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53화 (753/803)

00753 봄의 제왕 =========================

첫 번째 세트의 결과는 여러모로 안습하다.

파사딘의 픽이 조금 안 좋게 작용했다.

'뭐, 실패할 때도 있는 거지.'

얼마 전 리메이크가 된 파사딘.

꺼내봤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야흐오는 참 잘 잡는데.'

현재 파사딘은 데미지가 조금 심각하게 줄었다.

궁극기는 AP계수가 사라지고 마나 계수가 붙었다.

그래서 나온 차선책이 얼음 장갑.

유일하게 버프된 W스킬 황혼의 칼날을 선마스터한다.

부족한 라인클리어를 얼음 장갑의 광역딜로 보충한다.

방어력과 마나 덕에 인파이트가 강력해진다.

근접 챔피언을 상대로 맞딜을 이겨버릴 수준이다.

특히 야흐오 킬각 내기 정말 쉽다.

궁으로 붙어서 둔화 걸고 툭툭 치다가 회오리 날릴 때 궁으로 피하면 된다.

야흐오 자신 있으면 꺼내봐라 도발한 픽이다.

그런데 설마 탤런을 준비해왔을 줄이야.

다른 챔피언은 상관없는데 탤런은 좀 걸린다.

탤런이 부메랑 표창으로 파밍하면 막을 수가 없다.

라인전을 지는 건 아니지만 한 가지.

서로 무럭무럭 성장하면 중반 타이밍에 밀린다.

챔피언의 특성상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다.

물론 언제까지 쭉 밀리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안타깝게도 그 시간을 벌 수 없었다.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

아무튼 첫 시도는 안 좋았다.

하지만 두 번째 시도까지 안 좋으리란 보장은 없다.

카운터 픽으로 기용한 파사딘과는 다르다.

구리가스는 그냥 좋은 픽이다.

'미드에선 별로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일이다.

당시로서는 그것이 당연했다.

구리가스의 존재 의의는 포킹.

술통에서 시작해 술통으로 끝난다.

한타에서 술통을 맞히냐, 얼마나 맞히냐 이 두 가지로 숙련도가 이야기된다.

리메이크 이후 그 술통 데미지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AP계수를 그냥 대놓고 깎았다.

사거리도 짧아져서 맞히기 힘들다.

리메이크 이후 오랫동안 쓰이지 않았던 이유다.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다.

설마 구리가스를 탑으로 쓰면 좋다니.

"대회에서 미드 서는 건 처음인데 잘 될런지 모르겠다."

씨지맥의 야흐오가 미드를 갔다.

그리고 나는 탑라인에 도착했다.

상대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을 거다.

아니, 올마스터가 왜 탑을 가?

'원래 그러기로 했어.'

결코 임기응변 식의 대응이 아니다.

씨지맥이 종종 쓰는 탑야흐오.

당연하게도 미드를 가도 되는 챔피언이다.

이런 식의 라인 스왑은 원래 신세상 매직의 특기다.

'마법 저항력 룬을 안 드신 모양이네.'

적 탑라이너는 또도 박사다.

최근 텔레포트 메타의 수혜를 입어 픽률이 상승 중이다.

이전 세트에서도 정말 괴물 같이 안 죽었다.

라인전 단계에서 말리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유인 즉, 발화의 유무.

또도 박사의 탱킹은 회복력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발화는 치유력을 50% 감소시킨다.

발화가 하드 카운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반대로 발화가 없으면 날뛰기 딱 좋다.

한타도 한타지만 라인전이 무척 편하다.

뒤에서 식칼 던지면서 파밍파밍.

발화를 드는 것도 해답이 되지 못한다.

왜냐면 현재 텔레포트가 워낙 사기다.

포탑에 사용시 쿨타임이 고작 200초.

유틸 특성을 찍은 또도 박사는 그보다 짧다.

위험하다 싶으면 집 가서 아이템이랑 포션 사온다.

무리만 안 하면 죽을 위험이 없다.

발화가 없으니 이전처럼 풀피 다이브가 안된다.

라인전 안정성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네네톤, 티바나 상대로는 그렇지.'

그럼에도 어쩔 수가 없다.

알아도 막는 게 불가능하다.

일방적인 딜교환을 자랑한다.

투웅!

1레벨부터 냅다 들이박는다.

구리가스의 E스킬 배치기.

리메이크 전에는 단순한 둔화였다.

하지만 이제는 에어본과 스턴이다.

박치기 하고, 평타 치고, 빠져나오면 못 막는다.

투웅!

배치기의 쿨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반복한다.

상대 입장에서는 당연히 피하고 싶다.

그런데 현재 배치기는 판정이 조금 심각하게 좋다.

미니언 사이에 껴있어도 같이 휩쓸린다.

어, 이거 배치기 하면 맞으려나?

