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46 봄의 제왕 =========================

한 때는 정말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

설마 가짜에어 독수리의 장벽을 넘지 못하나.

넘지 않고 즈려밟았다.

다시는 재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근잘근.

잉벤을 포함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화제가 한창이다.

─가짜에어 독수리 아주 박살이 났네.

첫 세트 이겨서 설마 했는데 역시나..

미드 차이가 3만 배인데 게임을 어찌 이김ㄷㄷ

└갱붐도 나름 잘하는 선수인데ㅠ.ㅠ

└벽 못 넘는 것만 빼면 국내 미드 상위권일 걸?

└'벽 못 넘는 것만 빼면.'

└ㅋㅋㅋㅋ근데 이건 미드 차이라기 보단 전략 차이였어.

여러 사람 혼란하게 만든 첫 번째 세트의 패배.

두 번째 세트도 완전히 산으로 간 줄 알았다.

밴픽 마스터 김은준이 답답함을 표했을 정도다.

프로 경기에서 밴픽 싸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이 필요없다.

밴픽이 반이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재조립됐다.

의문스러웠던 노텀과 쇈의 픽.

적절한 라인으로 딱 가버렸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뽑은 필리언이 신의 한 수였다.

한타에서 원딜러를 순식간에 녹이고 시작한다.

부활 덕분에 다이브 부담도 없는 수준이다.

─노텀, 쇈, 질리언 입롤 조합 미쳤다.

폭탄 두 개 달고 쇈이랑 강제 다이브ㄷㄷ

꼬그모 그냥 찍소리도 못하고 터짐ㄷㄷㄷ

노텀 부활해서 포탑 앞에서 PPAP 추고ㄷㄷ

팀랭에서 아군이랑 같이 조합 짜면 한타 개쩔 것 같은데 해본 사람?

└ㄴㄴ친구랑 같이 해봤는데 타이밍 삑나서 개망..

└노텀도, 쇈도 궁쿨 길어서 현실적으로 힘듬.

└100% 대회용 조합이지. 쇈이 서폿 간 것도 좋았고.

└조합도 쩔었는데 진짜는 라인 스왑 대처였어.

준결승전 A조의 경기 이후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부분이다.

시즌2 롤드컵 이후 프로 경기에서 성행했던 라인 스왑.

최근 롤챔스에는 세 판 중 두 판 꼴로 나왔다.

약팀 입장에서는 초반을 무난하게 넘기고 싶다.

강팀 입장에서는 쓸데없는 변수 주고 싶지 않다.

서로 암묵적인 합의 하에 라인 스왑이 될 정도다.

그런 라인 스왑의 답도 없는 파훼법이 나왔다.

신세상 매직이 두 번째 세트에서 선보였다.

또도 박사가 억겁의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또도 박사 진짜 불쌍하더라.

당연히 2차까지 쭉 밀 줄 알고 탑 갔는데 봇라인 프리징.

레벨 차이 나서 식칼 파밍도 못하고 쇈 로밍에 결국 죽고..

노텀 6렙되자마자 한 번 더 죽고…

그 후로도 계속 죽는데 욕할 수가 없어.

프레이스 게임 내내 너무 불쌍했다T.T

└극한 직업 가짜에어 탑솔러.. 저리 망해도 봇만 봐줘.

└원래부터 고통 받긴 했는데 또도 박사 판은 너무했지.

└그래도 프레이스가 몸으로 증명해준 덕분에 라인 스왑 안 봐도 돼서 좋았음.

└씨지맥 흥해서 날뛰는 거 ㄹㅇ 오랜만에 봄ㅋㅋ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라인 스왑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서 파생되는 이득이라던가.

잘 모를 뿐더러 애시당초 관심도 없다.

잘 아는 사람들도 라인 스왑은 웬만하면 넘기고 본다.

라인 스왑이 미숙했던 옛날에는 다이브 킬 같은 스릴 넘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잘못했다가 역으로 더블 킬 당하고 게임 터지고.

이러저러 볼거리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체계화가 됐다.

서로 가져갈 것만 딱 가져간 후 끊는다.

무리 같은 거 절대 안 한다.

그런 재미없는 라인 스왑 구도에 종말을 고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두 번째 세트는 의미가 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최근 저평가 받던 씨지맥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씨지맥은 한계가 있는 탑솔러다.

본인이 노력을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는 몰라도 챔프폭이 안 변한다.

최근엔 그나마 티바나 추가됐는데 이후로 변화가 없다.

프로게이머가 메타에 적응 못하는 건 치명적이다.

최소한 버티는 라인전이라도 잘해야 하는데 그것도 장기가 아니다.

└글쓴이 쥐구멍행ㅋㅋㅋ

└공격적인 탑솔러가 공격적인 것만 잘하면 됐지. 너무 바라네.

└크~! 씨지맥 다시 재기할 줄 알았다.

글쓴이-씨지맥은 한 게 있는 탑솔러다.

