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40 노잼스의 종말 =========================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세 번째 세트가 시작되고 인베를 대기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기 구도라면 긴장해야 하는 흐름이다.
그도 그럴 게 상대 정글러가 두두.
두두를 잘하는 팀은 초반에 어떻게든 이득을 만든다.
가장 유명한 건 3버프 컨트롤.
최근에는 서포터와 함께 갱을 가는 것도 유행한다.
아무래도 라인 스왑이 이루어지면 서포터가 자유로워진다.
CC기 덩어리인 서포터가 두두와 함께 빠른 속도로 돌아다니면 골치 아프다.
굳이 갱킹으로 연결이 안돼도 정글몹 카정이라던가 상당히 위협적이다.
단단한 두두가 타워 공격을 맞아주면 다이브도 수월하게 칠 수 있다.
'하지만 저 녀석들은 할 수가 없지.'
두 번째 세트에서 이루어진 라인 프리징.
이를 피하기 위해서 상대는 부단히 인베를 대비해야 했다.
두두가 무언가 수작을 부릴 여유가 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세 번째 세트는 지극히 정상적인 라인전이다.
솔로랭크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게임 스타트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챔피언.
도저히 정상적인 픽이라고는 볼 수가 없다.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
미니언을 따라 라인에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플레이하는 챔피언은 발렐리아.
심지어 탑이 아닌 미드 발렐리아다.
촹!
촹!
발렐리아의 Q스킬 칼날 질주가 미니언을 빠르게 훑는다.
칼날 질주로 미니언을 처치하면 쿨타임이 초기화된다.
두 마리의 미니언을 빠르게 잡고 후퇴.
그 과정에 랄라한테 두 대 두들겨 맞았다.
근접 챔피언이 초반에 고통 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7포션 스타트라 조금 맞아도 상관없어.'
현재 시즌4에는 크리스탈 유리병이라는 충전형 포션이 존재한다.
여기에 포션을 네 개 더 사서 초반 라인전 진행할 수 있다.
얻어맞아도 버티는 건 어렵지 않다.
오히려 상대가 발렐리아에게 각을 내주는 걸 조심해야 한다.
촹!
촹!
2레벨을 찍자마자 돌격한다.
상대 미니언이 더 많더라도 상관없다.
근거리 미니언과 원거리 미니언을 타고 랄라의 코앞.
E스킬 평형의 판결을 내리찍는다.
철컹!
평형의 판결은 상대가 자신보다 체력이 높으면 스턴, 낮다면 둔화를 부여한다.
나는 랄라의 견제를 받아 체력이 깎인 상태다.
부여되는 건 당연히 스턴이다.
사각!
사각!
촹!
정확히 네 방 때릴 수 있다.
스턴 상태에서 두 방.
칼날 질주로 따라가 한 방.
따라간 상태에서 마지막 한 방.
아무리 미니언에게 맞는다 해도 원거리 챔피언 대 근거리 챔피언이다.
챔피언이 가진 기본 스펙부터가 다르다.
그렇게 때리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당연히 맞는다.
그것까지 감안했을 때 딜교환에서 엄청난 이득이다.
'다음부터는 잘 안 당해주겠지만.'
발렐리아를 상대하려면 미묘한 거리 조절을 잘해야 한다.
당연히 상대 미드라이너 갱붐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주포지션이 미드라고 해도 솔랭에선 탑에 가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챔피언 마다 이 거리 감각은 조금씩 다르다.
아주 약간의 사소한 차이가 방금의 딜교환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는 스노우볼로 연결시킬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시즌4의 갱붐이면 상당한 고수준의 미드라이너지.'
국내 프로게이머 중 세 손가락에는 들지 못한다.
다섯 손가락을 폈을 때 끄트머리에 들랑말랑 한다.
8강에서 상대했던 빠른달보다는 확실하게 우위.
지금만 봐도 포션을 빨지 않고 있다.
내 노림수가 어떤 건지 눈치를 챈 듯하다.
6레벨 이전의 발렐리아는 킬각을 재기 힘들다.
저렇게 체력이 조금 낮아도 죽을 위험까지는 없다.
오히려 푸쉬력 차이를 통해 자잘한 견제만 쏟아낸다.
라인을 밀면서 진입각을 안 주면 파밍이 고작이다.
맞는 말이지만 각이 없다면 만들어내면 된다.
촹!
촹!
4레벨이 되자마자 시도한다.
체력이 깎인 원거리 미니언을 타고 한 번 더.
랄라를 향해 질주하며 평형의 판결을 내리찍는다.
철컹!
<변해라~♪>
당연히 상대도 가만히 맞아주지 않는다.
대상을 동물로 변이시키는 랄라 고유의 CC기.
심술쟁이의 효과로 인해 나 또한 행동이 제한된다.
엎친 데 덮친 격 위쪽 부쉬에서 두두가 튀어나왔다.
너무 어거지로 들어간 상태라 빼는 게 어렵다.
