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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24화 (724/803)

00724 개벽 =========================

야흐오의 카운터는 다른데 있지 않다.

바로 플레이어 자기 자신이다.

얼핏 들으면 선문답처럼도 들린다.

'그런 어려운 소리가 아니야.'

야흐오는 챔피언 스펙이 너무 좋다.

그만큼 숙련도 요구치가 높게 작용한다.

대부분의 유저가 야흐오의 가능성을 끌어 쓰지 못한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밑도 끝도 없는 딜교환이다.

휘익!

싸캉!

미니언을 타고 들어가 내지른다.

그리고 바로 빠져나온다.

당연히 자드도 맞고만 있지 않는다.

그림자를 깔며 스킬을 쏟아붓는다.

<발암을 맞아라!>

표창을 막아내며 재진입한다.

자드를 한 대 더 찌르고 빠진다.

칼 끝에 회오리가 모인다.

이렇듯 다른 챔피언들과 달리 스킬쿨이 자꾸자꾸 돈다는 게 야흐오의 특징이다.

항상 다음 딜교환을 생각해서 움직인다.

기존의 챔피언들과 궤를 달리한다.

휘리링!

모든 스킬이 빠진 자드를 몰아 넣고 피할 수 없는 각도로 날린다.

회오리 바람이 자드를 집어삼킨다.

교과서에는 절대 쓸 수 없는 과격한 딜교환이다.

하지만 상대도 형용할 수 없는 판단력과 피지컬을 가진 프로다.

그것도 다대기의 자드다.

구오오..!

자드의 궁극기, 죽음의 선고.

일순간 무적 상태가 되어 회오리를 피해낸다.

달려들어 나를 물어뜯는다.

나는 대응하는 대신 내딛었다.

휘익!

휘익!

질풍보를 타고 도망간다.

3초 동안 최대한 덜 맞는 게 중요하다.

마치 술래잡기와도 비슷한 상황이다.

동시에 이 다음을 생각해야만 한다.

화락!

치잉-!

자드는 회전베기와 빌지워터로 나를 둔화시켰다.

그리고 그림자 분신을 사용해 해왔다.

여차하면 점멸이라도 쓸 기세.

하지만 느려져도 미니언을 타는 속도는 변함없다.

콰직!

죽음의 선고가 터지기 직전이다.

이제는 역관광이 시간이 왔다.

자드에게 탈력을 걸며 내지른다.

싸캉!

사각! 사각!

궁극기가 빠지고 탈력이 걸렸다.

게다가 나는 어쌔신의 신발을 신었다.

당연하게도 맞딜이 성립하지 않는다.

어느새 내 검 끝에는 회오리가 모였다.

'진짜는 이제부터지.'

자드는 살아 돌아갈 각을 보고 있다.

점멸로 회오리를 피해낼 생각이다.

아니, 스킬 쿨타임을 벌어 역관광 각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기회를 줄 생각은 없다.

싸랑!

미니언을 타며 원형으로 베어 가른다.

질풍보와 바람 가르기를 동시에 썼을 때의 효과다.

얼핏 보면 스킬을 헛갈긴 것처럼 보인다.

아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이 여기에 어울린다.

<우리에게 돈!>

LPL에서 리픈을 다이브 칠 때 써먹었던 그것이다.

쇈의 도발 점멸과도 비슷한 응용 콤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예측이 안된다.

쇈은 적어도 움직인다는 사실이 보이는데 야흐오는 뜸금이 없다.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저질러진 상태다.

공중에 띄우며 평타 한 방, 궁극기를 연계하며 내딛는다.

자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점멸, 혹은 궁극기를 사용해 회오리를 피할 수 있다.

때문에 자드는 야흐오에게 압도적인 우위를 갖는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 시점의 야흐오 유저 숙련도라면 대부분 그러하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미 숱한 경험을 쌓아왔다.

단순히 피지컬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기껏해야 수십 번 정도일까.

많으면 200번 내외일 테다.

현재 야흐오를 연습했을 장인들의 판 수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몇 년은 더 연습했다.

또한 그 수십 배는 더 연습했을 장인들의 실력을 보았다.

가진 바 경험치의 자릿수가 다르다.

.

.

.

* * *

야흐오는 자드를 이길 수 없다.

궁극기 걸고 평타만 쳐도 이긴다.

그런 이야기가 여태껏 있어왔다.

흥분한 듯한 강빈 해설의 말문이 터졌다.

<야흐오가 피지컬 타는 챔피언이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탑급 기량을 가진 선수의 손에 잡히니 전혀 달라요. 지금까지 봐온 야흐오들과 비교를 불허합니다!>

강빈의 조냐를 절로 풀리게 만든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타사가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미드 라인에서의 솔킬은 누가 봐도 명백한 슈퍼 플레이였다.

