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39화 (739/803)

00739 노잼스의 종말 =========================

라인 스왑에 대한 독특한 대비책.

게임이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초반 격차를 벌렸다.

잘 큰 탑 차이를 이용해 게임을 안정적으로 굳히지 않을까.

경기의 향방은 또다시 예측을 벗어나 흘러갔다.

쿠구구궁!

소환자의 전장에 어둠이 들이닥친다.

궁극기를 사용한 노텀이 꼬그모에게 뛰어든다.

꼬그모는 반항도 못하고 즉사.

대체 얼마나 잘 컸길래 원딜러가 순삭이 날까.

사실 아무리 공템을 둘둘 둘렀어도 불가능한 일이다.

혼자라면 모르되 가르마와 소리커가 함께 있다.

둘이 보호하는 꼬그모를 무슨 수로 잡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수단이 하나 존재했다.

<폭탄 두 개 연달아 터지면서 꼬그모 즉사! 아무것도 못하고 죽었어요!>

<가르마와 소리커가 발악을 했는데 결과는 바꿀 수 없죠. 이걸 뭐 어떻게 막습니까!>

<….>

전범준 캐스터, 심지어 강빈 해설마저 신이 나서 거든다.

가장 말이 많은 포지션인 김은준 해설은 오히려 떨떠름하다.

그도 그럴 게 한타로 가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 단언했던 그다.

김은준 해설의 예상이 틀린 게 아니다.

상식적으로 위험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다른 팀도 아니고 그 가짜에어 독수리가 상대다.

잘못 다이브를 했다간 카이팅에 게임 비벼질 수 있다.

특히 꼬그모는 그것이 가능한 폭발력을 지닌 챔피언이다.

그럼에도 호쾌하게, 질질 끄는 것없이 두 번의 다이브로 게임을 끝냈다.

쌍둥이 포탑이 허물어지고 넥서스가 터지며 두 번째 세트의 종지부를 찍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압도하는 모습 보여주며 신세상 매직! 두 번째 세트 깔끔하게 가져갑니다~!>

첫 번째 세트를 내주며 조금은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런 과거 따위 훌훌 털어버리는 임팩트 있는 한 판이다.

이번 게임은 여러모로 가진 바 의미가 깊다.

이것을 해설할 수 있는 오직 한 사람.

강빈 해설이 상황 파악을 하기 전에 먼저 정신을 차렸다.

김은준 해설이  침을 꿀꺽 삼키며 떼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설마 쇈에게까지 폭탄을 달 줄은 몰랐는데.. 이러면 이론상 순간 누킹이 엄청나긴 할 겁니다. 필리언의 시한 폭탄은 리스크가 있는 대신 데미지 하나는 강력해요.>

<이미 실전에서 써먹었으니 이론이 아니죠! 대회 무대에서, 그것도 가짜에어 독수리를 상대로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예.. 일단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필리언은 솔로랭크든 대회든 잘 사용이 안되는 챔피언이다.

특히 서폿은 몰라도 미드로서는 정말 치명적이다.

유일한 딜링기인 Q스킬 시한 폭탄.

타겟팅인 대신 사거리가 길지 않다.

게다가 4초가 지나야만 터져서 적재적소에 딜을 넣기 힘들다.

이러한 까다로운 리스크에 반비례해 기본 데미지와 계수가 굉장히 높다.

폭탄이 두 방 연달아 터지면 어지간한 미드라이너의 누킹에 준한다.

상당히 감명을 받았는지 강빈 해설이 답지 않게 떠들썩하다.

<이렇게 노텀과 쇈에게 달아 연계하면 원하는 때에 정확히 터트릴 수 있죠! 이거는 100% 연구해서 만들어온 조합이에요!>

<조합 연구를 했다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입롤 한타 구도를 그려도 막상 실전에서는 써먹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그 점까지 고려해서 포지션 배분을 했어요. 과연 신세상 매직 다운 놀라움을 선사하는 경기였다, 그렇게 총정리를 하고 싶습니다.>

필리언이 서폿이 아닌 미드를 갔기 때문에 시한 폭탄 데미지가 괴랄했다.

쇈도 탑이 아닌 서폿을 갔기 때문에 부담없이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심도 깊은 연구가 느껴지는 조합이다.

김은준 해설이 자존심을 한 수 접고 혀를 내두르는 것도 당연했다.

<게다가 노텀이 점사를 당해 죽어도 부활을 해버립니다. 한 명을 확실하게 죽이는 리스크 없는 이니시. 만약 초반 라인 스왑에서 게임이 안 터지고 한타 구도가 이루어졌어도 신세상 매직의 승산이 높았을 것이다. 앞서 밴픽 단계에서 말씀드렸던 예상을 정정하겠습니다.>

한국 롤챔스에 단 세 명 있는 해설자.

