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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네네톤을 풀어주자 상대는 얼씨구나 잡았다.
대신 초반 갱킹과 다이브가 좋은 거미여왕을 가져갔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나는 티몽을 할 생각이 없는데.
그렇게 앞으로 지긋지긋 보게 될 첫 번째 매치업이 성사되었다.
네네톤과 티바나의 라인전 구도.
노잼톤과 또바나라며 비하의 대상이 되곤 하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말이 없던 시기다.
나온 적이 없으니 오히려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을 테다.
"탑티바나라.. 저는 아무리 봐도 그게 왜 좋은지 모르겠어요."
아군 정글러 마파두부가 소심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한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사실 티바나는 챔피언이 스펙이 상당히 애매하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좋다고 하기에는 글쎄올시다.
결국 버티면서 CS를 받아먹는 구조의 챔피언이다.
스킬과 라인전 메커니즘이 비슷한 녀석으로 말화이트가 있다.
두 챔피언을 비교해봤을 때 단단한 건 말화이트.
이니시가 좋은 것도, CC기가 좋은 것도 말화이트.
어째서 살짝 모자라 보이는 티바나가 다른 탑 챔피언들을 재치고 시즌4를 주름 잡을 수 있었을까?
그 이유가 여실히 증명되는 이번 LPL의 종지부다.
"그게 왜 좋은지 알아가는 것이 인생이란 게 아닐까."
"뭔가 멋있는 말 같긴 한데 결국 개소리 아니에요?"
"개한테 한 번 뒤질 때까지 두들겨 맞아 볼래?"
"힝.."
이미 라인전은 시작했고 한 번의 귀환 타이밍을 잡았다.
잡았다기 보단 억지로 그렇게 됐다.
상대 쪽에서 라인 스왑을 걸어왔다.
탑티바나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모르니 라인 스왑으로 간을 보려던 속셈 같다.
그 결과, 나와 네네톤 모두 한 번의 죽음을 맞이했다.
나름 만족스러운 죽음이었기 때문에 상관은 없다.
목표하던 그 아이템을 살 돈이 갖춰졌다.
'초보자 세트.'
두란의 방패와 두란검.
시즌4의 탑솔러가 거의 반드시 가던 아이템이다.
특히 라인 유지력 관련 스킬이 없는 티바나에게는 필수다.
얼마 전에 두란검에 대한 조정이 있었다.
기본 공격 시 원거리 챔피언은 체력이 3씩, 근접 챔피언은 5씩 체력이 회복된다.
대놓고 원거리 딜러에 대한 하향 패치다.
선템으로 무극의 대검을 가기 애매해졌다.
하지만 근접 챔피언들의 경우 오히려 상향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혜를 본 챔피언이 바로 티바나.
Q스킬인 두 번 할퀴기로 치면 체력이 두 배로 회복된다.
쿠러렁!
탑라인에 도착하자 이제야 상봉한다.
네네톤과의 라인전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보자마자 거대한 칼을 휘둘러 인사를 해온다.
정말 짜증나기 그지없는 견제지만 괜찮다.
초보자 세트가 나온 이상 맞으면서 파밍이 가능하다.
미니언을 툭툭 치며 체력이 금새 찬다.
이러면 네네톤은 조금 더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꾸드득!
쿠러렁!
스턴을 박고 칼을 휘둘러 긁는다.
악명이 높은 네네톤의 일방적인 견제.
하지만 티바나를 상대로는 씨알도 안 먹힌다.
후룽!
티바나의 W스킬 화염 폭풍.
불길을 망토처럼 둘러 주위의 적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가한다.
그 불길이 지속되는 동안 티바나는 이동 속도가 증가한다.
네네톤을 따라가서 툭툭 두들긴다.
툭!
툭!
글자 그대로 툭툭이다.
그럼에도 굉장히 아프게 들어간다.
네네톤이 진입해오는 순간 화염 숨결을 날려두었다.
이걸 맞게 되면 매 평타에 추가 피해가 가해진다.
최대 체력에 비례한 %뎀이라 상당히 아프다.
스킬이 빠진 네네톤은 티바나와 맞딜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따라가서 계속 두들기다 빠지면 된다.
'다른 챔피언들처럼 별 생각 없이 견제 넣다간 큰코다치지.'
그리고 다시 미니언을 두들겨 흡혈.
당연하게도 현재 티바나는 너프가 되지 않았다.
스킬 데미지가 초반부터 강력한 덕에 네네톤을 압도할 수 있다.
'이 뿐이라면 티바나가 쓰일 이유가 없겠지만.'
티바나를 많이 상대해본 네네톤은 자기 딜만 쏙 넣고 잘 빠진다.
방금처럼 화염 숨결도 맞아주지 않고 무빙으로 요리조리 피한다.
SKY T1의 메딕이 네네톤으로 티바나 잘 잡기로 첫 손에 꼽혔다.
즉, 티바나의 진가가 나오려면 멀었다.
이윽고 기다렸던 시기가 찾아왔다.
6레벨이 되는 순간 티바나는 변화한다.
쿠와앙-!
