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18 뜻밖의 초대 =========================
<이에 맞서는 상대는 신세상 베이식입니다. 얼밤과 달리 파릇파릇 해요?>
<맞습니다. 신세상 매직의 형제팀으로 이번 시즌 첫 출전이에요.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코코볼과 뱅크 선수가 팀의 주축이 되어 단기간에, 정말 단기간에 LML의 결승전까지 올라왔습니다.>
2013년 섬머 시즌에 창단해 이제는 명실상부 상위권 팀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런 신세상 게임단의 2팀이 바로 신세상 베이식이다.
MAGIC과 마찬가지로 BASIC 또한 선수들의 앞 글자를 따왔다.
<신세상 매직 때도 롤챔스 우승까지 고속도로를 뚫어버렸거든요? 이번에도 돌풍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저는 클끼리 해설과 생각이 조금 다르네요. 그때는 올마스터, 북미와 유럽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에이스가 팀을 이끌었어요. 기존 프로팀들을 긴장시킬 잠재력이 어마어마 했다는 소리죠. 하지만 베이식의 경우 슈퍼 에이스라 불릴 만한 선수가 아직 없습니다.>
원래라면 클끼리가 얼밤을 편파해야 할 텐데 바뀌었다.
아무튼 종합적으로 정리를 하자면 김은준 해설위원의 말이 옳다.
신세상 베이식의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코코볼 선수도, 뱅크 선수도 그리고 이적 후 기량이 확연하게 오른 스맥 선수도. 분명히 선전을 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성장 단계입니다.>
말뚝을 콱! 박아버린다.
어떻게 보면 잔인하지만 쓸데없이 거품이 이는 것보다야 낫다.
그리고 이는 두 해설의 철저한 성향 차이이기도 하다.
약자의 입장에 서는 클끼리.
이성적인 해설을 지향하는 김은준.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래도 저는 신세상이기에 기대를 해볼 만하다. 입장을 고수하겠습니다.>
<언제나 이변의 폭퐁을 몰고 오는 신세상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죠. 현실적으로 한없이 낮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지난 해의 신세상 게임단은 정말로 강렬했다.
그런 신세상이 2팀을 만들었으니 어찌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 하나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 있다.
현장의 카메라가 관계자석을 느리게 훑었다.
역시나 안 잡힐래야 안 잡힐 수가 없다.
신세상 매직의 선수들이 멋쩍게 웃는다.
<신세상 매직의 선수들과 코치가 형제팀을 응원하기 위해 나와주었습니다. 그런데.. 수가 조금 적어요?>
<두 명, 아니 세 명이 부족하죠? 개인 사정에 의한 불참.. 혹시 더블 데이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터무니 없는 억측이다.
옆에서 김은준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클끼리도 드립으로 던져본 거지 당연히 진지한 말은 아니었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아무래도 싱관없었다.
-헐 돌아이 남친 있었어? 대박.
-올마가 둘 다 끼고 돌아다닌다는 거 아님?ㅋㅋ
-뭐지? 하렘 과시?
-살인 충동 실화냐..
뮴뮴 선수는 물론 아이돌 선수도 제법 미인이다.
예쁘다기보단 귀엽다에 가깝긴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두 사람과 올마스터가 홀랑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채팅창 반응이 급격해지자 클끼리가 허겁지겁 말을 이었다.
<어디까지나 농담으로 말입니다. 누구나 불가피한 개인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요.>
진실이 어쨌건 최소 데이트일 가능성은 차고 넘친다.
딱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올마스터가 한순간에 표적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중계진들의 잡담이 늘어지던 사이 세팅이 끝난다.
바야흐로 LML 결승전이 막을 올린다.
<어쩌면 카메라를 의식해서 따로 자리를 옮긴 걸 수도 있겠죠. 이야기가 잠깐 샜는데 양 팀 선수들이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밴픽~! 보시죠~~!>
여느 때와 같이 전범준 캐스터의 호쾌한 외침으로 시작한다.
시즌2부터 역사를 써내려온 얼밤.
이제 막 한 걸음을 내디딘 신세상 베이식.
세대 차이나는 두 팀이 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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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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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상암 E-스포츠 경기장은 실내 설비를 갖추고 있다.
덕분에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관람 중에는 옷깃 하나 젖을 일이 없다.
하지만 오는 과정.
원래라면 안 해도 됐을 곤욕을 치렀다.
"내가 왜 니 때문에 옷이 젖어야 될까?"
"흥, 머리라도 가려준 걸 고맙게 생각하셈."
차에서 내리면서 우산을 하나 챙겼다.
예은과 오붓하게 우산 데이트를 즐길 생각이었다.
그런 어떤 빌어먹을 녀석이 그새를 못 참고 졸졸 내렸다.
"언니랑 먼저 가려고 했던 건 나거든!?"
"근처에 보는 눈이 많은 걸 다행으로 생각하렴.."
