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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51화 (751/803)

00751 봄의 제왕 =========================

양 팀 모두 장신구 와드로 인베를 방어한다.

그리고 천천히 각자의 라인전을 진행한다.

아직까진 별 일없이 잔잔하다.

딱히 주목할 만한 거리가 없다.

클끼리가 짚고 넘어가려는 건 조금 더 근본적인 이야기다.

어째서 삼선 레드는 이러한 조합을 선택했을까.

삼선 레드가 꺼낸 조합은 다음과 같다.

탑-또도 박사

정글-리심

미드-탤런

원딜-이즈레알

서폿-광우스타

<물론 전략을 꺼내는 게 만능은 아니에요. 특히 강팀들 간의 대전에선 이 말이 틀릴 때가 있습니다. 서로 준비를 철저하게 해오는 데다 가드도 어설프지 않아요. 하지만 이번 세트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아직 무엇 하나 제대로 결정나지 않은 시점이다.

정글러들은 3레벨을 목표로 레벨링을 한다.

라이너들은 딜교환 욕심보단 CS를 먹는다.

클끼리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밴픽 단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조합에 특별히 색깔이 있진 않습니다. 그런데 챔피언들 하나하나 놓고 보자면 특색이 같아요.>

밴픽 때는 특별한 이상이 감지되지 않았다.

어째서 이제서야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

클끼리 해설 본인도 알아채는 게 늦었다.

다섯 챔피언들 간에 공통점을 찾아라.

윌리를 찾는 것만큼 알쏭달쏭한 일이다.

그것이 클끼리 해설의 눈에는 보인 모양이다.

<이 조합을 굳이 명명하자면 어그로 핑퐁 조합이다. 보시면 각 챔피언들이 전부 어그로 핑퐁이 돼요. 뭉쳤을 때의 이점은 떨어지지만 대신 선수 개개인의 피지컬에 시너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그로 핑퐁은 클끼리가 밀고 있는 유행어다.

탁구에서 공이 튕기듯 적에게 맞다가 빼는 행위.

딸피가 최고의 CC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걸 잘하면 적 포커싱이 갈리면서 진영 붕괴의 효과도 있다.

삼선 레드의 조합은 이를 해내기에 이상적인 챔피언들이다.

탱커인 또도 박사도 우직하게 맞기 보단 적절히 맞고 빼는 난이도를 요한다.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확실하게 그려지진 않는다.

경기의 시간은 서서히 흘러간다.

삼선 레드가 원하는 그림.

그려질 수 있는 한타의 시간이 도래했다.

.

.

.

* * *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나날이다.

과거 삼선 레드는 결승전의 자리에 올라갔다.

작년 스프링 시즌의 결승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

상대는 형제팀이라 할 수 있는 삼선 블루.

물론 현재의 삼선 블루와는 전혀 다르다.

멤버부터 한 명도 일치하지 않는다.

그때의 패배가 억울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다시 도착할 수 있었다.

허무하게 왕좌를 내줄 생각은 없다.

그렇기에 철저히 준비해왔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

독특함을 앞세운 교란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의 특기이지, 자신들의 특기가 아니다.

즉, 방향성부터 완전히 다르게 잡았다.

하아아아!

바론 앞에서의 대치 구도.

적 치비르가 궁극기를 발동했다.

한타를 걸어보겠다는 속셈이다.

"치비르! 치비르부터 잡아!"

조합의 완성도는 얼핏 상대가 더 좋다.

치비르가 중심이 되는 돌진 조합이다.

앞라인 싸움을 하면 높은 확률로 패배한다.

예정된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각자의 역할 이상을 해내는 슈퍼 플레이.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준비한 전략이다.

삼선 레드의 방향성은 애시당초 그러했다.

찰싹!

아콘의 또도 박사가 식칼을 던지며 막아선다.

막대한 딜링을 홀로 견뎌낸다.

아무리 탱커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계속해서 맞다간 제 역할도 못하고 녹아내린다.

너무 빠르게 뺐다간 아군의 진영이 무너진다.

절묘한 타이밍에 점멸을 사용해 살아나간다.

그 순간 들이닥쳤다.

쿵! 쾅!

하트브레이커의 광우스타가 교체하듯 들어갔다.

아니, 원딜러를 지키지 않고 대체 왜?

일반적으로 해야 할 선택과는 상이하다.

또도 박사를 지키기 위함이라도 이건 아니다.

원딜러가 죽기라도 하면 말짱 도루묵.

두 마리 토끼를 전부 놓쳐버릴지 모른다.

망설임 없는 판단 덕에 팀원들이 호응할 기회를 얻었다.

이~쿠우!

리심 하면 아웃섹, 아웃섹 하면 리심.

어째서 자신이 리심으로 유명해졌나.

그 이유를 보여주는 듯한 플레이다.

방로와 점멸을 사용해 미끄러지듯 파고든다.

