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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47화 (747/803)

00747 봄의 제왕 =========================

직관, 직접 관람을 한다의 약자다.

사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의아할 수 있다.

E-스포츠다 뭐다 하지만 그래봤자 게임 아닌가?

야구나 스포츠 같은 건 선수들 보는 맛이라도 있지.

E-스포츠는 직관 가도 화면으로 시청하는 건 마찬가지잖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현장의 열기를 공유한다.

어느 스포츠든 간에 의미가 깊다.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피부로 느끼는 거다.

언뜻 이해가 안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직관을 가봤다면 안다.

가수들의 콘서트장에 가는 것.

따지고 보면 이어폰으로 충분히 들을 수 있는데 왜?

소름이 끼친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비슷하게도 직관 또한 그런 느낌을 받는다.

<솔킬! 미드 소오올키일!!>

전범준 캐스터 우렁차게 외친다.

단순히 중계진으로서 반응을 한 게 아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도, 지금껏 조냐 상태를 유지하던 강빈 해설도 깜짝 놀랐다.

<야흐오의 움직임이 살아있습니다. 다대기 장군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위엄을 보여주었어요!>

박물관도 살아 움직이는 마당에 게임 캐릭터도 그럴 수 있지.

아무튼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나 대단했으면 강빈 해설의 조냐를 풀리게 만들었겠는가?

다대기 선수의 야흐오가 퐁의 랄라를 두 동강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명장면이다.

프로 무대에서 정글 개입 없는 솔킬은 굉장히 드물다.

최근 침체 상태란 평이 있는 SKY T1 K.

팀의 정글러인 비행기 선수가 살짝 슬럼프다.

그리고 서포터가 바뀐 탓에 봇라인이 약화됐다.

결정적으로 이전처럼 테이커가 솔킬을 만들어내는 일이 적어졌다.

미드라이너들의 평균 수준이 올라가 버렸기 때문이다.

삼선 블루의 퐁 선수 또한 기량이 급상승한 선수다.

그런 퐁을 상대로 미드 차이를 보여주며 다대기가 내전을 승리로 이끈다.

<미니언 계속 타면서 추적하는 컨트롤에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무협지를 보면 검과 하나가 되는 경지가 있는데 다대기 선수는 야흐오와 하나가 됐어요. 아무튼 대형사고 터졌습니다.>

클끼리 해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내두른다.

방금 전 미드 솔킬은 단순한 킬 하나로 치부할 게 아니다.

프로 무대에서 솔킬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어쩔 수 없는 솔킬.

다른 하나는 슈퍼 플레이.

전자의 경우 흔히 말하는 투자의 수확이다.

갱킹도 많이 가주고, 시팅도 많이 해주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솔킬로 연결된다.

이런 것 가지고 중계진들이 야단을 떨진 않는다.

왜냐면 해당 팀이 그 라인에 투자했듯, 상대 팀도 투자한 다른 라인에서 엇비슷한 수확을 거두면 된다.

거두지 못했다면 어째서 못했는지 그 부분을 따지거나 까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다대기가 해버린 건 후자에 속한다.

<스프리트 선수가 점멸까지 써가며 미드 풀어줬는데 퐁이 솔킬을 당한 거거든요. 이건.. 삼선 블루가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삼선 블루는 미드 라인을 상당히 봐줬다.

심지어 야흐오를 한 번 따내기까지 했다.

예로부터 야흐오는 갱이 답.

생존기도 없는 근접 챔프가 으레 그렇다.

게다가 이 챔피언 자체가 드는 순간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시도 때도 없이 딜교환을 걸어대는지라 갱각을 잡기 쉽다.

CC기 좋은 랄라다 보니 킬로 연결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한 번 주도권을 잡으면 상황이 역전.

야흐오가 딜교환 하러 들어갔다가 두들겨 맞고 나온다.

픽의 특색이 확 꺽이면서 야필패 그림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그래야 할 텐데 이를 선수 본인의 피지컬 하나로 극복해냈다.

<에이, 설마 여기까지 들어오겠어? 퐁 선수가 안일하긴 했어요!>

<궁이랑 포탑 믿고 역관광 각을 노렸을 겁니다. 원래 좀 야흐오가 무리하는 챔피언이고 자기가 유리하니까 한 번에 죽을 줄은 몰랐던 거죠.>

전범준 캐스터의 의아함에 클끼리가 설명을 덧붙였다.

분명 킬각이라고는 안 보였던 딜교환.

자칫 잘못했으면 역으로 당할 수도 있었다.

하나, 랄라의 주력기인 보라색 창을 장막으로 막아냈다.

둘, 야흐오가 미니언을 타면서 랄라에게 잘 따라붙었다.

셋, 회오리 이후 연계되는 궁극기 폭딜의 딜계산이 안됐다.

