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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31화 (731/803)

00731 본선 시작 =========================

꼬그모를 밴하고 시작한 두 번째 세트.

바랬던 대로 상대는 후반 지향 픽을 하지 않았다.

무난하게 후반만 가면 이길 수 있겠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첫 번째 세트는 양반이었다.

어떻게 손도 쓰지 못할 정도로 무참하게 발리고 있다.

올마스터의 탤런이 미쳐 날뛴다.

써컹!

푸슉!

탱커고 나발이고 눈에 안 들어온다는 걸까.

탤런이 무려 네네톤의 목을 그었다.

일반적이라면 역관광이 제대로 나는 상황이다.

"아.. 나 점멸 뺄게. 이거 도저히 못 버티겠다."

얼밤의 탑라이너 싸이가 탄식을 내뱉는다.

네네톤이 탤런한테 쫄아서 뒤로 빼다니.

안타깝게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체력바가 묵직하게 떨어져 나간다.

무려 치명타 아이템을 올린 탤런이다.

누킹 뿐만 아니라 지속딜도 엄청나다.

그래도 탱커인데 마지막까지 싸우면 모르는 거 아니냐.

이미 한 번 당한 이력이 있다.

봇라인을 밀다가 뒤를 따라잡혀 한 번 죽었다.

그로 인해 바론이 나가버렸다.

"나 라인 푸쉬가 안돼서 티바나 마크가 안돼. 싸이형이 탑 가는 게 날 거 같아."

"봇을 직트 궁으로 한 번 막고 그 사이에 라인 교체 하자. 탤런 장난 아니게 세니까 조심하고."

바론을 먹은 상대팀은 131 압박을 하고 있다.

가히 굴욕적인 상황.

131의 탈수기 운영은 과거 얼밤의 장기였다.

유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굳히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한 명이 탑을 밀고, 다른 한 명이 봇을 민다.

그리고 나머지 세 명이 미드 라인을 압박한다.

익숙한 전략이기 때문에 약점도 잘 안다.

빠른 합류 싸움을 통해 비비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상황이 그럴 수가 없다.

"어? 어?"

얼밤의 새로운 정글러 라이라가 당황한 듯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는 현재 쇈정글을 플레이하고 있다.

초대 얼밤의 정글러 클끼리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다.

아무튼 신규 아이템 빛나는 섬광.

메타와 하향 때문에 못 쓰게 된 쇈정글이 부활하게 된 계기다.

이번 게임은 너무 말리고 시작한 탓에 구입하지도 못했다.

그렇다 해도 쇈은 일단 스플릿이 좋은 챔피언이다.

궁극기도 궁극기지만 두 가지.

탱커인 데다 도발이라는 스킬을 가졌다.

상대는 결코 포탑을 마음대로 칠 수가 없다.

티바나는 몸이 워낙 단단해서 자신한테 맞으면서도 포탑을 때린다.

하지만 물몸인 탤런은 도발 한 번 잘못 그이면 죽을 수도 있다.

때문에 라이라는 네네톤과 바톤 터치를 해서 탤런을 막으러 갔다.

봇라인 억제탑을 치려는 탤런에게 도발을 정확히 그었다.

상대의 체력을 꽤나 뺄 수 있겠구나.

그런데 상황이 조금 많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치링~!

도발이 그이기 직전 탤런은 무언가를 발동했다.

유령의 영혼검.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를 짧은 시간 상승시켜 준다.

도발이 그인 탤런은 쇈을 따라가 평타를 박아 넣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스킬도 아닌 순수한 평타인데 너무 아프다.

포탑의 공격보다 쇈의 체력이 깎이는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써컹!

점멸로 도망간 쇈에게 목베기로 따라붙었다.

그 순간 쇈의 운명은 결정됐다.

평캔과 함께 풀콤보가 터져버렸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쇈의 입장에서도 당연히 할 말은 있다.

도발을 안 그으면 포탑이 터질 수도 있잖아?

같은 상황을 맞이했을 때 백이면 백 그렇게 한다.

도발을 못 맞혔으면 몰라도 맞혔다.

포탑과 함께 싸운다면 이겨야 정상이다.

그런데 탤런의 데미지가 정상이 아니다.

"포탑을 끼고 싸웠는데 이게 죽다니.."

"그래서 조심하라 했잖아. 아 이거 어떡하지."

탤런이 쇈을 어거지로 암살해냈다.

131에서 한 라인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은 너무 크다.

다른 라인도 상황이 썩 좋은 게 아니다.

그래도 한 명.

현 얼밤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매일라이프가 움직였다.

쓰렉귀가 빠져나가는 탤런을 향해 점멸 선고를 던졌다.

사슬낫이 탤런의 목덜미를 기가 막히게 낚아 챈다.

"탤런이랑 모르피나 노플. 블랙실드 때문에 안 들어갔어."

"아깝다. 반응 늦었으면 타워랑 같이 죽일 만했는데.."

