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00 인천공항 상륙작전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윈터 시즌.
12월 말에 개막해 1월 말쯤 결승전이 열린다.
그 결승전은 이미 막을 올렸다.
첫 번째 세트가 끝났다.
두 번째 세트가 끝났다.
현재 마지막 세트의 후반에 접어들었다.
하나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후반이라고 꼭 게임이 끝날 기미를 보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바론 나갔습니다. 이번 바론 타이밍에 어떻게 승부를 봐야 돼요!>
<그런데 그게 힘들 것 같아 보이죠. 가짜에어 독수리에서는 이미 철문을 걸어 잠궜습니다.>
어떻게 분위기를 띄워보려던 전범준 캐스터.
하지만 이미 다운될 대로 다운된 상황이다.
김은준 해설위원이 솔직하게 토로한다.
<직트가 지뢰 깔고 물풍선 던지면 라인 클리어 굉장히 손 쉽거든요? 이 고착 상태를 강제로 푸는 건 정말로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찌나 답이 없는지 고개까지 저으며 말한다.
현재 게임 시간은 흐르고 흘러 50분.
그럼에도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가짜에어 독수리가 시간 끄는 전법을 구사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긴 하다.
맞는 말이지만 이번 윈터 시즌은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안타깝게도 패치의 방향과 메타 또한 웃어주고 있다.
아무리 노잼스가 돼버려도 흥미를 유발시키는 게 중계진들의 역할이다.
그런 중계진들조차 슬슬 지칠 수밖에 없다.
참다 못한 클끼리가 한 마디 입을 열었다.
<초반에 SKY T1 K가 스노우볼을 매섭게 잘 굴렸습니다. 오브젝트 챙기는 것도 완벽했고 흔히 말하는 돌려깎기 운영도 좋았어요? 하지만 한 가지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탓하는 듯한 목소리는 아니다.
실제로 경기의 내용도 흠잡을 데 없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이렇다 할 실수도 하지 않았다.
그런 SKY T1 K의 선수들이 큰 실수를 해버렸다?
잠시 뜸을 들인 클끼리가 말을 이었다.
<이렇게 블라인드 밴픽 구도에 오면 랄라, 직트 이 답도 없는 챔피언들이 살거든요? 여기에 가짜에어 독수리 특유의 운영이 더해지니 게임이 참 모 건전지처럼 오~래 가네요.>
건전지가 오래 가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하지만 게임은 이렇게 오래 가면 복장만 터진다.
다 알고 하는 말이다.
해설자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깔 수는 없지 않은가?
롤챔스 윈터 시즌의 결승전.
SKY T1 K 대 가짜에어 독수리.
양 팀 모두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이 너무 루즈한 경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 현장 스태프 분들이 핫식스를 나눠주고 있는 게 아닙니까? 에너지 업 파워 핫식스! 마시면서 양 팀 선수들을 응원하시면…>
이번 2014 윈터 시즌의 후원을 롯데 핫식스에서 맡게 됐다.
각성 효과가 있는 에너지 드링크 마시고 정신 차려라.
전범준 캐스터의 드립은 여느 때와 같이 위트있지만 안타깝다.
질질 끄는 경기도 한두 번이면 그러려니 할 텐데 무려 다섯 번 연속이다.
시즌4에 들어 평균 경기 시간이 길어진 걸 고려해 5전 3선승제를 채택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지난 시즌처럼 7전 4선승으로 갔다면 중계진들, 선수들 모두 탈진해서 쓰러졌을 터다.
<미드에서는 직트가 철벽 수비하고 있고, 탑은 랄라가 잘 막고 있죠? 여차하면 지옥불 핵폭탄으로 라인 클리어도 됩니다.>
<클끼리 해설의 말마따나 이상적인 수성 조합입니다. 결국 걸어 잠근 철문을 올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죠.>
가짜에어 독수리의 조합이 너무 수성에 특화돼 있다.
포탑에 닿기도 전에 미니언을 정리해 버리는 직트.
그리고 탑으로 가져간 랄라도 라인 클리어가 제법 된다.
강제 다이브를 하기에도 마땅치 않다.
바론 버프 차이가 승패를 결정 지을 시간대가 아니다.
그전부터 어떻게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힘들다.
가짜에어 독수리의 조합이은 슈퍼 세이브가 탁월하다.
잘못 들어갔다간 역으로 당할 우려가 크다.
SKY T1 K는 최대한 오브젝트를 빼앗으며 글로벌 골드 차이를 벌려 나갔다.
<게임 시간이 벌써 50분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쯤 되면 글로벌 골드 차이는 의미가 없는 수준이거든요.>
<맞습니다. 그게 가짜에어 독수리의 기본적인 전략이었는데 새로운 시즌에선 더욱 더 색이 굳어졌습니다. 이번 시즌4 패치에 가장 많은 수혜를 본 팀이 아닌가.. 아, 결국 바론 빠지고 SKY T1 K 후퇴하네요.>
안 그래도 시간 질질 잘 끌던 가짜에어 독수리다.