두 사람만 나오는 분위기라 아무도 몰랐다.
인사를 하고, 차가 떠나고 나서야 눈치를 챘다.
얘 대체 왜 여기 있어?
초홍이가 예은의 옆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뭐 어때. 초홍이 이렇게 귀엽잖아."
"그게 귀여운 거면 라식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겠는데.."
그러고 보면 카지트도 귀엽다고 했었다.
하나 있는 애인의 취향이 너무나도 독특하다.
아무튼 빨리 전화를 걸어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초홍이가 생떼를 썼다.
그리고 예은도 기왕 이렇게 된 거 같이 가자고 부탁해왔다.
표가 없을 거란 이유로 쫓아내려 했지만 있었다.
빌어먹을 녀석이 정말로 표를 두 장 준비했다.
예은과 같이 직관을 하려고 계획을 짜놓았던 모양이다.
덕분에 데이트는 완전히 쫑났고, 세 명이서 우산을 쓰고 오느라 나만 홀딱 젖었다.
"자, 수건. 조급 찝찝하겠지만 참아줘."
"땡큐.. 근데 수건을 어디서 구했어?"
"지나가던 스태프한테 빌렸어."
스태프 개인 물건을 빌려 달라면 빌려주는 건가.
이제 와서는 놀랄 일도 아니라 그러려니 한다.
나 같아도 예은 정도의 미인이 빌려 달라면 넙죽 빌려주었을 것이다.
"..방해꾼."
"방해꾼은 니겠지."
옆에서 자꾸 한 대 쥐어 박고 싶은 소리를 떠들어댄다.
초홍이와 실랑이를 하던 사이 경기는 시작했다.
밴픽 단계가 끝나 라인전에, 아니 라인 스왑이 이루어졌다.
'라인 스왑 메타라..'
라인 스왑은 시즌2 후반기부터 있어왔다.
그리고 시즌4에 절정을 찍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연구가 마쳐진 결과다.
이전처럼 뻔히 죽을 거 알면서 포탑에 있지 않는다.
대신 정글몹을 빼먹는다.
탑솔러가 정글을 도는 기이한 현상.
시즌4에는 과장없이 실존했다.
안정적으로 2레벨을 찍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클끼리 해설이 이에 설명을 덧붙인다.
<최근 메타에서 탑솔러는 바로 라인에 안 갑니다. 어차피 가봤자 경험치도 못 먹거든요. 양 팀 서포터 보시면 분주하게 돌아다닙니다.>
<네네톤이 주위에 보이면 야금야금 먹고, 아니라면 대포 미니언 웨이브 때 타워를 깹니다. 이렇게 빅 웨이브를 쭉 몰아가면 탑과 정글이 합류한다는 전제 하에 2차까지 노려볼 수 있습니다.>
쫀쫀하게 한 개가 뭐냐, 포탑 두 개씩 먹고 게임 시작하자.
현재 프로 무대에선 이러한 양상의 경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승전 첫 번째 세트부터 그러한 구도가 나왔다.
어쩔 수 없는 문제다.
한 팀이 밀면 다른 한 팀도 미는 거 말고는 딱히 할 게 없다.
안 하면 손해를 보고 시작한다.
합류 타이밍 등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최선이다.
일련의 과정이 끝나면 대략 5분을 넘긴다.
여기서부터 다시 본 궤도에 진입한다.
라인전의 시작은 미드를 제외하면 4분 가까이 늦춰지는 셈이다.
카메라가 비칠 곳은 포탑 부수는 장면과 미드밖에 없다.
<코코볼 선수가 빠른달을 상대로 CS를 앞서고 있습니다. 두 개 차이가 별 거 아니라고 생각 할 수 있는데 아닙니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제가 할 말이 많아져요.>
<역시 얼밤의 엄마라고 불린 클끼리 해설답게 잔소리가 장난이 아니네요. 진지하게 구도를 살펴보자면 랄라가 코리아나보다 조금 뒤쳐져도 소규모 교전이 좋습니다. 빠른달 선수의 능력이라면 약간의 CS 손실은 어렵지 않게 복구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CS보면서 농담 따먹기하는 게 끝.
정말로 중계진도 할 말이 없다.
이윽고 지옥 같은 5분이 끝났다.
신세상 베이식이 얼밤보다 약간 더 빠르다.
<신세상 베이식이 용을 먹어도 되는데 안 먹네요. 최근 용을 빨리 가져가는 추세가 아니긴 해요.>
<초반에 주는 골드량과 경험치량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들인 노력과 리스크에 비해 리턴이 줄어들은 결과입니다. 용을 먹는 대신 정글러가 미드 동선을 밟아보려다가 그냥 귀환을 타네요. 쉽사리 당해줄 빠른달이 아니죠.>
이제서야 양 팀의 탑라이너가 서로를 마주한다.