티바나의 궁극기, 화룡 강림.
용으로 변신해 먼 거리를 날아간다.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적들에게 마법 피해를 가한다.
방금 그 데미지로 라인을 화끈하게 밀었다.
찰칵!
귀환 타이밍을 강제로 잡았다.
구입하는 아이템은 어쌔신의 신발.
구태여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아직 티아매트 살 돈이 안 나왔을 걸?'
어째서 티바나가 OP 탑솔러로 군림할 수 있었을까.
이제부터 그 진가가 발휘될 시간이다.
라인에 도착해 미니언 웨이브를 쭉 민다.
그대로 달려나가 오버 파밍을 시작한다.
화염 폭풍을 일으켜 미니언에 비비면 순식간이다.
마치 싱나드를 보는 듯한 라인전 메커니즘.
라인에 늦게 도착한 네네톤은 타워에서 밀려오는 미니언 웨이브를 받아먹어야 한다.
티아매트가 없는 네네톤은 라인을 받아먹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싱나드로는 절대 하지 못할 하나의 선택지가 가능하다.
'바로 더티 파밍.'
누가 더티 파밍을 미드 라이너의 전유물이라 했던가.
조건만 갖춰지면 탑에서도 충분히 할 수가 있다.
그 조건이라 함은 오버 파밍과 정글몹을 잡는 속도.
싱나드의 경우 오버 파밍은 돼도 정글몹 잡는 속도가 느리다.
기껏 잡아도 체력이 왕창 달고 만다.
하지만 티바나는 본래 정글 포지션인 챔피언이다.
당연하게도 정글몹을 잡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화락!
E스킬, 화염 숨결을 던진 후 독두꺼비를 패버린다.
이 %뎀이란 녀석은 정글몹을 수월하게 잡게 해준다.
두란검으로 툭툭 두들기자 흡혈도 된다.
그렇게 독두꺼비를 잡고 구입해온 와드를 박는다.
'이제부터 여기는 내 땅이야.'
뭐, 티몽처럼 버섯밭을 일굴 수는 없다.
하지만 정글몹을 엄청나게 빼먹을 수는 있다.
오버 파밍을 후에 적 정글을 훔쳐 먹는다.
이러면 당연히 적 정글러가 나를 따라다닌다.
'이게 바로 티바나지.'
탑솔러가 게임을 캐리하는 방법은 단순히 솔킬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솔킬을 따는 건 너무 불안정하다.
자칫 잘못했다간 역으로 당하거나, 적 정글러에게 말려버린다.
싱나드 같은 운영 캐리도 잘못하다가는 적 정글러만 살찌워주는 꼴이 된다.
예전처럼 타워에 죽는 다고 몸값이 하락하는 것도 아니니 더더욱이다.
그에 반해 티바나는 모든 면에서 문제가 없다.
쿠와앙-!
오버 파밍을 하고 있으니 적 정글이 갱킹을 왔다.
여기가 어딘데 감히 파밍을 하고 있어?
뚜벅이인 싱나드는 CC기 연계 잘못 맞으면 그대로 골로 간다.
하지만 티바나의 경우 궁극기가 곧 생존기다.
정말 어마어마한 거리를 쭉 날아가 도주한다.
자연스럽게 블루 벽을 넘어 바로 앞에서 귀환.
거미여왕은 동선을 낭비했고, 네네톤은 CS를 흘리게 됐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상대 정글러가 탑라인에 모습을 비치면 용이 나간다.
아군 정글러 리심은 솔용이 굉장히 잘되는 챔피언이다.
마치 싱나드와 비슷한 운영 캐리.
비슷하지만 훨씬 안정감이 있다.
게다가 CS의 양도 차이가 난다.
'정글몹을 빼먹었으니 당연한 소리지만.'
운영을 하면서 상대와 골드 차이도 벌릴 수 있다.
심지어 적 정글러까지 말려버린다.
탑솔러의 캐리력이 두각되는 시즌4.
티바나는 그 중심에 서기에 부족함이 없는 챔피언이다.
.
.
.
* * *
어째서 정글 챔피언을 탑으로 가져갔을까?
갱호응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성장 기대치가 유달리 뛰어나 보이지도 않는다.
하다 못해 한타에서 활약을 한 것 같은 챔피언도 아니다.
아무리 뜯어봐도 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티바나 하나에 로얄CN이 휘둘리고 있다.
현재 게임의 포커싱은 완벽하게 탑라인에 맞춰졌다.
터억!
거미여왕의 실뭉치가 티바나에게 적중했다.
위에서는 네네톤이 포위망을 좁혀온다.
궁극기가 있다면 살아 돌아갈 수 있겠지만 없다.
이미 한 번 티바나의 궁을 빼버리고 재차 와버린 갱킹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티바나가 선택한 건 맞딜이었다.
<맞딜 하는 척 평타 때려서 분노를 채워버렸죠? 또다시 유유히 살아 돌아가고 말았네요.>
<로얄CN으로선 약이 바짝 오를 상황입니다. 정말 티바나라서 살 수 있었습니다..!>
더우니 버빈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다른 챔피언이었으면 빼도 박도 못하고 죽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게 궁극기가 빠진지 얼마 안됐다.
