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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16화 (716/803)

00716 뜻밖의 초대 =========================

로드 오브 로드 마스터즈 리그.

약칭 LML은 2부 리그라고 정리가 가능하다.

쩌리 대전이라고 불렸던 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다.

E-스포츠가 주목 받으면서 프로 팀들이 굉장히 많이 생겼다.

그런데 1부 리그인 롤챔스에 진출할 수 있는 팀의 숫자는 정해져 있다.

다소 늘기는 했으나 새로 생긴 프로팀의 숫자는 그 곱절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롤챔스에서 한 번 떨어진 팀들도 적지 않아져 LML의 맛은 크게 올랐다.

이번 스프링 시즌의 LML은 작년의 롤챔스와 비견될 수준이 아닐까.

그런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물이 좋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로드 오브 로드 마스터즈 리그, 용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생중계로 알차고 좋은 경기 보내드릴 것을 약속드리는 김의상 캐스터입니다.>

<마찬가지로 인사드리는 해설의 강빈입니다. 안녕하세요!>

LML은 한 명의 캐스터와 다른 한 명의 해설자가 진행은 맡는다.

해설진은 롤챔스와 같지만, 캐스터는 흔히 말하는 듣보잡이다.

롤챔스 전범준 캐스터의 나이가 지긋한 관계로 어쩔 수 없다.

<드디어 스프링 시즌입니다. 개막식이죠. 그런데 이번 스프링 시즌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요?>

<아무래도 현재 메타가 장기전 위주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기가 늘어지지 않을지 걱정이 되는 것도 타당합니다. 하지만 저는 딱 잘라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기전 위주의 메타가 나오게 된 건 결국 라인 스왑 때문이다.

거의 매 경기 이루어지는 라인 스왑 때문에 탑에 나올 수 있는 챔프가 한정적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하나 패치가 되었다.

준비해온 말이 있는 듯 강빈 해설이 조목조목 읊기 시작했다.

<탑과 미드 라인의 포탑이 챔피언의 공격에 내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데미지가 20 감소해요. 라인 스왑을 거는 쪽은 리스크가 상당합니다!>

게임사의 판단은 대략 이러했다.

자신들이 보기에 솔로랭크는 큰 문제가 없다.

대회 게임에서 루즈한 양상이 나오는 이유는 라인 스왑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라인 스왑을 막아버리면 풀어질 것이다.

실제로 새로운 시즌에 들어 라인 스왑이 거의 기본이 되긴 하였다.

<말씀 하신 바는 잘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곧 치러질 IM 대 신세상 베이식의 경기에서도 영향이 있겠군요?>

<이번 대회 첫 출전인 신세상 베이식은 아직 데이터가 없습니다. 그래도 신세상 매직과 한 핏줄인 만큼 저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은 예상이 됩니다.>

우리 강빈이 달라졌어요?

그런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논리적이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뜰지 모르겠다.

아무튼 경기는 시작된다.

강빈 해설의 추측이 맞아떨어질지는 결국 봐야 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바랄 뿐이다.

부디 강소리로 끝나지 않길.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염원하고 있다.

.

.

.

* * *

신세상 매직에 복귀해 연습을 시작한지 일주일.

2군 팀인 신세상 베이식이 드디어 첫 번째 출전 신호를 알렸다.

우리들과 달리 한 달 전부터 맹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시드권을 갖고 있는 신세상 매직은 LML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그 여유 시간이 고스란히 휴가로 변해 편히 쉬었다.

반대로 시드권을 얻어야 하는 신세상 베이식은 무척 바빴다.

규합한지 이제 고작 한 달이 안되었으니 더더욱이다.

미리미리 했으면 좋았겠지만 계약상의 문제.

다른 팀 소속이었던 선수도 있어 윈터 시즌이 끝난 후 팀이 구성되었다.

'스맥이라.'

다른 팀에서 스카웃한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스맥이다.

신세상 베이식의 탑라이너가 되었다.

취식실TV를 통해 중계진들의 설명이 흘러나온다.

<신세상 베이식이 첫 출전부터 정말 강력한 상대를 만나버렸습니다.>

<얼마 전까지 1부 리그인 롤챔스에 소속돼 있던 IM이거든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며 승강전을 떨어졌다고는 하나, 강팀인 것은 사실입니다.>

IM은 요약하자면 전통 있는 롤챔스의 약팀이다.

단 한 번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다.

그리고 매 시즌 롤챔스에 진출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곳 LML에서는 상위권에 속한다.

고작 32강에서 만나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는 상대다.

옵저버가 탑라인의 라인전을 조명했다.

<아이러니하게 됐습니다. 스맥 선수 입장에서는 적잖이 난감한 상황이겠는데요?>

<현재 신세상 베이식의 탑라이너인 스맥 선수가 원래 IM의 탑을 맡고 있었죠. 이번 게임 긴장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방출이 아니냐는 뜬소문의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다.>

조금 무거운 이야기긴 하다만 그만큼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의미다.

