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43 노잼스의 종말 =========================
"소리커?"
가짜에어 독수리 부스 안.
너무 어이가 없는 나머지 육성으로 터져 나왔다.
김태호 감독은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눈을 비비며 다시 화면을 확인했다.
"진짜로 픽을 박아버렸어..?"
어처구니가 없어도 정도껏이다.
그것도 한 방이 아니라 두 방.
이전 세트에서 꺼낸 발렐리아와 더불어 소리커까지 뺏어갔다.
"어, 쟤네 소리커 하면 저희 라인전 진짜 쉬워지겠는데요?"
"잠깐만.. 생각 중이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 선수와 달리 김태호 감독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이걸 순수하게 미드 발렐리아, 서폿 소리커라고 봐야 하나.
십중팔구 그렇기는 할 거다.
중요한 건 여기서 파생될 조합이 무엇일까.
소리커가 대회 무대에서 나오지 않는 데는 이유가 명확하다.
자신들은 꺼냈지만 다른 대회 경기에서는 나오는 일이 없다.
그도 그럴게 대회 서폿은 최소한의 CC기가 필수 조건이다.
'소리커로는 로밍도 안될 테고.. 설마 다른 포지션에 가나?'
자신이 생각했지만 말도 안되는 헛소리다.
그게 아니라면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솔로랭크에서는 소리커로 정글을 가는 기인이 있기도 하다.
'그보다는 발렐리아와 소리커가 구심이 되는 조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치에 맞겠지.'
보다 현실적인 생각이다.
김태호 감독은 발렐리아가 탑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천천히 상대의 조합을 주시하며 밴픽 싸움을 이끌어 나갔다.
"발렐리아와 소리커가 한 번에 나온 이상 이전 세트처럼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조합은 짤 수 없어. 우리는 우리대로 휘둘리지 말고 조합 구성하면 돼."
""알겠습니다!""
아주 잠시 생각을 곱씹은 김태호 감독이 내놓은 결론이다.
상대는 분명 두 번째 세트, 그리고 세 번째 세트처럼 장난질을 치려고 할 터.
거기에 휘둘려서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자신들의 조합을 보다 완성도 있게 구축하는 것이 옳다.
어차피 소리커를 가져간 이상 공격적으로 나오기 힘들다.
더욱이 초반 갱이 좋은 정글러는 모두 밴하거나 가져왔다.
상대는 결코 라인전 단계에서 자신들을 말릴 수 없다.
'기껏해야 노텀, 카지트, 광전사 정도일 거야.'
이외에도 모 해설이 좋아하는 아모모, 스카너.
물론 현 메타에서 안 맞기 때문에 가능성은 희박하다.
신세상 매직의 정글러 취향에도 전혀 맞지 않다.
무엇을 고르든 상관없는 이야기다.
어느 쪽이든 초반 갱킹이 좋은 편이 아니다.
서포터라도 정상이면 모를까 소리커다.
'이건 밴픽 실수가 확실해.'
상대가 소리커를 가져간 이유.
자신들이 정글을 전부 뺏어갔듯, 상대도 자신들의 조합을 말리기 위함일 거다.
하지만 노림수가 어떠하든 결과적으로 웃는 자신들 쪽이다.
소리커는 라인전 단계에서 로밍도, 갱호응도 좋지 않다.
상대의 갱킹을 받아치는 능력이 괜찮지만 안 가면 그만.
정글러도, 서포터도 CC기가 좋지 않다면 남은 변수는 라인전 뿐이다.
"일단 랄라랑 꼬그모 가져와."
"랄라요? 저 랄라로 발렐리아 상대 못하겠던데…."
갱붐이 애달프게 하소연한다.
세 번째 세트의 패인이었던 미드 라인전.
돌이켜 생각해보면 라인전에서 상성 탓이 좀 있었다.
물론 진짜는 경험의 부족 때문이 컸다.
다시 한다면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것이다.
딱 거기까지, 적보다 CS를 잘 먹은 자신은 없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킬각이 잡혀도 이상하지 않다.
"발렐리아가 미드면 랄라는 서포터로 쓸 거야. 꼬그모는 발렐리아가 탑으로 갈 가능성을 염두에 둔 픽이고."
"설마 미드 꼬그모를 또 할까요?"
"소리커를 가져갔으니 조합도 후반 지향형이겠지. 대비해서 나쁠 건 없어."
다른 챔피언은 몰라도 AP꼬그모는 위험하다.
후반에 가면 정말 혼자서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소리커가 힐이라도 주면 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힘들어진다.
어차피 원딜로 핑크스, 토이치, 꼬그모 셋 중에 하나를 가져갈 생각이었다.
만에 하나의 경우를 대비할 겸 미리 픽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정말로 들어맞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윽고 치열한 두뇌 싸움 끝에 밴픽이 모두 완료됐다.
김태호 감독은 전신에 힘이 쫙 빠져나감을 느꼈다.
