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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12화 (712/803)

00712 뜻밖의 초대 =========================

<동양에서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물을 주고 받을 때도 물건을 가린다고 하죠. 말하자면 꽃말 비슷한 이야기인데.. 혹시 검에도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요?>

머리를 싸매고 싸맨 결과 나온 결론이다.

대전 중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그렇고 그런 사이다.

이벤트전인 만큼 공개 청혼이라던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해석을 붙이자면 안될 것도 없다.

일단 남녀 사이에서 반지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어쩌면 저 두 자루의 검에도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그럴 거면 차라리 반지만 잔뜩 사지 않았을까요? 그 편이 라인전도 강력하면서 말씀하신 조건도 충족을 시키네요.>

<...어디까지나 가능성 이야기입니다. 아니면 혹시 앞글자를 땄을 때 한국말로 사랑이라던가..?>

말을 하는 몬테소리 본인도 쑥스러워졌다.

이게 참 이런 식이 아니면 도저히 연결이 안된다.

결국 무엇 하나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라인전이 진행된다.

잘 보니 말차차의 AD가 상당히 높다.

<지금 보니 룬도 일부 공격력을 들었네요? 작정하고 하이브리드 컨셉을 준비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1대1 리그인 만큼 공격력룬도 도움은 됩니다. CS를 챙기기도 좋고 평타 데미지가 강력해지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롱스워드는.. 일단 지켜봐야겠습니다.>

도무지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원유를 모르겠다.

그들의 마음에 응답하지 않은 채 라인전이 속행된다.

어흥!

부쉬에서 튀어나온 사자가 미니언을 덮친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말차차를 발톱으로 찍는다.

찍히는 동시에 목줄과 야성의 외침.

애꾸사자의 보편적 딜교환 방식이다.

상대를 스킬로 긁으며 스택을 쌓는다.

스택이 쌓이면 다음 스킬을 강화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말차차에게 한 대 맞기는 했다.

말차차의 E스킬, 오염된 환상에도 걸렸다.

도트 데미지가 있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애꾸사자는 과감하게 행동을 이어나갔다.

두근! 두근!

수풀에 들어가서 궁극기를 사용했다.

포식의 시간은 애꾸사자를 일정 시간 은신 상태로 만들어준다.

이곳 칼폭풍 협곡에는 핑크 와드가 없다.

오라클을 구입하기에는 가격이 비싸다.

즉, 애꾸사자의 선진입을 막을 수가 없다.

은신 상태에서 지척까지 접근한 애꾸사자가 발톱을 내려찍는다.

어흥!

진입하는 순간 탈력 반응을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선빵 필승!

애꾸사자는 발화와 탈력을 걸었다.

그 무시무시한 판단은 더없이 옳았다.

<말차차 궁극기 써보지만 늦었죠! 애꾸사자의 주력딜은 이미 다 들어갔거든요?!>

<실드가 있다고는 하지만 서로 지속딜을 하면 애꾸사자가 당연히 이길.. 어?>

주문력이 아닌 공격력 아이템을 샀다.

룬에도 마법 관통력이 없다.

평타 짤짤이는 강력할지 언정 스킬 데미지는 빈약해진다.

탈력까지 걸리자 애꾸사자에게 딜링이 거의 박히지 않는다.

이대로 2.5초의 제압 시간이 끝나면 역으로 당하는 건 말차차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그때 변화가 있었다.

새로이 태어난 한 마리의 혼돈충.

그리고 크기가 커져버린 기존의 혼돈충.

두 마리의 벌레가 애꾸사자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혼돈충이 엄청 셉니다! 계속 맞다가는 말차차가 아니라 혼돈충한테 죽겠는데요?!>

원래라면 혼돈충은 보조적인 딜링을 맡는다.

주력딜은 당연히 말차차의 스킬들이 된다.

그런데 그것이 거꾸로 돼버렸다?

휘리릭!

혼돈충의 데미지가 장난이 아니다.

이대로 맞다가는 벌레한테 맞아 죽게 생겼다.

애꾸사자는 목줄을 던지며 도망을 꾀했다.

<하필 혼돈충이 두 마리일 때 들어가서 호되게 얻어맞았네요.>

<공격력을 올린 덕분에 혼돈충이 강력합니다. 웃기게도 말차차보다 혼돈충이 더 셉니다.>

체력이 한 번 빠진 근접 챔프는 할 게 없어진다.

애꾸사자는 어쩔 수 없이 귀환 타이밍을 잡았다.

서로 CS위주로 가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는 판단이다.

<방금은 혼돈충이 두 마리 였습니다. 심지어 하나는 광폭화했어요. 지금 화면에 보이는 거대 혼돈충처럼 커지면 공격 속도가 몹시 올라갑니다.>

공격력을 올린 만큼 혼돈충도 강해진다.

