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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27화 (727/803)

00727 본선 시작 =========================

오늘 이 자리에서 싸우는 건 비단 선수들만이 아니다.

양 팀의 팬들끼리도 양보할 수 없는 신경전이 불붙었다.

전범준 캐스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들갑스럽게 외쳤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8강 첫 번째 경기! 얼밤의 선수들입니다-!>

전범준 캐스터의 고함을 신호로 비치기 시작한다.

카메라가 천천히 무대 좌측, 얼밤의 부스 안을 가로지른다.

이에 절반에 가까운 관중들이 환호성으로 대답한다.

현재 잠실실내체육관에 있는 관중들은 대략 반반이다.

그 중 한 쪽이 바로 시즌2부터 활동을 하고 있는 얼밤의 팬들이다.

시즌3 섬머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얼밤이지만 팬들은 늘 한결 같다.

역사가 깊은 만큼 팬심 또한 무척이나 깊다.

더욱이 최근 얼밤은 다시 폼을 회복 중이다.

부디 오늘의 경기를 이기며 이전의 성세를 되찾아주길.

적어도 얼밤의 팬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신세상 매직입니다. 선수들 준비가 다 됐다고 하네요. 바로 밴픽 들어 가보겠습니다~~!>

그 간절한 바람이 과연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대부분의 커뮤니티에서 예상되는 보편적인 승률 예상.

신세상 매직 쪽으로 압도적인 치우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각을 대변하려는 듯 김은준 해설위원이 입을 열었다.

<한 시즌 경기를 쉰 올마스터가 재적응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그런 예상도 있었지만 기우였죠. 조별 리그에서 돌풍을 불러 일으키며 전승을 거뒀습니다. 올마스터 본인의 기량 뿐만 아니라 팀에도 완벽하게 다시 녹아들었어요.>

<신세상 매직에 빈틈이 없다,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얼밤도 오늘 칼을 갈고 나왔거든요?>

얼밤 쪽에서도 결코 승산이 없는 게 아니다.

항상 약자의 편에 서려는 클끼리가 반박의 한 마디를 꺼냈다.

<초반 라인전에서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가능성은 충분해요. 그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 쉬운 메타입니다.>

클끼리가 말하는 여건은 라인 스왑이다.

라인 스왑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베이스로 깔고 들어간다.

이후의 운영과 한타에서 얼밤은 기본기가 탄탄하다.

그럴 수 있는 조합 또한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다.

<네네톤, 직트, 핑크스! 설마 하던 쇈정글까지 가져갔습니다. 클끼리의 해설의 말대로 라인전과 운영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췄어요?>

<쇈정글.. 지난 조별 리그에서 재미를 좀 봤죠. 확실히 요즘 메타에 괜찮긴 한 것 같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역시 신세상 매직의 강한 라인전인데.. 아, 꼬그모 가져가네요. 똑같이 후반을 지향하려는 모양입니다.>

라인전을 강력하게 가면서 쇈으로 이를 보조한다.

쇈은 섬광의 스택을 쌓으며 후반 왕귀까지 노린다.

그리고 하드캐리형 원딜러와 함께 한타 그림을 그린다.

이를 안정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라인 스왑이 필수다.

그 라인 스왑은 1레벨 인베가 강한 팀이 주도한다.

큰 변수가 없다면 1레벨 한타에서 강한 쪽은 얼밤.

최근 메타에 대한 이해도가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조합이다.

<역시 한타의 얼밤답게 강력한 조합이에요. 직트와 핑크스의 프리딜이 어마어마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신세상 매직도 왕귀 하면 뒤쳐지지 않아요!>

<예, 꼬그모도 후반 왕귀 하면 빠지지 않는 원딜러입니다. 게다가 탑라인의 티바나도 아이템 나오면 네네톤을 압박할 수 있거든요. 한타 구도를 상상해본다면 양 팀 모두 밀리지가 않습니다.>

클끼리 해설의 확언에 얼밤 팬들이 크게 들떠 소리친다.

서로 밀리지 않는다면 얼밤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한타의 얼밤은 시대가 가도 아직 죽지 않았다.

반대로 신세상 매직의 팬들은 시큰둥하다.

어째서 초반에 밀어붙이지 않는 걸까?

네네톤, 직트 라인 푸쉬 좋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얼밤은 기본적으로 라인전이 약한 팀이다.

신세상 매직의 기량이라면 초반 스노우볼을 굴릴 만하다.

조합에서 엄청 앞서가면 몰라도 그렇지가 않다.

얼밤이 가져간 직트와 핑크스.

두 챔피언 모두 후반에 답이 없게 강하다.

한 번의 한타 싸움으로 승리가 귀결된다면 누가 이길지 모른다.

확실히 의문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태여 그런 사리는 선택을 한 이유를 모르겠다.

이윽고 그 대답이 들려왔다.

