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33화 (733/803)

00733 본선 시작 =========================

개개인의 개성과 캐리력이 도드라지는 신세상 매직.

선수들 한 명, 한 명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며 캐릭터가 확연하게 잡혀있다.

그러다 보니 누가 MVP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한 명, 이 선수가 빠지는 날은 드물다.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세트에서 MVP에 선정되었다.

롤챔스의 여신 조은나 아나운서가 방긋 웃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롤챔스 스프링 시즌 본선 첫 번째 경기! 왕좌를 되찾으려는 얼밤을 상대로 정말로 왕이 돼서 돌아온 이 선수의 활약이 눈부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올마스터 선수?>

<예, 안녕합니다. 저야 늘 평범하게 잘 지내죠.>

최근 프로게이머들은 인터뷰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추세다.

특히 MVP를 자주 타는 선수들 중에서는 유행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 시발점 또한 겹친다.

올마스터 만큼 인터뷰에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프로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 겜돌이다.

방구석에 박혀서 게임만 하는데 말주변이  뛰어난 사람이 많겠는가?

나이대도 어리고 갤럭시 크래프트 때처럼 집중 관리도 하지 않아 어버버하기 일쑤다.

독특하게도 올마스터는 아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그의 인터뷰는 유독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반대로 인터뷰가 능숙지 않은 선수들은 까임의 대상이 된다.

결과적으로 다른 선수들도 긍정적인 영향, 어쩔 수 없이 인터뷰를 연습하게 되었다.

<중국을 제패했다 소문이 자자한 올마스터 선수가 평범하다니요? 오늘 경기에서도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활약으로 2세트 연속 MVP를 거머쥐셨죠?>

<저로서는 최대한 무난하게 이기는 픽을 꺼낸 것 뿐인데 이걸 독특하다고 하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향수 바꾸셨네요?>

조금 과할 정도로 시시껄렁하며 간간히 개드립도 터트린다.

어처구니없게도 인터뷰 자리에서 꼬시는 멘트를 던진 적까지 있었다.

딱 한 번 저지르고 그 이후로는 안 한다.

안 한다기보단 못한다.

공식적이지 않은 사적인 제재를 받은 모양.

적어도 팬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정리되었다.

중계 플랫폼의 채팅창이 유난히 뜨겁게 달궈진다.

-예은 누님 없다고 시동 거는 거 보소ㅋㅋ

-저러다 또 누님한테 개쳐맞을 듯.

-의외로 올마스터가 꽉 잡고 사는 거 아님? 그러니까 저런 개드립도 나오지.

-ㅋㅋ그럴 리가 있나. 그나저나 은나찡 당황스럽겠다.

올마스터의 괴이한 인터뷰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했던 건 옛날 일이다.

조은나 아나운서는 작년에 진작 적응을 마쳤다.

자연스럽게 무시하며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무난한 픽으로 이만한 놀라움을 선사했다면 앞으로의 경기가 더욱 기대가 되는 일인데요. 때문에 여쭙고 싶습니다. 최근 주를 이루고 있는 후반 지향형 캐리 메타. 오늘 그 파훼법을 두 가지나 선보이셨어요.>

이윽고 인터뷰의 본론이 시작되었다.

올마스터는 무난하다고 표현했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어쩌면 오늘의 경기에 의해 판도가 크게 바뀔지도 모른다.

<쇈과 직트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후반을 지향한 얼밤을 상대로 똑같이 성장해 포킹이 무엇인지 보여준 꼬그모, 그리고 후반에 가기도 전에 터트려버린 의병대 탈론! 둘 모두 현재의 메타에 대한 파훼법을 제시했다. 그렇게 해석을 해도 될까요?>

아나운서라고 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개 유저가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의 내용은 아니다.

롤챔스 측에서 준비를 해서 전달한 것.

그만큼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사항이다.

사실 사람들은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올마스터라면 무언가 보여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실력적인 방면 이외에도 경기가 언제나 재밌기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했다.

루즈하다고 현재의 메타가 그의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기우에서 끝났다.

마침내 오늘 단단히 보여줬다.

아나운서는 물론 지금 이 순간 롤챔스를 시청하는 팬들, 심지어 관계자들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잠시 뜸을 들인 올마스터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얼밤의 조합을 파훼한 것이니까요. 다른 조합을 상대로도 써먹을 수 있겠지만 효율이 떨어질 겁니다. 오늘 제가 한 건 그렇습니다.>

<어.. 오늘이라는 말은 다음에 또 색다른 픽을 꺼낼 것이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저도 먹고살아야 돼서 여기서부터는 돈 받습니다.>

검지와 엄지를 맞대어 동그란 제스처를 취한 올마스터가 장난스럽게 히죽인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돈을 내서라도 입수하고 싶은 정보다.

특히 8강 B조에서 가짜에어 독수리와 맞붙을 KTX 롤러코스터 A팀에게는 고액 협상을 걸어볼 만하다.