메타 적응에 힘들어 하는 감이 있었다.

물론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과거 화려한 데뷔를 한 선수인 만큼 팬들의 기대치가 높다.

그런데 이번 스프링 시즌에는 그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탑 메타가 굉장히 천편일률적이다.

네네톤, 티바나 고르고 가난하게 1인분.

캐리형 탑솔러를 지향하는 씨지맥과 맞지 않는다.

그래도 잭트라던가, 탑랄라던가.

캐리가 되는 챔피언도 있긴 있다.

이런 챔피언을 씨지맥이 못해서 문제다.

그러다 보니 팀이 이기는 상황에서도 존재감이 옅다.

이 선수가 원래 이런 선수가 아닌데.

슬럼프설이 돌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씨지맥이 또 한 번 잉벤을 발칵 뒤집었다.

─애꾸사자가 아직 탑으로 쓸 만하구나.

궁 로밍이랑 한타 어그로 핑퐁이 지리더라.

솔직히 3세트 미드 터진 것도 씨지맥 로밍이 결정타였던 거 ㅇㅈ?

봇에서도 광우스타 던지는 각이었는데 비벼버림 캬~

└광우스타가 점멸로 들어간 봇한타? 그건 설계 아닐까?

글쓴이-설계든 뭐든 씨지맥이 잘했음 ㅇㄱㄹㅇ 스플릿도 쩔었고.

└미드 발렐도 임팩트 쩔었는데 MVP는 애꾸사자가 받았자너.

└김은준이 발렐리아 포비아라 못 받은 거 아님?ㅋㅋ

애꾸사자로 다시 한 번 부활을 꿈꾼다.

준결승전에서 애꾸사자를 잡은 씨지맥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공격적으로 운영하면서도 잘리지를 않는다.

원래라면 잘려야 하는 각에 꾸역꾸역 회복해서 버텨버린다.

결정적이었던 건 랄라와 네네톤을 상대로 한 시간 벌이.

오랫동안 시간을 끈 덕에 탑 억제탑을 밀 수 있었다.

가짜에어 독수리의 철벽 수비를 무너뜨린 일등공신이다.

그 공로를 인정 받아 MVP에 선정됐다.

소소한 논란이 있었지만 대체로 인정하는 반응이다.

전체적인 게임 기여도 면에서 애꾸사자가 미드 발렐리아를 앞섰다.

올마스터가 진짜를 보여줬던 건 역시 마지막 세트였다.

─미드 필리언이랑 발렐리아랑 그러려니 하겠는데..

어떻게 소리커로 미드 갈 생각을 하지?

대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면 그런 걸 개발해내지?

리심이랑 구리가스가 점사하는데 안 죽는 건 진짜 소름끼쳤다.

└딜 딸릴 줄 알았는데 별똥별 핵 세더라;

└메테오 스트라이크급이었지. 핵똥별임.

└이것도 대회챔 아님? 솔랭에서 쓰면 노딜이라 욕먹을 듯.

└ㅇㅇ대회니까 힐 주면서 운영하는 거자너. 미니언 힐ㅋㅋ

미드 필리언, 미드 발레리아.

한국 유저들 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아무래도 해외 리그에 출전했을 때 사용했다.

올마스터는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정말 가지각색의 챔피언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리커는 심했다.

엄마라는 별명이 있는 서포터.

챔피언 컨셉 자체가 100% 힐러다.

그 흔한 둔화조차 없어 라인에 서는 건 불가능해야 한다.

왜?

정글러들이 제일 싫어하는 라이너는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갱호응 안되는 거.

다른 하나는 잘 죽어주는 거.

소리커는 갱호응도 안되는데 생존기도 없다.

정말 최악 중의 최악.

당연히 라이너로 가망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세고 질기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소리커 별똥별이 왜 이렇게 세나 했는데.

한 번 때릴 때마다 마법 저항력을 깎는구나.

게다가 쿨타임 엄청 짧네.

Q선마 하고 떨구면 세긴 하겠다.

└근데 솔랭이었으면 100% 발화 걸리고 뒤진다. 그리고 미드 맛집됨.

글쓴이-그렇긴 하지. 발화 없는 거 노리고 만든 조합인 듯.

└밴픽 싸움, 게임 내용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발랐어.

└소리커 땜에 발렐 서폿이 MVP 못 받음. 김은준 얼굴 썩었으면 꿀잼 마무리였는데 ㄲㅂ

갱킹 온 리심의 공격을 몸으로 버텨내며 갱승을 내버렸다.

가히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을 자랑했지만 한 가지.

발화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게 발화로 치유 감소를 걸었다면 회복하기도 전에 사망했다.

즉, 상대의 성향을 제대로 카운터 쳐버린 셈이다.

소리커 뿐만 아니라 애꾸사자도 발렐리아도 회복력이 상당하다.

이번 준결승전이 각별하게 다가온 이유다.