호흡을 가다듬은 강빈이 다시 한 번 침을 튀겼다.

<자드가 야흐오의 카운터라는 소리가 쑥! 들어갔습니다. 이건 누가 어떻게 봐도 야흐오가 자드의 카운터에요.>

초반 라인전도 야흐오의 우위였다.

소소하게 CS와 딜교환 이득을 챙겨나갔다.

그런데 6레벨 이후에도 상대가 안된다.

똑같이 신난 전범준 캐스터도 한 마디 거든다.

야흐오가 원래 자드에게 져야 정상 아닙니까? 그런데 너무 잘하니까 역으로 이겨버려요! 야흐오의 화신입니다, 화신!>

<확실히 지금 경기만 놓고 보면 그렇게도 보입니다. 보통은 이런 그림이 절대 안 나오거든요? 정말 올마스터니까 가능했다. 오늘 솔로랭크 돌리면 절대 안됩니다. 야흐오충, 마검사충 미쳐 날뗘요.>

중계진 모두에게서 격찬이 터져 나왔다.

정말로 야흐오의 극한을 본 듯한 기분이다.

상성을 피지컬로 찍어누른다.

개막식 시작부터 솔로랭크의 파란을 예고한다.

그가 가는 길에 메타가 따라온다.

그 누가 이번 스프링 시즌이 지루할 거라 예상했는가.

클끼리가 들뜬 목소리로 최대한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다대기 선수도 라인전 CS 최대한 덜 놓치면서 6레벨 싸움 유도 잘했습니다. 자드가 슬슬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그림이었어요. 궁극기 진입 타이밍도 이상적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올마스터 선수가 너무 대단한 게 피지컬과 판단력도 좋지만 아이템 선택이 기가 막힙니다.>

딜러가 어쌔신의 신발을 올렸다.

차후에는 원딜러도 선택하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현재 시즌4에서는 안 올린다.

탱템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두란검 두 자루로 체력 올리고, 어쌔신의 신발로 평타딜 막으면 자드한테 안 죽을 거라는 계산이 선 겁니다. 대신 딜적인 측면이 부족해지는데 이를 개인의 피지컬과 센스로 극복해냈다. 그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이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한 타이밍에 오히려 당해버렸다.

미드 라인은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레벨과 아이템 격차가 나는 탓에 딜교환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럴 때 다른 라인에서 킬이라도 나와야 미드가 숨을 돌리는데 안됩니다. 지난 윈터 시즌에 삼선 레드가 리빌딩이 되었어요. 과거와 달리 현재 봇라인은 수비적인 파밍 위주라 킬각이 잘 안 나옵니다.>

<탑도 네네톤 대 티바나로서 어느 한 쪽이 죽을 염려가 없어요. 양 팀 정글러는 미드만 보면 됩니다. 변수랄 게 거의 없어 보입니다?>

강빈 해설도 눈치를 챘을 정도로 게임의 구도가 간단한다.

탑과 봇라인의 맞파밍.

그리고 미드의 대접전.

그런데 미드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야흐오가 자드를 시도 때도 없이 찔러댄다.

<카지트가 답답한 마음에 한 번 찔러봤는데 안되죠. 삼선 레드의 정글러가 찌를 곳이 미드밖에 없어요. 이블퀸도 아까부터 쭉 미드만 보고 있거든요?>

<정말 다행히도 야흐오가 점멸이 없어서 살았습니다. 만약 있었으면 점멸 회오리로 두 명 띄우면서 더블 킬이 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손해가 없는 건 아니에요.>

먼저 진입한 카지트는 점멸이 빠졌다.

그리고 호되게 얻어 맞아 체력도 빈사 상태다.

당연히 집을 가는 길밖에 없다.

신세상 매직이 무난하게 용을 챙겨 가는 그림이다.

<유일하게 위험했던 때가 야흐오 점멸이 빠진 타이밍이었는데 뮴뮴 선수가 잘 봐줬습니다. 확실히 이전부터 금슬이.. 아니 호흡이 좋아요?>

<그 개인으로서도 무서운 선수라는 사실을 중국에서도 분명 보여주었지만 진짜는 팀을 이뤘을 때죠. 매서워요. 저 부부, 아니 미드&정글이 매섭게 몰아칩니다.>

중계진들이 말장난도 흥이 겹다.

그런 말장난도 경기가 재밌을 때나 빛을 본다.

정작 게임이 지루하면 시간 때우기밖에 되지 않는다.

정말로 간만에 흥이 겨운 게임이 나왔다.

그것도 첫 세트에 이어 연달아다.

올마스터가 펼치는 마술이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눈을 빼앗는다.

.

.

.

* * *

다대기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분명 확신을 갖고 시작한 게임이다.

초반만 잘 넘기면 문제가 없다.