몇 차례 더 조은나 아나운서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결국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기대를 준 건 사실이다.

다가오는 준결승전, 혹은 결승전에서 볼 날이 있을 터.

금일 세 번째 세트에서 MVP를 차지한 고질라 선수에게 인터뷰의 바톤이 넘겨지며 애매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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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성황리에 스타트를 끊은 롤챔스 스프링 시즌의 본선.

8강 A조의 경기는 당연 화제를 몰고 왔다.

하나는 언제나 그러하듯 솔로랭크의 대파란이다.

잉벤에서는 이에 대한 이야기가 당연 뜨겁다.

─아니, 미드 꼬그모는 대회에서나 쓸 수 있는 거지.

솔로랭크에서는 미드 터진다니까 말 겁나게 안 듣네.

괜찮다고 꺼내 들고 게임 시작하면 미드 지원핑 겁나게 찍어댐.

미드 라인 10분에 2차 타워 밀려놓고 16레벨 되면 이긴다고 서렌도 안 친다ㅋㅋ

└라인전도 약하고 갱킹에도 취약하지. 인터뷰에서 말한대로 ㄹㅇ 카운터픽임.

└그나마 보호막이라도 들면 양반인데 유령화 드는 놈들 대박..

└갱호응도 안돼. 맞로밍도 안돼. 가만히 있으면 뒤져. 가지가지 한다 진짜.

예고되었던 하나의 폭탄.

미드 꼬그모는 이전부터 종종 보여왔던 픽이다.

한계가 명확하고 솔로랭크에 어울리지 않는다.

알고도 안 쓰이는 챔피언이었다.

올마스터가 꺼내자 단박에 픽률이 올랐다.

오, 잘 크기만 하면 저 정도의 캐리력을 보여주는구나.

정작 꺼내면 잘 크기도 힘들고, 후반 가도 어이없이 잘리는 일이 잦다.

미드 꼬그모충들만 무럭무럭 양성되었다.

마찬가지로 두 번째 세트에서 꺼낸 탤런.

탤런은 솔로랭크에서 꽤 인기 있는 챔피언이다.

다만, 인기가 있는 구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천상계에 극히 부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처음으로 다5 탈출 좀 해보나 싶었는데..

승급전 1승 1패에서 아군 탤런충 때문에 개망함.

구리가스 상대로 3레벨 솔킬 당하더니 6레벨에 한 번 더 따이고 의병대 사더라ㅋㅋ

봇 로밍 가서 구리가스한테 트리플 킬 주고 게임 터트림.

탤런 같은 건 심해에서나 쓰지 짜증난다.

└탤런 한 번 잘 풀리면 세지 않음?

글쓴이-라인전 약함+뚜벅이=미드 맛집

└이게 다 올마스터 때문이다..

탤런은 AP마검사와 비슷한 부류의 챔피언이다.

라인전 할 줄 아는 상대 만나면 영혼까지 털린다.

CS를 하나하나 허락 받고 먹어야 한다.

태생이 뚜벅이라 갱킹도 잘 당해 조금 많이 애매하다.

반대로 상대가 잘 못하면 성장을 해서 로밍각을 잡기 쉽다.

이러한 이유로 낮은 구간에서만 선호도가 높았다.

그런데 대회에서 탤런이 나오니 솔로랭크에서 당연 쓰게 된다.

그냥 나오기만 한 것도 아니고 그 올마스터가 하드캐리를 해버렸다.

숱한 충들이 양성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진정 눈여겨봐야 할 건 그게 아니다.

AP꼬그모와 탤런.

전혀 다른 두 가지 방법으로 얼밤의 조합을 파훼했다.

팬들로 하여금 희망을 가지게 만들었다.

─근데 결국 올마스터 본인이 아니라고 시인했잖아?

무엇보다 B조 경기에서 확실하게 증명이 됐지.

로키가 탤런 꺼냈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졌으니까.

물론 갱붐이 초반 견제 잘한 탓도 있긴 하지만.

└깜짝픽으로 꺼내는 거면 몰라도 이미 파다하게 퍼졌는데 대비 못하면 그게 더 바보.

└갱붐이랑 빠른달의 클라스 차이도 생각해야지. 갱붐은 라인전 기량도 좋아.

└역시 빠른달님이 체고신데 무슨 소리함;

└사스가 얼밤충ㄷㄷ

얼마 전 치러졌던 KTX롤러코스터 A팀 대 가짜에어 독수리의 8강 경기.

둘 팀의 대결은 한 마디로 창과 방패다.

가진 바 성향이 극명하게 갈린다.

가짜에어 독수리가 전 시즌 우승팀이라고는 하나 KTX A팀도 만만치 않다.

최근 팀의 탑솔러인 선데이와 정글러인 까메오의 기량을 주목 받고 있다.

두 선수가 만들어내는 날카로움이 가짜에어 독수리란 방패를 뚫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창은 방패를 뚫어내지 못했다.