세 가지 변수가 맞아 떨어지며 입롤 같은 솔킬을 만들어냈다.

이후 라인전은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솔킬을 딴 야흐오가 스토커의 단검을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미드 주도권를 꽉 잡았습니다. 딜교환 성립이 안됩니다.>

<이렇게 미드가 알아서 풀리면 정글 게임 하기 완전 편해요. 아웃섹 카정 막 들어갑니다.>

삼선 블루가 미드를 봐줬자면, 삼선 레드는 봇라인을 봐줬다.

코볼트와 마차가 워낙 거세게 압박했기 때문이다.

킬로 연결시키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미드의 주도권이 넘어온 덕에 게임의 숨통이 풀린다.

랄라가 자신한테 실드를 걸어도 가볍게 뚫어버린다.

질풍보를 타고 들어간 야흐오가 쓱싹!

번개랑 치명타가 터지면 억소리 나게 아프다.

다대기가 미드를 스스로 풀어버리자 전세는 급격히 기울어졌다.

봇도 킬을 따지 못했을 뿐 우세한 상태였다.

이렇듯 미드와 봇이 흥하면 정글러가 게임 푸는 게 간단하다.

<레드 강탈하고 용까지! 글로벌 골드 차이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괜찮습니다. 여기서 만약 토이치 한 번 죽으면 그때부터 대형 참사에요. 블루팀 빵딜 되거든요.>

삼선 블루는 봇듀오의 하드 캐리를 믿는 원딜 캐리형 조합을 꾸렸다.

지난 준결승전 A조 경기에서 파훼법이 알려졌을 텐데?

가짜에어 독수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봇듀오의 성향 자체가 지극히 공격적이다.

맞라인전을 오히려 선호하며 발화로 킬각 잡는 것도 즐긴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만은 어쩔 수 없다.

원딜러의 딜 기대치가 높다는 것.

클끼리 말대로 미드가 말렸어도 아직 해볼 만하다.

그럼에도 나는 회의적이다.

'폼이 장난 아니게 올랐네.'

봄의 제왕.

원래의 역사에서 2014 스프링 시즌 결승전 이후 달린 칭호다.

다름 아닌 다대기의 별명이라는 건 두말할 것 없다.

스프링 시즌만 되면 선수가 달라진다.

안 그래도 잘하는 다대기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무언가 계기가 있었던 걸까.

모르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야흐오충 겁나 생기겠네."

옆자리에 앉은 예은이 핫도그를 꾸역꾸역 씹으며 중얼거린다.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

어지간하면 먹는데 집중할 예은이 말을 했다는 건 의미가 명료하다.

'조금 많이 잘하는데?'

결승전의 상대가 정해지는 경기다.

8강 때처럼 연습실에서 보기 보단 직접 관람을 왔다.

현장에서 보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는 게 있다.

다대기의 야흐오는 어떻게 봐도 급격히 성장했다.

혹시 나보다 더 숙련도가 높은 게 아닐까.

미러전을 했을 때 이기는 그림이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인가.'

다대기는 챔피언 폭이 유난히 좁다.

미드 3밴만 하면 아무것도 아닌 선수.

그렇게 불리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해석해볼 여지가 있다.

'저격밴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선수.'

좁은 챔프폭에 반비례해 숙련도가 지극히 높다.

인생 챔피언이라 불리우는 야흐오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원래 내가 조금은 더 나았다.

게임을 해온 기간이 더 기니 당연하다 마다인가.

실제 조별 리그에서 두 번의 경기를 통해 입증했다.

패퇴했던 다대기가 요 몇 주일 사이에 달라졌다.

현재 경기에서도 귀기가 들린 듯 활약 중이다.

<토이치! 토이치 전사! 딜 하나도 못 넣고 죽었어요! 이거 난리 났습니다!>

<아니, 토이치 이렇게 허무하게 죽으면 안되죠. 삼선 블루 빵딜이에요 빵딜. 퇴각해야 합니다!>

현재 삼선 블루는 원딜 중심의 조합을 꾸렸다.

가짜에어 독수리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비중이 제법 높다.

원딜이 죽으면 딜을 넣을 사람이 없어진다.

더욱이 이번 판에서는 미드가 말려버렸다.

다재다능과 잡캐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랄라는 망한 순간 미드라이너라고 생각할 수 없는 암담한 딜링을 가진다.

야흐오의 슈퍼 플레이에 의해 토이치가 잘리자 졸지에 실직자가 돼버렸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삼선 블루.

스프리트의 리심을 제외한 나머지가 전멸 당했다.

이대로 바론까지 무난하게 나가는 흐름이다.

<코볼트 선수가 일부러 깐족댄 거거든요. 나 물어봐라, 카이팅에 자신 있다. 그래서 아웃섹 선수가 물었고 의도한 대로 살아 돌아가면서 프리딜각 잘 잡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다대기 선수가 미쳐 날뛰었습니다.>

시원하게 썰리는 바론을 보며 클끼리가 상황을 정리한다.