결과적으로 만족할 만한 끝을 맺을 수 있었다.
'후우.. 밴픽 싸움만으로 이렇게 진땀을 뺄 줄이야.'
상대가 가져간 챔피언은 다음과 같다.
탑 애꾸사자
미드 발렐리아.
정글 헤일.
원딜 치비르.
서폿 소리커.
탑, 미드, 정글이 스왑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테면 정글 애꾸사자에 미드 헤일, 탑 발렐리아라던지.
그렇다 해도 큰 변수라고는 볼 수 없다.
성공적으로 밴픽을 마쳤다는 생각에 김태호 감독은 이마의 땀을 훔쳤다.
그렇게 10초, 9초, 8초 스왑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흘러간다.
결국 미드, 정글, 탑 사이에서 스왑은 없었다.
'대체.. 뭐야?'
김태호 감독은 처음 상대가 픽을 가져갔을 때처럼 눈을 비볐다.
방금 전 일어난 사태는 실수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밴픽 마지막 순간 손이 미끄러진 게 아닐까.
분명히 0초가 되기 전에 다시 바꾸겠지.
그러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로 미드와 서폿이 뒤바뀌고 말았다.
.
.
.
* * *
네 번째 세트가 시작되었다.
세 번째 세트와 마찬가지로 라인 스왑은 없다.
일반적인 라인전 구도에서 치러지는 격전.
아니, 이것 만큼은 상이하게 다르다.
"마나 줘."
"이거 나도 마나 드는 거 아니..?"
"블루 먹기 싫지?"
"드,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더럽고 치사해서 주고 만다.
이번 세트에서 내가 꺼낸 챔피언은 소리커.
나는 E스킬 침묵을 예은의 헤일에게 걸었다.
치잉!
이 스킬은 조금 특이한 면이 있다.
적에게는 일정 데미지와 함께 침묵이란 CC기를 건다.
반대로 아군에게 가하면 일정 마나를 회복시켜 준다.
원래는 노코스트였지만 얼마 전 패치가 있었다.
아군에게 사용하면 최대 마나의 5%가 빠진다.
그리고 빠진 분만큼 추가로 마나를 회복시킨다.
솔직히 얼마 안되긴 한데 자꾸 달라고 해서 문제다.
'헤일 정글이 마나가 조금 아쉽긴 해.'
안 줬다간 블루를 지가 먹을 것만 같은 예감.
아무리 예은이라도 대회에서 설마 그 짓까지 할까.
인생사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헤일이 미드 라인에 들릴 때마다 마나를 주입한 덕분일까.
블루는 무사하게 얻어먹을 수 있었다.
나는 다시 라인에 복귀 일련의 행위를 반복했다.
뾰롱~촹!
소리커의 Q스킬 별똥별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계속해서 떨어뜨리며 라인을 쭉쭉 푸쉬한다.
상대 미드라이너는 구리가스.
이전 세트에서 호되게 당해서인지 안정적인 픽을 꺼냈다.
'그것이 정답일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라인을 먼저 푸쉬하고 유령을 빼먹은 덕분일까.
7레벨에 조금 이르게 도달하게 되었다.
물론 이 유령은 아군의 것이 아니다.
아군 거 먹었다간 무서운 누님이 뿔나신다.
올 공격 속도 룬을 착용한 헤일 정글.
1레벨부터 추가 공격 속도가 40%를 넘는다.
빠른 공격 속도를 활용해 주구장창 정글을 돈다.
시즌4의 정글은 리젠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한다.
계속 정글만 돌아도 될 정도로 금방 젠된다.
어쨌든 갱킹이 좋지 않은 헤일 정글은 흔히 말하는 RPG를 한다.
다이브 각이 나오지 않는 이상 구태여 갱을 가지 않는다.
적 탑라이너는 네네톤.
그리고 미드는 구리가스.
둘 다 라인전이 강하며 다이브각을 잘 안 준다.
그리고 적 봇라인은 정글러가 항시 주시한다.
갱킹이 좋지 않은 헤일에게 각을 줄 리도 없다.
이러한 이유가 있어 나는 아군 정글을 먹는 게 금제돼 있다.
대신 소리커의 푸쉬력을 활용해 미드를 밀고 적 정글을 빼먹는다.
이미 한 번 적 유령을 맛있게 얌얌했다.
두 번 당해줄 만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하아!
방로로 튀어나온 리심이 음파를 던졌다.
별 다른 이동 스킬이 없는 소리커는 맞는 수밖에 없다.
날아오더니 나를 걷어찬다.
이~쿠우!
정확하게 구리가스 쪽으로 배달한다.
구리가스는 한 치의 지체없이 호응했다.
배치기로 미끄러지며 술통을 던진다.
투웅!
파아앙!
스킬 샷이 전부 논타겟인 구리가스.
논타겟 스킬은 맞혔을 때의 리턴이 크다.
