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35화 (735/803)

00735 노잼스의 종말 =========================

롤챔스 스프링 시즌 준결승전 매치업.

A조는 신세상 매직 대 가짜에어 독수리다.

B조는 삼선 레드 대 삼선 블루의 내전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A조의 경기가 치러진다.

<5월은 푸르구나아~! 우리들은 여기에~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인사드리는 전범준 캐스터입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40줄 아저씨의 무리수에 관중석 여기저기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준결승전은 본선 8강과 마찬가지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다.

이곳의 수용 인원은 입석을 포함해도 1만 명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평소에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지만 오늘의 경기는 다르다.

경기장 1층과 2층이 거의 차버렸음에도 사람들이 꾸역꾸역 물려온다.

신세상 매직 대 가짜에어 독수리의 경기를 기대하는 팬들이 정말로 많다.

아니, 가짜에어 독수리 하면 노잼스의 대명사 아니냐?

맞는 말이지만 오늘 만큼은 그 단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모른다.

중계 플랫폼의 채팅창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오간다.

-신세상이 재밌게 하고, 가짜에어가 질질 끌면 현장 관람 가성비 혜자인데?

-이론적으로 가장 재밌을 수밖에 없는 경기다..

-근데 님들은 왜 안 가고 중계 방송으로 봄?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다른 사정도 있겠지만 올마스터가 가짜에어 독수리를 어떻게 상대할지.

그리고 윈터 시즌에서 우승한 가짜에어 독수리가 과연 뽀록일지 아닐지.

이에 관심을 가진 팬들도 상당수다.

이러저러 이유가 모여 현재 잠실실내체육관에는 수용 인원을 훌쩍 넘는 관중들이 모여들었다.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상암 E-스포츠 경기장이었다면 낭패 아닌 낭패라는 해프닝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

관리비 등 여러 사정 때문에 막아 놓은 3층을 오늘에 한해 개방한다.

덕분에 1층, 2층이 꽉 차고도 계속해서 관중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중계석에서 롤챔스의 흥행을 흡족하게 바라보던 전범준 캐스터가 말을 이었다.

<오늘 경기장의 열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아직도 줄이 끊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아요!>

<준결승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팬분들이 함께 해주시고 계십니다. 그만큼 오늘 매치업이 기대가 된다는 소리겠죠.>

<말이 필요 있겠습니까? 신세상 매직, 그리고 윈터 시즌의 우승에 빛나는 가짜에어 독수리. 전 세계가 두 팀의 대격돌을 기다리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약칭 롤챔스는 각 지역 별로 하나씩은 존재한다.

북미의 NA 롤챔스.

유럽의 EU 롤챔스.

이런 유명 지역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최근 들어 브라질, 오세아니아, 터키 등에도 각각의 롤챔스가 생겼다.

그 수를 헤아려보자면 열 지역을 넘는다.

그렇게 하고 많은 롤챔스들 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모은다.

한국의 롤챔스에는 그가 있다.

더욱이 상대가 한국의 우승팀이다.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했다.

-가짜에어 독수리가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팀이야?

-지난 롤드컵 때 못 본 것 같은데?

-한국은 무슨 밤 장수들이 짱 먹는 곳 아니었나.

-그건 작년 이야기지. 요즘은 바뀌었다고 들었어.

한국 사람들이 외국팀들을 잘 모르듯, 외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2시즌, 그리고 3시즌 연속해서 롤드컵에 진출한 맛밤 게임단.

그 이외의 팀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단 하나 예외가 있다면 신세상 매직 정도일까.

신세상 매직은 지난 롤드컵 때 아쉽게 진출권을 따지 못했다.

하지만 그 올마스터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름이 알려졌다.

때문에 오늘 경기는 해외에서도 시청자가 많다.

과연 올마스터가 어떠한 활약을 펼치지.

한국의 우승팀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가졌을지.

특히 중국 유저들은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올마스터에 의해 한 번에 재패 당해버린 LPL.

그런 그가 한국에서 고전을 한다면 중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은가?

<양 팀 선수들 세팅 완료됐다고 방금 스태프에 의해 전달이 왔습니다. 그럼 첫 번째 세트 밴픽, 보시죠~!>

전범준 캐스터의 시원스런 외침과 함께 시작한다.

오늘 경기를 보조하는 두 해설자는 강빈과 김은준.

밴픽 전문가로 이름 높은 김은준 해설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최근 들어 블루팀보다 레드팀이 더 유리하다. 프로팀들 사이에서는 이미 기정 사실화가 되었고 이에 따른 밴픽 전략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시간이 흘러 벌써 4시즌이 도래한 로드 오브 로드다.

