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25 개벽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
그 스타트는 정말 시원하게 끊어졌다.
잉벤 등 커뮤니티 사이트는 열광의 도가니다.
─야필패, 마검사충 때문에 미쳐 돌아버리겠다..
올마스터충들 때문에 솔로랭크 개판이야.
챔피언도 거지 같은 것들이라 갱 잘 당하고.
기껏 어떻게 잘 키워도 한타에서 그냥 녹고.
아니 그냥 하던 랄라 같은 거나 하지..
└그래서 요즘 콩머스 개꿀.
└개막식 때 예상을 했어야지ㅋㅋ 난 솔랭 쉬는 중.
└대회에서 나오면 꿀잼인데 솔랭에서 나오면 개꿀잼 몰카..
└탑에서 솔킬 따던 네네톤 분위기 싸해지고ㅋㅋㅋ
야흐오도, 마검사도 원래부터 악명이 높다.
아군님들 제발 그거 하지 마세요.
적이 아니라 아군 하지 말라고 밴하는 챔피언들이다.
그런데 그거 하는 놈들의 인성이 얼마나 돼먹지 않았는지.
자기가 하는 주챔피언 밴했다고 바로 미드 달린다.
현재 솔로랭크에선 정말 일상과도 같은 장면이다.
안 그래도 많던 자드충까지 섞이자 솔로랭크는 바야흐로 삼충분립이다.
이 모든 것이 단 한 명의 선수에 의해 비롯되었다.
올마스터를 일컬음은 두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올마스터 돌아오니 귀신같이 재밌어지네.
다른 팀들도 눈치 보여서 버티는 픽 지양함ㅋㅋ
그 와중에 마진 공격대 뭐 좀 보여주려다 망하고ㅋㅋ
롤챔스 급꿀잼됨ㅋㅋㅋ
└ㄹㅇ 올마스터 효과 개쩜.
└이런 게 탑급 선수지. 메타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선도한다.
└이번 시즌은 올마만 믿고 따라감.
└이렇게 치고 박고 싸우면 섬광충 못하지ㅋㅋ
롤챔스 스프링 시즌 전에 이러저러 패치가 있었다.
개중에는 수성 메타를 지양하기 위한 것도 존재했다.
하지만 반대로 수성 메타에 힘을 실어주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는 패치 중 하나가 바로 섬광이었다.
시즌4 정글템 패치 이후 소외되던 빨간 장갑.
그 빨간 장갑의 상위템으로 위글의 랜턴이 있다.
시즌2만 해도 라이너들도 종종 가던 꿀템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라이너는 커녕 정글러도 가지 않는다.
다른 정글템들이 좋아졌을 뿐더러 랜턴 자체도 애매하다.
작정하고 RPG라도 하지 않는 한 효율이 안 나온다.
그럼 RPG를 했을 때의 보상을 늘려주면 되지 않겠냐?
그래서 나온 아이템이 바로 빛나는 섬광.
정글몹을 잡다 보면 위글의 랜턴이 진화한다.
─섬광이 진짜 나오기만 하면 좋지.
요즘 하위 티어에서 개꿀이잖아.
팀 뒤지던 말던 섬광만 띄우면 캐리 가능하니까.
근데 천상계에서는 안 쓰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띄우기 전에 게임 무조건 터지거든.
└적 정글 다이브에 다 터짐. 요즘 정글러들 다이브가 너무 좋아.
└그래도 섬광 나오면 캐리 가능하지 않나? 나 요즘 섬광 꿀빨아서 실버옴.
글쓴이-ㄷㄷ브실골은 몰라도 그 위에 티어에서는 힘들어. 거긴 다이브 안 치잖아.
└ㅋㅋ다이브 치다가 더블 킬 당하고 어리둥절행.
빛나는 섬광의 스펙이 상당히 좋은 건 사실이다.
띄우기만 하면 가성비가 웬만한 코어템 이상이다.
문제는 띄우기 전에 게임이 터진다는 거다.
대회 메타는 몰라도 솔로랭크는 꽤 안정적인 맛을 자랑한다.
게임사가 이러니저러니 변명을 하는 게 아예 신빙성이 없지는 않다는 거다.
특히 정글러들의 캐리력이 엄청나게 좋다.
이른바 1티어 정글러들이 많다.
기존의 3대장 리심, 거미여왕, 이블퀸.
여기에 카지트와 빵테온이 추가됐다.
이 다섯 챔피언 모두 초반 갱킹력이 상당하다.
혹은 다이브나 카정 등이 맛깔난다.
스노우볼을 굴리기에 좋다는 소리다.
천상계쯤 되면 섬광을 사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대회에서는 섬광류 정글 쓰기가 힘드나?
버티기 식 조합에서는 사용할 만한 거 같기도 한데.
그냥 아직까지 안 나왔을 뿐인가.
프로팀들이 사용할 생각을 안 하네.