<어? 테러스티나 픽 박았어요? 혹시 미드 AP로 가는 걸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가면 테러스티나의 원콤보가 엄청 강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조합에 조금 어울리지 않게 되죠. 이거 설마 하지만…>

설마는 늘 사람을 잡는다.

신세상 매직의 모든 픽이 완료되었다.

롤챔스 스프링 시즌 8강의 첫 번째의 세트가 시원하게 떨어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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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롤챔스 8강의 첫 번째 세트.

얼밤과의 경기를 어떻게 치를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단순히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차후의 경기도 생각을 해야 돼.'

어떻게 하면 메타가 교정될 수 있을까.

최근의 메타는 정말 느리기 짝이 없다.

보는 입장에서 정말 재미가 눈곱 만큼도 없다.

강제로 뚫어내려 노력하면 나만 힘들다.

옛날 동화 중에 북풍과 태양이라는 게 있다.

과연 누가 나그네의 옷을 벗길 수 있을지.

이 동화에서 이긴 건 결국 태양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나는 태양을 택했다.

북풍처럼 날려버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따스한 햇볕도 필요한 법이다.

조금 지루하더라도 느긋하게 후반을 지향한다.

꾸웨엑-!

푸슝!

타액을 굴리고 떨어뜨린다.

미드 라인의 원거리 미니언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근거리 미니언은 강화된 평타로 마무리한다.

어느 정도 성장한 꼬그모는 라인클리어가 간단하다.

두루룩~

포옹!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다.

직트가 구슬 지뢰를 깔고 물풍선을 터트린다.

비슷한 속도로 라인이 클리어된다.

그리고 서로 더티 파밍을 하러 간다.

'오래간만의 느긋한 게임이구만.'

대회에서 박진감 넘치지 않는 게임을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이미 게임 시간이 20분 넘게 흘렀다.

그럼에도 미드에 짱박혀서 파밍만 하고 있다.

맞라인을 서는 직트도 마찬가지.

핑크스도 제법 무난하게 성장 중이다.

상대가 쇈정글이라 쉽게 갱각이 잡히지 않는다.

몇 차례 교전을 하긴 했지만 큰 이득까진 보진 못했다.

아무래도 내가 수비적인 픽이다.

그에 반해 직트는 초반이 나름 세다.

아군이 이득을 보지 못했던 건 어쩔 수 없었다.

꾸웨엑-!

푸슝!

상대의 성장을 방관하며 무작정 파밍한다.

세월아 네월아 주구장창 CS만 먹는다.

그렇게 시간만 끌어도 빛 볼 날이 찾아온다.

직트, 그리고 핑크스는 분명히 위협적인 픽이다.

맞는 말이지만 꼬그모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AD꼬그모면 몰라도 AP꼬그모다.

그 어떤 챔피언보다 사기적인 포킹을 자랑한다.

'슬슬 초조해지고 있을 테지.'

초조해지는 건 우리가 아니라 상대다.

AP꼬그모는 익히 알려진 픽이다.

이론상으로 상당히 괜찮다.

실제 솔로랭크에서 사용하는 유저도 있다.

하지만 워낙 약점이 많아서 대회에는 안 나온다.

약점이라 함은 라인전이 약한데, 갱킹에도 잘 당한다.

게다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후반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상대는 이미 후반에 가겠다고 선언한 조합이다.

쇈정글은 와드 하나만 깔아도 갱킹이 방지된다.

다른 라인도 딱히 큰 싸움이 일어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꼬그모의 성장을 방해할 건 아무 것도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6레벨까지만 찍으면 된다.

그 위력이 얼마나 한지 아는 사람은 안다.

이윽고 기다리던 그날이 도래했다.

"게임 끝낸다. 미드 모여라."

박진감 넘치는 슈퍼 플레이!

치밀한 계산이 돋보이는 운영 센스!

귀찮게시리 그런 거 안 한다.

단 한 마디 오더면 된다.

티바나를 제외한 아군들이 내 오더에 따라 움직인다.

이에 따라 적들도 각자의 움직임을 취했다.

빛나는 섬광이 나와버린 쇈이 봇으로 빠진다.

네네톤은 합류해서 한타를 대기한다.

구상했을 그림대로 운영을 해보려는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그럴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꼬그모가 16레벨을 찍는 순간 게임은 간단해진다.

푸슝!

푸슝!

적은 미드 1차 포탑을 끼고 수성하고 있다.

그들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자꾸 떨어진다.

꼬그모의 궁극기 분비물 포격.

로드 오브 로드에서 가장 이상적인 포킹 스킬이다.

사거리는 말화이트 궁극기의 두 배쯤 된다.

데미지는 챔피언에게 맞혔을 때 360+0.3AP.

쿨타임은 1초도 되지 않는다.

하늘에서 두두두둑! 쉴 새 없이 떨어진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네 방을 연달아 아무렇게나 쏴버린다.

직트와 핑크스가 한 대씩 스친다.

체력바가 한 움큼씩 뜯겨나간다.