그런데 티바나는 궁극기에 쿨타임이 없다.
평타를 때리거나 시간이 지나면 점점 분노가 찬다.
이 분노가 100이 모이면 궁극기를 쓸 수 있다.
먼 거리를 이동하며 마주치는 적을 밀어버리는 화룡 강림.
갱킹을 가는 스킬로는 별로인데 생존기로는 기가 막히더라.
현재 올마스터가 경기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흔히 말하는 오버 파밍이다.
<싱나드보다 훨씬 안정적입니다. 갱킹을 한 번도 안 당했고, 이제 곧 죽을 일도 사라집니다.>
<거한의 허리끈으로 체력 보충하고 영락한 기사의 검을 뽑았네요. 맞딜도 엄청 강력할 테고 액티브로 이동 속도를 뺏으면 도주 능력도 탁월하죠.>
단순한 오버 파밍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까놓고 네네톤도 같이 오버 파밍 하면 된다.
문제는 정글몹을 계속 빼먹고 있다는 사실.
한 술 더 떠 미드 로밍각까지 봐버린다.
<조금만 한 눈 팔면 티바나가 몸 대고 3인 다이브를 쳐버리니 미드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에요.>
<블루 지역이 티바나에게 장악을 당했기 때문에 시야가 없어서 제 때 빼기도 힘듭니다. 성장을 잘해도 너~무 잘했어요.>
블루 지역을 장악하고 정글몹을 계속 빼먹는다.
게임 시간 16분.
분당 CS 10개를 돌파한 티바나는 12레벨이다.
미드 라이너보다 1레벨이 높으며 정글러보다는 3레벨이 높다.
라인을 오버 파밍으로 받아먹고, 정글몹까지 강탈한 결과다.
그 탓에 로얄CN의 정글러 거미여왕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괴물처럼 성장하는 티바나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갱 잘못 왔다간 티바나에게 뼈도 못 추립니다. 아무리 티바나가 조금 애매한 챔프라도 이 정도로 성장을 잘하면 말이 달라지죠?>
<리심이 갱으로 풀어준 것도 아닌데 올마스터가 알아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챔피언이 정말로 싱나드의 상위 호환인데요..? 이대로 아이템 더 나오면 네네톤 다이브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탑라인의 최강자.
라인전만 봤을 때는 필밴을 자랑하는 또도 박사보다 우위다.
그런 네네톤이 타워 밖으로 나올 생각을 못하고 있다.
미니언과 정글몹을 교대로 먹으며 무섭게 성장한다.
벌어지는 CS 차이, 그리고 레벨 격차.
이 티바나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문제는 티바나만이 아닙니다. 저렇게 티바나가 말썽을 부리고 있으면 결국은 정글이든 미드든 가서 몰아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가면 용이 먹힙니다.>
<벌써 두 번 먹혔죠. 이건 라인전이 끝나도 문제입니다. 저렇게 성장을 잘하면 네네톤이 못 막아요. 방템 둘러도 %뎀이라 뚫어버리거든요?>
이미 한 차례 딜교환을 해봤다.
네네톤은 복날 개처럼 두들겨 맞고 타워 안으로 피신했다.
아직까지는 다이브를 당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어떨까.
저 티바나의 성장을 저지시키지 못하는 한 예정된 미래다.
설상가상, 이번 세트는 봇라인도 잘 풀리지 않았다.
<루나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1티어 서포터긴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명백한 단점이 있죠.>
<칼 던졌는데 갱 오면 그냥 죽은 겁니다. 아까도 리심이 슈퍼 세이브 하면서 역으로 루나를 따버렸어요. 이게 원래라면 거미여왕도 같이 오는데.. 탑라인에 신경이 팔리고, 성장까지 부실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게임의 흐름이 완전히 탑에 있다.
보통은 이런 구도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탑이 좀 말려도 조금 손해보는 선에서 맞파밍은 가능하다.
대회에 나오는 탑 챔피언들은 말려도 파밍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글몹 빼먹고, 미드 로밍 가고 살을 뒤룩뒤룩 찌우니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게임의 중심은 누가 어떻게 봐도 탑에 있다.
네네톤도 비슷한 플레이를 해보려 하지만 안된다.
이미 레벨 격차도 나거니와 생존기.
티바나처럼 살아 돌아가는 능력이 빼어나지 못하다.
결국 앞에서 오는 리심과 뒤에서 덮치는 티바나에 의해 한 번 죽고 만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간 가랑이가 찢어진다. 네네톤도 잘 컸을 때 비슷한 플레이가 되긴 하지만 위험부담이 크거든요.>
<티바나의 경우 이동 속도도 엄청 빠르고 무엇보다 궁극기의 생존 능력이 탁월하죠. 이렇게 되면 탑 1차가 아니라 2차까지 나갈 수가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지나치게 잘 커버린 티바나.
정글몹을 강탈 당해 성장을 못한 거미여왕.
숫자까지 밀려버리니 막을 수가 없다.
속수무책, 탑라인에 고속도로가 개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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