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21 개벽 =========================
상암 E-스포츠 경기장 주변은 난리가 났다.
인파(人波), 사람이 만들어내는 파도다.
중국 관광객들이 셀 수도 없이 몰려있다.
"안녕하세요. CBS의 이지혜입니다. 바다 건너 중국에서 먼 걸음 하신 이유, 꼭 듣고 싶은데요?"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현장에 나와있는 이지혜 기자.
그녀가 마이크를 내밀자 한 중국인이 인터뷰에 응한다.
당연히 그냥은 알아들을 수 없다.
통역사가 이를 보조하고 있다.
뉴스에는 아래 자막만이 붙어나간다.
아무튼 대단한 일이다.
여러 관광객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진행해봤지만 내용은 늘 한결 같다.
한 명의 프로게이머를 보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이지혜는 작년부터 쭉 국내 E-스포츠의 보도를 도맡았다.
그런 그녀가 보기에도 지금의 광경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실시간 뉴스를 보고 있을 시청자들은 더욱 의아해 하고 있을 테다.
팬심에 의한 단체 관광객 수십 정도면 몰라도 단위수가 다르다.
"시청자분들, 보이십니까? 이곳저곳에 카메라들이 있습니다. 국내 방송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국의 방송사라고 하네요. 바로 그 올마스터를 보기 위해 왔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일반 관광객들만이 아니다.
카메라의 렌즈가 비치는 장소 여러 곳에 촬영 기재들이 보인다.
당연하게도 당사, CBS의 것이 아니다.
중국의 여러 방송사에서 올마스터 하나를 위해 찾아왔다.
웬만한 한류 스타들에게도 찾아보기 힘든 기현상이다.
그 정도로 중국 내 올마스터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반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있었던 그다.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 전략가, 여러가지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올마스터에 대한 관심은 그가 사라진 지금에도 꺼지지 않고 있다.
이렇듯 여러 방송에서 취재진들이 오는 것은 현지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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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한민국 E-스포츠의 중심.
서울 마포구의 상암 E-스포츠 경기장에 세간의 시선이 모인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이 드디어 개막했다.
작년 이후로 꾸준히 오르고 있는 E-스포츠의 성장세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경기장은 좌석과 입석을 가리지 않고 빠짐없이 차있다.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몰려온다.
<한바탕 봄비가 휩쓸고 지나간 서울의 하늘은 맑게 갰습니다. 스프링 시즌의 개막식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날이 있겠습니까?!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그 개막식을 시작~~~합니다~!!>
꽈앙-! 전범준 캐스터의 말미를 웅장한 울림의 북이 대신한다.
1만 명을 넘어간 경기장 내부 관중들이 잇따라 소리친다.
인내하여 기다림 보람이 드디어 터진다.
롤챔스 스프링 시즌이 막을 올렸다.
<이곳 경기장이 처음 개설될 때만 해도 너무 크지 않냐, 지나친 과투자 아니냐. 당시 갤럭시 크래프트의 해가 지고 있던 시기라 말이 많았어요. 그 걱정, 기우였다는 것이 이 자리에서 판명이 났습니다.>
강빈 해설의 입에서 진심으로 감탄이 흘러나온다.
1세대 E-스포츠 갤럭시 크래프트의 산 증인인 만큼 더욱 감명이 깊을 때다.
2세대 E-스포츠 로드 오브 로드의 산 증인도 일단 말을 잇는다.
<전 프로게이머, 그리고 해설자의 입장을 던져두고 순수하게 E-스포츠의 팬으로서 봤을 때 고무되는 광경입니다. 이럴 거면 악착 같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버텨볼 걸 그랬나, 조금 아쉬운 마음이 이네요.>
<그러게요, 클끼리 해설이 음파 적중률이 조금만 더 높았으면 해볼 만했을 것 같은데..>
강빈이 강소리를 안 하니 클끼리가 주접을 떤다.
주접은 전범준 캐스터의 날카로운 일침에 종결되고 만다.
한바탕 웃음이 일어나는 경기장 내부.
전범준 캐스터가 진행을 이어나간다.
<두 명의 전 프로게이머와 함께 진행하는 롤챔스 스프링 시즌! 두 분 모두 전설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일이죠. 카메라가 현재 진행형인 전설을 비칩니다!>
카메라가 오른 편의 부스 안을 조명한다.
현장의 열기가 금일 최고조로 달아오른다.
그럴 만도 하다.
상암 E-스포츠 경기장에 이만한 관중들이 모인 이유.
이 선수 한 명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한 명의 한류 스타가 돌아왔다.
올마스터가 한국에서 다시 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오늘 개막식 첫 번째로 신고식을 갖게 되었다.