공격 속도까지 오르자 챔피언이 한 명 더 있는 꼴이다.

그런 혼돈충이 무려 두 마리.

애꾸사자가 맞딜에서 밀린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연히 약점은 존재하는 법.

혼돈충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다음 번에는 진입 타이밍만 잘 잡으면 된다.

안타깝게도 그 다음은 오질 않을 예정 같다.

<혼돈충이.. 포탑을 엄청 잘 깹니다? 이거 잘못하면 애꾸사자 오기 전에 무너지겠는데요?>

<당장은 깨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히 위험합니다. 잘못하면 처음으로 포탑이 깨져서 게임이 끝날 수 있습니다!>

금일 이벤트전으로 진행된 1대1 토너먼트 리그.

승리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상대의 포탑을 파괴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 방법으로 게임이 끝난 적이 없다.

이번 게임은 그렇게 될 공산이 결코 낮지 않다.

<애꾸사자가 킬각을 잡으려면 궁극기가 필요합니다. 다음 궁극기 쿨타임까지 CS 여유는 있겠지만 이대로 가면.. 포탑이 먼저 깨집니다.>

1대1 토너먼트에서는 기본적으로 점멸을 들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탈력이나 실드를 하나 더 드는 편이 효율이 좋다.

궁극기가 없는 이상 말차차는 안전하다.

애꾸사자의 궁극기 쿨타임이 돌아오기 전에 밀어붙인다.

<포탑 깨지면서 준결승전 B조! 부부 싸움이 막을 내립니다.>

<공격력을 올리는 말차차.. 어쩌면 에러 선수는 처음부터 지금의 결말을 그려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빅토리에 이어 말차차.

또다시 독특한 챔피언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빅재미를 선사한다.

정말로 1대1 이벤트전이 아니었다면 볼 일이 없는 챔피언들이다.

해변가까지 찾아온 관중들로서는 이미 본전을 충분히 뽑았다.

하지만 아직 메인 디쉬는 나오지도 않았다.

<이런 걸 보고 운명이라 하는 걸까요? A조의 진출자 미역슨, B조의 진출자 에러. 두 선수가 드디어 만났습니다.>

고대했던 매치가 성사되었음을 알린다.

따사한 햇살이 쏟아지는 캘리포니아의 해변.

안 그래도 후끈했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

.

.

* * *

터벅터벅.

준결승전을 마치고 선수 대기실로 돌아가고 있다.

결승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잠시간의 휴식 시간 후에 경기가 진행된다고 한다.

'깔끔하게 마무리해서 다행이네.'

뒷일을 생각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승리 방식이라 생각했다.

때려 잡아서 이기면 왠지 현실에서 비슷한 보복을 당할 것 같고.

CS 100개로 승부 했다간 쪼잔하다고 갈굼을 먹을 가능성이 컸다.

포탑을 깨부숴 이기는 것만이 어느 방향에서도 원만한 마무리다.

일단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예은의 입장에선 어떨까.

입이 대빨 나온 것 보면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치사하게 본체가 안 싸우고 쫄따구를 부리냐?"

"..챔피언이 그런 걸 어떻게 해."

이 소리 나올 줄 알았다.

내가 준결승전에서 택한 말차차.

공격력을 올릴 경우 챔피언은 들러리가 된다.

진짜는 소환한 혼돈충의 평타 딜링이다.

"말차차 하겠다고 말도 해줬잖아?"

"심리전일 가능성을 고려했으니 무효야."

"네가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다고."

무심코 본심이 흘러나왔다.

찌릿 흘겨 보는 예은의 시선이 무섭다.

후우,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어온다.

"나 이겨서 좋냐?"

"승부잖아 승부. 봐주는 건 있을 수 없지."

대빨 나왔던 입이 조금은 들어갔다.

대신 내 팔뚝을 손끝으로 콕콕 찔러대며 불만을 표시해온다.

예은이 워낙 승부욕이 강해서 길게 물고 늘어질 건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교복?"

"교복 플레이라, 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이번에는 조금 더 크게.."

말하던 도중 예은이 내 발을 뒤꿈치로 밟았다.

승자로서 정당한 보상을 받겠다는 것 뿐인데.

무언가 하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발의 통증은 선수 대기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잦아들었다.

"고생했어. 오는 길에 혹시 맞진 않았지?"

"어.... 발이 좀 아프긴 하지만 안 맞았어요 아무튼."

핫숏이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든다.

말로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통하는가 보다.

남정네들 사이의 땀내 나는 우정도 고마울 때가 있다.

.

.

.

