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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17화 (717/803)

00717 뜻밖의 초대 =========================

혹시는 역시가 되기 십상이다.

지난주 개막한 LML의 인기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서른 두 개의 팀이 넷까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

날이 갈수록 시청률이 오르는 속도가 더디기 짝이 없다.

─포탑 강화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된다니까?

어차피 서로 1차 포탑 사이좋게 가져가는 건 똑같은데 뭐.

페닉스랑 그레이 울브즈 경기에서는 한 술 더 떠 2차까지 밀더라.

└간만에 게임사가 정신 좀 차리나 했는데 결국 도로아미타불.

└이런 건 선수들 잘못 아니야?

글쓴이-쌍방 과실이지. 귀 틀어 막은 게임사나, 이기면 장땡인 프로게임단들이나.

└맞말ㅇㅈ. 왠지 스프링 시즌도 똑같이 갈 것 같다.

처음에는 패치의 효력이 빛을 발하는 듯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다시 고무줄처럼 되돌아왔다.

이유를 따지자면 별 게 없다.

포탑에게 가하는 피해량 20감소.

쳐보니 의외로 부술 만하더라?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버렸다.

LML 8강 페닉스 썬더 대 그레이 울브즈의 경기였다.

라인 스왑을 당한 페닉스 썬더는 살짝 기분이 상했다.

아니, 똑같이 1차만 가져가기에는 좀 그런데?

서로 포탑을 철거하면 탑라인이 더 느리게 파괴된다.

그러니까 아싸리 2차까지 밀어버리자.

어, 너희 2차 밀거야? 그럼 우리도 2차 밀어야지~.

바야흐로 세상은 불도저 메타의 시대를 맞이했다.

─근데 대회에서는 왜 노잼톤이랑 티바나만 나오는 거야?

요즘 솔랭은 그렇게 획일화되어 있지 않잖아?

특히 리픈 이 자식 지긋지긋하게 나오고.

대회에서만 노잼톤, 또바나 난리인지 모르겠다.

└라인 스왑해서 그런 거 아님?

글쓴이-그러니까 왜 그런 건지 이해가 안 감.

└노잼톤, 또바나는 망해도 1인분 하잖아 그래서 그럼.

시간이 흐르면서 라인 스왑은 정형화가 되었다.

서로 최고의 이득을 가져가는 방법이 나왔다.

라인 스왑을 정말 타이트하게 하는 추세다.

무엇이 바뀌었나 하면 탑이 말라 죽는다.

더 이상 CS를 단 한 입도 허락하지 않는다.

다이브도 숙련되어 실수도 웬만하면 없다.

결국 라인 스왑이 끝날 때까지 양 팀 탑라이너는 손가락만 쪽쪽 빨아야 한다.

리픈이나 말카림 같은 성장형 챔피언을 쓸 수 없는 메타다.

그런 거 했다간 한타에서 CC기 셔틀만도 못한 존재가 된다.

그에 반해 네네톤, 티바나는 궁극기만 잘 쓰면 어찌저찌 탱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 라인 스왑에 대한 탑라이너의 대처법이 바뀌었다는 것도 크다.

어차피 한 입도 못 먹을 라인 안 가고 정글몹을 빼먹게 됐다.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있어 노잼스라 불리우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대회 게임은 확실히 솔랭이랑 다른가 봐.

내가 저기서 리픈 꺼내면 솔킬 딸 수 있을 거 같다고 옛날엔 생각했거든.

요즘 롤챔스는 막 라인 스왑? 운영? 이런 거 해설자들이 많이 말하더라.

그래서 자신감이 급감함.

└소오오올키이일? 그래서 님 티어가?

글쓴이-다이아5다. 형 천상계야~

└저도 다이아5인데 제발 어디 가서 망신 좀 시키고 다니지 마요.. 이래서 다5가 욕먹잖아.

└지옥헬혼돈카오스 구간이 또;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건 라인전이다.

아무리 해설자들이 열심히 설명을 해줘도 잘 이해가 안 간다.

일부 매니아 유저들은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그들도 솔직히 재미는 없다.

아, 이래서 프로 리그는 솔랭과 다르다고 하는구나.

네 알게꼬요, 한타 나올 때까지 채널 돌린다.

─포탑 패치로 라인 스왑 메타 끝난다며..

무슨 개뿔이 끝나.

지금 LML진행되는 거 보면 빼박 롤챔스도 똑같이 따라 가겠구만.

└설마 강빈 말을 믿었니?

└강소리가 또..

└난 강빈이 말한 시점에서 눈치 깠지. 이번 시즌도 똑같겠구나.

안타깝게도 수성 메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나마 수준이 떨어지는 2부 리그.

체계적인 운영을 자랑하는 한국의 자랑스런 롤챔스에 비할 바가 아니다.

─롤챔스를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게임은 한 시간씩 걸리는데 한타는 한두 번이야.

