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48화 (748/803)

00748 봄의 제왕 =========================

이적이라기 보단 리빌딩이다.

같은 게임단에서 소속만 바꾼 거니 당연 그러하다.

現삼선 블루의 봇듀오는 前삼선 레드의 봇듀오였다.

같은 팀 소속으로 경기를 치른 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안다.

치사하다면 치사하지만 원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약점이 있으면 파고 들어야지.

이미 두 세트를 내준 상황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릴 여유는 없다.

<과거의 다대기라면 크게 당황했을 겁니다. 어, 뭐해야 하지? 나 이제 할 수 있는 거 없는데? 하지만 현재의 다대기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과거 같은 팀 소속으로서 같은 것을 보아왔다.

서로에 대해 너무도 잘 안다.

이는 삼선 레드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코볼트가 공격적으로 게임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채 게임에 임했다.

토이치가 원딜 이니시를 걸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맞받아칠 수 있었던 이유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게임이 더욱 불똥 튀긴다.

삼선 블루가 다대기 3밴을 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항상 문제점으로 짚이던 챔프폭.

너 주력만 밴하면 별 볼 일 없잖아!

<요즘 다대기 선수는 챔프폭 괜찮거든요? 이 선수는 구리가스만 안 하면 돼요!>

전범준 캐스터의 드립에 현장의 관중들, 중계 플랫폼의 시청자들까지 박장대소한다.

그만큼 다대기의 구리가스는 악명이 높다.

술통이 아니라 게임을 던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하지만 그건 과거의 다대기다.

최근 다대기는 챔프폭이 넓어졌다.

미드 3밴이 아니라 4밴을 해버려도 상관없다.

아직 다대기의 인생 챔피언이 살아있다.

클끼리 해설이 진지한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거기까지는 삼선 블루의 의도일 겁니다. 왜냐면 최근 대회에서 자드의 평가가 썩 좋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너프가 치명적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림자 분신의 이동 속도.

눈에 보이는 지경이라며 말이 많다.

그럼에도 장인들은 잘만 쓴다.

대표적인 자드 장인 중 하나인 다대기도 상황 봐서 쓰기도 한다.

즉, 지금 자드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소리다.

<선수들의 숙련도가 올라가면서 상성이 바뀌었습니다. 야흐오가 오히려 자드의 카운터 아니냐? 산 증인이 지금 부스 안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한 시청자들이 웃음꽃을 피운다.

잊을 수 없도록 강렬했던 이번 스프링 시즌 개막식의 첫 경기.

삼선 레드가 올마스터가 돌아온 신세상 매직을 막아섰다.

두 번째 세트에서 자드 후픽해서 야흐오를 카운터쳤다.

자드가 별 탈 없이 6레벨만 찍으면 승리 아닌가.

올마스터의 야흐오는 자드를 가지고 놀았다.

게임의 승패가 완전히 미드 차이로 갈렸다.

<흔히 말하는 모범 답안이 돼버렸죠. 챔피언 특성상 충이 많기 때문에 갈리는 면은 있습니다만, 장인들 사이에서는 자드 할 만하다. 오히려 후픽으로 뽑아줬으면 좋겠다. 삼선 블루의 퐁 선수도 야흐오 굉장히 잘합니다.>

삼선 블루의 미드라이너 퐁 또한 야흐오를 즐겨한다.

실제로 대회 경기에서 종종 꺼내 사용하였다.

현재 경기에서의 픽 의미는 크게 두 가지.

자드를 꺼내던가, 무난한 구리가스 하던가.

어차피 너 이거 두 개 말고는 못하잖아.

그런데 어쩌지?

야흐오는 자드 카운터인데?

이야기가 조금 이상하다.

<어, 그러면 삼선 블루가 잘한 거 아닌가요?>

전범준 캐스터가 의아해서 물었다.

잘 나가더니 갑자기 산으로 간다.

클끼리 해설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답은 이미 제시되어 있었다.

<예,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그리고 과거의 다대기였다면 박수를 칠 만한 밴픽입니다. 근데 지금 다대기는 달라요. 이 선수 오늘 좋은 의미로 미쳤습니다.>

중계 플랫폼 등을 통해 방금 경기를 켰다면 의아할 상황이다.

하지만 현장의 관중들은 모두가 끄덕인다.

아, 그렇구나.

그래서 였구나.

이윽고 세 번째 세트의 밴픽이 종료됐다.

양 팀이 원하는 대로 조합을 구성했다.

과연 어느 쪽이 내민 답안지가 정답일지.

로드 오브 로드는 정답을 만들 수 있는 게임이다.

.

.

.

* * *

삼선 블루 대 삼선 레드의 격전.

형제팀간의 내전은 관심이 가는 거리다.