매일라이프가 던진 예측 선고는 정확했다.

탤런이 점멸로 도망가는 자리에 내리그었다.

적중은 했지만 예상 외의 변수가 하나.

적 모르피나가 점멸을 사용해 블랙실드를 걸었다.

포탑에 미니언이 없으면 모를까 있었다.

잘못 들어갔다간 모르피나의 속박과 탈력 등에 역관광을 당한다.

들어가지 않은 판단은 옳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상대는 바론 버프를 가지고 있다.

한 차례 깎인 탤런의 체력은 빠르게 회복된다.

AD챔피언이라 포탑도 엄청 빠르게 깬다.

미드를 막으면서 간간히 견제를 해보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

상대 세 명은 당연히 놀고 있지 않다.

여차하며 치비르가 궁극기를 켜며 이니시를 걸 각을 보고 있다.

─적팀이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결국 탤런이 봇라인을 미는 걸 눈 뜨고 방관하는 수밖에 없었다.

노릴 수 있는 건 쇈의 부활 타이밍.

방심한 적과 포탑을 끼고 싸워 대승한다면 비벼볼 만하다.

현 상황에서 희망이 있다면 오직 그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돌아오고 말았다.

촤락!

탤런이 또다시 궁극기를 펼쳤다.

쇈의 부활이 고작 5초 남은 시점.

상대는 판단을 망설이지 않았다.

"아, 미안 내가 살아야 쌍둥이 포탑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지. 둘이라도 살아서 다행이다."

얼밤도 망설여서는 안됐다.

억제탑을 깬  탤런이 궁극기를 펼치자마자 직트와 핑크스는 내뺐다.

점멸과 힐을 아끼지 않고 사용해 쌍둥이 포탑으로 도주했다.

그 과정에서 쓰렉귀가 끊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아까 점멸을 써버린 탓이다.

미리 뺐으면 좋았겠지만 어차피 상황은 매한가지다.

억제탑 세 개를 내준 시점에서 게임의 승패는 정해진다.

얼밤 입장에서는 모든 수단을 다해서 막아야 했다.

상대가 조금만 지체해줬다면 좋았을 것을.

판단이 빨랐던 탓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너무 무력하게 져버렸네. 조합을 완벽하게 파훼 당했어."

"첫 번째 세트도 그렇고.. 상대가 너무 준비를 잘해왔다."

"게임 스피드가 너무 빨라. 쇈궁으로 대처가 전혀 안돼."

3억제탑 이후 넥서스가 밀리는 건 정해진 수순.

두 번째 세트가 끝나자마자 피드백이 이어졌다.

5전 3선승제로 진행되는 8강의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잔인하게도 한 판 더 승부를 겨뤄야만 한다.

과연 희망이 있기는 한 걸까.

상대의 조합을 파훼할 밴카드도 이제 없다.

이쯤 되면 조합 자체가 안 좋았던 게 아닌지.

그런 생각이 날 정도지만 그건 또 별개의 문제다.

얼밤의 조합은 스크림은 물론 조별 리그에서도 증명을 마쳤다.

그저 신세상 매직이 너무 유별났을 뿐.

이어질 세 번째 세트에서 다시 꺼내는 건 자살 행위다.

그래도 이전보다 한 가지는 다행이다.

"감독님, 혹시 뭐 좋은 생각 있으세요?"

"어, 어? 나 말이야?"

첫 번째 세트 직후에는 신나 가지고 간섭을 쏟아내던 박성진 감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 한 마디 안 하고 뒤에서 팔짱만 끼고 있다.

그런 감독을 향해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싸이가 물었다.

같은 전략을 연이어 사용하게 된 까닭.

다름 아닌 감독의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다시 한 번 파훼 당하며 게임을 내줬다.

"크흠.. 매라가 오늘 컨디션은 조금 안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상대가 조합을 잘 준비했네. 이러면 뭐 당해야지 어쩔 수 있나 허허."

감독은 멋쩍게 웃더니 제 할 말을 하고 부스 뒤편의 벤치에 앉았다.

입을 딱 걸어 잠근 표정이 말 걸지 말라.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할 말이 없다면 그걸로 되었다.

남은 선수들은 제각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방해 따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꺼낼 수 있다

아직 게임은, 얼밤은 패배하지 않았다.

이대로 물러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마지막 한 판에 얼밤의 최선을 담는다.

후회를 남기지 않을 최고의 한 판이 된다.

.

.

.

* * *

롤챔스 스프링 시즌 8강 첫 번째 매치.

경기 전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예상이 오간 대로의 결과다.

신세상 매직이 얼밤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다.

역전의 명가 얼밤도 이제 한물가버린 걸까.

희망을 접기엔 아직 이르다.

세 번째 세트가 시작되었다.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여느 경기와 마찬가지로 라인 스왑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얼밤의 탑라이너 싸이 선수의 픽에 눈이 간다.