힘겨웠던 초반은 어찌저찌 넘길 수 있었다.

휘익!

휘익!

야흐오가 빠른 속도로 치고 들어온다.

다대기는 맞딜을 포기하고 빠졌다.

이미 수차례의 교전을 통해 확인했다.

딜교환이 성립되지 않는다.

챔프의 이해도가 격이 다르다.

적어도 이번 게임은 어쩔 수 없다.

'확실히 잘해.'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있을까.

첫 번째 세트는 무지의 탓이 컸다.

마검사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지는지 미처 몰랐다.

야흐오도 충분히 맞딜이 세기 때문에 이길 거라 여겼다.

2레벨 타이밍에 어거지로 잡아내는 킬각.

격한 딜교환 정도로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된통 당했다.

이후의 게임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말려버렸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두 번째 세트는 다르다.

자드 대 야흐오의 구도는 경험이 많다.

자드의 입장에서는 물론 야흐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6레벨 이전까지 큰 손해만 안 보면 된다.

지금까지는 분명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올마스터는 아니었다.

휘익!

휘익!

지금 이 순간에도 미니언을 타며 자꾸자꾸 들어온다.

보통 자드가 상대면 이런 패기 플레이 못한다.

궁극기 걸리고 회전베기와 빌지워터에 느려지면 킬각이다.

그냥 눈 뜨고 두들겨 맞다 죽는다.

어찌저찌 점멸로 살아 돌아가는 게 고작이다.

그래야 할 텐데 이상적인 플레이를 해버렸다.

흔히 말하는 입롤을 실현해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다대기는 어렵사리 라인전을 이어나가며 생각했다.

당장 게임을 지는 것은 그럴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저 올마스터에게 져야 할까.

그에게 처음 패배한 건 재작년 섬머 시즌의 LCL 때였다.

팀의 기량 차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우승했을 뿐이다.

미드 라인만 놓고 보자면 속된 말로 관광을 당했다.

작년 스프링 시즌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때는 더욱 격차가 벌어졌다.

근 반 년 안 본 사이에 전혀 다른 사람이 돼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량이 상승했다.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서양권에서 악전고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가 했다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도망 간다는 소리가 아니다.

'나도 성장할 수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조금 자만했던 것도 사실이다.

올마스터가 떠나자 적수가 사라졌다.

테이커?

한 번도 밀린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지난 시즌에도 팀의 리빌딩만 아니었으면 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호가호위일 뿐이었다.

호랑이가 사라진 자리에서 왕 노릇을 하였다.

진정 노려야 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정상에 어울리는 실력이다.

두 가지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다대기!>

야흐오의 칼 끝에서 회오리가 날아온다.

자신의 닉네임과도 비슷한 외침이다.

그 끝에 걸리고 말았다.

하필이면 위치도 안 좋았다.

<우리에게 돈!>

포탑 사거리가 살짝 안 닿는 위치.

야흐오의 궁극기에 의해 묶여버렸다.

에어본 상태가 풀리자마자 바로 그림자를 사용해 빠졌다.

휘익!

무서운 것도 없는지 쫓아온다.

미니언을 타고 한 번 더 칼을 내지른다.

여기서 더 맞았다간 죽을 수도 있겠다.

구오오..!

어쩔 수 없이 궁극기를 사용했다.

이에 예상했다는 듯 바로 빠진다.

미니언을 타고 뒤로 도주한다.

결국 궁극기만 낭비한 셈이다.

'이동 속도가 너무 빨라.'

올마스터는 첫 번째 아이템으로 삼종신기를 올렸다.

신발도 이미 나와서 이동 속도가 너무 잽싸다.

칼 한 방, 한 방이 엄청나게 아프다는 것도 크다.

삼종신기의 주문검이 묻어 나가는 탓이다.

그렇게 서로 궁극기를 교환했다.

따져볼 것도 없이 명백한 손해다.

자드가 궁이 없으면 다이브각을 잡는 게 자유로워진다.

다대기는 어쩔 수 없이 귀환을 택해야만 했다.

포탑을 내주더라도 이 편이 현명하다.

슬슬 라인전도 끝나가는 시간대니 큰 손해라고는 볼 수 없다.

일부러 저 뒤까지 가서 귀환을 탔다.

자칫 점멸 킬각이라도 잡히면 야단이 난다.

찰! 콱!

알고 있음에도 당해버렸다.

너무 야흐오만 주의하고 있었다.

점멸 킬각을 잡아온 상대는 이블퀸.

맞점멸을 사용해 내뺐지만 따라잡혔다.

회전베기로 건 둔화를 풀어내며 결국 한 대 더 때린다.

그리고 얄밉게 광란의 춤을 재사용해 빠져나간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허탈하기 그지없는 두 번의 패배.

다대기의 눈동자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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