그도 그럴게 최근 잠잠하다.

작년 이맘 때쯤 만해도 절대적이었던 두 팀.

얼밤과 불밤이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전처럼 결승은 역시 맛밤이지!

이런 구도가 나오는 일이 없다.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잉벤 등 커뮤니티에서 밀어주는 차세대 맛밤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그 두 팀간의 결과가 정해졌다.

─캬, 맛밤의 뒤를 잇는 쓰레빠!

빨간 쓰레빠가 결국 다 이겼네.

아무래도 본가가 이쪽이라 그런가?

경기력은 양 팀 모두 좋았는데.

└팀 차이라기 보단 그냥 미드 차이였지.

└삼선 블루도 멤버는 쩔어. 돈 많은 게임단이라 잘 나가는 선수만 영입함.

└퐁도 잘하는 애잖아. 테이커 상대로 이긴 겜 모름?

└장군님, 캐리하신다!

삼선 레드가 형제팀인 삼선 블루를 상대로 3대0의 완승을 거뒀다.

일단 스코어만 보자면 그러하다.

경기의 내용은 흥미진진.

어느 쪽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팽팽했다.

결과적으로 삼선 레드가 모든 세트를 가져가게 되었다.

경기를 본 이라면 다대기의 하드 캐리였다고 격하게 긍정한다.

잉벤에서는 다대기를 찬양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나 다대기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아.

잘하긴 하지만 단점이 확연하다고 생각했거든.

한 마디로 메타 빨을 엄청 타는 선수.

그런데 오늘 경기 보고 생각이 달라졌어.

아니, 달라질 수밖에 없었지.

잘하니까 메타고 상성이고 상관이 없네..

└ㄹㅇ오늘 다대기 장군 완전 날아다님.

└덕분에 솔랭에 야흐오충, 자드충 미쳐 날뛰고..

└그래도 눈 정화 제대로 해서 만족.

└자드 꼴픽될 거라 예상했는데 그걸 결국 하고, 캐리까지 해낸 게 진짜 대단해.

불리한 상황에서 버티는 게 아니라 되려 압도해냈다.

피지컬로 적을 찍어 눌렀다.

다대기가 이렇게 화려한 선수였던가.

경기 내내 게임의 중심이 미드에 있다.

특히 화제가 되었던 건 세 번째 세트.

자드를 후픽해 야흐오를 잡아버렸다.

─그래서 야흐오랑 자드는 누가 카운터임?

컨트롤 잘하면 야흐오가 이기는 관계인 줄 알았는데.

오늘 경기 보니까 또 아닌 것 같고.

그냥 손싸움인가?

└둘 다 피지컬 극한으로 타는 챔피언이라.. 파일럿 기량에 달린 거 같아.

글쓴이-아니, 손싸움이냐고 아니냐고.

└애매하지. 확실하게 결론이 안 났어.

└올마스터랑 다시 한 번 해봐야 답 나올 듯.

결과가 자꾸 극단적으로 나오니 애매할 만도 하다.

더욱이 다대기가 최근 기량이 급상승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팬심 이전에 이미 대세론이 기울어졌다.

이거, 다시 싸우면 모르는 거 아니냐.

─올마스터랑 다대기가 색깔이 좀 많이 다름.

올마스터는 전체적인 숙련도가 다 높음.

신챔프도 빠르게 마스터 해서 잘 써먹고.

대신 뭐 하나 집중적으로 안 파잖아.

물론 이게 프로게이머한텐 엄청난 장점이긴 한데 이번 결승전으로 한정하자면 좀 다름.

다대기는 장인 타입의 선수라서 뭐 하나 진득하게 파면 폭발력이 엄청나.

└야흐오도 조별 리그 때보다 숙련도 엄청 늘었지. 미니언 타는 것부터가 장난 아님.

└다대기 약 했나? 왜 이렇게 잘해졌어.

└스포츠 선수였으면 ㄹㅇ 도핑 의혹 반드시 나왔다ㅋㅋ

└자기 인생 챔프로 올마스터한테 개발리니까 빡연습한 듯?

사정이야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번 결승전, 라인업 장난 아니다.

중국에서 돌아온 올마스터.

그리고 지옥에서 돌아온 다대기.

조별 리그에서 0대2로 깨졌을 땐 정말 지옥 밑바닥이었다.

삼선 레드 시즌4에 적응 못하고 이대로 무너지나.

당시 팬들 사이에서 우려가 상당히 컸다.

전 시즌도 성적이 썩 안 좋았다.

SKY T1 K에게 완전히 호구 잡혔다.

그랬던 삼선 레드가 갑자기 각성.

조별 리그에서 달라진 모습을 서서히 보여주더니.