마음 같아서는 파밍하는 거 생략하고 싶음.

아, 그냥 녹화본으로 볼까.

└선수들 수준이 올라가서 운영을 잘해져서 그런 듯.

└허무하게 안 잘리는 건 좋지만.. 아예 안 싸우는 건 좀 그럼.

└바라는 거 겁나들 많네ㅋㅋ

└나도 안 볼라 했는데 이번에 올마스터 나온데서 그것만 좀 기대 중.

LML이 슬슬 끝나가는 시기다.

곧 본무대가 막을 올릴 예정이다.

롤챔스 스프링 시즌이 머지 않았다.

팬들의 불안은 가진 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

.

.

* * *

최근의 일상은 상당히 바빴다.

이번 만큼은 초홍이의 말이 옳다.

내가 조금 오래 쉬기는 했다.

'근데 솔직히 쉴 자격 있잖아.'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왔다.

한 달 정도 여유를 가질 주제는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사람인 이상 쉴 때는 확실하게 쉬지 않으면 병 난다.

하지만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빡센 스케줄 탓에 숨 돌릴 틈도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다시 호흡을 맞추고.

시너지가 있는 조합을 구축하고.

최근의 메타를 파훼하고.

연습실에 쭉 짱박혀서 지냈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외출의 시간을 가졌다.

물론 명목 없이 긴 외출을 할 만큼 한가하진 않다.

앞으로 남은 기간이 2주하고 약간 더.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그래도 오늘 만큼 이렇게 시내로 나와도 된다.

"팀 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결승이라.. 엄청난데요?"

"확실히 장족의 발전이지. 기존의 1군 선수들을 데리고 온 것도 아닌데 말이야."

나의 물음에 이청호 코치가 감탄스럽다는 듯 대답한다.

현재 신세상의 모든 선수들이 차를 타고 이동 중이다.

LML에 나간 신세상 베이식을 응원하러 가기 위함이다.

바쁜 와중이지만 그 정도의 여력은 짜내야 하지 않겠는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청호 코치가 말을 이어왔다.

"강코치가 선수 보는 눈이 대단해. 사실 나는 반대를 했었거든."

잘 나가는 에이스를 영입하는 게 어떻겠냐.

그것이 이청호 코치가 제시한 의견이었다.

이에 강채식 코치는 단호하게 반박했다고 한다.

<팀의 색깔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미 코코볼과 뱅크라는 두 명의 선수가 있다.

이 둘을 에이스에게 맞추기에는 아깝다.

이청호 코치로서는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페닉스에서 반년 정도 뛴 게 전부였잖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릇이 컸어."

현재 LML에서 코코볼과 뱅크의 활약은 화제가 되었다.

아니, 페닉스에 이렇게 훌륭한 인재들이 있었나?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팀을 견인했다.

새로이 합류한 선수들도 뒤쳐지지 않았다.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갯벌에서 진주를 찾아낸 셈이지. 검증이 안된 선수를 영입하는데 어떻게 그리 망설임이 없을 수 있는지. 같은 코치로서 놀라워."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 어린 칭찬이다.

스맥도, 이그나이트도 이렇다 할 이력이 없다.

솔로랭크에서 엄청나게 잘 나갔다.

혹은 무언가 특출난 가능성을 선보였다.

그렇게까지 고려가 될 선수는 아니었다.

그럭저럭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정도.

하지만 강코치의 눈에는 다른 것이 보였던 모양이다.

"강형이 페닉스 시절부터 선수 보는 눈은 기가 막혔죠. 저 중국 가서 페닉스 출신 두 명 만났는데 잘하더라고요."

"아, 도진기랑 수입푸드? 걔네 중국에서 잘 나간다는 이야기는 나도 들은 적이 있지. 하.. 영입 건으로 강코치랑 다퉜던 게 지금 생각해보니 흑역사가 따로 없다 진짜."

에이, 뭐 그 정도까지야.

차 안에 탄 선수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단순히 특기 분야의 차이일 뿐 이청호 코치는 유능하다.

그가 얼마나 신세상 매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다들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게 당연하다.

과거 삼선 게임단을 이끌었던 이가 이청호 코치였다.

이 말을 꺼내면 대답은 늘 한결 같다.

<삼선 애들은 다 촉망 받던 애들이었잖아. 나는 그냥 숟가락만 얹진 것 뿐이야.>

단언컨대 이는 지나친 겸손이다.

아무리 개개인의 수준이 높아도 좋은 결과가 나오리란 보장은 없다.

실제로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 사례가 많았다.

지역 간에 경쟁 심리가 강한 중국.

서로 밀리지 않기 위해 돈을 있는 대로 쏟아 부었다.

당연히 기존에 잘 나가는 선수를 영입해 써먹으려 했다.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게 끝이 났다.