선수들의 실력도 늘었지만 밴픽의 중요성도 크게 올라갔다.

이전만 해도 선픽을 가져갈 수 있고, 지형이 조금 더 유리한 블루팀이 선호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레드팀이 게임 풀기가 더 좋은 것 같다.

프로들은 물론 코치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대세론이 이루어졌다.

이유를 따지자면 크게 두 가지.

<흔히 말하는 오버 파워, OP챔피언의 수가 많아졌어요. 밴 싸움에 따라 3개 이상 사는 경우가 흔해졌죠. 하나를 내주고 두 개를 가져오면 이득이다. 이런 계산이 가능해진 겁니다.>

후픽인 레드팀은 첫 픽에 챔피언 두 개를 한 번에 가져간다.

이전만 해도 챔피언의 수가 적었고, OP도 밴 단계에서 잘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메타는 OP챔피언의 수가 많다.

도저히 밴 단계에서 전부 자르기 힘들다.

그리고 상대의 조합에 대한 견제가 강렬해졌다.

픽을 생각없이 가져갔다간 조합의 핵심 픽을 뺏길 수 있다.

처음부터 두 개를 가져올 수 있는 레드팀이 조합을 구성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상대의 픽을 예측해서 가져오는 전략. 가짜에어 독수리가 상당히 잘합니다. 지금 보시면 광우스타와 함께 꼬그모를 가져왔어요. 이러면 신세상 매직이 가져간 치비르라는 픽이 퇴색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우스타에 대한 평가는 한타 지향형.

라인전에선 힘도 못 쓰고 별 볼 일이 없다.

그런 평가가 대세를 이루었지만 바뀌었다.

조냐 상태인 강빈을 대신해 김은준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난 윈터 시즌 가짜에어 독수리 우승의 숨겨진 일등공신입니다. 광우스타가 마나 재생력 룬을 들고 힐을 계속 쓰면 라인 유지력이 정말 좋습니다. 게다가 여차할 때 갱호응 능력까지 뛰어나요.>

아무리 수비적인 컨셉을 지녔다고 해도 발전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가짜에어 독수리의 밴픽 전략은 알아준다.

라인전 단계에서도 은근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광우스타라는 픽.

광우스타가 있으면 상대 정글이 갱각 잡기 더럽게 힘들어진다.

라인전도 힐 선마를 하면 유지력이 장난 아니다.

<신세상 매직이 가져간 치비르의 초반 견제력을 상쇄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꼬그모도 괜히 가져온 게 아니에요.>

원딜 캐리를 고수하는 가짜에어 독수리.

이를 저격한 전략이 지금까지 안 나온 게 아니다.

몇몇 팀들은 기상천외한 전략을 꺼내 실제로 재미를 보았다.

쇠는 두들길수록 단단해진다고 하던가.

하나의 전략만을 고수하는 만큼 더욱 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어떤 이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노력 덕에 가짜에어 독수리는 하나의 전략으로 정상에 설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지난 8강 A조에서 얼밤이 당했던 전략은 무용지물이 됐다.

<미드 꼬그모가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겁니다. 게임을 너무 루즈하게 하다는 등 말이 있기는 해도 밴픽 전략의 수준만 봐도 이 팀은 최상위권에 들 만합니다.>

<꼬그모가 치비르 상대로도 괜찮죠! 사거리가 길어서 CS먹기 편하거든요. 얼마 전에 버프도 먹어서 마나 소모도 부담이 없어졌어요.>

지금껏 황금상 상태를 유지하던 강빈 해설도 한 마디 거든다.

꼬그모는 치비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1.5티어 원딜러.

단점이 많아서 1티어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대신 치비르의 무한 푸쉬를 버티기에 괜찮은 픽이다.

더욱이 운전수가 그 스마일 선수라면 말할 것도 없다.

어지간한 슈퍼 컴퓨터도 울고 갈 피지컬의 정점을 보여준다.

<또 레드팀은 마지막 픽을 가져간다는 점도 좋아요. 특히 올마스터 선수를 상대할 때는 엄청난 이점입니다.>

<어떤 픽을 할지 예상이 안 가는 선수 아니겠습니까? 먼저 픽을 보고 나중에 뽑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거든요!>

잉벤에서 이루어진 승자 예측은 9대1이다.

큰 쪽이 신세상 매직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예측은 순수하다고 보긴 힘들다.

루즈한 게임 양상 때문에 인기가 없는 가짜에어 독수리.

그렇다 보니 현재 경기장의 응원도 한 쪽으로 치우쳐졌다.

공기가 너무 하나의 색만 띄는 건 좋지가 않다.