신세상 매직 대 삼선 레드.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무래도 상관없다.
두 팀이 다시 맞붙게 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잊을래야 잊을 수 있겠습니까? 작년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 맞붙었습니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삼선 블루의 주축이 옮겨간 팀이 신세상 매직이거든요?>
<말하자면 리벤지 매치입니다. 지난 섬머 시즌 준결승에서 삼선 레드가 SKY T1 K에 아쉽게 지면서 두 팀이 못 만났어요. 조별 리그라고는 하지만 두 팀 모두 칼을 칼고 왔을 게 분명합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 시작 전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바쁘다.
아니, 구태여 애드립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가 되니 편하다고 할 수 있겠다.
결승전급 매치업이 개막식 첫 번째 세트로 나왔는데 포장이 필요 있겠는가.
하지만 한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이 또한 어쩌면 필연일지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해외에 간 중국인들은 대개 점잖다는 평을 듣지 못한다.
그런 중국인들이 천 단위로 왔으니 경기장 주변이 어떻겠는가?
<아, 바깥에서 다소 소란이 생겼다는 스태프의 전달이 왔습니다. 일부 해외 관광객들이 경기장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자 스태프에게 항의를 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해결 과정에 있으나 의사소통 등의 문제로 인해 지체가 되고 있습니다.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양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산인해를 이루어 따져 대고 있다고 한다.
따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만 집단 심리가 으레 그렇다.
당장 자신들의 불편만 따지기 마련이다.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스태프가 어떻게 설득을 하고 있음에도 안된다.
하도 박박 우기는 탓에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
스태프도 중국어 수준이 그리 높지가 않다.
사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자꾸 지체되는 중이다.
전범준 캐스터가 진땀을 흘리며 드립으로서 이해를 구하고 있다.
<먼 걸음 하신 해외 팬분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드리고는 싶지만 이미 내부가 만석이거든요. 장사 잘되는 가게의 사장님이 된 듯한 기분이에요?>
<임시로 보조 경기장을 개방하였습니다. 해외 관광객들이 전부는 아니어도 대부분 입실할 수 있는 크기인데 협조가 잘 안되고 있어 조금만 더 양해를 해주십사 합니다.>
안 그래도 말이 안 통하는데 제멋대로 행동하니 골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선수들에게도 지체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전달 사항이 퍼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눈치의 삼선 레드.
반대로 신세상 매직에서는 선수 한 명이 일어났다.
전달을 하러 간 스태프와 무언가 말이 안 통한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
<올마스터 선수가 해외 관광객 분들을 직접 선도하고 싶다 의사 전달을 하였고, 오프게임넷 측에서 이를 받아들여 협조 하에 작업 진행 중임을 알려드립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유감스러운 상황입니다. 원래라면 저희 선에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이런 사태가 올 거라 차마 생각을 못해서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스태프가 미흡해요. 올마스터 선수가 손을 빌려주어 정말 살았습니다.>
사실 사건의 원인을 따지고 보면 올마스터 때문이다.
해외에서 승승장구하다 갑자기 귀국을 하자 중국 팬들이 따라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올마스터는 지금의 상황에 있어 구세주.
올마스터가 경기장 밖으로 나가 중국 관광객들의 앞에 섰다.
당장이라도 폭동을 일으킬 것만 같았던 관중들이 좌우로 갈라진다.
과장 조금 보태면 모세의 기적이 연상 되는 광경이다.
역시나 인생은 타이밍 아니겠는가!
어찌 됐건 현재의 상황은 오프게임넷 측의 과실이다.
카메라 등을 통해 바깥을 중계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장에 온 팬들이 실시간으로 올린다.
대부분은 중국 관광객이라고는 하나 섞여있다.
한국인은 물론 이따금 서양 팬들도 보인다.
전 세계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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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개막식 첫 번째 세트가 시작을 알린다.
롤챔스에 이름을 올린 열여섯의 팀은 총 넷으로 갈렸다.
A조부터 B조까지 각각 네 팀.
한 조에 속한 네 개의 팀은 서로 두 번씩 겨룬다.
승패의 득실에 따라 상위 두 팀만을 선발한다.
그것이 현재 롤챔스 스프링 시즌의 조별 리그 방식이다.
우리 신세상 매식은 A조의 첫 번째 주자가 되었다.
그리고 개막식의 첫 번째 세트를 준비 중이다.
다소의 소란이 있었던 탓에 지체되었다.
중국 관광객들이 조금 많이 극성이었다.
따지고 보면 내 탓이라서 살짝 양심이 찔리는 부분이다.
아무튼 당장은 경기를 진행하는 게 급선무다.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
경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소환자의 전장에 발을 디뎠다.
