.

상대의 부활을 기다려준다?

<랄라가 환하게 웃네요! 저 기괴한 웃음소리가 솔로랭크에서 랄라를 정말 때려 죽이고 싶게 만드는 요소죠.>

<라인전에서 지고 있을 때 저 소리 듣고 멘탈 깨진 경험. 솔로랭크 유저들이라면 한 번씩은 있으실 텐데 이번 게임은 더합니다. 라인전 단계에서 그토록 유리했던 게임이 한타 한 번에 끝나다니요..?>

부활한 로얄CN의 선수들이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얄밉게 평타를 툭!

부자베인이 묻은 랄라의 평타에 넥서스가 허물어진다.

세 세트를 내리 연속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로얄CN의 입장에선 고민이 많아진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 걸까.

솔로랭크에서 연패를 하면 종종 겪게 되는 감정이다.

내가 얼마나 더 해줘야 게임을 이길 수 있는 거지?

로얄CN은 세 세트를 내리 지기는 했지만 결코 허무하게 내주진 않았다.

매 게임 픽의 기용을 바꾸며 이전 세트의 단점을 보충했다.

그저 쿡야 베이더스가 한 수 앞섰을 뿐이다.

상대의 전략을 미리 예상하고 허점을 찌른다.

여기에 올마스터 특유의 독특한 챔피언이 더해진다.

해보지 않고서는 게임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가 없다.

망망대해에 홀로 떨어진 듯한 막막함.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가면 도착할 수 있기는 한 건지.

분명 로얄CN은 그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테다.

<쏟은 노력에 비해 결과가 야속하게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가능성은 보여주었거든요?>

<절대로 라인전 기량이 밀려서 패배를 한 건 아니에요. 올마스터의 의외성 넘치는 픽이 가져오는 나비 효과에 대비가 부족했다. 아니, 뭐 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긴 합니다.>

<예상이.. 안되죠? 저희 중계진도 솔로랭크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윤곽조차 잡히지가 않고 있어요.>

로얄CN 뿐만 아니라 중계진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려줘야 하는 게 해설자들의 역할이다.

그런데 아는 게 없으니 말할 것도 없다.

괜시리 입 잘못 놀리면 흑역사 찍찍 그어지는 수가 있다.

매 경기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야흐오, 티몽, 방금 전에는 랄라.

누가 보면 대회에 찬물 끼얹으려고 작정하고 준비한 픽으로 보일 지경이다.

적어도 중국인들에게 있어 롤드컵 이상의 의미를 가진 LPL 대표전이다.

세계 최고의 리그, 중국이야 말로 세상의 중심이다.

중화사상은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빠져 있는 종교와도 같다.

그런 권위 있는 대회가 트롤픽의 천국으로 탈바꿈시켰다?

올마스터가 아주 깽판을 치고 있다.

못한다면 한 마디 하겠지만 엄청나게 잘한다.

세 게임 연속 캐리하고 있으니 딴지걸 수도 없다.

이윽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네 번째 세트의 밴픽이 시작됐다.

선수들의 피로를 고려해 약 30분의 대기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 로얄CN이 반격의 서막을 일굴 회심의 한 수를 준비해왔을지.

아니면 쿡야 베이더스가 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의외성 넘치는 밴픽을 보여줄지.

이번에도 역시 무언가 하나 꺼냈다.

이전처럼 엄청나게 의외성이 있는 픽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시는 분들은 알 만한.. 썩 좋은 챔피언은 아닙니다. 정글러로서 갱킹력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시즌2에는 대회에서도 종종 픽이 됐습니다. 하지만 시즌3에 들어 픽률이 급감했죠. 딱히 너프가 된 건 아닌데 이블퀸, 거미여왕, 카지트 등 갱킹력도 탱킹력도 준수한 챔피언들이 나타나면서 자연스레 묻혔어요.>

사실 독특한 픽까지는 아니다.

그저 잘 안 쓰이는 비주류 챔피언.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익히 알려졌다.

한 가지 의아한 건 정글이 아닐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혹시 탑으로 쓰려는 건가요..? 그러면 독특한 픽이 되긴 하는데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올마스터가 다시 탑으로 간 이유가 이해는 됩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챔피언들 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지는.. 저는 아직 상상이 가지 않네요.>

챔피언 성능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알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마스터다.

그라면 또 어떠한 마술을 부릴지 모른다.

약간의 우려, 그리고 기대 속에 네 번째 세트가 막을 올렸다.

.

.

.

* * *

마지막이 될지 모를, 아니 마지막을 장식하려고 하는 네 번째 세트다.

경기는 시작됐고 소환자의 전장에 발을 디뎠다.

이번 게임에서 나는 또다시 탑을 맡았다.

'시즌4라..'

나는 시즌4가 어떻게 굴러갔는지 전부 기억하고 있다.

기억을 토대로 꿀도 좀 빨 겸 나름대로 노력도 하였다.

직트를 원딜로 사용한 것.

사리는 조합을 상대로 이득을 보는 게임을 한 것.

의외성을 노리기 위함도 있지만 진짜는 여러 방식의 게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시즌4에 찾아올 거지 같은 수성 메타.

롤챔스가 노잼스로 확고히 자리 잡는 시기다.

꼭 수성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경기를 통해 나타냈다.

물론 전한 바가 그대로 들어 먹힐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른 라인은 그렇다 쳐도 탑은 어쩔 수가 없다.

그 중심에는 항상 이 챔피언이 있었다.

'한동안은 지겹도록 얼굴을 볼 수밖에 없는 사이지.'

그럼에도 나는 꺼내려 한다.

어차피 빠른 시일 내에 화제가 된다.

내가 꺼내는 편이 그나마 덜 파장이 가지 않겠는가.

속칭 노잼톤과 또바나로 불리우는 일축.

명실상부 시즌4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정글이 아닌 탑으로 가는 티바나.

이번 LPL을 마무리하는데 더없이 적절한 챔피언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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