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44 노잼스의 종말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 A조의 경기.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자꾸자꾸 번복해야 하는 상황이 나온다.
다른 이도 아니고 김은준 해설.
똑 부러진 해설을 자랑하는 그가 오늘 따라 민망하다.
완벽한 해설을 지향하는 그에게 까임거리가 하나 생겼다.
중계 플랫폼 등의 채팅창에서는 이야기가 오간다.
특히 발렐리아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발렐리아 챔피언 좋은데? 탑도 되고 미드도 되고 심지어 서폿도 함ㄷㄷ
-와, 미친 짓인 줄 알았는데 저게 되네.
-저거 고대의 방패 때문에 되는 거지?
-그런 듯. 진짜 프로는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창의력 대장 오졌다;
발렐리아로 서폿을 가다니.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다.
해보지 못한 게 아니라 할 이유가 없다.
하고 많은 서포터들 냅두고 왜 굳이 발렐리아를 하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이 한 가지는 반드시 걸린다.
돌진기가 애매하다는 부분이다.
발렐리아의 Q스킬 칼날 질주.
독특한 메커니즘을 가진 돌진기다.
사용 여하에 따라 무한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서포터로 활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적을 칼날 질주 한 방으로 죽여야 한다.
막타를 치지 못하면 스킬쿨이 리셋되지 않는다.
아군이 예쁘게 리시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저 미니언 타고 오려고 하는구나.
적이 봐도 뻔하게 티가 난다.
삼종신기가 발렐리아에게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력한 한 방 덕에 원거리 미니언을 풀피에서 처리할 수 있다.
발렐리아를 서폿으로 쓴다면 칼날 질주 쿨타임 리셋이 안된다.
그래야 하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해내버린다.
촹!
촹!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발렐리아가 근거리 미니언과 원거리 미니언을 타고 꼬그모의 코앞에 도착했다.
랄라는 빠른 반응 속도로 심술쟁이를 걸었다.
1.5초 동안 상대를 동물로 변이시킨다.
그 효과가 생각보다 빠르게 풀려버렸다.
강인함을 올려주는 발렐리아의 패시브.
가진 바 유일한 CC기가 떨어졌다.
철컹!
스킬 레벨이 올라 1.5초의 스턴이다.
확정 타겟팅이라 자랑하는 무빙으로도 피할 수 없다.
기절한 꼬그모를 향해 치비르의 부메랑이 쓱싹 그어졌다.
<꼬그모 스펠이랑 랄라 궁극기, 탈력 빠졌습니다. 빨리 빠져서 망정이지 잘못하면 그대로 죽을 뻔했어요.>
<발렐리아 서폿 강력하네요! 이 챔피언이 서포터로 사용 가능할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치비르는 기본적으로 짤짤이 챔피언이다.
라인전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맞딜을 지기 일쑤다.
헤이클린보단 사정이 낫지만 오십보백보.
하지만 한 가지 조건 하에는 강력하다.
부메랑이 적에게 정통으로 맞는다면.
그걸 다 맞아주는 바보는 당연히 없다.
CC기 연계가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확정 스턴이 떨어진 위치에 정확히 긋는다.
순간적으로 들어가는 폭딜이 여타 원딜러에 뒤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던 한 사람.
김은준 해설이 입술을 무겁게 떼었다.
<발렐리아와 고대의 방패의 시너지가 이렇게 작용할 줄은.. 정말 놀랍네요. 정정하겠습니다. 서폿으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발렐포비아로 소문난 김은준 해설이 발렐리아를 인정했다.
그만큼 현재 게임에서 발렐리아가 그럴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가능한 이유는 서포터 전용 아이템인 고대의 방패.
체력이 깎인 미니언을 한 방에 처리하는 효과를 가졌다.
체력 회복 효과도 있어 근접 서포터들이 애용한다.
일련의 효과는 칼날 질주와 무려 연계가 됐다.
미니언을 한 방에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근거리, 원거리 미니언을 타고 3단 질주.
예상하기 힘든 구도에서 갑자기 물어버린다.
<이렇게 보니까 스킬셋이 봇라인전에 최적화돼있네요. 라인전에서 강인함 25%가 패시브고 궁극기도 많이 맞히면 체력 회복량이 상당해서 정말 오래 버텨줍니다. 탑 챔피언이라 기본 데미지도, 스탯도 좋고요. 물론 한타 가면 애매해지긴 하겠지만…>
사족이 붙기는 했지만 김은준 해설의 입에서 호평이 떨어졌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괜찮은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딜교환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그리고 이는 하나의 필연을 만들어낸다.