* * *

드디어 결승전이 막을 올린다.

결승전이라고 해봤자 이벤트전.

그럼에도 LCF의 시청률이 폭주하고 있다.

조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LCF 결승전의 마지막 블라인드 세트.

지난 1년 사이에 무려 수천만 번 재생됐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감동이 다시 한 번 성사된다.

리벤지 매치는 이벤트전 발표 당일부터 뜨거운 화제를 몰고 왔다.

바로 이 순간 현실이 되었다.

무대 위에 선 몬테소리가 뜨겁게 소리친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파이널! 대망의 결승전입니다. 뭐, 세 시간도 안 걸렸지만 말이죠?>

관중석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 나온다.

16강으로 진행됐지만 매판 평균 경기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배보다 배꼽, 세팅에 걸린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다.

하지만 마지막이 되는 결승전은 조금 다르다.

싱글 라운드가 아닌 3판 2선승제의 매치.

양 선수의 신경전도 날이 서있을 수밖에 없다.

<북미, 유럽, 한국, 얼마 전에는 중국까지 재패하고 돌아온 에러 선수입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에러갓!>

결승전에 오른 두 선수는 이미 무대 위에 올라와 있다.

아무리 이벤트전이라도 하나 소개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드넓은 해수욕장에 끝없이 퍼져있는 플라스틱 간이 의자들.

그 수를 헤아린다면 대략 3만석쯤 된다.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제 주인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다.

의자에 앉지 못한 관중들은 모래사장에 아무렇게나 앉아 관람 중이다.

어떤 가족은 돗자리 위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등 자유분방하다.

아무튼 경기를 관람중인 관중들을 전부 헤아린다면 5만 명을 훌쩍 넘는다.

여기저기서 손을 흔들고, 고함을 치고, 무언가를 휘날리며 올마스터의 등장을 환호한다.

<이번에는 단단히 칼을 갈고 왔을 선수죠. 지난 LCF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미역슨입니다. 오늘 또 죽으면 일억 번을 채울지 몰라요?>

몬테소리의 드립까지 터지자 분위기가 완전히 무르익는다.

두 선수는 간단하게 손을 위로 흔들어 대답을 대신한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가 착석한다.

지체없이 결승전의 첫 번째 세트가 시작하고 만다.

<현장의 관중들도, 시청자들도, 그리고 헐레벌떡 뛰어온 몬테소리도 떠오르는 챔피언이 있을 겁니다. 역시 나와야죠!>

<하하, 제가 말하려고 했는데 가로채고 말았네요 도리아. 그렇습니다. 자드 대 자드의 미러전, 선수들이 팬들의 마음에 보답합니다.>

올마스터와 미역슨이 다시 맞붙었다.

자드 말고 할 챔피언이 뭐가 있겠는가?

다른 몇 가지 챔피언들을 클릭하며 지켜보는 이들의 심장을 쿵쾅대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선수 모두 자드를 가져갔다.

두 명의 자드가 칼폭풍 협곡에 발을 디뎠다.

<두 선수 모두 시작 아이템으로 두란검을 선택하네요. 어떤한 의미가 있을까요?>

<영약은 극단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두란 방패는 자드 미러전에서 효율이 떨어진다고 결론이 나온 듯합니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롱스워드와 두란검. 아무래도 두란검이 패기 넘치는 선택 아니겠습니까? 체력과 피흡도 올려주기 때문에 같은 선택을 내린 것 같습니다.>

현재 두란 방패는 1인칭 스킬과 평타 방어에 효과적이다.

자드의 스킬은 전부 광역 피해고 서로 평타 교환을 할 기회는 적다.

지난 LCF때는 시작 아이템이 갈렸지만 이번에는 여건이 동등하다.

당연하게도 정글러나 로밍의 변수가 없는 순수한 실력 승부의 장이다.

<표창을 안 맞기 위한 심리 싸움이 대단합니다. 아직까지는 팽팽한데 어떤 식으로 균형이 무너질지. 모르긴 몰라도 한 끝 차이겠죠?>

<평타 한 대 차이, 혹은 표창을 맞히냐 못 맞히냐의 차이. 그렇게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무조건 맞힐 수 있는 E선마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양 선수 모두 Q선마입니다. 표창을 맞힐 자신이 있다는 소리에요.>

LCF 개막전의 메인 이벤트가 흥겹게 치러진다.

올마스터도, 미역슨도 바싹 긴장한 채 라인전을 진행한다.

작두를 타는 듯 움직임이 조심스럽다.

이번 1대1 토너먼트 리그의 평균 경기 시간은 5분.

예상되는 총 경기 시간은 기껏해야 20분 남짓이다.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간다고 하던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20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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