그중에서도 가장 지식의 폭이 넓은 건 김은준이다.

김은준 해설 만큼 사전 준비를 착실하게 해오는 이가 없다.

그런 그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프로 경기는 물론 스크림에서도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학구열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특기 분야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올마스터는 그것이 장기이자 아이덴티티다.

-김은준 얼굴 빨개진 거 보소ㅋㅋ

-밴픽 마스터 김은준도 올마스터 앞에서는ㅠ.ㅠ

-근데 이건 신세상 매직이 조합 잘 짜긴 했어ㄹㅇ

-롤챔스 보면서 김은준 저리 당황하는 거 첨 보는 듯.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굉장히 뜨겁다.

그럴 만한 경기를 선보였으니 당연하다 마다인가.

경기 사이에 잡힌 15분의 휴식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다.

전범준 캐스터가 목청 높여 소리친다.

<현장도 그렇고 시청자 반응도 그렇고 엄청나게 뜨겁습니다! 이 열기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 번째 세트, 밴픽~ 들어갑니다~~!>

들떠있던 가짜에어 독수리의 부스 안이 조용해졌다.

그만큼 두 번째 세트의 패배가 충격적이었다는 의미.

마찬가지로 김은준 해설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밴픽을 관찰한다.

무언가 찾아냈는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전 세트에서 크게 당했다고는 하지만 가짜에어 독수리도 밴픽 싸움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운 팀입니다. 지금 밴 보시면 거미여왕, 이블퀸, 티바나. 앞선 세트에서 보여준 조합의 저격밴은 하지 않았어요.>

한 번 골탕을 먹었다고는 하지만 김은준 해설은 롤챔스 최고의 밴픽 권위자다.

앞서 상한 체면을 복구하기 위해서라도 입에 침을 튀기면서 연설을 한다.

두 번째 세트에서 사용한 입롤 한타 조합.

사실 그것은 알고 있으면 막을 수 있는 일회성 전략이다.

<필리언, 노텀, 쇈의 조합은 한 가지만 빠져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굳이 밴을 안 해도 뺏어오는 식으로 조합을 무너뜨릴 수 있어요. 그보다는 다른 밴을 주목해서 봐야 합니다.>

한 팀이 한 번에 가져갈 수 있는 챔피언은 두 개 까지다.

세 챔피언이 열쇠였던 앞선 조합이 이루어지는 걸 눈 뜨고 구결할 리 없다.

변신 중에 안 때리는 건 만화 속 악당이나 하는 일.

만약 시도를 했다가 실패하면 신세상 매직의 조합은 애매해진다.

섣불리 시도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 그리 돼가고 있다.

무엇보다 가짜에어 독수리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최근 너프를 당했음에도 여전히 강력한 거미여왕, 그리고 라인전 단계에서 스노우볼 굴리기 최적화된 이블퀸. 이 두 챔피언을 자른 건 현명합니다. 더 이상 라인 스왑이 힘들다는 사실을 가짜에어 독수리도 인지하고 있는 거에요.>

만약 여유가 있었다면 가짜에어 독수리도 필리언을 잘랐을 것이다.

구태여 화근이 될 가능성을 미리미리 짓밟지 아니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밴카드를 다른데 소비할 여력이 전혀 나지 않는다.

원인은 앞선 세트에서 신세상 매직이 행한 라인 스왑에 대한 획기적인 대처법.

명확한 대응을 당장 이 자리에서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신세상 매직이 같은 수를 써오지 않아 한숨 덜은 상황이다.

밴픽을 열심히 중계하고 있는 김은준 해설도 혹시 틀리지 않을까.

내심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특별한 건 눈에 띄지 않았다.

주요 관전 포인트에 대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정상적인 라인전이 진행된다는 큰 변환점을 예고합니다. 라인전 단계에서 스노우볼 굴릴 여지가 더 많아지거든요. 그래서 가짜에어 독수리 티바나 밴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신세상 매직의 경기 때마다 김은준 해설이 지나가듯 한 마디씩 했다.

씨지맥 선수는 챔프폭이 좁아서 저격밴에 굉장히 취약하다.

지금까지 네네톤을 한 적이 없는 게 못해서 안 했던 거라는 이야기가 있다.

강제 라인전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짜에어 독수리는 탑라인의 약체화를 노렸다.

티바나가 밴된 이상 씨지맥의 챔프폭은 극단적으로 좁아진다.

기껏해야 시즌3부터 꾸준히 해오던 말카림과 콜라곰.