8강에서 SKY T1 K에게 제대로 리벤지를 성공했다.

그리고 준결승전에서 형제팀을 상대로 증명해냈다.

이번 결승전은 칼을 갈고 나왔다.

올마스터 목 닦고 기다리고 있어라.

인터뷰에서 일련의 언질이 있었다.

─장군님은 게임도 잘하지만 가장 쩌는 건 역시 인터뷰지.

인터뷰할 때 포스가 남달라.

다대기 장군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니까.

└다대쇼군이 또..

└근데 진짜 지리긴 했어. 이런 무거운 느낌의 선수도 있어야지.

└선전포고에서 각오가 느껴지더라ㄷㄷ

└말하는 폼이 장군 같음ㅋㅋㅋ

인터뷰는 내용이 아니라 영상 그 자체로 퍼졌다.

그만큼 안 보고 넘어가기 아쉬울 정도로 무언가가 있다.

재미가 아니라 기대감.

보통 선수들의 인터뷰가 두 가지로 갈린다.

위트있게 진행하거나.

떨떠름하게 넘기거나.

그런데 다대기는 장난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다.

게임에 목숨을 걸었다.

내가 바로 프로게이머다.

2세대 E-스포츠 로드 오드 로드에 와서 선수들이 조금 가벼워진 게 사실이다.

예전처럼 컨셉도 잘 안 잡고 이미지도 물에 물 탄 듯하고.

다대기는 선수 색깔이 확연하다.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의 향수가 느껴진다며 팬층이 두텁다.

인터뷰에서 가장 이야기가 많이 오가는 파트는 세 부분이다.

<지난 윈터 시즌 이후로 부진하다는 평가가 있었어요. 팬들의 우려가 깊었는데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조은나 아나운서가 생기 넘치게 물었다.

다대기 장군은 수줍음 따위 없었다.

무거운 어조로 담담히 자신감 있게 답했다.

<제가 부진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부진했던 건 챔피언이죠.>

처음에는 농담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주력 챔피언들이 너프돼서 힘들었구나.

조은나 아나운서는 웃으면서 받아 넘겼다.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올마스터 선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한 선수가 모든 메타에서 잘할 수는 없다. 스스로 한계를 긋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자드와 나이즈, 그리고 트와이스 페이크까지 너프된 바람에 무척 힘드셨겠어요?>

굉장히 진지한 타입의 선수구나.

그것조차 예상에서 벗어나 버렸다.

<한 번 지고 나서 알았습니다. 나 연습하면 더 잘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연습했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제는 제가 야흐오 더 잘합니다.>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겠다.

이 선수 중2병이 장난 아니구나.

방송인 이상 충분히 재밌는 컨셉이다.

심히 당황스러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대답할 게 없던 조은나 아나운서를 향해 다대기가 재차 말을 이었다.

<저는 말로 하는 걸 싫어하는 타입입니다. 결승전에서 경기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상대가 그 올마스터 선수거든요.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인지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이길 자신이 있으시다는 말씀이시죠, 다대기 장군?>

아무튼 자신감이 충만하다면 좋은 일이다.

결승전의 기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지 않겠는가.

잠깐 당황했던 조은나 아나운서는 인터뷰를 이어갔다.

장난스럽게 별명을 덧붙이며 말이다.

진짜 하이라이트였던 건 마지막이었다.

<장군이라는 별명에 대해 평소 신경 쓰진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있어요.>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쿨하다.

컨셉 한 번 제대로 잡았다.

그런 다대기가 아쉬운 부분이라니?

올마스터는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다.

즉, 해외 팬들이 한국 롤챔스를 많이 관람한다.

<한국에서는 제가 장군이라 불리는데 외국에서도 그럴진 모르겠어요. 외국 시청자 분들께도 제가 왜 장군이라 불리는지 똑똑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잉벤을 포함한 한국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동시에 터져버린 순간이다.

그리고 이번 스프링 시즌 결승전 흥행이 예고되는 순간이다.

중계진들의 얼굴은 싱글벙글.

준결승전 B조의 경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 끝은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롤챔스 스프링 시즌 대망의 결승전.

다대기의 인터뷰는 래딧 등에도 번역되어 퍼졌다.

그도 그럴게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북미, 유럽, 중국 가리지 않고 알려져 있는 이름이다.

그 올마스터에게 선전포고할 자신감 있는 선수.

지금에 와서는 많이 남지 않았다.

안 그래도 올마스터 한국 결승전에 올라갔다며?

상대팀으로 누구 오냐?

요즘 한국은 누가 잘하냐?

이야기가 많았는데 불이 붙었다.

유튜브에 올라온 다대기의 인터뷰 영상엔 한국은 물론 외국 팬들까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 작품 후기 ============================

화면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