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97화 (697/803)

697====================

악연

쿡야 베이더스.

확실히 기형적이었다.

나 하나에 의지해 LPL의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 말을 들어도 사실 반박이 안된다.

그 정도로 내 영향력이 지나쳤다.

하지만 그건 지난날의 이야기.

경기를 치러가며 많은 것이 변했다.

급박한 상황일수록 사람은 잠재력을 발휘한다고 하지 않던가.

쿡야의 선수들은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뤘다.

"아직 한참 갈 길이 멀지만요. 시현씨.. 의 도움이 필요해요."

"당연하지. 버스 타서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다면 팡우도.. 어쨌든 쉬운 길은 아니니까."

잠깐 버스 타서 다이아 찍은 브론즈5가 생각났다.

어쨌든 쿡야의 나머지 이들은 고생을 좀 더 해야 한다.

나 없이 치른 경기도 제법 괜찮기는 했지만 그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나라는 보람이 있었기에 마음 놓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실제 경기에서는 실력을 백분 발휘할 수 없다.

현장의 긴장감이 목을 죄어오기 때문이다.

100의 실력을 가진 이가 60만을 발휘한다.

그런데 80의 실력을 가지가 80 전부를 발휘한다.

후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실전에 강하다는 것은 프로의 세계에서 재능으로 통한다.

'경력이 한참은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쿡야 애들의 실력이 괜찮아졌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다름 아닌 내가 키웠으니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고 충분히 무르익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츠위도 그것을 모르지 않는 모양이다.

내 옆에서 늘 많은 것을 물어왔고 많을 것을 배웠다.

어쩌면 선수보다 지식 만큼은 더 알게 됐을지 모른다.

"여기까지는 별 다를 거 없죠. 한동안 또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래.."

구단주로서의 이야기.

츠위는 자신의 생각을 굳힌 듯하다.

그리고 이는 확실히 옳다.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알려주라고 하지 않던가.

애시당초 나를 스카웃한 목적이 바로 그거였다.

사정상 조금 뒤늦게 듣기는 했지만 이제는 다 알고 있다.

알고 있는 이야기.

츠위는 더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왔다.

"완바린.. 이라고 했나요. 완바 게임단의 구단주."

"아마 그랬지. 이름이 간단해서 나도 기억에 남아있어."

THEY의 8강 경기 날에 경기장에서 얼굴을 봤다.

약간 일도 있었던 탓에 기억에 남았다.

조금 전에 꺼냈던 화두이기도 하다.

어째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의도가 상이했다.

"사실 경영자로서 부러운 점이 많아요. 사정을 모르고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자기 멋대로 하는데 결과가 늘 좋은 거잖아요?"

"원래 세상이 그래. 내 주위에도 한 명 그런 사람이 있지."

정말로 뼈에 사무치는 이야기다.

이놈의 재능충들!

누구는 그랜드 마스터를 못 찍어서 난리인데 어떤 녀석은 서울대 다니면서 잘만 하더라.

'그런 주제에 이쁘고 몸매 좋고 요즘은 성격도 괜찮더라.'

어쨌든 그런 녀석이 있다.

세상 일이라는 게 부조리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 해서는 의미가 없다.

비교를 한다고 나 자신이 잘 되는 건 아니다.

"아뇨.. 설사 그런 상황이 돼도 전 못할 것 같아요. 지금만 해도 그래요. 시현..씨가 남아주셨으면 하는데 그렇게 말을 못하고 있잖아요."

"…."

회사에서 지불하는 금전적인 부담.

향후 지속적으로 얻을 이익에 대한 분석.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나는 쿡야에 필요하지 않다.

츠위의 이야기는 전부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다.

딱히 원망이라거나 서운한 감정은 들지 않는다.

나라도 그리 생각할 테고, 애시당초 더 있을 생각도 없었다.

상황은 그렇게 잘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츠위의 안에서는 매듭이 매어지지 않은 듯하다.

잠시 대답을 고르고 있던 사이 츠위가 말을 이어왔다.

"저는 완바린처럼 자기 고집을 밀어붙일 만큼 여건도, 능력도 되지 못해요. 하지만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제 욕심일까요?"

"..아니."

어째서 이야기를 꺼냈는지 이해는 된다.

나의 생각 이상으로 츠위는 아쉬운 모양이다.

구단주로서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한 것.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 미련이 뚝뚝 떨어진다.

"당장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괜찮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제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아직 본론은 시작도 안 한 듯 우물쭈물.

어차피 밥은 먹었고 소화를 시킬 시간이다.

굳이 재촉하거나 하지 않고 나는 묵묵히 앞에 놓인 차를 마셨다.

이곳 중국 사람들은 정말 차를 즐겨 마신다.