고민이 되는 건 무조건 맞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찰싹!

물론 상대도 반응을 한다.

딜교환을 위해 조금 깊이 파고들면 어쩔 수가 없다.

돌아가는 와중에 식칼 한 방.

뚱뚱한 구리가스는 피하기가 힘들다.

벌컥벌컥!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구리가스의 W스킬 술 마시기.

리메이크 전후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처럼 공격력을 올려주진 않는다.

대신 적에게 술통을  내려찍는다.

기본 데미지는 물론 %뎀까지 붙어있다.

%뎀이라는 건 탱커를 가잘 잘 잡는 이상적인 딜링기다.

초반은 물론 후반에도 쭈욱 세다.

그보다 좋은 건 쿨타임이 8초.

그리고 패시브 쿨타임도 8초다.

'또도 박사의 상위 호환이거든.'

구리가스의 패시브는 체력을 회복시켜준다.

리메이크 이후 조금 더 직관적으로 바뀌었다.

스킬을 써야 회복되지만 괜찮다.

현재 술 마시기는 노코스트다.

패시브를 쿨마다 부담없이 돌릴 수 있다.

천천히 체력을 채우고 각 나오면 들이박는다.

투웅!

퍼억!

뒤에서 식칼만 던지며 사리는 또도 박사.

구리가스 상대로는 안 통한다.

배치기 판정이 워낙 좋아서 웬만하면 맞는다.

술통까지 내려찍으니 체력바가 묵직하게 뜯겨나간다.

마법 저항력 룬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아프다.

탑 야흐오 상대면 안 들어도 되겠지.

실수할 만도 하지만 치명적이다.

'슬슬 긴장이 될 거야.'

이번 웨이브만 먹고 안전하게 텔 타야겠다.

지금 타버리면 일부 미니언 웨이브를 잃는다.

그렇다고 버티기엔 체력이 조금 많이 깎였다.

적팀의 정글러 리심.

뒤를 봐주지 않고 그냥 온다.

혹시 모를 다이브 시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 안일한 생각 정말 좋아한다.

"어떻게 할 거야?"

"당연히 해야지."

예은의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강제 이니시라는 개념.

이 구리가스 만큼 어울리는 챔피언이 없다.

투웅!

타워에 몰아넣고 박아버린다.

목표는 당연히 또도 박사.

그리고 리심까지 휩쓸리고 만다.

아니, 상대가 뻔히 보고 있는 와중에 어떻게?

구리가스는 그게 되는 챔피언이다.

능숙한 쇈 유저가 사용하는 도발-점멸.

이와 비슷하게 배치기-점멸이 가능하다.

우월한 판정 덕에 대충 박아도 맞는다.

광역 스턴을 거는 것이 굉장히 손쉽다.

퍼억!

파아앙!

기절한 또도 박사에게 술통을 내려찍는다.

3레벨을 찍고 배운 Q스킬.

술통 던지기도 잊지 않고 먹여준다.

그럼에도 체력바가 조금 남는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 거미여왕이 점멸로 벽을 넘어 연계한다.

거미폼의 독어금니로 물어뜯자 마무리된다.

도주하는 것도 거미줄로 빠져나오면 간단.

나는 타워에 두 대 맞고 빠진지 오래다.

터억!

스턴이 풀리자마자 리심이 방로로 쫓아온다.

술통에 의해 느려진 걸음걸이.

거미여왕이 날리는 실뭉치를 피할 수 없다.

살아 나오는 과정까지 완벽히 계산했다.

"한 번 더 죽일까?"

"아서라. 텔 있다."

나와 예은의 점멸이 빠졌다.

대신 선취점을 깔끔하게 가져갔다.

적 또도 박사를 크게 말리는데 성공했다.

사실 이러는 게 솔로랭크에선 큰 이득은 아니다.

'적 리심이 미니언을 먹었으니까.'

탑라이너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적 탑, 정글 노플!

해석하자면 내 죽음은 정당하다.

하지만 대회 무대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수 전환이라는 게 있다.

우리가 이득보는데 힘을 썼으니 이 만큼은 사려야 한다.

솔로랭크는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죽자고 싸운다.

안 싸우고 싶어도 팀원 한 명이 들어가면 어쩔 수가 없다.

그랜드 마스터쯤 가면 달라지지만 그 이하는 비슷비슷하다.

당연하게도 이곳은 대회.

의견 교환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한 가지 결론이 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2분 이따 탑 한 번 더."

"오케이."

아군이 조금만 사리면 다시 주도권이 넘어온다.

그리고 그 시간을 버는 것은 쉬운 일이다.

상황 자체가 그렇게 굴러간다.

갱호응이 무척 안 좋은 또도 박사.

구리가스로 갱회피하는 것은 너무나도 쉽다.