리심의 환상적인 토스 덕에 고스란히 적중시켰다.
일반적인 미드라이너라면 사망 확정이다.
조금 더 버텨봤자 술통 폭탄에 마무리가 된다.
의아하게도 소리커에겐 치명상이 되지 못한다.
뾰롱~촹!
별똥별이 구리가스와 리심에게 떨어진다.
나를 마무리 하기 위해 열심히 쫓아오고 있다.
가랑비에 조금씩 옷이 젖는다.
<별들이여, 은총을 내리소서.>
현재 소리커는 체력이 떨어지면 회복 능력이 최대 50%증가한다.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궁극기를 사용했다.
검붉던 체력바는 다시 반피 가까이 차버렸다.
물론 적들도 부지런하다.
나를 툭툭 치면서 마무리 각을 노린다.
안타깝게도 그렇게는 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체력을 회복한다.
세컨드 스펠로 최근 상향이 된 힐을 들었다.
현재 힐은 이동 속도 증가 효과가 2초다.
회복된 체력과 빨라진 속도로 카이팅한다.
뾰롱~촹!
도망가며 별똥별을 자꾸자꾸 떨어뜨린다.
누적되는 데미지는 기분 탓인지 강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공세가 이어지는 건 적들도 마찬가지다.
하아!
리심이 음파를 날리고 구리가스가 배치기를 한다.
사실 음파는 맞아줘도 상관없다.
소리커의 W스킬 초회복.
2초간 방어력이 50 넘게 증가한다.
앞서 리심의 공격을 맞았을 때도 이를 사용해 경감시켰다.
한 가지 더, 별똥별을 맞힐 때마다 쿨타임이 줄어든다.
다시 한 번 사용해 리심의 공격을 받아낸다.
즉, 구리가스의 스킬샷만 조심하면 된다.
배치기를 점멸로 피하며 떨어뜨린다.
비교할 수 없게 강렬해진 별똥별과 침묵이 리심의 목숨을 갉아먹는다.
뾰롱~촹!
따라가서 별똥별을 한 번 더.
침묵이 걸린 리심은 도망갈 수 없다.
점멸을 사용하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남은 것은 구리가스다.
구리가스는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점멸과 궁극기를 잘 사용하면 잡을 수 있을까.
판단이 내려지는 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둠이 널 보호하리!>
주구장창 정글만 돌던 헤일이 도착했다.
궁극기를 사용해 나를 보호한다.
우물쭈물 대는 구리가스를 향해 한 방.
뾰롱~촹!
별똥별의 한 방 한 방은 그렇게 아프지 않다.
진짜 골치가 아픈 건 마법 저항력을 깎는 효과.
수 차례 누적될 시 트루 데미지에 가깝게 박힌다.
방금 리심도 그 탓에 딜계산이 안되어 사망했다.
심지어 트루 데미지가 넘게 박히기도 한다.
마법 저항력이 마이너스가 되면 그런 일이 생긴다.
다섯 대를 맞은 구리가스는 마법 저항력이 -5.
깔끔하게 술통 폭탄을 던져 도망가는 길을 택했다.
"살려줬으니 힐이랑 마나 내놔."
"늦게 와놓고 큰 소리는."
"그럼 니가 몸 대던가."
블루팀 유령 지역에서 적 정글러를 잡아냈다.
자연스럽게 용 트라이로 연결된다.
공격 속도가 무척 빠른 헤일.
위글의 랜턴이 나와 용 잡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결코 운이 좋았던 게 아니다.
리심이 실수를 한 것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설계.
힐을 든 소리커가 6레벨을 찍으면 바퀴벌레다.
정말 오지게 두들겨도 죽지를 않는다.
적이 별똥별에 갉아먹히는 게 먼저다.
서폿이었다면 순간 점사로 죽였겠지만 미드.
레벨도 높거니와 특성도 방어 쪽에 몰아줬다.
이것이 라인에 서는 소리커의 사용법이다.
어차피 순간딜은 좋지가 않다.
딜특성을 찍는다고 힐량이 늘어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탱킹력을 높여 지속딜을 노리는 게 맞다.
마법 저항력을 깎는 스킬 메커니즘에 가장 어울린다.
찰칵!
킬과 용을 먹고 귀환하자 나온다.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
첫 번째 코어템이 완성되었다.
'아직까지는 조금 밋밋하지.'
소리커의 진가가 나오려면 조금 멀었다.
2코어부터 진정한 폭격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그 전에 봇라인에서 사달이 터졌다.
어째서 이 챔피언으로 서폿을 간 걸까.
혹시 미드와 서폿이 스왑 실수를 한 게 아닐까.
모르긴 몰라도 그러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을 터다.
'절대 아니야.'
소리커도, 발렐리아도 생각없이 픽한 게 아니다.
단순히 교란을 주기 위함도 아니다.
철컹!
발렐리아의 일격이 꼬그모에게 틀어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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