한국 가정집에서도 보리차를 쟁여 놓는 경우가 많지만 경우가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는 생수 끓여 먹는 건 조금 밍밍하니 보리차를 우린 거고.

중국 사람들은 순수하게 차를 즐기는 습관이 배어있다.

츠위 덕분에 나도 최근 차를 즐기듯 마시게 되었다.

'대체 무엇일까.'

츠위가 진정 하고 싶은 말.

나로서는 딱히 떠올려지지 않는다.

어떨 때는 의젓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 같은 부분이 있는 츠위다.

그런 츠위가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해 살짝 세대 차이를 느낀다.

젊은 사람들의 감성을 이해 못하겠다.

가끔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가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시현씨..는 저와의 관계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잠자코 차를 마신지 3분쯤 되었을까.

츠위의 입에서 들려온 말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류였다.

구단주와 선수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츠위는 현재 구단주로서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만큼 내가 지금 이야기를 오해하고 있지는 않을 터다.

"뭐.. 귀여운 동생이라 생각하고 있지."

"역시, 그렇겠죠."

"…."

의도에 맞는 대답을 하였지만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닌 듯싶다.

츠위의 입술이 꾸욱 닫힌다.

더 이상 차도 목으로 안 넘어간다.

먼저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츠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볼을 한껏 부풀린 뾰로통한 어투였다.

"어차피 저는 애로 보이시죠?"

"그럼 애지. 내가 너랑 몇 살 차이인데."

조금 어색했던 분위기가 드디어 풀렸다.

피식 웃으며 답하자 츠위가 후우 한숨을 내쉰다.

"그럼 애답게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너도 참 은근히 영악하다."

똑똑한 아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똑똑하니 어린 나이에 회장님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겠지.

그리고 구단주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자리를 맡은 거겠지.

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은 어리다고만 생각했다.

순수한 부분을 간직한 천진난만한 츠위였다.

그런 츠위에게도 조금은 다른 감정이 싹튼 듯싶다.

.

.

.

* * *

성황, 아니 대성황이었다.

판을 너무 크게 벌인 거 아니냐.

몇몇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는 가뿐히 종식되었다.

각 지역간의 거리가 지나치게 멀다고 할 수 있는 중국.

자동차나 기차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과장 없이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안될 지경이다.

그럼에도 정말 여러 지역에서 베이징을 찾아왔다.

중국 내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는 반증이다.

더욱이 이번 LPL이 그만큼 기대가 되었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럴 만도 하다.

올마스터의 경기를 보기 위해 너도 나도 먼 걸음을 아끼지 않았다.

언제나 기대를 뛰어 넘으며 상상 이상의 플레이를 당연한 듯 선사한다.

그런 선수의 경기에 누가 매혹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중국 내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는 여론이 뜨겁다.

그의 인지도는 더 이상 몰라서 되는 수준이 아니다.

모른다면 공안에 잡혀갈지 모른다.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닐 정도로 두터운 인지도와 인기를 자랑하게 되었다.

◈올마스터 보고 탑 야흐오 하는 중인데 진짜 세다.

질풍보 4스택 쌓고 딜교 걸면 질 수가 없음.

상성이고 뭐고 초반에 킬 좀 따고 스토커의 단검만 띄우면 캬..

갱만 안 오면 누가 와도 이길 듯?

▷'갱만 안 오면' 소름 끼친다..

글쓴이-왜? 갱 와도 역갱만 봐주면 이김.

▷전형적인 야흐오충이네.

▷하루종일 라인 미는데 갱이 안 오길 바라니?

올마스터가 사용했던 챔피언들은 당연 솔로랭크에서 화제가 됐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이야기가 정말 많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 나쁜 이미지를 독차지하는 챔피언이 두 가지.

야흐오, 그리고 티몽은 솔로랭크 유저들이 치를 떨게 만들었다.

적이 무서워서 밴 하는 게 아니다.

제발 아군들 하지 말라고 자른다.

솔로랭크가 참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게임사에서 빠르게 조치를 하였다.

◈일평생 버섯밭을 일구며 살아왔건만..

유럽 서버할 때부터 쭈욱 티몽만 해왔는데.

LPL에 티몽 뜨고 나서 너도 나도 티몽 하더니 결국 너프 먹네..

하지도 않던 거 대회에 나오니까 너프.

이게 다 올마스터 때문이다.

▷올마스터 때문 맞지kk 대회 최초 티몽충!

▷근데 요즘 티몽 좋긴 함. 핑크 와드 패치 때문에 바론 지역 버섯으로 장악하면 답 없음.

글쓴이-그래도 티몽은 귀엽잖아..

▷그래, 티몽은 귀엽지. 하지만 버섯은 귀엽지가 않아.