네네톤과 티바나 모두 두란검과 두란 방패를 커플처럼 맞췄다.
가난한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효율을 뽑으려면 두란밖에 선택지가 없다.
'확실히 메타가 조금 그렇긴 해.'
주위를 둘러보니 썩 재밌어하는 반응은 아니다.
몇몇 관중들은 입을 가린 채 하품까지 쉬고 있다.
굴러가는 상황이 이해가는 나조차 지루할 지경이다.
현재 기준, 솔로랭크의 골드는 상위 20%다.
랭크를 안 하는 유저까지 고려한다면 수치는 더욱 좁혀진다.
관중들 중 9할 이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듣고만 있다고 보면 된다.
"먹을래?"
"아, 땡큐.."
틀에 박은 듯한 게임이 진행될 건 뻔할 뻔자.
예은과 초홍이가 밖에서 쇼핑을 하고 왔다.
쇼핑의 내용물은 당연히 군것질 거리다.
'깨나 지루해지겠구만..'
만약 단순히 관람 목적으로 왔다면 자리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알기 때문에 얼마나 더 답도 없이 굴러갈지도 보인다.
기껏해야 점멸을 빼는 갱킹이 수 번.
한 30분까지는 제대로 된 교전을 볼 수 없다.
서로 바론이 만만해질 때쯤에야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그러다 실수하면 게임 빨리 끝나는 거고.
안 하면 50분 이상 장기전으로 가는 거고.
나는 예은이 준 츄러스를 조금씩 갉아먹으며 넋을 놓았다.
놓지 않는다면 경기가 끝나기 전에 잠이 들 것만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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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LML의 결승전은 결과적인 의미로 화제를 몰고 왔다.
그도 그럴 게 결승전, 가장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는 두 팀이 맞붙었다.
아무리 2부 리그로 하나 무시할 수 없다.
대대로 이어지는 맛밤충들의 팬심은 뿌리가 깊다.
─역시 빠른달님이 체고시다!
마지막 한타에서 싸이랑 같이 토이치 끊은 거 ㅇㅈ?
클라스는 영원한 법이지.
빠른달님, 캐리하신다!
└역빠체 ㅇㅈ합니다.
└롤챔스에서 그 럭키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빠른달이 다른 건 몰라도 이니시 하나는 쩔지.
└ㅋㅋ얼밤충들 LML우승했다고 난리 났네.
아무리 기세가 좋다고는 하나 결국 신인이다.
뿌리 깊은 얼밤을 꺾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최종 스코어 3대1.
얼밤이 LML의 승리를 가져갔다.
평소 숨죽이고 있던 게릴라들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신세상 베이식도 꽤 잘하더라.
매직과 달리 좀 대놓고 2군 느낌이라 애매했는데.
IM에서 부실하던 스맥도 그렇고 괜찮게 해.
아깝게 지기는 했지만 그건 상대가 안 좋아서 그렇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얼밤 앞에서 패퇴하는 건 당연한 이치지. 엣헴!
└알게꼬요. 네 다음 얼밤충.
└팀 만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준우승이면 잘한 거 아닌가? 요즘 시드권 따기 하늘에 별따기라던데.
└프로팀들이 하도 늘어나서.. 옛날처럼 허접 리그라고 무시할 게 아니야. 그런 의미에서 얼밤 만세!
└기승전 얼밤충이 또..
정말 간만에 얼밤이 승전보를 울렸다.
맛밤충들이 미쳐 날뛰는 것도 그럴 만하다.
축제 분위기인 맛밤충들과는 달리 일반 유저들의 반응은 영 좋지 않다.
경기의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며 삿갓을 고쳐 쓰셨다.
─현재 메타가 지루한 게 얼밤하고 맞아 떨어졌네.
얼밤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게 약한 라인전이잖아.
그런데 스왑 덕분에 라인전 시간이 줄어 들었고 운영적 이득을 챙길 구석이 많아짐.
이전부터 다른 건 몰라도 운영 하나는 괜찮게 한 거 솔직히 인정하는 부분이지.
얼밤이여 영원하라!
└분석글인 줄 알았는데 통수 보소;
└누가 얼밤충 제압 좀 시켜라.
└얼밤충들 바로 추천 작업 들어가죠ㅋㅋ 이 글 추천하는 사람 3대가 맛밤충~
└그거 개꿀 아님? 바로 추천해야징!
경기의 수준이 올라가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준결승전 이후 대부분의 게임이 굳혀졌다.
특히 결승전은 네 세트 모두 라인 스왑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완전히 체계화가 돼버린 것일까.
서로 쓸데없이 시간 안 보내고 깔끔하게 타워 밀고 시작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할까.
프로 대회에서 입증이 되었다는 필연을 불러온다.
LML의 결승전은 여러 프로게임단들에 영향을 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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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빠른달에게 버프가 좀 있습니다.
은퇴 시기가 늦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