현재 칼날 질주의 쿨타임은 초기화되지 않았다.
도망 가는 과정에서 정말 호되게 얻어 맞을 것이다.
잘못하면 점멸에 킬각이 잡힐 수도 있다.
즉, 도망을 생각하지 않은 갱호응이다.
하아!
두두가 미드를 보고 있었듯 아군도 마찬가지다.
유령을 먹고 올라온 리심이 점멸 이후 던진다.
1.25초 동안 지속되는 스턴 시간.
랄라는 꼼짝 없이 음파를 맞아야만 했다.
뒤늦게 점멸을 쓴다고 한들 이미 죽은 목숨이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체력이 깎인 상태에서 나에게 한 번 긁혔다.
발화까지 걸리자 목숨줄이 풍전등화.
리심의 음파에 맞은 이상 운명은 정해졌다.
물론 적 정글러는 아직 건재하다.
랄라가 마지막 발악을 한 탓에 리심은 포탑에 두 대 맞았다.
발차기로 타워 안쪽까지 따라간 결과다.
하지만 내가 방로 사거리를 주면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정작 문제가 되는 건 내 쪽.
와드가 없는 리심을 살리기 위해 맞아야만 했다.
두두가 나에게 따라 붙어 평타를 툭툭 갈긴다.
평소라면 위협이 되지 않는 약한 평타지만 지금은 곤란하다.
딜교환 때문에 체력이 상당히 낮아졌다.
레드가 묻은 평타는 나름대로 강력하다.
다음 얼음덩이의 쿨타임에 나는 분명히 죽고 만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점멸을 사용해 뺄까 말까 고민했다.
뺄 거면 진작 뺏어야 했는데 너무 시간을 끌었다.
그렇게 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더블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목숨줄이 끊어지기 직전 평형의 판결이 돌아왔다.
아니, 돌아올 거라 계산을 하고 있었다.
두두는 원래 나를 잡은 후 점멸로 빠질 생각이었다.
그런데 스턴이 걸리자 생각대로 안된다.
처음 갱킹을 왔을 때만 해도 풀피였던 두두.
리심에게 주구장창 얻어맞다 결국 죽었다.
"그걸 멍청하게 맞고 있냐. 그냥 도망가지."
"더블 킬 먹었으니 개이득이잖아."
"내가 음파 맞혀서 다행이지 못 맞혔으면 그냥 킬 상납이었어."
투덜투덜 갈구신다.
아무튼 잘됐으면 된 거 아닌가.
예은이라면 맞힐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못 맞혔어도 별로 상관없었다.
찰칵!
목표하던 아이템을 살 돈이 나왔다.
두두가 안 죽었으면 크리스탈 유리병을 팔려고 했다.
그 정도로 발렐리아와 시너지가 좋은 아이템.
삼종신기의 하위템 광채의 칼이다.
라인에 도착하니 미니언 웨이브가 포탑에 반쯤 먹혔다.
텔레포트로 복귀한 랄라가 라인을 쭉 밀어버린 결과다.
조금이라도 손실을 메꿔내기 위함.
발화를 든 나는 할 수 없었던 플레이다.
'하지만 덕분에 킬교환에서 이득을 봤지.'
무엇보다 점멸을 아낄 수 있었다.
물론 일반적인 라인전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특히 랄라는 수비적인 파밍에 특화돼 있다.
여기서 픽의 이유가 발현된다.
발렐리아만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
다른 딜탱류 챔피언들과 구별되는 점.
혹은 암살자 챔피언들이 가지지 못한 것.
바로 타겟팅으로 터지는 순간 폭딜이다.
촹!
촹!
6레벨을 찍는 순간 돌격한다.
아까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랄라도 나도 체력의 거의 풀피.
칼날 질주로 돌격해서 평형의 판결을 박는다면 둔화다.
싸운다 해도 이득 보는 딜교환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점멸로 때려 박으면 어떻게 될까.
철컹!
발렐리아는 W스킬 파천살검류를 선마스터할 시 지속딜이 강력하다.
그리고 E스킬 평형의 판결을 선마스터할 시 순간 누킹이 엄청나진다.
기본 데미지가 높은 데다 스턴 시간이 늘어난다.
물몸 챔피언은 글자 그대로 종잇장처럼 찢을 수 있다.
챵!
챵!
주위를 떠돌던 네 자루의 칼날이 쏘아진다.
발렐리아의 궁극기, 이기어검.
총 네 번 발사할 수 있어 스킬 사용시 추가 피해를 주는 광채의 칼과 시너지가 좋다.
랄라의 체력바가 묵직하게 뜯겨나간다.
<커져라~♪>
하지만 아예 삭제를 해버리기엔 체력이 만땅이었던 랄라다.
랄라는 스턴이 풀리자마자 궁극기 사용했다.
체력을 증가시키며 주위의 적을 튕겨내는 거대화.
이어서 나에게 심술쟁이를 걸었다.
그러고 나서 전력으로 도망간다.