윈터 시즌 때까지만 해도 스맥은 IM소속이었다.

IM 소속 당시 스맥의 평이 썩 좋지가 않았다.

'내 기억에서도 그랬어.'

내가 좀 바빠서 롤챔스를 챙겨볼 겨를이 없었다.

조별 리그의 경기는 특히 더 그러했다.

조별 리그에서 광탈한 IM의 경기는 한 번도 못 봤다.

하지만 저 스맥에 한정해서는 아니다.

그의 이야기는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과거 나로서는 상당히 부러웠다.

아니, 나 뿐만 아니라 밑바닥의 모든 프로, 혹은 지망생들이 그러했다.

'팀을 옮기고 나서 갑자기 떠버렸지.'

시즌5를 대표하는 롤챔스의 강팀.

쿠 라이언즈는 창단하자마자 준우승의 쾌거를 이루어냈다.

스맥은 쿠 라이언즈의 탑라이너로 굉장한 캐리력을 선보였다.

그런 스맥이 IM에서는 찬밥 신세였다.

한순간에 떠버리니 당연히 선망의 대상.

나도 기회만 잘 잡으면 저렇게 뜰 수 있지 않을까.

과거의 나는 헛된 망상을 품었다.

아무튼 그 스맥이 현재 신세상 베이식의 탑라이너다.

BASIC에서 S를 맡고 있다.

스맥의 네네톤이 티바나를 물어뜯었다.

본래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현재 탑은 네네톤과 티바나의 대결이다.

<윈터 시즌에 이어 여전히 탑라인의 터줏대감인 네네톤과 티바나입니다. 선수들의 기본기를 엿보기 좋은 구도에요?>

<네네톤은 라인전 단계에서 CS차이를 벌려야 하고, 티바나는 반대로 CS를 차이를 좁혀야 합니다. 대표적인 테크닉이 바로 지금 네네톤이 하고 있는 미니언 가리기에요!>

중국 LPL의 마지막 세트에서 꺼냈던 티바나.

그 이후로 명실상부 대세 챔피언에 합류했다.

그리고 역시나 한 차례 하향 조정이 있었다.

네네톤 입장에서도 대처법이 나왔다.

쿠러렁!

네네톤이 거대한 칼을 휘둘러 티바나를 긁었다.

티바나는 CS를 먹기 위해 한두 대 맞는 수밖에 없다.

맞딜을 하려고 하면 스턴을 넣고 빠진다.

강빈 해설이 나름 조사해온 바가 있는지 말문이 터졌다.

<초반에는 티바나가 고통을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체력이 너무 깎이면 다이브를 당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한타에서는 티바나가 네네톤보다 존재감이 좋습니다.>

이렇듯 탑라인에는 하나의 공식이 성립됐다.

물론 그렇다고 라인전이 쉽다는 소리는 아니다.

꼭 수학 선생님들이 말하는 애들아, 이거 공식만 외우면 쉬워.

개뿔이요.

세상 살기 그렇게 쉬울 리 있겠습니까.

그렇다 해도 프로 리그에서는 공식이 지켜져야만 한다.

만약 공식에 따르지 않고 티바나가 네네톤을 이겨버린다면?

이 경우 티바나의 운영 실력에 따라 게임의 주도권이 확 넘어간다.

내가 LCL때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서로 실력 차가 많이 나지 않는 이상 거의 안 나오는 그림이긴 하다.

'역시 스맥은 아직인가.'

네네톤이 티바나를 디나이하고는 있지만 시원시원하진 못하다.

실력 차이가 그렇게 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아직 스맥의 기량이 터져나올 시기가 아닌 듯하다.

내 기억 속에서도 스맥은 5시즌부터 활약한다.

메타가 그에게 잘 맞아 떨어진 덕이 크다.

아직은 빛을 발하려면 한참은 멀었다.

현재 주목해볼 만한 라인은 아래쪽이다.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거 탈력 있기 때문에 욕심 내다간 역으로 당할 수 있어요?!>

<토이치 탈력 걸렸고 데미지 반토막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힘 쫙 빠지죠! 역관광 각 나왔습니다!>

현재 탈력은 피해량 감소가 무려 50%다.

그리고 공격 속도는 30% 저하시킨다.

원딜이 탈력 걸리면 딜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뱅크의 토이치는 인어를 몇 대 툭 치다가 점멸로 빠졌다.

<쓰렉귀의 판단이 예술입니다. 채찍으로 두들겨 패서 결국은 인어 잡았어요. 그리고 랜턴 던져서 토이치를 당겨왔습니다?>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이걸 역으로 두 명 다.. 아니, 점멸 뺐습니다.>

원딜이 딜을 못하면 내가 하면 되지.

쓰렉귀가 억척스럽게 인어를 때려 잡았다.

