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26 개벽 =========================
신세상 베이식 대 페닉스 썬더.
경기는 이미 중반대에 접어들었다.
양상은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없다.
<뱅크 선수의 토이치가 망자의 두건 구입했습니다. 방관 템트리기 때문에 3코어로도 딜링이 충분하다는 판단이겠죠?>
최근 토이치는 명실상부 1티어 원딜러다.
자주 쓰이다 보니 연구 또한 많이 되었다.
2코어로 스토커의 단검이나 원혼의 춤꾼이 아닌 유령의 영혼검을 올린다?
이 경우 영락한 기사의 검과 시너지가 좋아진다.
방어구 관통력 덕분에 %뎀이 극대화된다.
궁극기와 시너지도 좋아서 암살 능력도 상당하다.
잘 컸을 때 캐리력을 끌어 올려준다.
클끼리 해설이 이에 설명을 덧붙인다.
<대신 기본 공격 속도와 치명타가 부족해서 4코어 시너지가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무효화의 장막 템트리를 타죠. 최근 원딜러들이 정말 선호하는 아이템입니다.>
무효화의 장막은 25초간 공격 받지 않으면 스펠 실드를 장전한다.
스킬을 하나 무조건 막아내는 효과가 있어 상대의 깜짝 이니시를 방지해낸다.
체력 추가도 상당하여 대회 원딜러들은 거의 무조건 올리는 추세다.
최근 평균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원인이기도 한 아이템이다.
예전 같았으면 점멸을 어거지로 써서 한 명 자르고 바론 가져가거나.
한타에서 원딜을 대놓고 노려서 죽인 다음 글로벌 골드 차이로 찍어 누르거나.
이런 강제 스노우볼이 가능했는데 무효화의 장막 때문에 힘들다.
그렇게 시간 질질 끌리면 결국 조합 좋은 쪽이 이긴다.
윈터 시즌 이후의 장기전 메타가 녹아내는 레파토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운영이 완벽한 팀 기준에서다.
─오우! 안녕?! 끄하하하!
은신한 토이치가 탑라인을 밀던 랄라를 덮쳤다.
한 차례 스킬쿨을 돌려버린 랄라.
점멸을 사용해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토이치도 맞점멸로 따라간다.
영락검과 유령검의 액티브 탓에 충분히 따라붙을 수 있다.
급하게 뿌린 보라색 창은 무효화의 장막에 막힌다.
결국 맹독이 터지며 랄라의 목숨을 앗아갔다.
<랄라 끊었습니다! 바론을 가거나, 억제 포탑으로 진격하거나 둘 중 하나 할 수 있습니다!>
<리심이라 바론 가능합니다. 정글러의 레벨도 1높아요. 그래도 이블퀸이 스틸 노려봅니까?>
무효화의 장막은 이렇게 공격적인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얼핏 금은 장식 머리띠와 비슷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CC기를 푼다고 해도 데미지가 어디 가지 않는다.
만약 금은 장식 머리띠였으면 토이치가 역으로 죽었을 수 있다.
부자베인, 라둔의 죽음투구 3코어가 나와버린 랄라는 강력하다.
발화까지 포함하면 순간 누킹으로 원딜러를 찢어볼 만하다.
여차하면 점멸 궁극기로 토이치를 띄우는 방법도 존재한다.
그런데 무효화의 장막은 스킬 데미지까지 포함해서 전부 막는다.
안 그래도 위협적인 토이치의 암살 능력이 배가 되는 셈이다.
조심했으면 좋았겠지만 페닉스 라이트닝은 미숙했다.
바론이 먹히며, 이블퀸까지 잘리며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이블퀸 점멸 타이밍에 정확히 끌리고, 밀어지고 CC기 연계되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죽었습니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한 거죠. 이그나이트 선수가 한 건 제대로 한 덕에 격차 더욱 벌려집니다.>
스틸을 노릴 타이밍 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1+1 할인 행사로 딸려 들어왔다.
경기의 상황은 굉장히 웃어준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상은 그리 흡족하지 못하다.
'역시 진지하게 승리를 노리자면 후반에 가는 게 낫겠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시즌4의 스프링 시즌.
바야흐로 대격변의 시기다.
기존의 강팀이 휘청거린다.
새로운 팀들이 급부상한다.
시원찮은 메타가 큰 계기로 작용했다.
강팀을 만나도 어찌저찌 비벼볼 여지가 있다.
페닉스 썬더의 경우 팀의 기량이 좀 딸려서 그게 안됐다.
중위권 이상의 팀들은 충분히 노림직했고 실제로 해냈다.
물론 내가 아는 미래에서의 일이기에 어디까지나 참고하는 정도다.
