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34화 (734/803)

00734 본선 시작 =========================

불밤 대 삼선 블루.

두 팀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공격적이나 안정적이다.

상반된 평가가 능히 가능하다.

라인을 한 곳으로 좁힌다면 안될 것도 없다.

<양 팀 모두 봇라인이 과열됐습니다. 서로 성향이 워낙 공격적이다 보니 딜교환이 치열해요. 이러다 어느 한 쪽이 실수, 혹은 슈퍼플레이를 해버리면 난리납니다.>

<1차는 물론 용까지 한 번에 나가게 되겠죠. 때문에 지금 미니맵을 보시면 정글러들이 위쪽 정글을 손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드도 여차하면 라인 버리고 커버 갈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불밤의 봇듀오 빅황제맨과 빅욕망맨.

삼선 블루의 봇듀오 코볼트와 마차.

네 선수 모두 지극히 공격적인 성향을 자랑한다.

그러다 보니 라인전이 속된 말로 박터진다.

무빙 하나하나에서 살기가 느껴질 수준이다.

스펠을 사용해서 킬각을 잡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한 쪽의 일방적인 이득으로 연결되는 일은 없었다.

무언가 짚이는 바가 있는지 클끼리 해설이 입을 열었다.

<안 중요한 경기가 어디 있겠냐만은 이번 스프링 시즌에 대한 각오는 양 팀 모두 남다릅니다. 프로팀들의 스크림 연습량에서 불밤, 그리고 삼선 블루 이 두 팀은 독보적이에요. 연습 시간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칼을 꼭 방패로 막을 필요가 있을까.

수준급의 고수라면 칼로도 충분히 챙! 챙! 챙!

공수 교환에 있어 문제될 게 없다.

물론 갱이 왔을 때 허무하게 당할 공산이 크다.

아무리 프로라도 공격적으로 하다 보면 갱각에 노출된다.

이를 나머지 선수들의 뒷바라지로 커버한다.

정글러도, 미드라이너도 봇라인 만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게임의 구도는 대략 이러하다.

언제 어느 때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이지만 의외로 진짜 터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긴장감 있는 구도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다.

"누가 이길 거 같아?"

"글쎄, 잘하는 쪽이 이기겠지."

여느 때와 같이 연습으로 보내고 있는 나날이다.

다른 팀의 경기가 신경 쓰이는 몇 명만 취식실에 모여 시청 중.

라인전이 피 튀기자 시청하는 인원수가 하나 둘 늘어간다.

당연하게도 누가 이길지 게임이 기울어지진 않았다.

어느 한 쪽의 조합이 막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테이블에 턱을 괸 예은이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아, 누가 이길 거 같은데. 빨리 말 안 해?"

"내가 무슨 예언자니…."

몇 번 대답해주다 보니 물어보는 게 습관이 됐다.

승패를 알 수 있는 경기가 있고 아닌 게 있는데 이런 경기는 정말 마지막까지 안 해보면 모른다.

안 맞으면 말고의 심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해줬다.

"아마 삼선 블루가 이기지 않을까."

"왜?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해 봐."

대충 대답을 하니 잡아먹은 듯한 눈초리를 보낸다.

설마 하는 느낌.

혹시나 싶어 물어봤다.

"너 혹시 어디 걸고 물어보는 건 아니지..?"

예은이 고개를 휙 돌리며 딴 짓을 해댄다.

빤히 쳐다보자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그다지 신빙성이 느껴지지 않는 대답이 들려왔다.

"..안 했어."

"믿어도 되는 거지..?"

얼마 전 로드 오브 로드에 한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로드 오브 로드가 공식적인 스포츠토토 종목이 되었다.

정부가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칫, 그냥 기분만 낸 거거든."

"장난 아니니까 기분도 웬만하면 내지 마."

공식이든 뭐든 간에 안되는 건 안된다.

정식 선수로 이름을 올린 이는 합법 토토도 금지다.

혀를 차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돈이 아쉬울 일은 없는 녀석이니 정말 저지르진 않겠지.'

아무튼 이는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공식적인 스포츠로 인정을 받냐, 받지 못하냐.

한 마디로 하늘과 땅 천지 차이다.

국가에서 지원 받을 수 있는 액수의 단위가 달라진다.

달라지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저 토토다.

뉴스에도 나왔던 상암 E-스포츠 경기장의 확장 공사.

여기서 지원하는 자금 중 상당한 비중이 저 토토에서 나온다.

토토는 나쁜 이미지가 있지만 취지 자체는 괜찮다.

세금을 거둬들이기에 이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그런 긍정적인 측면 덕에 오래도록 시행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E-스포츠에서 시행이 안됐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냥 E-스포츠 자체가 단순한 게임이다.

그런 시선이 지배적이었고, E-스포츠 판의 크기가 작아 인정을 못 받았다.

이 두 가지는 최근에 들어 굉장히 많이 개선되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이유도 제법 컸다.