측면에서 범의 일격으로 냅다 걷어 찬다.

날아간 쓰렉귀가 치비르에 부딪혔다.

광우스타가 만들어낸 아비규환.

혼란스러웠던 와중에 차마 피하지 못했다.

팀원을 믿고 마지막까지 기다렸던 보람이 있다.

치링~!

촤락!

수십 개의 표창이 넓게 퍼지며 가속시킨다.

유령검까지 더해지자 전광석화다.

다대기의 탤런이 치비르의 목을 긋는다.

촤라라락!

가진 바 모든 딜링을 쏟아 넣었다.

그리고 유유히 점멸을 사용해 빠져나간다.

치비르는 출혈과 발화에 의해 목숨이 갉아먹힌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 원딜을 잡는 제1목표를 이뤄냈다.

그 과정에서 모두 만신창이가 됐다.

그럼에도 단 한 명도 죽지는 않았다.

지켜줄 아군이 떠나가고 외로이 남아버렸던 데프콘의 이즈레알.

영락검과 힌두인이 나온 티바나는 원딜러에게 있어 재앙이다.

스치기만 해도 체력바가 뜯겨나가며 아무리 쳐도 죽지 않는다.

데프콘은 괴물 같은 티바나를 홀로 상대해냈다.

피융!

이즈레알이 쏘아낸 마법화살이 티바나에게 명중했다.

티바나는 개의치 않고 고개를 돌려 돌아간다.

불가능에 한없이 가까웠던 생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내는 피지컬이 데프콘에게는 있었다.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만 간 것도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티바나는 바로 걸음을 돌렸을 것이다.

그 이빨은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군들에게 향해진다.

때문에 데프콘은 외줄타기와도 같은 카이팅으로 버텨냈다.

잡힐듯 말듯한 거리를 유지한 채 기어코 살아남았다.

슈퍼 플레이가 연달아 터지자 한타의 승기가 넘어간다.

찰싹!

가장 먼저 발을 뺐던 또도 박사가 돌아왔다.

궁극기에 의해 체력이 절반 이상 차버렸다.

한타 지속력에 있어 으뜸 가는 챔피언이다.

지속 딜러인 원딜러가 잡힌 이상 또도 박사는 불사신이다.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주저함 따위 없다.

한타의 승리가 사실상 굳어졌다.

"쫓아가지 마. 우리 체력 없어."

"바론, 바론 먹자."

한 명의 희생도 없이 적 세 명을 잡아냈다.

추적전을 펼치기엔 무리지만 바론을 잡는 건 어렵지 않다.

방금의 한타로 글로벌 골드는 물론 게임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삼선 아웃섹님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바론을 먹고 무사히 귀환까지 마쳤다.

그제서야 숨을 돌릴 짬이 나온다.

아웃섹이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금 한타 진짜 다 잘했다. 한 명이라도 실수했으면 어떻게 될지 몰랐는데."

"형 당구가 제일 쩔었어. 근데 노리고 찬 거야, 아니면 뽀록이야?"

"당연히 노리고 찬 거지! 다대기가 정확히 호응해줄 것도 알고 있었어."

같은 팀인 만큼 플레이는 당연히 맞춘다.

하지만 아웃섹과 다대기 이 둘만은 특별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줄곧 파트너였다.

지금에 와서는 뗄래야 뗄 수가 없는 사이.

그들의 호흡은 이심전심 말하지 않아도, 핑을 찍지 않아도 통한다.

방금도 아주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치비르가 살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탤런 선택이 신의 한 수였어. 다른 챔피언이었으면 거기서 치비르 순삭 못했을 거야."

"챔피언 좀 애매하다고 생각했는데 한타가 은근히 좋네."

"광역딜도 잘 묻혔지. 치비르만 따고 나왔으면 거기서 더 못 끊었을 걸?"

상황에 따른 적절한 챔피언 선택.

다대기와는 정말 인연이 없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판에서는 그렇게 됐다.

호들갑스런 팀원들의 성황에 다대기는 담담히 반응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거 아니야. 촐싹대지 말고 집중해."

"오~ 세게 나오는데."

"장군님 엄명이시다. 애들아, 말 들어라."

조금 섭섭할 대답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자리가 자리다.

이토록 유리해진 상황에서 방심하다 게임을 진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지며 커뮤니티에서는 까임이 대상이 된다.

다대기의 말마따나 기쁨은 경기 이후에 나눠도 늦지 않다.

상대가 가져간 챔피언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크다.

자칫 성장이라도 시키면 게임이 힘들어질 수 있다.

.

.

.

* * *

참 여러가지 의미로 흥미가 깊은 한 판이다.

기필코 화제를 낳을 수밖에 없는 경기다.

중계진들 사이에서도 입담이 오간다.