그런데 시즌4에 들어 수비하는 쪽의 어드밴티지가 높아졌다.
직트와 랄라, 챔피언도 챔피언이지만 시야 장악.
이전처럼 와드로 도배를 해놓고 잘라 먹는 플레이가 안된다.
개인이 박을 수 있는 와드의 개수에 제한이 생겼다.
불리한 쪽에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게임을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됐다.
하필이면 가짜에어 독수리의 전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스마일 선수의 테러스티나..! 드디어 풀템 갖춰졌습니다. 보통 원딜러가 마지막 템으로 수호 악마, 아니면 무효화의 장막을 갖추는데 자신 있게 원혼의 춤꾼 올렸어요?>
<안 그래도 피지컬 하나는 손에 꼽는 스마일 선수인데 랄라와 한나가 철벽 수비를 해주고 있거든요. 굳이 생존템이 필요없다는 판단 같습니다.>
시간을 질질 끌면서 원딜러의 풀템을 노린다.
이러한 가짜에어 독수리의 기본 전략은 과거 파훼된 적이 있다.
바로 그 올마스터가 제대로 정의구현을 시켜버렸다.
스프링 시즌에서도, 섬머 시즌에서도 올마스터의 강제 스노우볼을 막지 못했다.
어떻게 클 시간도 없이 그냥 강제로 걸어서 강제로 죽인다.
반항의 여지 자체를 빼앗았다.
하지만 이번 윈터 시즌에는 그가 없다.
새로운 시즌을 맞아 더욱 더 강화된 가짜에어 독수리의 독주.
SKY T1 K가 결승전에서 이를 막아 서고 있지만 힘겨워 보인다.
<이제는 더 이상 원딜러 하나 의지하는 원맨팀도 아닙니다. 윈터 시즌 들어오면서 갱붐 선수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각성을 해버렸죠?>
<예,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스갯소리로 갱붐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게 지난 섬머 시즌 승강전에서의 일인데.. 어쨌든 그 이후로 우리 갱붐이 달라졌거든요? 최근 솔로랭크에서도 성적이 무척 좋습니다.>
게임이 루즈 하다 보니 중계진들이 농담 따먹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도 뭐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건 아니다.
과거 하나의 일이 있어 갱붐 선수가 곤욕을 제대로 치렀다.
그 이후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연습에 몰두.
선수로서의 기량이 크게 상승해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다.
이번 윈터 시즌에서는 갱붐이 주도적인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냐.
이제 과거의 지루한 운영을 탈피하고 캐리력 있는 모습을 보여 주나?
결과적으로 그렇지는 않았다.
가짜에어 독수리는 여전히 팀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상승된 갱붐 선수의 기량은 경기를 통해 드러나고는 있지만 그게 뭐 경기를 스피드하게 이끄는데 일조하진 않았다.
오히려 팀의 안정도에만 크게 공헌을 하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갱붐 효과가 참 커질 대로 커졌어요? 일각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음 바론이 젠되기 전까지는 뚜렷한 변화가 없을 예정이다.
양 팀의 선수들도 오직 파밍에만 몰두하며 코어템을 완성시키는데 주력한다.
안 그래도 루즈한 게임이 RPG가 돼버리니 중계진들만 달아오른다.
김은준 해설이 언급한 갱붐 효과에 대해 클끼리가 더욱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갱붐이 벽을 못 넘어서 올마스터가 중국에 갔고, LPL에서 우승을 했고, 지금 엄청나게 잘 나가고 있다. 이게 참 생각해볼수록 웃겨요?>
<물론 벽을 넘었다면 신세상 매직이 롤드컵에 진출을 했겠고 그에 따른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을 겁니다. 근데 지금도 그렇게 나쁘진 않습니다? 금전적인 면을 봤을 때는 좋다는 이야기도 있죠.>
올마스터가 중국에 가서 연봉을 얼마나 받았을까.
대체 얼마나 줘야 올마스터를 스카웃할 수 있을까?
거기까지는 직접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미 벌 만큼 벌었다.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도 이야기가 파다하다.
<과거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에는 쌈장, 임요한 그리고 우리의 콩! 많은 프로 선수들이 TV매체나 광고 등에 출연했는데 요즘은 많이 뜸해지긴 했어요.>
<아무래도 당시 갤럭시 크래프트는 모르면 간첩일 정도의 국민 게임이었는데 로드 오브 로드는 그만큼 역사가 오래되지 못했으니 말이죠.>
<간첩이라는 말을 간나로 유명한 클끼리 해설이 하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어쨌든 올마스터 선수가 스타트를 끊어낸 셈입니다. 실력 뿐만 아니라 게임 외적으로도 정말 대단한 선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에 대한 극찬.