그동안 버티는 식의 루즈한 게임만을 보여준 가짜에어 독수리.

해당 팀을 어떻게 카운터 쳐야 하는지 모범 답안을 보여줬다.

─가짜에어 독수리 이제 어카냐ㅋㅋ

라인 스왑도 막히고 버텨도 못 이김.

발화 없는데 회복 탱커를 어떻게 잡아~

게다가 섬광 들고 헤일 왕귀하니까 꼬그모보다 더 셈ㅋ

가짜에어 독수리 담 시즌에 LML로 강등 당했으면 좋겠다.

└그럼 발화 들면 되는 거 아님?

글쓴이-탈력 안 들면 다이브각 오지게 나오자너.

└신세상 매직이 가짜에어 독수리 약점 진짜 분석 잘하고 나온 거 같음. 다른 팀들도 가짜에어 상대할 때 써먹을 듯.

└팀 색깔 안 바꾸면 롤챔스에서 생존 힘들지. 경사로세 경사로세!

1부 리그인 롤챔스 소속에 성적도 잘 나옴에도 불구하고 가짜에어 독수리는 유독 팬층이 얕다.

아무리 인기가 성적에 비례한다지만 게임을 너무 질질 끄는 식으로 운영한다.

너무 원 패턴으로만 게임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랬던 가짜에어 독수리에게 사형 선고.

더 이상 일련의 게임 방식을 지향하긴 힘들어 보인다.

몇몇 안티 팬들은 난리가 날 정도로 좋아했다.

굳이 가짜에어 독수리가 아니더라도 기뻐할 만한 소식이다.

라인 스왑이 사라졌다는 건 의미가 깊다.

네네톤과 티바나가 주류 픽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바로 라인 스왑의 대처 능력이 빼어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노잼톤 또바나 얼굴 덜 볼 수 있으려나.

가장 먼저 다가온 경기는 아무래도 준결승전 B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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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난 주 일요일, 준결승전 A조의 경기는 과연 핫했다.

정말 신세상 매직, 올마스터 다운 다양한 챔피언들.

무엇보다 노잼 메타가 사라졌다는 희망을 주었다.

과연 다른 팀들의 경기에도 영향을 끼칠지.

바로 오늘 화요일 준결승전 B조의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잠실실내체육관에 수많은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이 속속들이 모여든다.

<그 설레이는 마음 저도 백분 공감합니다. 지난 A조의 경기를 해설하지 못한 게 얼마나 아쉽던지. 오늘 경기에서 한을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범준 캐스터의 호들갑에 클끼리 해설이 호응한다.

오늘 자리에 나온 해설진은 클끼리와 강빈.

그토록 화제를 불러일으킨 A조의 경기 때 클끼리는 없었다.

선수 출신의 해설자로서 할 말이 무척 많았다.

SNS 등을 통해 사견을 밝혔을 정도다.

그래도 오늘의 경기 또한 그에 뒤지지 않는다.

B조의 경기를 펼치는 두 팀 모두 기대할 거리가 상당하다.

이견의 갈리지 않는 강팀 삼선 레드.

지옥에서 돌아온 삼선 블루.

형제팀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할 말이 많을 클끼리 해설이 이어나갔다.

<두 팀 모두 최근 기세가 점점 무르익습니다. 기존에 약했던 팀이 올라간 게 아니라 더 오를 곳이 없을 정도로 강력했던 팀이 하늘 높은 줄을 모릅니다.>

롤챔스 경기 시작 전 특유의 과장스런 포장.

비단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삼선 레드의 아웃섹, 다대기.

삼선 블루의 코볼트, 마차.

국내에서 포지션별 세 손가락에 드는 선수들이다.

이미 정상급의 반열에 드는 선수들이데 여기서 더 올라갈 곳이 있단 말인가?

있다는 걸 보여주며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두 팀 모두 만났던 상대들이 쟁쟁하다.

신세상 매직은 비교적 쉽게 올라온 감이 있다.

최근 얼밤은 과거의 명성 만큼 보여주질 못한다.

그에 반해 삼선 블루와 레드는 사선을 넘어왔다.

오는 과정에서 정말 몇 번이나 피를 토했다.

그리고 오늘 한 번 더, 아니 그 이상의 격전을 치러야만 한다.

김치의 주 재료인 배추는 추울수록 맛이 난다.

고진 시련을 겪은 선수들은 성장하는 법이다.

더욱 아삭한 김치맨으로 다시 태어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살아남는 이는 분명 발돋움할 것이다.

<삼선 블루 대 삼선 레드! 양 팀의 경기 준비됐습니다. 첫 세트, 경기~~ 보시죠~!>

전범준 캐스터의 아삭한 외침과 함께 시작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속도 시원해진 롤챔스 스프링 시즌.

대망의 결승전에 올라갈 마지막 팀은 어디인지.

형제팀들 간에 봐줄 수 없는 한 판이 막을 올린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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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