IM봇듀오의 우세를 점쳤던 강빈 해설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다.

'강채식 코치가 선수 보는 눈이 있어.'

현재 신세상 베이식에 소속된 선수들은 아직 새싹이다.

강채식 코치의 말마따나 원석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는 그 원석들의 완성된 이후를 알고 있다.

서포터를 맡고 있는 이그나이트(Ignite).

스맥과 마찬가지로 강채식 코치가 스카웃한 선수다.

BASIC의 다섯 글자 중 I가 바로 그다.

방금 전 쓰렉귀로 날카로운 킬각을 잡아냈다.

캐리력 있는 플레이가 주특기로 공격적인 성향이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 그는 유럽에서 정상급 서포터였다.

<정글이랑 같이 탑 3인 다이브 가고 있습니다. IM은 꿈에도 모르고 있죠!>

<에.. 그렇습니다. 킬을 먹은 덕분에 기동력의 신발을 살 돈이 딱 나왔습니다. 다이브 100% 성공할 거라 확신합니다.>

굳이 확신까지 안 해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탑라인은 네네톤이 주도권을 바탕으로 라인을 밀고 있다.

하지만 밀고 있을 뿐 별다른 이득은 보지 못할 시기가 왔다.

어쌔신의 신발이라는 방템이 나온 티바나.

서로 때려봤자 체력도 안 달고 미니언만 낭비된다.

네네톤 대 티바나의 구도가 지루함을 불러오는 이유다.

그 지루함의 맥을 끊기 위해 쓰렉귀가 랜턴으로 리심을 당겼다.

─빙빙 돈다!

티바나에게 있어 쓰렉귀는 천적이다.

다른 건 그렇다고 E스킬 채찍 쓸기.

현재 티바나는 궁극기가 쉽사리 끊긴다.

다이브를 예측하고 달아나려던 티바나의 목덜미를 낚아챈다.

<궁 끊기고, 스턴 걸리고! 탑솔러 입장에서 이렇게 죽으면 우리 정글 뭐하냐 소리 절로 나오거든요!>

<작정하고 들어간 다이브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탑 2차까지 쭉 밀릴 그림이고 IM은 용과 봇1차라도 챙겨서 아쉬움을 달래야 하겠습니다.>

시즌3과 시즌4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다.

작년, 내가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운영이란 게 애매했다.

서로 가져갈 수 있는 거 못 가져가고, 눈 뜨고 간도 쓸개도 다 내주고.

이제는 수준이 낮은 팀이 아닌 이상 오브젝트 교환은 기본이 됐다.

"무난하게 이기는 분위기네. 딱히 변수도 없어 보이고."

"그럼 1세트만 보고 연습 갈까?"

"..나 아직 피자 못 먹었음."

"내가 입에 꾸겨 넣어주면 되지."

같은 게임단 소속으로서 경기를 봐주는 것이 정이다.

하지만 대충 보아하니 IM정도는 문제가 없을 듯하다.

시간을 허비하기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뜨겁다.

다가오는 스프링 시즌의 준비를 빠듯이 해놓아야 한다.

"니가 1주만 빨리 돌아왔으면 됐잖아!"

"철인이냐? 나도 가끔은 좀 쉬어야지."

"쉬긴 개뿔! 보나마나 언니랑…"

바락바락 대드는 초홍이를 막은 건 예은이었다.

머리에 손을 올려 놓으니 초홍이의 말이 멈췄다.

그 이상 발언했다가는 목숨을 책임질 수 없다.

아예 눈치가 없는 건 아닌지 잽싸게 입을 닫았다.

안타깝게도 다른 팀원들도 어떤 맥락인지 이해를 하였다.

한 멍청이 때문에 머쓱해진 취식실의 분위기.

나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주장으로서 팀의 스케줄을 읊었다.

"경기는 좋게 마무리되는 거 같고 우리도 슬슬 연습 하자. 미진한 부분이 많아."

"그렇긴 하네. 아이고~! 나도 여친 사귀고 싶다."

"형, 저도요."

"너는 초홍이랑 사귀면 되잖아. 같은 또래인데."

"헐, 막말 자제 좀."

"빼애애애액!"

신세상 매직에 다시 돌아오는데 반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내가 모르는 곳에서 친목이 두터워진 듯하다.

어색했던 초홍이의 취급도 암묵적인 합의가 오간 걸로 보인다.

'남은 시간은 한 달 가량인가.'

2부 리그인 LML이 끝나는 시간이 3주일 정도 걸린다.

끝나고서 2주 후에 롤챔스가 막을 올린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

지루한 흐름이 될 거라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선 말이 많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보아하니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확률은 한없이 낮지만.'

라인 스왑 메타는 포탑 퍼블이 생기기 전까지 쭉 이어진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는 그러했다.

고민을 해봤자 답이 나올 결론이 아니다.

머릿속을 비우고 연습에 임하기로 마음 먹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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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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