<이건 억제탑 무조건 밀 수 있습니다. 잘못 한타가 걸리면 아예 게임 끝날 수도 있어요. 랄라가 점멸이 없거든요?>
<이블퀸도 궁극기가 아직 안 돌아왔기 때문에 한타 성립 안됩니다. 신세상 베이식이 몰아붙여요!>
게임이 슬슬 마무리가 되어간다.
바론 버프를 두른 신세상 베이식이 진격한다.
만약 랄라의 점멸이 있었다면 애매했을 테다.
점멸이 없는 이상 랄라는 앞에서 나대기 힘들다.
토이치도 점멸이 빠졌긴 마찬가지지만 괜찮다.
무효화의 장막에 영락검이라 결코 쉽게 죽지 않는다.
거부할 수 없는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
.
.
* * *
유난히 길었던 조별 리그 기간이 끝났다.
2주 하고도 이틀이 더 걸렸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체감 시간이 길다.
이게 참 접전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
한 끝 차이의 격전이 없던 건 아니지만 지루하다.
전체적인 경기의 양상이 늘어졌던 건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누가 실수를 하느냐의 싸움으로 귀결된다.
잉벤에서는 관련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조금 루즈하긴 했지만 올마스터 덕분에 재밌게 봤음.
뭐, 모든 경기가 재밌을 필요는 없지.
기대되는 경기만 골라서 챙겨보면 됨ㅇㅇ
다대기도 한 번 거하게 깨진 후로 각성 느낌이라 존잘임.
└화제글에 올라온 모세의 기적도 쩔었음ㅋㅋ
└중국에서 인기 겁나 많긴 하나 봐. 보니까 실감이 확 나더라.
└올마스터 때문에 솔로랭크 터진 건?
글쓴이-난 노말충이라 괜찮음 ^오^
조별 리그임에도 굉장히 불똥이 튀겼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상위 두 팀 뿐이다.
네 팀 중에 절반밖에 올라가지 못한다.
어떻게 승점을 하나라도 더 따기 위해 치열했다.
조별 리그의 기간이 중반을 넘기며 진출팀이 보이기 시작하자 극심해졌다.
한 번의 승리로 8강인지, 아니면 승강전인지 희비가 갈리기 때문이다.
안전하게, 그리고 승률이 높게 가고 싶은 것이 기본적인 사람의 심리.
과감한 플레이를 지양하고 장기적인 후반 한타를 바라본다.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할수록 더욱 그렇게 된다.
─그래도 희망을 보았다.
조별 리그 내내 신세상 매직 경기는 화끈하더라.
상대가 좀 버틴 것도 있는데 대부분 빨리 끝남.
이번 롤챔스는 신세상 매직 믿고 보면 될 듯.
└신세상이 잘하기도 했지만 마진 공격대가 요즘 너무 슬럼프임.
글쓴이-ㄴㄴ 삼선 레드도 개발랐잖아 ㅇㅈ?
└삼선 레드는 ㅇㅈ.
└삼선 레드도 잘하긴 하는데 신세상 매직한텐 안되는 듯ㅋㅋ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다.
하지만 어둠 뿐인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흥미진진하다.
스프링 시즌의 8강 진출팀이 확정되었다.
─8강 대진표 벨런스 적절한 거 보소.
A조-신세상 매직vs얼밤
B조-KTX 롤러코스터A팀vs가짜에어 독수리
C조-불밤vs삼선 블루
D조-SKY T1 Kvs삼선 레드
김대기급 적절함..
└오, 승부 예측이 안된다 A조 빼고.
└아니 지금 우리 얼밤 무시하나요?
└응 무시해..
└요즘 얼밤 다시 폼 회복세인데 깝ㄴㄴ
간발의 차이로 올라간 팀도, 아쉽게 떨어진 팀도 있다.
가장 아쉬웠던 팀은 신세상 베이식, 마진 수비대.
특히 마진 수비대는 불밤과 재경기까지 가졌다.
패배를 한 이상 깔끔하게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8강의 진출팀과 대진표까지 결정됐다.
당연하게도 팬들 사이에서는 예측이 오간다.
─개인적인 승리팀 예상.txt
신세상 매직vs얼밤
이건.. 얼밤이 떡발릴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아무튼 얼밤 파이팅!
KTX 롤러코스터A팀vs가짜에어 독수리
창과 방패의 대결인데 둘 다 만만찮지.
최근 까메오랑 선데이 물올라서 뚫어낼 만함.
불밤vs삼선 블루
불밤은 리빌딩 이후 폼 찾았고, 삼선 블루는 상당히 잘해짐.
종합적으로 불밤이 6할 이상.
SKY T1 Kvs삼선 레드
이건 진짜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음.
상대 전적만 따지면 SKY T1 K가 앞서는데 모르겠다..
아웃섹도 잘하지만 다대기가 장난이 아니야.
└올마스터한테 털리고 각성했다니까? 진짜 귀신 들린 듯 무섭게 해.
└나그내도 구리가스 엄청 잘하는데 일부러 열어주고 야흐오로 패버림.