<보고 있나, 게임사? 지금 파사딘이 이 꼴이다. 내가 써도 이것밖에 안된다. 올마스터 선수가 파사딘 유저들을 대표해서 항의를 하고 있어요.>

클끼리 해설의 농담에 채팅창의 반응이 뜨겁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다.

얼마 전 리메이크가 된 파사딘.

상징과도 같았던 침묵이 사라졌다.

궁극기도 이러저러 너프를 먹었다.

솔로랭크의 절대자였던 파사딘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 파사딘을 올마스터가 첫 번째 세트에서 꺼내들었다.

그라면 무언가 보여주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게임의 상황은 시원찮다.

전범준 캐스터가 클끼리 해설의 말에 호응했다.

<얼음 장갑, AP챔피언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아이템은 아니죠? 정말 항의하기 위해 올린 아이템일지도 몰라요?>

<물론 농담으로 한 말이고요.. 당연히 연구를 하고 꺼냈을 겁니다. 현재 파사딘이 리메이크를 통해 궁극기 AP계수가 없다시피 되었고, 대신 마나 계수가 생겼거든요. 아마 이 점을 착안하지 않았나…>

현재 파사딘은 침묵이 사라지고 궁극기도 AP계수가 사실상 없다.

때문에 방어력과 마나통을 올려주는 얼음 장갑을 올렸다.

그렇게 해석을 해봐도 되는 템트리다.

일단 보기에도 제법 효율성이 있어 보인다.

한 가지 안타까웠던 건 상대의 대처가 좋았다.

정확히는 예상에서 벗어난 픽을 가져갔다.

김은준 해설이 설명의 바톤을 이어받았다.

<올마스터 선수가 무려 파사딘 선픽을 했어요. 그러다 야흐오나 자드 나오면 어쩌려고? 결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닙니다. 솔로랭크 데이터가 있거든요!>

신세상 매직은 나이즈를 밴하고 야흐오와 자드를 살려두었다.

그러고선 파사딘을 먼저 가져가는 기행을 보였다.

상식적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판단.

일련의 판단에 대해 김은준 해설은 데이터가 있었다.

<리메이크 이후 파사딘의 승률이 급감했습니다. 너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니 당연합니다. 그런데 하나 흥미로운 건 AD챔피언을 상대로 승률이 올랐습니다!>

리메이크 과정에서 변한 건 침묵과 궁만이 아니다.

W스킬 황혼의 칼날이 변경되었다.

이전에는 지속적으로 평타를 강화시켰다.

이제는 한 번의 평타를 묵직하게 가한다.

<근접한 거리에서 딜교환이 좋아졌다는 거죠. 역카운터를 노렸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여기까지는 완벽해요. 문제는 다대기 선수가 야흐오도, 자드도 고르지 않았습니다.>

다대기는 예상치 못한 픽을 선보였다.

공격적인 성향인 두 챔피언과는 확연히 다르다.

AD챔피언 중 특이하게도 탤런은 수비적인 라인전을 지향한다.

서로 무난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 중반 타이밍의 존재감은 탤런이 한 수 위.

게임의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는 결정적인 차이였다.

물론 한 가지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파사딘이 딱 한 가지 버프 받은 사항이 있습니다. 3레벨 궁극기 쿨타임이 무척 짧아졌어요. 초중반이 힘든 대신 왕귀력은 올라간 셈이에요.>

<근데 그 전에 게임 끝날 걸로 보입니다. AP꼬그모 같은 건 라인 클리어가 되니까 버티면서 16레벨을 노려볼 수 있는데 파사딘은 그게 안돼요. 무엇보다 상대가 기다려주지 않죠.>

클끼리가 던진 희망을 김은준이 자근자근 짓밟는다.

그의 말대로 삼선 레드가 물밀듯 진격한다.

여차하며 다이브도 불사할 기세다.

그럴 수 있는 여건은 갖춰져 있다.

<삼선 레드는 리심, 탤런, 이즈레알 이 세 챔피언의 힘이 빠지는 후반되기 전에 무조건 걸 겁니다. 그럴 수 있는 조합이기도 합니다.>

<광우스타가 궁 쓰고 들어올  때 딜러부터 점사해서 녹이면 참 좋은데.. 말씀드렸다시피 순간적으로 확! 녹인다던지. 그것이 힘들다는 게 크네요.>

어그로 핑퐁 조합이라 명명했던가.

바론 앞 한타에서 그 진가가 드러났다.

죽을 듯 말듯 아슬아슬 살아 돌아간 덕에 한타가 비벼졌다.

그때보다 격차가 큰 지금 파사딘이 할 수 있는 건 그다지 없다.

리메이크 된 파사딘이 지나칠 정도로 안 좋은 것인가.

아니면 삼선 레드의 저력이 알려진 바 이상인 것인가.

어느 쪽이든 첫 번째 세트의 승기는 기울어졌다.

그 결과에 대해 한국은 물론 해외까지 떠들썩 소란이 일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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