중계진들이 밴픽 단계에서 가짜에어 독수리를 띄워준데는 그러한 사정이 있었다.

이 팀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는 팀이다.

그래서였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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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롤챔스 스프링 시즌 준결승전.

가짜에어 독수리와의 첫 번째 세트.

현재 게임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흘러가는 시간대다.

그럼에도 변변찮은 스노우볼을 굴리지 못했다.

이러저러 사정도 있었지만 큰 것은 한 가지.

초반에 안타까운 사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꼬그모가 너무 잘 커서 삭제가 될지 모르겠다."

"후우.. 제가 그때 속박을 맞췄어야 됐어요."

"이미 20분 가까이 지난 일인데 잊어. 일단 게임 끝나고 얘기하자."

고질라가 자책에 가까운 한탄을 내뱉는다.

게임 시간 약 5분 경.

행해버린 실수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모양이다.

'그게 좀 크긴 했지.'

시작은 꽤 웃으면서 끊었다.

상대가 건 라인 스왑을 훌륭히 받아쳤다.

그 결과, 탑과 봇이 바뀐 상태에서 라인전이 진행됐다.

라인 스왑으로 초반을 무난하게 넘기려던 상대팀에게는 적신호.

아무리 꼬그모&알리스타가 치비르에게 좋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 쪽에도 당연히 서포터가 있다.

고질라는 이전에 한 번 선보였던 모르피나를 꺼내 들었다.

모르피나는 알리스타 상대로 상당히 괜찮다.

알리스타의 쿵쾅을 블랙 실드로 원천봉쇄한다.

치비르와 함께 라인 쭉쭉 밀어도 상대는 갱각을 절대 못 잡는다.

그렇게 라인을 밀다 보면 자연스레 속박을 맞힐 기회도 나온다.

2초가 넘게 지속되는 속박에 맞아버린다?

최소 스펠, 잘하면 킬각으로까지 연결된다.

거기까지 안 가더라도 충분히 이득이다.

라인을 밀기 때문에 정글러 동선 봐주기도, 로밍각 잡기도 편하다.

게다가 W스킬 타오르는 대지로 골드를 짭짤하게 번다.

서포터 아이템과 특성으로 삥뜯는 게 속된 말로 개꿀이다.

상대가 광우스타를 할 걸 알고 준비해왔다.

하지만 한 가지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다.

4레벨 다이브 이후 게임이 산으로 가고 말았다.

'실수라기 보단 어쩔 수가 없었어.'

적 정글이 탑 근처에 없다는 걸 확인하고 시작한 다이브.

부랴부랴 오겠지만 속전속결로 빠르게 끝낼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상대 꼬그모가 한 끝 차이로 너무 잘 버텼다.

모르피나의 점멸 속박을 무빙으로 피한 게 결정적이었다.

설마 점멸로 쏘아낸 속박을 코앞에서 피하리라.

그 누가 예상을 할 수 있었겠는가.

맞힐 걸 전제로 행한 다이브였다.

못 맞히자 뺄 수도, 딸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 됐다.

결국 적 정글의 백업이 도착하면서 3킬을 상대에게 내줬다.

그렇게 적 봇라인과 정글에 힘이 실리자 게임이 힘들어졌다.

'조금 안타깝긴 해.'

내가 첫 번째 세트에서 지향하고자 했던 것.

있는 그대로 상대에게 부딪히고자 마음먹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한들 후회는 없다.

준비해온 전략이 없어서가 아니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거나 그런 건 더더욱 아니다.

애초부터 첫 세트에 노림수를 꺼낼 생각이 없었다.

'급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

첫 세트를 통해 상대가 가진 밴픽 전략의 성향.

또 선수들의 라인 스왑에 대한 이해도를 엿보았다.

당연히 이전 경기는 파악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

필요한 건 얻었고 이제부터는 어떻게 풀까.

오늘의 경기는 굉장히 중요도가 깊다.

오늘을 기해 현재의 메타가 파훼된다.

시즌4의 경기는 정말 천편일률적으로 지루했다.

가장 갱킹 성공이 쉬운 초반이 라인 스왑으로 유야무야 흘러간다.

와드돌이 나온 양 팀의 정글러는 갱킹과 로밍 방지에 힘을 쏟는다.

그리고 라인 클리어 좋은 미드 챔피언들이 우주 방어를 시작한다.

이러한 메타는 정말 오랫동안 지속되다 갑자기 사라졌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프로팀들이 그런 전략을 지양하게 됐다.

아직은 오지 않은 특이점.

현재의 역사에서  어느 순간은 바로 오늘이 된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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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두 화씩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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