안타깝게도 점멸로 잡은 킬각이다.
촹!
챵!
먼저 쏜 칼날과 함께 당도한다.
칼날 질주로 랄라를 따라잡는다.
풀피에 궁극기까지 있던 랄라.
발렐리아의 풀콤보를 견뎌내지 못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두두에게 죽더라도 점멸을 아낀다.
그런 판단을 괜히 내린 게 아니다.
점멸 차이로 킬각을 100% 잡아낼 자신이 있었다.
조건부 스턴기인 평형의 판결.
스킬셋이 타겟팅에 가깝다.
만에 하나라는 변수없이 완벽하게 따낸다.
'랄라를 더 따내는 쪽이 스노우볼 굴리기 좋거든.'
한 번 죽은 것은 텔레포트로 복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두 번 죽으면 키보드에 손이 절로 올라간다.
솔로랭크에서는 흔하디 흔한 이야기.
사실 대회 게임도 별반 다를 건 없다.
죽음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원망감도 깊어진다.
두근!
두근!
이번 세 번째 세트에서 가장 날뛰고 싶은 사람은 내가 아니다.
나야 새로운 챔피언을 꺼내는 게 일상이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그렇지 않다.
최근 챔피언 폭이라던가 문제점이 지적대던 씨지맥.
그 자신도 조금은 의기소침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더 연습에 박차를 가했고 가까스로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연습을 해왔을 뿐이지 실전에서 꺼내는 건 처음이다.
그런 만큼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사망 후 라인에 복귀해 파밍하고 있는 랄라.
만에 하나 궁극기 쿨타임이 돌아오기 전에 갱이 올까.
원거리 미니언의 근처에 얼씬 거리지도 않고 있다.
나에게 사거리를 주지 않도록 유념하는 모양새다.
발렐리아의 궁극기가 훨씬 짧다는 사실을 인지한 듯하다.
기특하지만 애시당초 두 번째 킬을 따인 시점에서 끝났다.
크허엉!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다.
도약한 애꾸사자가 목줄을 던져 랄라를 묶었다.
그 순간 랄라의 세 번째 죽음이 확정됐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탑라인에서 귀환 후 일직선으로 뛰어왔다.
궁극기 사용시 7초간 은신 상태에 접어드는 애꾸사자.
걸릴래야 걸릴 수 없는 강제 로밍이다.
차후 애꾸사자가 주류 픽으로 떠오르며 극성을 부린다.
몇 번이고 당해보니 슬슬 애꾸사자가 로밍각을 노리겠구나.
특히 극천상계에서는 초단위로 세서 궁극기 로밍을 대비한다.
적어도 오늘 경기에선 해당될 리 없는 이야기다.
아직 애꾸사자의 궁로밍에 감을 잡지 못했다.
몇 번이고 쓰는 족족 당할 것이다.
게임의 주도권이 넘어온 상황에서는 더더욱이다.
"리심 탑 웨이브 먹고 애꾸사자는 같이 미드 1차 깨자."
"근처에 두두 있지 않을까?"
"나 궁 돌아와서 스턴 걸고 점사 하면 죽어."
발렐리아는 분명히 단점이 많은 챔피언이다.
조건부 돌진기, 조건부 스턴, 조건부 평타 강화.
스킬 하나하나가 애매하기 짝이 없다.
질색하는 사람이 있을 만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흥했을 때 폭발력이 좋다.
스노우볼을 굴리는데 최적화돼 있다.
마치 탤런과도 비슷한 면모를 가졌다.
'궁극기 쿨타임이 엄청나게 짧아.'
탤런보다 5초 짧은 70초.
가진 바 딜링 능력이 격이 다르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 정도 잘 큰 발렐리아는 스치는 순간 죽는다.
탱커도 무사하지 못할 지경인데 딜러진은 말할 것도 없다.
"랄라 CS 37개에 3데스네. 인생 망했는데?"
"미드 1차 깨버려서 운영하기도 쉽겠다."
"그래도 쟤네 진짜는 봇라인이니 방심하지 마."
대회 무대인 만큼 긴장을 풀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음색이 밝다.
이미 승부가 확정난 게임.
울려오지 않았다면 나조차 착각을 할 뻔했다.
─적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괴수의 단말마가 울려퍼진다.
두두는 판단의 전환이 굉장히 빨랐다.
타워를 막으려 했다간 더블 킬을 당한다.
빠르게 포기하고 솔용으로 손해를 최소화시켰다.
지난 윈터 시즌의 우승팀.
한참 물이 오른 SKY T1 K를 꺾어냈다.
아무리 이러저러 악평이 많다고 해도 그들의 실력 만큼은 진짜다.
단 한순간이라도 방심했다간 같은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른다.
'쉬운 길을 가려고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어.'
한국에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전력을 부딪힐 상대를 만났다.
이전에도 단단했지만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
완성 단계에 접어든 견고하기 그지없는 철옹성.
그렇기에 더욱 무너뜨릴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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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연재에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