어지간하면 없는 일이지만 그만큼 대단하다.
일개 프로게이머가 해낼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말하자면 한류 스타다.
폐쇄성이 짙은 중국이다 보니 확 와닿지 않을 뿐.
중국 내 현지에서는 웬만한 연예인의 뺨을 친다고 한다.
그렇게 중계진들이 여러 잡담을 떠드는 사이에도 경기가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한 쪽이 나올 생각없이 문을 걸어 잠근 상태다.
이를 강제로 돌파하는 것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다.
침이 바짝바짝 마름에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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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시즌3은 너무 싸워서 문제였다.
시즌4는 너무 안 싸워서 문제다.
윈터 시즌의 결승전은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잉벤의 이곳저곳에서 격한 토론이 오가고 있다.
─결승전 평균 경기 시간 50분 실화냐ㅋㅋㅋ
한 쪽은 죽자고 뚫을라 하고.
한 쪽은 죽자고 안 나올라 하고.
풀템까지 파밍만 할 거면 AOS게임을 대체 왜 하지?
RPG게임에서 지존 풀템 맞추고 결투장 가는 거랑 뭐가 다르냐?
└살다 살다 결승전이 그렇게 재미없는 건 처음 봄..
└조금 심각하긴 했다. 3세트는 한 시간 내내 한타 한 번 안 일어남.
└3세트가 레전드였지. SKY T1 K가 빡쳐서 이니시 걸었다가 결국 졌잖아.
└지난 시즌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글쓴이-게임사가 패치를 거지 같이 해서 그럼ㅋㅋ
윈터 시즌은 이미 결승전까지 끝이 났다.
그 결과, 정립된 하나의 이론이 있다.
이 게임 죽자고 뻐팅기면 답도 없구나.
가짜에어 독수리는 새로운 시즌 최고의 수혜자였다.
─메타도 메타인데 게임사가 초반 스노우볼을 막아버림.
직트랑 랄라 같은 라인 클리어랑 수성 좋은 챔피언들.
얘네들도 분명 한 몫 하기는 하지만 패치부터가 엉망이야.
초반에 퍼블 따도 골드 얼마 안 주고 용도 가성비 폭망됐잖아.
프로팀 운영으로 작정하고 사리면 후반 가는 거 절대 못 막지.
└이건 ㄹㅇ이다. 요즘 인베 가서 킬 따도 천옷 살 돈도 안 나옴.
└롤이 AOS게임 치고 초반에 기우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패치를 한 거 같은데.. 가짜에어 독수리가 너무 잘 이용했다.
글쓴이-이용이 아니라 악용이지. RPG 프로게이머로 전직하면 떼돈 벌 놈들임.
└ㅋㅋㅋㅋㅋㅋ조각사로 전직 해도 잘 먹고 잘 살 놈들이야 ㄹㅇ루다가.
아무래도 시즌3의 메타가 굉장히 공격적이었다.
한 번 주도권을 잡은 팀이 적 정글에 와드를 열댓 개씩 박아 놓는다.
그러고서 오는 족족 잘라 먹고 스노우볼을 굴리면 답도 없었다.
이는 프로팀들 사이에서 잘하는 팀과 못하는 팀의 비대칭 전력과도 같았다.
상대적으로 못하는 팀은 주도권을 잡아도 스노우볼을 못 굴린다.
반대로 잘하는 팀은 스노우볼을 우주 끝까지 굴려버린다.
때문에 시즌4에서는 이를 저격한 여러 패치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답도 없는 수성 메타를 낳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원래 가짜에어 독수리가 수성 전략으로 상위권 해먹는 팀이었는데.
메타가 웃어주니까 우승까지 해버리네.
이제 다른 팀들도 벤치마킹할 텐데 다음 시즌부터 롤챔스 어떻게 보냐..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침
글쓴이-농담이 아니고 진지함. 니들 같으면 안 따라하겠냐? 한타 조합 가져가서 게임 질질 끌면 SKY T1 K도 잡을 수 있는데.
└아니, 그렇게 정리까지 하지 마라고. 지나가던 코치나 감독들이 그거 보고 따라하면 어떻게 해.
글쓴이-ㅋㅋ 설마 내가 생각하는 걸 프로팀들이 생각을 못하겠냐.
실제로 이미 천상계 게임 구도가 눈에 띄게 변해가는 중이다.
평균 게임 시간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
스노우볼 빠듯이 굴려서 적보다 오브젝트 하나 더 먹고.
응, 그래봤자 후반 가면 의미 없어.
그보다는 한타 조합을 더 신경 쓰는 편이 옳다.
어지간한 초반의 불리함은 조합 빨로 극복이 가능하다.
현재 메타와 패치의 상황이 이를 강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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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