방금 전 한타는 분명 블루 입장에서 해볼 만했다.

글로벌 골드는 밀렸지만 이니시가 워낙 좋았다.

삼선 블루의 원딜러 코볼트가 자신의 몸을 미끼로 사용했다.

흔히 원딜 이니시라 불리는 위험천만한 행위.

낮은 티어에서 스로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상대의 스킬과 스펠을 고려해 안 죽는 각을 계산한다.

자신을 물러오는 적들을 향해 프리딜을 쏟아낸다.

몰려오는 구도에서 토이치가 내뿜는 딜링은 괴랄.

그 모든 것이 야흐오의 장막에 제대로 막혀버렸다.

<장막을 사이에 두고 움직이면서 빼고, 치고, 빼고, 치고 정교했습니다. 자막으로 그랜드 마스터 이하 여러분 따라하지 마세요. 썼어야 해요!>

<아무나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니거든요. 오늘 솔로랭크 하면 안되는 날입니다!>

전범준 캐스터의 입에서 솔로랭크 주의보가 떠버렸다.

예은이 괜히 우려를 한 게 아니다.

충 챔피언일수록 기대값이 높다.

잘할 때와 못할 때의 차이가 극명하다.

그런데 잘하는 때의 극한을 봐버렸다.

나도 저렇게 따라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응, 아니다.

아니란 걸 이성으로 알아도 혹시 하는 법이다.

아무리 말려도 할 사람은 한다.

팀원조차 혹시나 할 만큼 임팩트 있는 명장면을 선보였다.

"야흐오로 정글 되나?"

"..하지 마라."

군것질에 전념하던 예은도 혹한 모양이다.

정글 야흐오는 당연히 안되지만 아무튼.

두 번째 세트는 다대기의 하드 캐리로 막을 내렸다.

'확실히 잘하긴 잘해.'

단순히 지금의 경기를 보고 말하는 게 아니다.

누구라도 잘되는 판이 존재한다.

하다 못해 브론즈 실버도 포텐 터지면 날뛴다.

여기서 말하는 잘한다란 원래의 역사.

시즌4의 다대기는 테이커보다 위라 평가 받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대 전적이 앞섰다.

테이커의 카운터라는 별명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결국 시즌4에서 끝나기는 했지만.'

전성기에 중국 LPL로 떠나버렸다.

그 바람에 둘은 다시 만날 일이 없어졌다.

국내 리그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안 하다 보니 자연스레 평가가 격하.

몇 년쯤 지나서는 국내 팬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시즌4 최고의 미드라이너가 다대기였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그 뿐만이 아니다.

<어, 너희 야흐오 가져갈 거야? 그러면 리심이 사는데? 삼선 레드는 분명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겁니다. 역시 리심 칼같이 가져가네요.>

<다대기 선수의 인생 챔피언이 야흐오라면 아웃섹 선수의 인생 챔피언은 리심 아니겠습니까!>

준결승전 B조 세 번째 세트의 밴픽이 시작되었다.

삼선 블루는 앞선 세트에서 무지막지한 활약을 보였던 야흐오를 뺏어왔다.

더불어 트와이스 페이크, 파사딘, 직트까지 저격 밴 해버렸다.

형제팀의 내전이라고 해도 상황이 상황이다.

세트 스코어 2 대 0.

여기서 한 번만 더 지면 끝이다.

급박한 심정은 이해해줄 만하다.

그렇다고 봐주는 건 없다.

픽이 끝나자마자 블루팀 첫 카드로 가져가 버린다.

삼선 레드의 정글러는 무려 리심의 동의어 아웃섹이다.

삼선 블루의 선택이 과연 틀린 것일까?

당연히 계산 하에 이루어진 밴픽 구도다.

로드 오브 로드에서 미드와 정글은 한 몸.

미드가 말리면 정글도 힘을 못 쓰게 된다.

이는 정석과도 같은 공식으로 대회 무대에서는 거의 반드시 지켜진다.

<상대가 다대기야? 그럼 미드 3밴 가야지! 형제팀이라고 봐줄 만한 자리가 아니거든요?>

<3밴, 아니 야흐오 뺏은 것까지 감안하면 4밴입니다. 확실히 다대기 선수 상대로 이만한 밴픽 전략이 없습니다. 아니, 없었습니다.>

전범준 캐스터의 호들갑에 호응한 클끼리가 말을 고친다.

동의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모르겠다.

클끼리 해설이 나지막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과거 두 팀의 선수들은 같은 부스 안에서 경기를 뛰었습니다. 삼선 블루는 지금 큰 실수 저질렀습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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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디->스프리트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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