<치비르 궁도 있기 때문에 다이브각 나오죠! 헤일이 발렐리아와 함께 삼거리 뒤로 돌아갑니다.>
<그래도 이거 리심이 뒤 봐주고 있는데다 탑,미드 둘 다 텔레포트 들어서 너무 무리는 하면 안돼요.>
시도를 한다면 높은 확률로 둘 중 하나는 확실하게 망한다.
어느 쪽이 될지는 정말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위험 부담 높은 다이브를 과연 시도할지.
신세상 매직은 각 나오면 저지르는 팀이다.
가장 먼저 들어가는 건 발렐리아가 되었다.
촹!
미니언을 타고 한 번 더.
발렐리아가 랄라를 물었다.
랄라부터 녹이기 위함이다?
그렇지 않다.
노리는 건 당연히 주요 딜러인 꼬그모다.
일련의 노림수를 모를 스마일이 아니었다.
다른 건 몰라도 피지컬 하나는 슈퍼 컴퓨터에 준한다는 그다.
<알고 있습니다. 점멸 평형의 판결로 물 거라는 거 알아요. 알면 도망가야 하는데 이 선수는 딜 넣을 거 다 넣습니다! 나노 무빙이 예술이에요!>
강빈 해설이 조냐 상태를 깨트리고 흥분할 만도 하다.
꼬그모의 사거리보다 아주 약간 짧은 점멸 이니시 거리.
그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발렐리아를 점사한다.
흔히 문워크라 불리우는 카이팅 수법이다.
원딜러의 피지컬이 가장 묻어나는 장면이다.
얼핏 보면 쉬워 보이지만 실상은 진짜 어렵다.
자신의 공격 속도를 계산해야 한다.
너무 짧게 잡으면 무빙이 끊긴다.
너무 길게 잡으면 딜로스가 생긴다.
어느 쪽이든 치우쳐졌다면 게임이 터질 뻔했다.
무빙이 끊겼다면 스턴 연계가 되면서 끔살.
제대로 카이팅을 못했다면 포탑이 나갔다.
슈퍼 플레이로 벌어낸 수 초의 시간.
일방적으로 불리했던 상황이 재정립된다.
<상황 역전됐습니다? 이제 곧 텔레포트 도착해요!>
<투텔이라 합류 속도 장난 아닙니다. 소리커 걸어오고 있지만 늦죠. 그 전에 일 날 가능성 충분합니다!>
CC기가 부족하면 모를까 확실하게 있다.
네네톤과 구리가스가 넘어오기까지 1초.
애꾸사자도 당연 텔을 탔지만 대응책이 되어줄 수는 없다.
이전 세트에서 대박을 터트린 은신텔도 두 번은 안 먹힌다.
혹시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랄라가 타워 앞에 핑크 와드를 박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애꾸사자의 은신을 눈치채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쿠우!
그 보람이 있었을까.
은신텔로 진입해온 애꾸사자를 막아냈다.
가짜에어 독수리의 정글러 윈드.
지금까지 밋밋하기 그지 없던 그가 처음으로 포텐이 터졌다.
<애꾸사자 진입하기도 전에 차였습니다! 점멸만 빠졌어요!>
<발렐리아와 헤일까지 당구 차였어요. 이거 큰일났습니다!>
전범준 캐스터의 눈과 입이 금붕어처럼 동그랗게 벌어졌다.
표정의 변화가 생생할 만도 하다.
대회에서 입롤 같은 궁극기가 펼쳐진다면 누구라도 반응한다.
도저히 윙드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정말로 인생을 담은 범의 일격을 선보였다.
환상적인 리심의 3인 당구.
애꾸사자만 막아도 충분했는데 그 이상의 이상을 해버렸다.
꾸드득!
네네톤이 점멸 궁극기로 헤일을 물어뜯는다.
리심도 음파를 날리고 들어간다.
상대의 진입기가 빠진 이상 눈치볼 게 없는 꼬그모.
푸슝!
궁극기를 떨어뜨리며 호응한다.
헤일을 순식간에 녹일 수 있다면 판도가 뒤바뀐다.
신세상 매직으로선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
─생명을 내리소서!
간당간당했던 생명의 불길이 다시 타올랐다.
.
.
.
* * *
뾰롱~촹!
별똥별 두 방에 미니언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소리커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라인 푸쉬를 자랑한다.
이렇게 라인을 쭉쭉 밀면 상대 라이너는 행동이 극히 제한된다.
포탑을 끼고 미니언을 받아먹는 게 고작.
그래야 할 텐데 구리가스는 과감하게 행동했다.
봇라인에서 다이브가 이루어질 낌새가 보이자마자 뒤로 빠졌다.
내가 침묵으로 끊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나는 라인을 밀자마자 바로 걸음을 옮겼다.
그럼에도 구리가스보다 한 발 늦을 수밖에 없다.
텔레포트의 유무는 합류 속도에 당연 차이를 준다.
믿을 수 있는 건 팀원들의 판단력.