└안 쓰는 이유는 간단하지. 대회에선 스노우볼 더 잘 굴러가잖아.
글쓴이-아니, 버티는 조합할 때 한정해서 말이야.
└상대도 생각이 있으면 똑같이 섬광 가겠지ㅋㅋ
└그럼 무난하게 풀템전까지 기다려주겠다는 의미잖아. 원딜 4코어 뜨면 섬광 의미 있음?
원래 대회, 그것도 한국 대회에서는 메타의 도입이 늦다.
프로팀들이 굳이 리스크가 있는 행위를 안 하려고 한다.
다른 팀들 하는 거 보고 따라해도 늦지 않다.
그러한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산재해있다.
물론 그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예상은 한다.
대회에서 섬광을 쓰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겠구나.
현재 섬광은 여러가지 조정이 되지 않은 상태다.
킬이나 어시스트로 스택이 쌓이지 않는다.
빨간 장갑 단계에서 먹은 정글몹은 스택이 아니다.
대놓고 RPG가 아닌 이상 스택을 쌓는 게 힘들다.
물론 그런 역경을 딛고 띄운 빛나는 섬광이 강력한 건 맞다.
하지만 절대로 압도적인 스펙을 자랑하는 건 아니다.
특별히 정글몹을 잘 먹지 않는 이상 코어템과 비슷한 수준이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좋은 정도다.
무엇보다 원딜러가 4코어쯤 띄우면 정글러의 딜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정글러가 조금 더 성장을 잘하던 말던 후반 한타는 원딜이 전부다.
특히 최근 메타는 하드캐리형 원딜러가 주류인지라 더욱 그렇다.
섬광 정글러를 픽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셈이다.
─그래도 올마스터는 또 모른다.
미친 짓 한 번 해줄지 누가 알아ㅋㅋ
진짜 마검사로 섬광 뜨면 오지게 센데.
마검사 잘하니까 정글 마검사도 보여주면 좋겠다.
└대회에서 정글 마검사는 좀ㅋㅋ
글쓴이-응, LPL에서 이미 했어.
└아 진짜? 대회에서 섬광충 하면 파급 장난 아니겠다.
└안 그래도 솔로랭크 개판인데 그건 안돼..
정말 새로운 시즌이 도래했구나.
이를 직감시켜 주는 패치가 여럿 되었다.
아직 대회 무대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쭉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올마스터가 아니었다면 모두가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개막식의 스타트가 기분 좋게 끊어진 덕분이다.
최근 저조하던 롤챔스의 기대치가 확연하게 늘었다.
떠났던 시청자들도 되돌아오는 추세다.
너무 들떴기 때문일까.
한 가지 중요한 걸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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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간만에 내리는 비가 상암 E-스포츠 경기장 주변을 눅진하게 적신다.
바야흐로 스프링 시즌의 롤챔스는 닷새 째를 맞이했다.
롤챔스는 하루 네 팀, 두 경기씩 치러진다.
조별 리그가 모두 돌아가는 데에는 대략 2주 하고 절반이 걸린다.
아직 두 주 가량이 남은 셈이다.
금일 첫 번째 경기는 이미 끝이 났다.
그리고 두 번째 경기가 막을 올린 상태다.
김은준 해설위원이 한층 낮아진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앞선 KTX 롤러코스터 B팀 대 가짜에어 독수리의 양상과 비슷합니다. 파밍 위주로 성장을 하면서 후반을 보겠다는 구도죠. 최근 잠잠했지만 팀의 성향에 따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인 것도 맞습니다.>
첫 번째 경기는 KTX 롤러코스터 B팀 대 가짜에어 독수리였다.
KTX 롤러코스터 B팀은 강력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몰아붙였다.
미드라이너인 듀 선수의 트와이스 페이크 픽도 적절했다.
하지만 결국 접전 끝에 한타에서 비벼지고 말았다.
가짜에어 독수리의 원딜러 스마일이 하드캐리.
고성능 컴퓨터와도 같은 피지컬을 자랑하며 원딜 캐리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현재 진행되는 두 번째 경기.
얼밤 대 IM 1팀과의 양상도 이전 경기와 비슷하다.
그러한 김은준 해설의 말에 클끼리가 반박했다.
<전체적인 느낌을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다릅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팀 색깔이라고 해야 될까요? 시즌2의 전설적인 초식 정글러가 애용하던.. 제가 말하긴 상당히 뭣한데 아무튼 괜찮아 보입니다. 현재의 메타에 얼밤의 색깔을 잘 입혔어요.>
<쇈을 정글로 쓰는 팀은 얼밤 밖에 없지 않습니까?! 쇈정글의 원조 하면 여기 있는 클끼리 해설이에요!>
전범준 캐스터의 말마따나 쇈을 정글로 쓰는 선수는 클끼리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을 기해 한 명 더 생겼다.
클끼리의 빈 자리를 채워준 얼밤의 정글러 라이라.