<현 메타에서 잭트가 힘을 쓰기 힘들다. 이런 말이 나오는 건 결국 네네톤 때문이 크거든요? 티바나가 상대라면 반반 가져가며 왕귀하는 그림. 저는 그릴 수 있다고 봅니다.>

<스플릿 하면 잭트! 잭트 하면 싸이! 역시 싸이 선수의 손에는 네네톤이 아니라 잭트가 들려야 제맛이에요!>

전범준 캐스터가 흥분할 만도 하다.

갈고 닦은 조합이 완벽하게 파훼된 탓일까.

아니면 무슨 심정의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세 번째 세트에서의 얼밤은 180도 달라졌다.

아니, 달라졌다기 보다는 돌아왔다.

과거 전성기 시절의 픽들을 선보이고 있다.

얼밤의 상징, 매일라이프도 칼을 뽑아 들었다.

<풀리츠크랭커! 시즌2부터 쭉 세계가 공인하는 매일라이프의 대표 챔피언입니다. 최근 루나, 쓰렉귀 등에 눌려 저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 선수의 숙련도라면 걱정은 기우입니다.>

최근 서폿 메타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 풀리츠크랭커.

그럼에도 기대해볼 만한 게 사실이다.

결국 이 챔피언은 뽑느냐, 못 뽑느냐로 종결이 난다.

매일라이프의 그랩이라면 게임 비벼지는 거 한순간이다.

그리고 이어서 세 번째 선수.

빠른달도 가장 자신 있는 챔피언을 꺼냈다.

프로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지 꽤 된 럭키.

최근 솔로랭크에서조차 픽률과 승률이 저조하다.

하지만 이 선수에 한해서는 괜찮지 않을까.

김은준 해설이 말을 이어나갔다.

<다른 선수는 몰라도 빠른달은 해도 돼요. 단순히 장인이라서가 아니라 빠른달 선수의 플레이 방식에 가장 적합합니다. 미드에서 안정적으로 파밍하면서 궁지원만 해줘도 위협적이에요.>

<민성 래피드 문 정! 이마시야! 로드 오브 로드 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거든요? 한 번 보면 머릿속 한 구석에 깊이 각인이 돼요!>

전범준 캐스터의 신난 외침에 현장의 관중들이 하나가 되어 외친다.

이마시야!

두 팔을 뻗어 럭키의 궁극기 모션을 재현한다.

물론 카메라가 비친 일부 관중들만 흉내를 낸 거지만 적어도 마음 만큼은 한결 같다.

얼밤의 조합은 정말 노린 듯한 모습이다.

하나하나에서 전부 추억이 묻어난다.

그렇다고 실용성이 없는 조합이 아니다.

흘러가는 경기의 구도는 픽의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전前 얼밤의 정글러.

지금껏 말을 아끼고 있던 클끼리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이 팀은 어떻게 시즌4에 시즌2의 느낌을 낼 수 있는지 신기해요. 개인적으로 정글러가 아모모가 아닌 빵테온이라는 게 살짝 아쉽습니다.>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실소가 터져 나온다.

과거 클끼리가 얼밤에 있었을 때만 해도 지극히 당연했던 조합이다.

하지만 현재 메타에서는 조금 의아할 수 있다.

클끼리 해설이 자세한 설명을 마저 이었다.

<신세상 매직에서는 잭트를 말리기 위해, 그리고 빵테온의 초반 강력함을 견제하기 위해 라인 스왑을 걸었습니다. 근데 이게 꼭 얼밤에게 나쁜 건 아니에요. 지금 보시면 포탑 철거하는 속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 누가 잭트가 라인 스왑에 약하다고 했는가.

대처에 따라서 충분히 활용 가능한 픽이다.

그것을 증명하려는 듯 쌍둥이 골렘을 먹고 2레벨을 찍은 잭트가 봇라인에 합류했다.

봉돌리기 덕분에 체력 관리가 된 잭트는 귀환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게다가 잭트는 적을 때릴수록 공격 속도가 상승한다.

이 점이 라인 스왑 단계에서 타워를 빠르게 미는 원동력이 된다.

봇듀오와 함께 빠른 속도로 포탑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거 잘하면 2차 깨고 용까지 노려볼 수 있습니다. 아니면 빵테온과 바로 탑 올라가면 2차 막을 수도 있어요?>

최근 롤챔스를 지배하는 속칭 철거 메타.

잭트 덕분에 얼밤은 용이라는 부수적인 이득을 챙겼다.

아무리 초반 용이 주는 골드와 경험치가 낮아졌어도 안 먹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여유가 없었던 상황에서 먹은 게 아니라 여유를 만들어서 먹은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확실하게 잭트라는 픽의 이유를 보여줬다.

진행되는 게임에서 과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얼밤의 팬이든, 팬이 그렇지 않든 흥미가 일 수밖에 없는 마지막 경기가 펼쳐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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