시즌4 패치로 인해 핑크 와드의 개수에 제한이 생겼다.

새롭게 생긴 빨간 장신구도 버섯을 지우는데 썩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로 인해 티몽이 현재 OP로 부상하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그랜드 마스터 티어에서도 쓰일 정도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티몽 자체가 썩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운영 챔피언.

라인전도 제법 강력하여 플레이 하는 맛이 난다.

현재 테스트 서버에서는 티몽과 야흐오의 너프 방안이 나왔다.

버섯의 AP계수를 줄여 후반 데미지를 하향 시켰다.

야흐오는 스토커의 단검이 뜬금없이 너프 당했다.

◈야흐오 너프시킬 거면 그 거지 같은 질풍보나 손 보지.

아니, 왜 뜬금없이 스토커의 단검을 손 봐?

미친 거 아니야?

나 귤성장 유저인데 스토커의 단검 너프되면 템 뭐 가야 돼?

▷원래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가 그래.

▷어차피 귤선장은 아무도 안 하는 챔프잖아? 원딜들은 원혼의 춤꾼 가면 되고.

글쓴이-내가 그 귤선장 유저거든;;

▷이 참에 비주류 접고 좋은 챔프 하면 되겠네.

글쓴이-그게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식 밸런스 패치!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향의 패치로 유명하다.

어찌 됐건 결승전에 나온 두 챔피언은 금세 너프되고 말았다.

그리고 나머지 두 챔피언은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아니, 이미 떠올라서 뜨거운 감자가 돼버렸다.

미드 랄라, 그리고 탑 티바나.

본래 해당 라인에 가는 챔피언이 아니었던 만큼 시간이 필요했다.

◈천상계 요즘 난리 났네 진짜.

랄라 선호 라인이 서폿에서 미드로 바뀌었어.

그리고 티바나도 픽률 갑자기 늘었는데 탑으로 쓰이네?

이거 다 LPL 결승전 영향 맞지?

▷빼박이지. 올마스터 보고 따라하는 거잖아.

▷난 그거 애매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쓰는 거 보면 뭔가 있나 봐.

▷좋으니까 쓰겠지. 고랭크 유저들이 안 좋은데 쓰겠냐?

▷요즘 미드 3대장이랑 탑 3대장 바뀌었자너kkk

솔로랭크 기준 파사딘은 언제나 필밴이다.

대회에서야 초반 라인전이 약하다 보니까.

그리고 스노우볼이 빠듯하게 굴러가니까.

그래서 조금 애매한 픽이 된 거지 솔로랭크는 얄짤 없다.

오히려 파사딘이 적 라이너 솔킬 따고 그런 일까지 생긴다.

무난하게 6레벨만 찍으면 파사딘이 미쳐 날뛰는 구도가 성립된다.

정말 실수가 아닌 이상 밴.

실질적인 미드 3대장은 구리가스, 르풀랑, 그리고 랄라가 되었다.

천상계의 고랭크 유저들은 물론 프로게이머들도 맹연습 중이다.

또한 탑 3대장에도 변화가 있었다.

리픈이 자리에서 내려오고 티바나가 끼었다.

또도 박사, 네네톤, 티바나.

덩치들끼리의 땀내 나는 라인전이 돼버렸다.

◈탑은 티바나가 제일 무섭다.

또도 박사는 요즘 체젠 특성 너프된 후로 상대할 만하고.

네네톤은 잘 커도 후반 가면 원래 그런 챔피언이었고.

근데 티바나는 무난하게만 커도 답이 없더라.

한타에서 원딜러로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돼지?

▷영락검 하나만 둘러도 딜 장난 아님.

▷그냥 비비기만 해도 원딜러 죽던데?kkk

▷네네톤으로 티바나 상대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후반 갈수록 지더라.

▷똑같이 성장하면 또도 박사, 네네톤 찜 쪄 먹어. %뎀이잖아.

올마스터로 인해 180도 변해버린 솔로랭크.

아무리 대회에서 독특한 챔피언이 사용됐다고 한들 이 정도의 여파를 불러일으키긴 힘들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 올마스터의 영향력은 상당한 수준을 넘었다.

그가 하는 것이 곧 유행이 된다.

E-스포츠를 넘어 일반 사회까지 친숙하게 다가갔다.

============================ 작품 후기 ============================

화면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중국 영입 연봉에 대해 조정을 좀 해야 할 듯합니다.

제가 사전 조사 없이 생각을 섣불리 한 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구체적인 액수는 100억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후에는 늘어날 수 있는데 작품 시대상과 E-스포츠의 발전도를 생각해봤을 때 많이 오바했던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내용을 조정 할 예정입니다.

4부는 다음 화로 막이 내려집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