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50 봄의 제왕 =========================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지역들이 대회를 진행 중이다.
작년 섬머 시즌 개막전 때처럼 떼거지로 몰려오진 않는다.
하지만 한 마디 하지 않고 넘어가기엔 아쉽다.
SNS를 통해 이미 여러 방향의 반응이 올라왔다.
올마스터가 몸 담았던 두 게임단 선수들의 응원.
두말하면 입 아픈 소리고 진짜는 따로 있었다.
[뭐야, 노리고 한 밸런스 조절?]
[결승전을 저격한 거라면 조금 실망인데.]
[노력해서 메타를 발굴하는 선수들이 힘 빠지는 패치다.]
잉벤, 래딧 등 커뮤니티는 갈라질 수 있다.
아무래도 나라가 다른 만큼 접근성이 불편하다.
그러나 SNS는 만국 공통,
번역기의 신세만 지면 이야기가 통한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공인들은 커뮤니티 활동하기 좀 그렇고 그렇다.
한 번 사건 터지면 수습하기 힘들고 너무 자유분방해서 잘 안 한다.
그런데 SNS는 자신의 페이지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데다 접근성이 높다.
프로게이머들 중 SNS를 하는 이들이 입장을 남겼다.
이번 패치에 대해, 그리고 한국 롤챔스 결승전에 대해서다.
전체적인 반응을 정리하자면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나이즈 상향, 소리커 하향 필요한 부분이었지. 하지만 이렇게 빠를 필요가 있었을까.]
[나도 이번 4.7패치는 조급했다고 봐.]
[게임사는 선수의 아이디어를 존중을 해줄 필요가 있어.]
게임사도 당연 생각없이 패치를 한 건 아니다.
예로부터 AOS게임은 밸런스 패치 하기 최악이었다.
역대 AOS장르 게임들 중 밸런스 좋다고 들은 거 단 하나도 없었다.
얼마나 안 맞았으면 어떤 AOS게임 대회에선 랜덤으로 픽을 골라줬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로드 오브 로드는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그럼에도 이번 패치는 조금 기다렸어야 함이 옳다.
선수들이 이따금 말을 꺼낼 때는 있지만 이렇게 너도 나도 한 소리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경기의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이를 초치는 행위에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묵묵부답 일관할 수는 없다.
게임사는 자신들의 입장을 SNS를 통해 밝혔다.
─수석 디자이너 지미 레이너 올림.
서포터 챔피언이 공격로에서 날뛰는 모습은 재밌지만, 한 편으로는 괴이하죠?
소리커가 공격로에 서는 것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습니다.
이른 조정이 된 것은 그만큼 밸런스에 큰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른 선수, 혹은 일반 유저라 했을지라도 같은 판단을 내렸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올마스터 선수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하며 KR롤챔스 결승전에서의 선전을 응원하겠습니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다른 이도 아니고 올마스터.
게임사에서도 절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선수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는 건 개인,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는 항상 고개가 뻣뻣하다.
나머지 패치 내용은 일절 관계가 없었음을 밝힙니다.
파사딘과 구리가스는 리메이크 일정이 잡혀있었습니다.
나이즈는 최근 중앙 공격로에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패치는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확언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숨구멍은 기똥차게 찾아낸다.
라인 대신 공격로라는 표현, 왠지 있어 보이는 것도 여전하다.
게임사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챔피언의 상&하향이 아니었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롤챔스가 치러지는 지역은 총 여덟 곳입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세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죠.
이번 4.7패치를 통해 소환자의 전장에 보다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거라 전망합니다.
최근 대회 경기는 이 세 가지로 정리가 된다.
라인스왑 메타, 인베 메타, 파밍 메타.
얼마 전 신세상 매직이 선보인 독특한 라인스왑 대처 덕에 줄어드는 추세라곤 하나 땜빵이다.
때문에 근본적인 패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소환자의 전장이 평화로웠죠?
이번 4.7패치에서는 용이 주는 초반 골드량 증가합니다.
인베를 수월하게 막을 수 있도록 장신구 와드도 패치됩니다.
모든 1차 포탑에 초반 공격에 대한 내성을 추가 및 강화하였습니다.
4.7패치를 통해 보다 공격적인 운영을 하는 팀이 이득을 보기 쉬워집니다.
더욱 치열해진 전장에서 소환자 여러분들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대회가 치러지는 지역이 한국 뿐이 아닌 것은 맞다.
그런 만큼 패치 일정이 꼬이는 것은 있을 수 있다.