그리고 글로벌 궁극기에 의한 변수다.
<생명을 내리소서!>
소리커의 궁극기 별의 은총.
한 마디로 카서트 종말곡의 반대 버젼이다.
꺼질 듯하던 헤일, 그리고 발렐리아의 체력이 차오른다.
한 턴 버티자 점멸로 살아 돌아갈 각이 보인다.
상대는 추적하지만 그보다 전에 도착한다.
뾰롱~촹!
삼거리에서 쭉 내려와 적 진영의 가운데 섰다.
앞쪽에는 구리가스와 네네톤, 리심.
타워 쪽에는 랄라와 꼬그모.
하늘에서 첫 번째 별똥별이 떨어진다.
파아아앙!
상대의 환영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도착하긴 했으나 아군과의 거리가 멀었다.
그 점을 이용해 구리가스가 나를 타워 쪽으로 배달했다.
술통 폭탄에 의해 제대로 튕겨 날아간다.
점멸이 있었다면 모를까 없다.
아까 미드에서 갱승을 낼 때 써버렸다.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떨어뜨린다.
뾰롱~촹!
두 번째 별똥별이 떨어진다.
주위에는 적들이 다섯이나 있다.
게다가 포탑까지 나를 공격한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떨군다.
투웅!
챠라랑!
적팀의 모든 공격이 나를 향해 집중된다.
구리가스도 허겁지겁 돌아와 두터운 뱃살로 나를 친다.
초회복을 사용해도 버티는 데엔 한계가 명확하다.
나 혼자라면 당연히 죽었어야 할 상황이다.
어흥!
한 번 진입을 실패했던 애꾸사자가 재차 뛰어든다.
노리고 들어간 대상은 랄라.
아니, 그보다 뒤에 있는 꼬그모다.
손은 닿지 않지만 닿을 물건이라면 있다.
휘리릭!
타겟팅으로 날아간 목줄이 꼬그모를 속박한다.
그 시간은 불과 1초지만 족하다.
다시 한 번 날아가는 강화되지 않은 목줄.
추가로 꼬그모의 발걸음을 늦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미 상대는 주요 스킬들이 다 빠진 상태다.
죽어가는 꼬그모를 도와줄 수 없다.
가뜩이나 체력이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손쉽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다.
적 포탑 쪽으로 다이브 한 모양새.
아군들의 체력 상태는 영 시원찮다.
얻어 맞고 있는 내 체력도 바닥나간다.
아슬아슬한 위기의 순간에 덧씌워진다.
<불사의 존재다!>
공격 방향이 나와 애꾸사자에게 한정됐다.
이 말인즉, 나머지 아군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는 소리다.
치비르와 함께 앞라인을 치고 있는 헤일.
지금껏 아끼고 있던 궁극기를 나에게 걸어줬다.
뾰롱~촹!
별이 떨어지는 걸 막을 수가 없다.
무적이 풀렸다고 끝이 아니다.
별똥별을 적중시키며 쿨타임이 감소한다.
다시 한 번 초회복을 사용해 체력을 회복한다.
잃은 체력에 비례해 회복량이 50%까지 상승.
아슬아슬 포탑 바깥 쪽으로 살아 돌아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별똥별은 멈추지 않는다.
뾰롱~촹!
쿨타임 감소를 최대치로 맞췄다.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에 아이우에오의 신발.
1초 단위로 떨어지는 별똥별은 쌓일수록 강렬해진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신세상 올마스터님이 학살 중입니다!
적의 앞라인이 하나둘 정리되어 간다.
보는 입장에서도, 당하는 입장에서도 이게 뭘까.
게임이 요상한 방향으로 비벼지고 있다.
아니, 이미 비벼진 상태다.
살아남은 이는 랄라 하나 뿐.
무력하게 뒷걸음질 치는 것이 고작이다.
봇라인에는 자연스럽게 고속도로가 뚫린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텔레포트 메타의 초기라 할 수 있는 시즌4.
현재 시점에서는 굉장히 진귀한 광경이다.
봇라인에서 교전이 일어나더니 어느 순간 한타가 돼버린다.
정식 한타에서 소리커는 가공할 위력을 보인다.
선두에서 광역 딜링을 흩뿌린다.
끈질긴 회복력 때문에 죽지를 않는다.
헤일과 더해지니 위력이 배가 된다.
'별이 떨어지는 걸 어떻게 막아.'
라인에 서는 소리커는 단 한 줄로 정리된다.
수도 없이 떨어지는 별똥별.
지금까지만 해도 충분히 괴랄하다.
그런데 진짜는 아직 떨어지지도 않았다.
찰칵!
진정한 별똥별을 위해 필요한 아이템.
한 번 맞기 시작하면 거기서 끝이다.
진정 별이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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