└주관적인 분석이지만 나름 신빙성은 있네.
└난 삼선 블루가 더 잘해 보이던데 흠ㅋㅋ
조별 리그부터 살벌했던 스프링 시즌이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진짜는 8강부터다.
어느 조도 쉽사리 승패를 예상할 수 없다.
숨 막히는 대접전이 자연스레 예고된다.
그 시작을 알리는 A조의 경기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
.
.
* * *
서울시와 문화관광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사안이다.
E-스포츠다 뭐다 해도 결국은 그냥 오락 아닌가.
고작 게임에 돈을 어디까지 쏟아부어야 하나.
충분 이상으로 지원을 해줬다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론에 힘이 실린다.
대체 언제까지 좌시할 생각이냐.
굴러온 기회를 또 구경만 하다 차낼 것이냐.
만약 국내에서만 야단법석이면 모른다.
시대의 흐름이 묵과를 허용치 않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E-스포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 불리우던 한국의 위상을 되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국내의 열기를 꺼트리는 존재가 있다면 언제나 뜨뜻미지근한 정부 뿐이다.
이번에는 결단코 선택을 내려야 한다.
일단 시작은 해외 관광객조차 만족스럽게 수용하지 못하는 작은 경기장이다.
<꽃샘 추위가 물러나고,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아 지는 이때. 어디 외출할 곳 없나 간절해진다면 이곳이죠!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인사드리는 캐스터 전범준입니다. 여러분~~안녕하세요~!>
현장에 착석, 혹은 입석을 마친 1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소리로 환호한다.
롤챔스 8강부터 준결승전까지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진행이 된다.
결승전도 아닌데 경기장을 옮긴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현재 상암 E-스포츠 경기장이 현재 확장 공사에 들어갔다.
작년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E-스포츠의 활성화는 하나의 필연을 만들어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입김이 거세졌다.
해외에선 이 정도 하는데 우리나라도 최소 이 만큼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나 열심히 하고 있고, 성과 또한 일궈내고 있다.
결정타가 돼버린 건 이번 스프링 시즌의 개막식이었다.
공중파를 통해 적나라한 실상이 공개되었다.
좌석이 없어 불편을 겪는 해외 관광객들.
이를 혼자서 해결해낸 한 명의 프로게이머.
뉴스, 그리고 인터넷 기사 등을 일반 시민들에게도 널리 퍼졌다.
대외적인 체면, 특히 해외의 눈치를 많이 보는 정부다.
이미 진행되던 이야기가 급속도로 마무리되었다.
E-스포츠에 대한 추가 지원과 상암 E-스포츠 경기장의 확장 공사가 바로 그것이다.
<상암 E-스포츠 경기장에서 쭉 진행했다면 정말 또 난리가 날 뻔했습니다. 특히 오늘은 양 팀 모두 인지도 하나는 1,2위를 달리는 인기팀들입니다.>
<제가 있을 때만 해도 얼밤이 조금 더 우세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저는 정말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E-스포츠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가시적인 증거에요!>
금일 해설을 맡은 김은준과 클끼리가 들뜰 만도 하다.
해가 갈수록 성장세가 꺾이기는 커녕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던 정부가 드디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내년 아시안 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이 된다는 등.
해외에서는 이미 어지간한 스포츠를 뛰어 넘었다는 등.
아무리 눈과 귀를 막아도 들릴 수밖에 없다.
결정타까지 박아버리니 백기를 흔들며 예산을 내줬다.
전범준 캐스터가 점잖은 목소리로 상황을 전파하였다.
<…라는 이유가 있어 현재 상암 E-스포츠 경기장이 공사 중입니다. 한동안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경기가 진행돼오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정확히는 준결승전까지 입니다.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결승전은 특별한 무대, 준비 중에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김은준 캐스터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
드디어 부스 안에서 대략적인 세팅을 마쳤다.
<지금 카메라가 비치는 현장을 보시면 신세상 매직, 그리고 얼밤의 팬들이 각각 수천 명씩 양분되어 있습니다. 고작 8강이라고 믿을 수 없는 대인원이에요. 그만큼 E-스포츠가, 양 팀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소리거든요?>
<그렇습니다. 한국 로드 오브 로드와 역사를 함께 하고 있는 얼밤과 존재 자체가 전설이 되어버린 올마스터가 이끄는 신세상 매직. 용호상박, 어느 팀이 우위라고 단정 지을 수 없어요. 때문에 오늘의 자리가 특별할 수 있는 겁니다!>
전범준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경기장이 떠나갈 듯 울린다.
============================ 작품 후기 ============================
화면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206화부터 있는 2부 엘리베이터 사고 부분이 미약한 해프닝 정도로 수정됐어요.
추가적인 변화는 없습니다.
이에 따라 삭제되는 화가 생기기 때문에 현재는 넣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