수석 디자이너 지미 레이너가 밝힌 내용은 여기까지.
아쉬운 점은 있으나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그 똥고집 강하기로 유명한 게임사의 입에서 인정이 나왔다.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은 수도 없이 나왔지만 조금 다르다.
한 번 이러한 경우가 나오면 두 번째는 힘들어진다.
즉, 올마스터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일련의 파동이 더해지자 한국 결승전에 대한 기대치는 깊어져 간다.
그래봤자 북미나 유럽에 비하면 한 수 아래인 지역 아니냐.
비아냥 거리는 이들에게 있어서도 눈으로 보고 확인하기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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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삼선 라이온즈 파크.
좌석의 수만 2만 4천 석.
이만한 규모의 경기장이 가득 찰 날이 얼마나 있을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오늘은 이 드넓은 경기장이 한없이 비좁아진다.
상대적인 의미로 비좁아 보일 수밖에 없게 된다.
축제라도 하나 놀러 온 시민들 뿐만 국내 팬들, 해외 팬들.
삼중주가 어울려리자 객석이 차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E-스포츠라는 것.
간이 의자를 설치해 경기장 중앙에 객석을 급조할 수 있다.
그리고 입석 관중들도 넉넉하게 받을 수 있다.
4만 명이 훌쩍 넘는 관중들이 삼선 라이온즈 파크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바깥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어차피 더 들어갈 자리도 없을 텐데 왜?
그들 중 대부분이 놀러온 시민들.
그리고 소수, 암표상과 표를 구입하려는 팬들의 실랑이다.
암표라니, 당연히 안되는 게 맞다.
하지만 원래 잘 나가는 경기들이 으레 그렇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악한들이 존재한다.
글자 그대로 더러운 행위임에도 어쩔 수가 없다.
평소였다면 침 퉤! 뱉고 집에 가서 TV로 보겠지만 오늘 만큼은 안된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판다.
실시간으로 가격 흥정이 오가며 높은 가격으로 암표를 팔고 산다.
"제길, 더럽게 비싸네."
암표를 구입한 한 명의 남자가 다 들으라는 목소리로 내뱉듯 욕설을 지껄였다.
판 사람의 귀에도 들렸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주위에 어느 누구도 남자의 말을 개의치 않는다.
남자는 오늘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해외에서 왔다.
좀 더 면밀히 따지자면 유럽, 그것도 덴마크에서 왔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는 좀 하지만 덴마크어는 당연히 모른다.
그리고 남자도 주위 사람들보다 표를 조금 더 비싸게 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 표값이 조금이라도 아깝게 되면 래딧에 욕을 흠뻑 써주마.'
오늘 경기를 치르는 두 팀이 누군지 알기나 하는 건가.
남자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표를 구입한 덕분에 줄을 타지 않고 편하게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주위는 지극히 소란스럽다.
마음 같아서는 닥치라고 큰 소리 치고 싶다.
안타깝게도 언어도 안 통할 뿐더러 너무 많다.
얼핏 봐도 수많은 되어보이는 관중들.
남자는 표정을 구긴 채 남자는 경기장 중앙을 쳐다봤다.
<첫 번째 세트의 밴픽~~ 시작합니다!!>
무슨 말인지 모를 괴성과 함께 화면에 변화가 생겼다.
철로 된 시설물에 고정된 직육면체의 대형 모니터.
전후좌우 네 개의 면을 통해 같은 화면이 전해진다.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지난 롤드컵 이후 세계 각지 E-스포츠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추세다.
아무리 변방이라곤 하지만 한국에서도 사용할 만하다.
적어도 남자의 눈에는 경기 수준이 하찮아 보였다.
'그렇게나 띄워주니 한 번 와보기는 했다만.. 어차피 고만고만한 수준이겠지.'
참으로 기고만장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유럽의 팬들은 정말로 그리 생각한다.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 E-스포츠의 중심이었던 한국.
로드 오브 로드는 그렇지 않다.
그 중심은 당연코 유럽이다.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북미도 유럽에 비해서는 아래.
한국은 그보다 더 아래에 위치한다.
이토록 자국 리그에 자부심이 대단한 남자가 어쩌다 한국까지 오게 됐을까.
'한 번 요행이 터진 주제에 거들먹거리긴.'
작년 LCF의 우승을 견인한 올마스터.
유럽이 최고라고 여기는 이들도 그만은 존중한다.
하지만 남자는 인정하지 않았다.
두 가지 행운이 겹쳤을 뿐이다.
하나는 대격변에 가까웠던 새로운 시즌.