AP계수는 적지만 깡데미지가 어마어마하다.

'마관 효율을 제대로 받거든.

마법관통력의 신발과 괴이한 가면, 관통력의 지팡이를 구입했다.

딜러진에게는 거진 트루 데미지로 박히는 셈이다.

이게 한두 대면 참을 만하겠지만 계속해서 떨어진다.

지나치게 연속해서 사용하지 않는 한 마나 소모도 적다.

한 네~다섯 방 떨어뜨리고 6초간 기다린다.

그리고 다시 포격을 시작한다.

하늘에서 분비물 포격이 우수수 낙하한다.

푸슝!

푸슝!

상대의 조합에는 두 가지 큰 약점이 있다.

하나는 자체 회복이 안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니시가 부족하다는 점.

어지간한 이니시야 네네톤 쇈이면 해결이 된다.

안타깝게도 꼬그모의 사거리는 어지간하지 않다.

범접할 수 없는 거리에서 일방적으로 포격해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분비물 포격이 적 진영을 수놓는다.

어떻게 한타를 걸어보기도 전에 걸레짝이 돼버렸다.

상대는 결국 한 타이밍 정비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게임 시간이 30분에 가까워졌다.

2차까지 쭉 밀어버릴 화력이 나온다.

그렇게 한 차례 이득을 보고 정비한다.

그리고 다시 미드를 향해 몰려간다.

"미드 모여라."

별다른 운영이 필요없다.

돌려깎기, 스플릿 이런 것도 상황 나름이다.

안정적으로 성장을 해낸 미드 꼬그모.

탱크가 있는 이상 전략적 요충지는 의미가 없다.

압도적인 화력과 사거리로 깨부수면 그만이다.

푸슝!

푸슝!

푸슝!

물론 상대는 라인 클리어가 좋다.

직트가 지뢰 깔고 물풍선 던지면 미니언 순식간에 사라진다.

하지만 방심하는 순간 직트 본인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자꾸자꾸 떨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포킹처럼 피하면 그만, 이런 게 아니다.

한 차례의 폭격은 적게는 네 번, 많으면 여섯 번 이상 진행된다.

블루를 먹고 왔기 때문에 마나통에 부담이 없다.

딜러진은 네 방 맞으면 그냥 죽는다.

라알드리의 호통이 완성된 탓에 탱커도 무사치 못한다.

먼젓번에 거하게 당한 상대는 행동을 취했다.

체력이 깎이기 전에 이니시를 걸겠다는 속셈이다.

쇈의 궁극기를 받은 네네톤이 점멸로 파고 들었다.

나머지 적들도 뒤이어서 몰려온다.

"앞라인부터 천천히 녹여. 뒤로 빠지면서."

상대 브루저가 노리는 건 당연히 나다.

직트도 내가 있는 지역에 궁극기를 던진다.

연계가 된다면 녹아내릴 위험성이 있다.

그냥 쿨하게 점멸로 빠지고 켠다.

슈우웅..!

세컨드 스펠로 유령화를 들었다.

빨라진 발걸음으로 뒤로 내뺀다.

네네톤과 쇈은 어쩔 수 없이 테러스티나를 노리게 됐다.

양 팀의 앞라인 싸움이 되고 말았다.

꼬그모가 가장 좋아하는 구도다.

꾸웨에엑-!

챠압! 챠압!

타액을 굴리며 침을 마구마구 뱉는다.

AD꼬그모와 비슷한 카이팅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매 평타가 묵직하다.

공격력 템도 안 올린 주제에 어떻게?

배인의 3타와 비슷한 원리다.

꼬그모도 평타에도 %뎀이 붙어있다.

나는 주문력과 마법 관통력을 올렸다.

당연하게도 %뎀이 묵직하게 박힌다.

테러스티나와 함께 앞라인을 정리한다.

하지만 진짜는 이게 아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앞라인을 정리하며 뒷라인에 포격을 쏟아붓는다.

오직 꼬그모만 가능한 방식의 플레이다.

압도적인 사거리가 이를 실현케 한다.

포격을 연속으로 쏟아 부으면 마나가 부담되지만 괜찮다.

이렇게 킬이나 어시를 먹으면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에 의해 마나가 회복된다.

당연하게도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유령화를 들은 것은 생존의 목적만이 아니다.

푸슝!

푸슝!

빠른 발걸음 뛰어가며 침을 쏘아 올린다.

상대를 추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핑크스의 주변 이곳저곳에 포격 세례가 떨어진다.

분명 원딜러 중 손 꼽히는 사거리를 가진 핑크스다.

그런 핑크스가 보이지 않는 적을 피하다 허망하게 사망했다.

위기탈출 넘버원급 어이없는 죽음!

16레벨의 꼬그모는 그런 의문사가 가능한 챔피언이다.

─쿼드라 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무리..!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직트가 수성 하건 말건 뚫어버린다.

첫 번째 세트를 산뜻하게 가져온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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