우리팀의 첫 상대는 삼선 레드.
작년부터 쭈욱 롤챔스 상위권에 속했으며 지금도 손색이 없다.
특히 미드라이너인 다대기와 정글러인 아웃섹의 듀오는 정평이 나있다.
'정말 질긴 인연이구만.'
재작년 LCL 섬머 결승전에서 처음 만났다.
작년 스프링 시즌의 결승전에서 또 만났다.
그 질긴 인연이 올해에도 이어지는 모양이다.
싸캉!
날카로운 검이 미니언을 가른다.
삼선 레드의 미드라이너 다대기.
그가 나와의 경기에서 택한 챔피언은 야흐오다.
야흐오는 딱히 카운터랄 게 존재하지 않는다.
한 가지 있다면 적팀의 조합과 정글러.
그런데 아군의 CC기는 강력하지 않다.
정글러는 거미여왕이고 서포터는 한나다.
실뭉치 정도야 장막으로 커버할 자신이 있다.
나머지는 피지컬로 극복하면 될 일이다.
자신감을 내비치며 야흐오를 가져갔다.
'다대기의 야흐오라..'
현재 메타는 라인클리어 위주의 미드AP를 선호한다.
하지만 다대기는 사거리가 짧은 챔피언을 잘 다룬다.
말하자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될 만한 기량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다.
특히 스프링 시즌의 다대기는 유명하다.
봄의 왕이란 칭호는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 칭호를 만들어준 챔피언이 바로 야흐오지.'
자드가 다대기를 한다.
마찬가지의 동의어가 하나 더 생긴다.
야흐오가 다대기를 한다.
이 둘은 다대기의 인생 챔피언이다.
고작 조별 리그에서 노출할 만한 픽이 아니다.
그럼에도 꺼냈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의미.
더욱이 상대가 나라는 것도 중요하다.
몇 번이나 상대 전적이 있다.
진심 전력을 쏟아내겠다는 의미다.
나도 받아쳐 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샤샤샥-!
알파 슬래쉬가 미니언과 함께 야흐오를 긁는다.
확실히 현재 메타에서 야흐오의 카운터는 없다.
그런데 나는 메타와 상관없이 언제나 챔피언 폭이 넓다.
야흐오를 본 순간 떠올린 챔피언을 그대로 픽했다.
써컹! 써컹!
2레벨을 찍자마자 바로 딜교환을 건다.
마검사의 E스킬 우주류 도법.
공격력을 10% 올려주며 매 평타 추가 고정 피해를 가한다.
현재 마검사는 간접 상향을 먹은 상태다.
게임사가 얼마 전 큰 패치를 했다.
지루한 메타를 탈피하기 위한 수작이다.
피흡룬을 하향시키고 공속룬을 상향시켰다.
공격 쪽에 힘을 실어 교전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아무튼 간에 지금 중요한 건 한 가지다.
공속룬의 상향 덕에 2레벨이 엄청나게 세다.
써컹!
사각!
야흐오도 2레벨이 상당히 센 챔피언이다.
리픈도 2레벨에는 야흐오의 상대가 되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마검사 만큼 2레벨이 강한 챔피언은 찾기 힘들다.
똑같이 2레벨을 찍고, 공속룬을 꼈다 한들 맞딜이 우위다.
슬금슬금 뒤로 빼던 야흐오는 나에게 탈력을 걸었다.
그리고 3타를 모은 바람 가르기를 내질렀다.
휘리링-!
회오리가 일직선으로 곱게 뻗어나간다.
이걸 맞고 야흐오가 점멸로 따라온다면 킬각이다.
앞무빙을 해버린 탓에 미니언의 공격이 따갑다.
그렇다면 안 맞으면 그만이다.
써컹! 써컹!
점멸로 회오리를 뛰어넘어 평타 두 대.
패시브 평타가 야흐오의 체력을 깎아낸다.
고정 피해는 탈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방금 걸은 발화 또한 마찬가지다.
사샤샤샥-!
점멸 평타를 갈긴 시점에서 카운트였다.
야흐오는 곧바로 맞점멸을 사용했지만 늦었다.
내가 점멸 교환이나 하자고 평타를 욱여넣은 게 아니다
알파 슬래쉬는 적을 가격할 때마다 쿨타임이 1초씩 줄어든다.
2초, 1초.
마지막 일격이 야흐오의 목덜미를 낚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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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1부 리메이크 때문에 일일연재를 했었습니다.
이번에는 2부를 수정 해야 할 것 같아요.
일정상 지금 처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최대한 빨리 수정을 마쳐보겠습니다.
한동안 일일연재로 전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