선수들이 혼란을 겪고 있을 때 바퀴벌레처럼 적응한 덕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진짜 이유다.
'운 좋은 자식 같으니라고.'
생각을 곱씹을수록 울화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1년이 넘도록 근신에 처했다.
아니, 근신조차 아니라 영구 제재.
TK게이밍 소속으로 LCF를 뛰는 게 불가능해졌다.
자신은 당연 그럴 만한 일은 한 적이 없다.
항변을 했음에도 게임사는 자신의 평소 행실을 걸고 넘어지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프로게이머 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그러다 최근 누명이 벗겨지며 정지가 풀렸다.
러브콜을 보낸 게임단이 힘을 써준 덕분이다.
확증이 없다는 걸 걸고 넘어지며 끝끝내 게임사로부터 대답을 받아냈다.
'머리가 좋은 녀석이야. 커리어만 쌓고 곧장 쩌리 리그로 튄 것 보면.'
다시 프로게이머로 복귀할 수 있게 된 남자.
젠슨은 날짜 상의 문제로 섬머 시즌부터 경기를 뛰게 됐다.
몸이 근질근질함에도 강제로 한가함을 맛봐야만 한다.
때문에 젠슨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건너왔다.
근신 기간 동안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신경 쓰였다.
자신 대신 LCF의 우승을 거머쥔 녀석.
운이 좋은 여우인지, 발톱을 감춘 호랑이인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대체 생각이나 하고 밴픽을 하는 거야?'
첫 번째 세트의 밴픽을 보던 젠슨의 입가가 뒤틀렸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불쾌감이다.
'하, 하다 하다 탤런이라.'
브실골플 심해에서나 나올 법한 챔피언.
대회에서 기용되다니 가당치도 않다.
심지어 조합도 막무가내 특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나오는 픽, 그리고 조합만 봐도 대략적인 수준이 보인다.
한국 리그의 수준은 한참이나 질 떨어진다.
LCF에서 우승하고 돌아갔다는 곳이 이런 리그라니.
조금이라도 경쟁 심리를 가졌던 자신이 우습게 된 꼴이다.
'아니지.. 상대의 수준이 낮을 수 있어.'
자신이 보고 싶은 건 올마스터 본인의 실력이다.
그럼에도 착잡함 심정은 숨길 수가 없다.
이런 격 떨어지는 곳에서 경기를 뛰는 것이 소망이었나.
심드렁해진 젠슨은 턱을 괸 채 시선만을 화면에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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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소란스러운 외침과 함께 막을 올린다.
신세상 매직의 팬들.
그리고 삼선 레드의 팬들.
저마다 자신들의 응원하는 팀명을 소리친다.
<경기 시작했습니다. 아래쪽 블루팀에 신세상 매직. 위쪽 레드팀에 삼선 레드. 결승전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평소와 달리 진중하다.
전범준 캐스터가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그만큼 현재 진행되는 경기는 중요도가 높다.
롤챔스 스프링 시즌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자리다.
구태여 입 아프게 설명을 붙일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양 팀의 선수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적의 위치와 예상 전략을 파악한다.
무언가 짚이는 바가 있는지 김은준 해설이 입을 열었다.
<따끈따끈한 최신 패치죠. 이제 인베 단계에서 장신구 와드를 박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120초가 걸렸는데 이제는 30초면 On이 돼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척 큽니다.>
상대의 인베를 아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역버프라던지 초반 정글 동선 체크도 손쉽다.
무엇보다 라인 스왑 의도를 알아내는 게 간단해진다.
<용의 초반 가치가 올라감에 따라 라인 스왑의 리스크가 커졌습니다. 포탑의 초반 내성이 올라갔기 때문에 라인 스왑을 당한 쪽은 용을 수월하게 가져갑니다. 철거 메타의 종말이 고해졌다, 정리하자면 그렇습니다.>
뭔 말인진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오늘 결승전에서 라인 스왑 없겠구나.
재밌는 게임 감상 가능하겠구나!
<즉, 라인전의 비중이 크게 올랐어요. 초반 단계에서 승부수를 보기 쉬워졌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죠. 삼선 레드는 변수가 있는 조합을 선택한 건 그런 이유가 아닐까…>
명쾌하지는 않아도 일리는 있다.
이를 묵묵히 듣고 있던 옆자리의 한 사람.
클끼리의 생각은 조금 상이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뭔가 작전을 쓸 거면 첫 세트에서 써라. 제가 보기에 삼선 레드는 이미 칼을 빼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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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젠슨은 실존 인물이 모티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