'팀게임이 아니었다는 부분.'

E-스포츠판에서 크게 문제가 불거졌던 주작.

갤럭시 크래프트, 그리고 후속작인 갤럭시 크래프트2에서도 생긴 일이다.

두 게임 모두 1대1 스포츠라 선수가 안 좋은 마음 먹으면 일어나기 쉽다.

그에 반해 로드 오브 로드는 팀 게임이다.

관리 여하에 따라 방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토토 종목으로 운영이 되는 만큼 관리도 처벌도 정부에서 관여하여 더욱 엄중해질 것이다.

국내 E-스포츠의 발전도 가속도가 붙게 될 거라 전망한다.

"그래서 왜 삼선 블루가 이길 것 같다는 건데? 궁금하니까 말해봐."

"그냥 별 일 없이 후반 가면 빅황제맨보다 코볼트가 딜 더 잘 넣을 것 같아서."

"그래? 아싸~! 돈 굳었다."

아무래도 머릿속 가상 투자에서는 불밤에 크게 투자를 하신 모양이다.

얘가 돈이 아쉬워서 저지를 일은 없겠지만 하도 스릴 있는 걸 좀 좋아하는 녀석이라 불안하긴 하다.

하나 뿐인 여자친구가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는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겠다.

'정말 판 커지는 게 한순간이긴 하네.'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 E-스포츠 판은 이 정도까지 성장하지 못했다.

몇 가지 변화가 나비 효과를 일으켜 여기까지 당도하게 만들었다.

해외는 그렇다 치고 한국까지 이렇게 바뀌어버리다니.

세상 일 알다가도 모른다는 소리가 정말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

앞으로의 인생을 알 수 없다는 게 불안하다.

동시에 정말 재미난 일이 아닐 수 없다.

몸담고 있는 세계가 커지고, 주목 받는 것은 가슴이 벅찬 일이다.

여하튼 볼 건 다 봤기 때문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게? 재미없어?"

"아니. 뭐라도 좀 해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

"응, 수고! 난 피자 먹을게 키킥."

누군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참.

피자를 냠냠는 예은의 고개가 TV쪽에 고정돼있다.

나는 한숨을 후 내쉬며 연습실의 내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미 다 봤어.'

첫 세트의 초반 라인전에 지나지 않는다.

맞는 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

이 이상 경기를 보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봇라인에 힘을 집중하면서 성장하는 시즌4의 전형적인 조합이지.'

그렇다면 누가 이겨도 딱히 상관은 없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만에 하나 만난다고 해도 가짜에어 독수리의 하위 호환이다.

잘 쳐줘도 동등한 전력밖에 되지 못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야 말로 본론이다.

'준결승전, 여기서 어떻게 하냐에 따라 판도가 뒤바뀔 거야.'

대회의 우승이야 당연한 목표다.

선수로서 바라지 않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여기에 한 가지 더.

이번 시즌의 메타에 대한 절대적인 파훼다.

된다면 조금 전에 본 두 팀 중 어느 한 팀과 결승전에서 만나게 돼도 상관없다.

8강 A조의 얼밤 때처럼 조합을 파훼한다는 게 아니다.

글자 그대로 수비적인 메타에 대한 완벽한 카운터.

구상하고 있는 여러 전략을 뚜렷하게 그려내야 한다.

준비를 아무리 많이 해도 과하지 않음이다.

.

.

.

* * *

조별 리그 C조의 경기는 그야말로 박빙이었다.

최종 스코어 2대 3.

삼선 블루가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가져갔다.

장기전이 무려 다섯 판 연속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기가 루즈했다는 건 아니다.

잉벤에선 삼선 블루의 새출발을 축하하는 목소리가 높다.

─장기전 가도 재밌게 하는 팀은 재밌게 하네.

양 팀 모두 봇라인에 힘을 실어주니까 교전이 자주 일어남.

킬은 잘 안 나와도 카이팅 싸움이 치열해서 원딜 유저로서 배울 점이 많아.

특히 코볼트 토이치 진짜 잘하더라.

생긴 것도 토이치 같이 생겨가지고.

└ㅋㅋㅋ외모 비하 발언 보소.

└코볼트가 원래 삼선 레드에 있지 않았나? 언제 옮긴 거야.

글쓴이-삼선 블루 폭삭 망하고 리빌딩 제대로 했잖아.

└아, 블루가 원래 씨지맥 있던 팀이었지. 옛날에 진짜 쩔었는데..

2013년도 윈터 시즌의 우승.

삼선 블루는 창단부터 어마어마한 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아마추어 고수로 유명하던 씨지맥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다음 스프링 시즌에서도 기세가 죽지 않았다.

특히 맛밤 게임단의 팬들에게 뽀록이 아니냐.

은근했던 비웃음을 잠식시키며 롤챔스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런데 스프링 시즌이 끝나자마자 공중 분해.