선수들 저마다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

선수들이 말이라면 코치는 마부다.

마부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말이 아무리 좋아도 의미가 없다.

E-스포츠의 특성상 선수에 비해 코치나 감독은 겉으로 드러나지 못한다.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무턱대고 에이스 선수를 데려온다고 다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강채식 코치가 말했던 팀 색깔에 부합하지 않다.

아마 이를 염두에 둔 소리라 생각한다.

"슬슬 도착해 가는데 어쩔까. 여기서 따로 내릴래?"

"엥, 뭐가요?"

"우리가 그렇게 눈치 없는지 아냐. 티켓 줄 테니 알아서 잘 들키지 말고 다녀와."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경기장 근처까지 도착했다.

근처에 도착했을 뿐 아직 5분은 더 가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내리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니 뭐 저희라고 맨날 붙어 다니는 것도 아니고. 팀 행사에는 당연히 참여를 해야…"

"에라이 속 보이는 놈아. 가랄 때 가라?"

경기장 주위에 선수들이 눈에 띄면 난리가 난다.

LCF에서처럼 절도 있게 사인만 받고 빠지고.

이런 걸 기대하지 않는 편이 이롭다.

때문에 후문을 통해 들어가 관계자석에서 관람을 한다.

이청호 코치가 나에게 준 티켓은 일반석이다.

그것도 한 장이 아니라 두 장.

그 의미는 곱씹어볼 필요도 없다.

준다고 하니 마다하지 않고 받았다.

.

.

.

* * *

근 3주간 서른 두 개나 되는 팀들이 달려왔다.

하지만 결국 이 자리에 서게 된 건 두 팀뿐이다.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상암 E-스포츠 경기장.

LML의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수천의 관중들이 모였다.

<주룩주룩 내리는 봄비도 E-스포츠 팬들의 열화와 같은 마음을 꺼트릴 수는 없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캐스터 전범준 인사~~~드립니다!!>

캐스터의 말빨은 대회 흥행에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비록 2부 리그인 LML이지만 결승전은 전범준 캐스터가 맡는다.

롤챔스와 마찬가지로 해설자도 두 명이 자리에 앉는다.

<본격적으로 퍼붓는 비는 아니지만 외출하기 싫어질 날씨에요. 어려운 길 와주신 팬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그만큼 오늘 경기가 기대가 된다는 거죠. 직접 보지 않으면 끓어오르는 피를 억누를 수 없습니다. 저로서는 특히 기대를 하고 있어요.>

이전부터 쭉 롤챔스의 해설을 맡아오던 김은준 해설위원.

그리고 지난 섬머 시즌의 승강전부터 합류하게 된 클끼리.

화려한 중계진과 맞물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도 범상치 않다.

이미 한 마디 화두를 던진 클끼리 해설이 말을 이었다.

<지난 윈터 시즌에 아쉬운 모습 보여주면서 LML로 격하가 된 얼밤입니다. 여기가 개인적인 자리었다면 험한 말이 나왔을 텐데.. 아무튼 이번 시즌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아주 곤란해져요. 저도 한가하지 않거든요?>

<과거 얼밤의 두목이었던, 아니 주장이었던 클끼리 해설 아니겠습니까? 정도를 지키는 선에서 한 마디!>

<싸이가 요즘 너무 빠졌어요. 제가 나가버리니 애들 관리할 사람이 매라밖에 없는데 동기라서 관리가 안돼요. 일단 매의 눈으로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섬머 시즌까지만 해도 얼밤의 정글러였던 클끼리다.

편파 해설은 커녕 훈계를 하고 있다.

진지하게 인생을 담았던 팀이었단 만큼 애착이 깊다.

얼밤은 클끼리가 나간 이후 고생을 좀 하였다.

윈터 시즌 조별 리그 광탈이라는 굴욕.

팀의 중심이었던 클끼리가 빠져나가고 새로운 정글러로 라이라를 받았다.

그런데 생각만큼 팀의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속된 말로 죽을 쑤었다.

하지만 윈터 시즌 이후 충분히 시간이 있었다.

팀을 재정비했다면 과거의 영광, 다시 뽐낼 만하다.

팬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를 기원하고 있다.

-동족 혐오ㄷㄷ해.

-클끼리 얼밤 디스 쩌네ㅋㅋㅋ

-근데 진짜 클끼리니까 할 수 있는 따끔한 발언이다.

-내가 얼밤빠지만 얼밤은 정신 좀 차려야 돼. 제발 이번 시즌은 잘 좀 하자..

적어도 오늘은 져서는 안될 얼밤이다.

그 얼밤이 고작 2부 리그에서 패퇴해서야 쓰겠는가?

기도를 하는 팬들의 마음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한결 같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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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507화에 나왔던 시프트가 데프콘으로 바뀌었습니다.

차후 나오는 화에서 한 번 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사유는 데프콘이 더 재밌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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