패배의 원인은 흔히 말하는 운영의 부족.

라인전이 강하며 스노우볼도 굴렸지만 게임이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오브젝트를 챙기는 것 말고는 더 이상 이득 볼 곳이 없더라.

그렇게 점점 시간이 지나니 코어템 차이가 좁혀진다.

원딜 중심의 한타 조합을 구축한 가짜에어 독수리가 웃어주는 구도다.

─KTX A팀 패배가 운영 부족이라는 말이 있는데.

굳이 KTX A팀 아니었어도 뚫기 힘들었을 걸?

억제 포탑 지키면서 레드쪽 시야 싸움만 철저히 하면 못 뚫어.

대신 블루가 털리니까 갱붐이 고통 받긴 하는데 갱붐은 고통 받아야 제맛이지.

└ㅇㅈ 또 ㅇㅈ합니다.

└갱붐의 업보가 또..

└억제 포탑 지형이나 체력 회복 패치해 줬으면 좋겠다.

└뚫릴 거 같은데 절대 안 뚫리는 거 보면 신기하단 말이야 정말.

기나긴 수성 끝에 불리했던 경기도 끝내 역전.

유리했던 네 번째 세트조차 가짜에어 독수리가 가져갔다.

최종 스코어 1대3으로 가짜에어 독수리가 낭낭한 승전보를 울렸다.

이로써 준결승전 A조의 진출팀은 확정되었다.

신세상 매직 대 가짜에어 독수리.

B조는 다음 주에 내정된 8강 C조와 D조의 경기 결과로 정해진다.

아무튼 A조 만 해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매치업이다.

─이번 스프링 시즌 괜찮다니까.

노잼 메타라고 우려 많이 했는데 이게 하는 팀이 있고, 안 하는 팀이 있어서.

밸런스가 나름 적절하게 유지돼서 볼 만함.

정 꼬우며 거르면 되고ㅇㅇ

└뭣보다 준결승전 매치업이 마음에 든다. 가능하면 8강에 만났으면 싶었지만.

└올마스터가 가짜에어 독수리 천적이지.

└상대 전적 6승 0패ㅋㅋ

└이번 시즌은 신세상만 믿고 간다!

삼선 블루에 있을 때 한 번.

신세상 매직의 첫 시즌에서 다시 한 번.

준결승전에서 두 번 만나 3대0으로 전승을 거뒀다.

그러니 만큼 이번 스프링 시즌도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올마스터라면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하지만 당시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확실하게 원딜의 후반 캐리가 보장되는 메타다.

괜히 날고 기는 강팀들이 패배를 면치 못한 게 아니다.

지금까지는 천적이었지만 앞으로도 과연 그러할지.

그리고 올마스터가 꺼낼 색다른 픽, 혹은 전략은 무엇일지.

잉벤을 포함한 커뮤니티에서는 추측들이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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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롤챔스 스프링 시즌 본선 2주차.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이다.

지난 목요일과 토요일에 이어 C조의 경기가 시작된다.

불밤과 삼선 블루의 선수들은 이미 착석을 마쳤다.

<두 팀 모두 리빌딩 이후 주춤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거든요? 팀의 안정성을 찾았다는 걸 증명하듯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선수들의 세팅은 완료되었고 확인 절차만을 남겨둔 상태다.

밴픽이 시작되기 직전 경기장 분위기가 고조되는 순간이다.

금일 해설을 맡은 김은준 해설이 양 팀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불밤은 정글러와 원딜러가 교체된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빅캡틴맨 선수에게는 아쉬운 소리일 수 있겠지만 솔직히 봇라인에서 불협화음이 들릴 때가 잦았어요. 이번에 교체된 빅황제맨 선수는 기존 서포터인 빅욕망맨과 플레이 스타일이 서로 잘 맞아 떨어져서…>

불밤의 원딜러는 빅캡틴맨에서 빅황제맨으로 교체됐다.

정글러는 빅태양맨에서 빅날꿈맨으로 교체됐다.

당연하다면 당연했을까.

팬들 사이에서는 염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형제팀인 얼밤과 함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불밤.

섣부른 변화가 팀의 균형을 무너뜨리면 어떡하지.

다행스럽게도 오히려 이전보다 기량이 확연하게 상승했다.

성공적인 리빌딩을 마쳤다는 소리다.

<블루의 경우 작년과 멤버가 단 한 명도 일치하지 않죠. 하지만 맨땅에서 시작한 건 아닙니다.>

형제팀인 레드에서 원딜러와 서포터가 옮겨왔다.

코볼트 선수와 마차 선수가 중심이 되는 팀이다.

현재의 메타에 걸맞은 원딜 캐리가 두드러진다.

양 팀 모두 여태까지와 달라졌다.

경기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는 예측이 되지 않는다.

새로이 단장한 불밤과 삼선 블루의 승부가 불붙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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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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