구성원들이 전부 여러 게임단으로 흩어졌다.

그야말로 일장춘몽이다.

삼선 블루의 전신으로 신세상 매직이 있지 않느냐.

그렇게 보는 팬들도 있지만 삼선 블루 자체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삼선 블루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이름만 같을 뿐 속살은 전혀 다르긴 해도 반갑다는 반응이다.

─가짜에어 독수리가 노잼의 아이콘일 뿐이야.

수비적으로 해도 할 거 다 하면서 하면 괜찮지.

근데 가짜에어 독수리는 대놓고 후반 가자는 식으로 움직이잖아.

정글러가 첫템부터 와드돌 구입해서 시야 장악하고.

삼선 블루처럼 하면 좀 늘어줘도 봐줄 만함.

└옛날 삼선 블루와는 전혀 다르지만 지금도 나름 괜찮음.

└코볼트랑 스마일의 성향이 정반대잖아. 코볼트는 무리해서 좋아ㅋㅋ

└네 번째 세트에서 암살 시도하다 잘리고 억제탑 두 개 밀린 건 에바 털었는데….

└무리를 해서 이득볼 때가 더 많으면 된 거지ㅇㄱㄹㅇ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장기전 끝에 재미난 게임을 보여주는 삼선 블루.

팬들의 추억 보정이 더해지자 인지도가 빠르게 상승한다.

하지만 현재 잉벤의 주된 화제는 그게 아니다.

8강의 모든 경기 중 가장 기대가 된다.

승패도, 경기의 내용도 전부 포함해서 말이다.

그 경기는 이미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개인적으로 SKY T1 K가 이길 거라 예상했거든.

상대 전적이 앞서기도 하고 삼선 레드는 팀 전력도 양분됐잖아.

그런데 대체 어떻게..?

└지금 봇듀오도 충분히 잘하는데? 그리고 SKY T1 K도 서포터 바뀜.

글쓴이-ㅇㅇ; 사실 난 리빌딩 상관없이 SKY T1 K가 이길 거라 봤어.

└그냥 다대기가 테이커보다 잘했음. 솔직히 미드 차이 났다.

└야흐오 살려준 것도 컸고 죽였어도 상관없을 만큼 다대기가 개쩔었지.

우리 다대기가 달라졌다.

최근 각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다대기다.

실력적인 면에서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은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다대기 선수의 근본적인 한계가 해결됐다.

─다대기가 원래부터 실질적인 기량은 탑급이었어.

올마스터나 테이커에 비해 저평가 받았던 이유는 절대 실력 때문이 아니야.

그냥 단순하게 챔프폭 문제가 컸어.

특히 윈터 시즌 때는 나이즈랑 트페 너프 먹고 빌빌 기었잖아.

이번 스프링 시즌은 야흐오도 있고, 트페도 버프 먹었고, 곧 있으면 나이즈도 버프 예정이고.

내가 보기엔 시대가 다대기를 부르고 있다.

└ㅁㅊ 다대기 선택설 소름 돋았다.

└하긴 삼선 레드 상대로 다대기 3밴 전략 자주 나오긴 했음.

└지금 다대기가 잘하는 게 야흐오, 트페, 나이즈, 구리가스, 파사딘, 자드 이 정도 맞나?

글쓴이-구리가스는 왜? 발암 제조기로 아닌가.

└역캐리 지존이신데 그걸 모르네;

챔프폭이 이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늘어났다.

선수 본인이 얼마나 노력을 했나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숙적인 SKY T1 K를 상대로 여실히 보여주며 최종 스코어 3승 1패.

아쉬웠던 상대 전적을 다시금 따라붙었다.

물론 일부 팬들은 다른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SKY T1 K도 아쉽겠다.

하필 중요한 때 서포터가 지병으로 빠지냐.

봇라인이 너무 철저하게 망가졌더라.

꿀꿀이가 진짜 고통 심하게 받음.

└ㄹㅇ곰돌이 만두가 와우 크래프트만 안 했어도 결승 확정이었는데.

글쓴이-ㅋㅋㅋ와저씨가 또..

└병 때문에 쉰다고 해놓고 와우 크래프트하고 있으면 역적이지.

SKY T1 K의 서포터 곰돌이 만두가 지병 때문에 한 시즌을 쉬었다.

그 지병이 와우 크래프트를 못해서 금단 현상이 돋은 게 아니냐.

팬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가 오가고 있지만 진위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패배 이유는 서포터의 교체 따위가 아니다.

그냥 다대기가 너무 잘한다.

다대기의 한참 물이 올랐다.

테이커를 상대로 우위에 서며 팀을 준결승으로 견인했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숱한 기대 속에서 종결이 난 롤챔스 스프링 시즌의 8강.

이로써 준결승전의 모든 진출팀이 정해졌다.

돌아오는 일요일에 한국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의 이목이 모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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