안타깝게도 두 챔피언 모두 네네톤에게 카운터를 제대로 맞는다.

<굳이 따지자면 할 만한 건 티몽 정도가 있겠죠. 실제로 올마스터 선수가 중국 LPL의 결승전에서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씨지맥 선수도 못지 않게 티몽 장인이라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어요.>

<대회 게임에서 티몽이라니! 하지만 올마스터라면 할 만도 해요. 씨지맥 선수도 이에 영향을 받… 아, 김은준 해설이 가장 싫어하는 챔피언이 나와버렸네요.>

혹시 정말로 중계진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게 아닐까.

신세상 매직 측에서 티몽을 버튼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다가 마지막 순간 발렐리아로 바꿔 들었다.

강력한 라인전을 지향하는 씨지맥 선수다.

그리고 챔피언 메커니즘도 말카림과 닮은 면이 있다.

대체하는 픽으로 나쁘지 않으나 좋다고도 말하기 힘들다.

카메라에 잡힌 김은준 해설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아니, 하고 많은 챔피언들 중에 왜 저런 걸 꺼냈죠? 현 메타에서 장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픽인데.. 혹시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했다면 큰코다칩니다.>

<티몽은 되는데 어째서 발렐리아는 안되나요?>

<그냥 챔피언이 안 좋습니다. 티몽은 네네톤을 괴롭히기라도 하죠. 발렐리아는 라인전도 약하고, 갱킹도 잘 당하고. 선수의 애정, 혹은 아집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픽입니다.>

장난으론 물은 전범준 캐스터가 난감할 정도로 평가가 굉장히 박하다.

김은준 해설은 어째선지 발렐리아를 혐오하는 수준으로 싫어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발렐포비아.

하지만 확실히 현재 상황에서 굳이 가져갈 픽이 아니긴 했다.

<가짜에어 독수리는 랄라, 소리커, 두두, 핑크스 가져갔거든요? 발렐리아가 잘 커도 한타에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못 컸으면 존재감이 제로. 말카림은 망해도 광역 공포라도 걸지 저는 저 챔피언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전범준 캐스터가 허허 웃으면 김은준 해설의 넋두리를 들어준다.

전생에 대체 얼마나 한 악연이 쌓였길래 이 정도로 싫어할까.

아무튼 밴픽은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다.

<역시 신세상 매직 답게 미드픽은 마지막까지 숨겨두네요! 혹시 밴픽 마스터 김은준 해설이 예상하는 픽이 있다면?>

<저는 헤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로 앞라인 싸움 하면서 여차할 때 발렐리아가 헤일 궁 믿고 파고 드는 구도. 그나마 괜찮아 보이네요.>

그나마 발렐리아가 활약할 수 있는 구도.

발렐리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과연 김은준 해설의 예상대로 헤일을 가져갈지.

자드, 르풀랑, 끠즈 등 온갖 챔피언들이 한 번씩 얼굴을 비추었다.

그렇게 3초, 2초, 1초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나서야 픽이 마쳐졌다.

신세상 매직이 가져간 챔피언은 애꾸사자.

또 당황해서 입을 못 열고 있는 김은준을 대신해 강빈이 의문을 표했다.

<이거 설마 미드 발렐리아인가요..?>

<김은준 해설, 혹시 미드 발렐리아도 싫어하십니까?>

<저 그렇게 싫어하지 않습니다. 물론 발렐리아가 안 좋긴 합니다만..>

미드 노텀과 마찬가지로 한 번 구사한 적이 있는 픽이다.

2013 NA롤챔스 윈터 시즌 8강.

당시 메카를 카운터 치기 위해 꺼내든 이력이 있다.

김은준 해설의 머릿속에도 어렴풋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세트처럼 또 페이크일지 모른다.

두근두근 신세상 매직의 다섯 챔피언들이 재조립하여 각자의 라인에 선다.

탑 애꾸사자.

정글 리심.

미드 발렐리아.

안 좋은 예상이 들어맞았다.

<아무리 픽을 속이기 위함이었더라도 꼭 미드 발렐리아를 해야 했을까요. 라인 클리어도 안되고 조합도 올AD. 심지어 애꾸사자는 너프를 많이 당해서 잘해야 반반입니다.>

<그래도 올마스터라면 또 모르는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챔피언이 워낙 안 좋아서…>

차마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 두 번째 세트에서 된통 대었다.

그럼에도 김은준 해설의 입에서는 불만이 새어 나온다.

가진 바 상식에 비추어봤을 때 말도 안되는 조합이다.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두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미드 라인에 선 이가 올마스터.

그리고 탑 라인의 씨지맥도 과거 그에 뒤지지 않는 놀라움을 선사했던 선수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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