팀의 색깔에 적응을 마쳤는지 쇈정글을 선보이고 있다.
절대로 아무 생각 없이 꺼낸 게 아니다
이심전심 통하는 게 있는지 클끼리가 말을 이었다.
<저 빨간 장갑이 분명 위글의 랜턴으로 변할 겁니다. 그리고 게임이 막바지에 흐를 때쯤 빛나는 섬광으로 진화합니다. 왜냐면 쇈은 RPG해도 되는 유일한 정글이거든요!>
<얼밤 다운 픽이라는 사실은 저도 수긍이 가지만 과연.. 쇈이 빛나는 섬광을 띄울 수 있을까요? 작정하고 RPG만 해도 20분은 족히 걸립니다.>
쇈이라는 챔프에 대해 무작정 호의적인 클끼리 해설.
그에 반해 김은준 해설은 진지하게 의문인 듯하다.
섬광이란 아이템을 띄우는 건 현실적으로 많이 힘들다.
하지만 여기에 경험자가 있었다.
<제가 섬광 나오자마자 쇈정글을 해봤는데 꽤 괜찮습니다. 팀원들이 조금만, 조금만 버텨주면 캐리할 수 있어요.>
<그걸 아직도 한단 말이에요?>
<예, 합니다. 의외로 섬광과 궁합이 잘 어울립니다.>
선구자가 확인을 마쳤다는데 뭐 어찌하겠는가.
아무튼 두 팀의 경기가 진행된다.
중계진들의 열띤 밑밥 덕분에 현장의 열기는 그럭저럭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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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별 리그가 진행된지 2주차를 맞이했다.
우리 신세상 매직도 두 번째 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가짜에어 비둘기.
2전 전승으로 깔끔하게 승리를 가져갔다.
사실상 8강 진출이 확정된 상태다.
조별 리그 기간도 짧지 않아 여유가 있다.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연습을 굴린다.
그런 선택지도 있겠지만 오늘 만큼은 아니다.
형제 팀의 응원을 겸해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번 같은 불상사 방지를 위해 평범하게 왔다.
관계자석의 좌석 한 줄에 주르륵 앉아있다.
"오늘은 북적거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저번에는 길 잘못 들었다가 깔려 죽는 줄 알았어."
"그땐 LML 결승전이었으니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관중이 적으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인데.."
씨지맥과 이청호 코치가 잡담을 나눈다.
그 둘의 대화대로 현장에는 드문드문 빈 좌석들이 많다.
주위를 대충 둘러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인기팀이 안 나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신세상 베이식 대 페닉스 썬더의 경기.
그 다음 경기는 마진 수비대 대 IM 1팀이다.
IM 2팀은 LML에서 신세상 베이식이 잡았다.
1팀은 떨어지지 않고 롤챔스에 상주해있다.
네 팀 모두 인기가 썩 많은 팀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경기장의 착석률은 높지가 않다.
여기에 다른 한 가지의 이유가 더해졌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스프링 시즌 조별 리그 2주차 캐스터 김의상 인사드립니다.>
반나절 가까이 중계를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기진맥진해진다.
해설진과 마찬가지로 캐스터 또한 일부 일정을 대신 소화하는 이가 있다.
LML의 메인 캐스터를 맡고 있는 김의상.
단군이라는 이명으로 불린다.
금일 해설을 맡은 강빈과 클끼리가 예측을 주고 받는다.
양 팀 선수들의 주챔피언이 어떻다는 등.
두 팀 사이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는 등.
응원을 오게 된 이유는 후자 쪽이다.
"다른 팀은 몰라도 페닉스 상대로는 정말 이겨야 돼."
"아, 오늘 2승하는 쪽이 8강 진출 확정이죠?"
"아니, 코코볼이랑 뱅크가 페닉스 출신이잖아. 강코치도 페닉스 출신이고. 크게 한 방 먹여줘야지?"
사정을 모르는 듯한 고질라의 물음에 이청호 코치가 너스레를 떨며 대답한다.
코코볼과 뱅크, 그리고 강채식 코치는 페닉스 소속이었다.
과거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신세상으로 팀을 옮겼다.
그 일이 썩 좋지가 않다 보니 감정이 남아있다.
반드시 앙갚음을 해주겠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페닉스는 발라줘야지.
아직까지도 사사로운 감정선이 존재하는 사이다.
모르긴 몰라도 저쪽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페닉스 게임단의 차형식 감독이 직접 현장에 나와 지휘한다.
감독이 나오는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드문 일이고, 원유를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다.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자 보이는 신세상 베이식의 부스 안이 분주하다.
강채식 코치가 열정적으로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설명 중이다.
오늘 경기에 투자한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 않다.
단순히 형제팀 간의 응원을 떠나 철저한 승리를 거둬줬으면 바라고 있다.
<양 팀 선수들 세팅 완료되었다고 하네요. 바로 밴픽 들어 가보겠습니다.!>
조금 어색하게도 느껴지는 김의상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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