점멸이 없어도 상대가 갱각 절대 못 잡는다.

내가 이렇게 사릴 수 있다면 게임이 편해진다.

아군 정글이 미드랑 봇만 봐주면 된다.

이곳은 솔로랭크가 아닌 대회 무대다.

어째서 대회에선 킬이 잘 안 나오는 걸까?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 솔로랭크 보면 서로 피터지게 죽이던데.

이런 식으로 오더가 칼같이 오가기 때문이다.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한 손해 볼 일은 있어도, 죽을 일은 별로 없다.

찰칵!

귀환해서 두란링과 증폭의 책자를 구입한다.

이제부터 보여줄 수 있다.

구리가스가 만능형 탑솔러라 불리는 이유.

차후 너프를 먹고 정글러가 되어버린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Q스킬 술통 던지기 때문이다.

'활용 방식에 따라 너프가 아니다. 처음으로 보여준 스킬이었지.'

리메이크 전에는 맞히기만 하면 데미지가 다 들어갔다.

하지만 현재는 그냥 맞히면 데미지가 약하다.

술통을 굴리면 2초에 걸쳐 피해량이 상승한다.

이전 만큼 강력한 딜링을 넣는 것이 쉽지 않다.

상대가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2초 안 기다려준다.

그런데 언제까지고 기다려주는 녀석들이 있다.

티링!

몇 차례 라인을 받아먹자 5레벨이 됐다.

리메이크된 술통 던지기의 진가가 발휘된다.

미니언들 사이에 굴리고 2초간 기다린다.

파아앙!

원거리 미니언이 단 한 방에 산화한다.

고작 5레벨에 이 정도 라인 클리어.

라인 푸쉬력이 좋다는 건 탑 챔피언에게 있어 엄청난 이점이다.

라인 중간에 애매하게 있다가 갱 당할 위험이 사라진다.

그리고 가장 큰 건 밀고 싶을 때 쭉 밀 수 있다.

상대의 예상보다 반 타이밍 빠르게 다이브가 시행된다.

벌컥벌컥!

미니언 웨이브를 몰아넣었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술을 마시면서 또도 박사에게 천천히 접근한다.

앞에는 나, 뒤에는 정글.

거미여왕이 적 블루 지역을 경유해 돌아왔다.

퍼엉!

취익!

일련의 다이브는 정교하게 행해진다.

먼저 폭탄 거미와 독침이 또도 박사의 살점을 뜯어낸다.

그러자 포탑의 어그로가 거미여왕을 향한다.

한 대 맞고 각을 봐서 실뭉치를 날린다.

또도 박사는 침착하게 점멸로 회피했다.

피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도망갈 곳이 없다.

포탑에서 벗어나면 충격할 거리가 닿는다.

남은 방법은 어떻게 잘 비벼보는 것.

그럴 각을 주지 않는 정교한 다이브다.

투웅!

퍼억!

배치기로 박으며 술통을 내려찍는다.

거미여왕도 독어금니로 물어뜯는다.

체력이 절반쯤 달았을 때 거미줄을 탄다.

당하는 입장에서 욕이 절로 나오는 다이브다.

포탑의 어그로 방향이 나에게로 바뀐다.

아직 5레벨인 또도 박사.

자랑하는 회복력이 빛을 발할 시간이 아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두 개의 술통을 연달아 던져 마무리한다.

뒤늦게 온 리심의 시야에는 또도 박사의 시체 뿐이다.

탑라인의 스노우볼이 격하게 굴러간다.

'한 마디로 인생 끝났어.'

깔끔한 두 번의 다이브.

결코 우연이나 상대의 실수가 아니다.

대처는 분명 완벽했으나 틈을 비집었다.

없어야 할 틈을 강제로 비틀어 열었다.

이제 귀환해서 아이템 하나 사면 라인전 끝난다.

내가 딜템인 증폭의 책자를 구입한 두 번째 이유다.

찰칵!

첫 번째 이유는 주문력을 올려 다이브 성공률을 올린다.

두 번째 이유는 광채의 칼의 하위템이기 때문이다.

또도 박사는 당연히 은전자 망토부터 사올 것이다.

그런데 광채의 칼로 물리 피해를 입혀버린다면?

레벨 격차, 아이템 격차, 하이브리드 데미지.

솔킬을 딸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 제공된다.

억겁의 스태프를 생략하더라도 괜찮다.

딜링을 당겨 써서 캐리력을 끌어올린다.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이다.

탑라인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옮기려던 찰나에 들려왔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실수가 아니면 죽을 일이 별로 없다.

별로 없는 거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솔로랭크가 아닌 대회 무대.

그것도 스프링 시즌의 결승전이다.

상대가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하게 만든다.

살계를 강제로 열어비트는 괴물들이 득실득실하다.

현재 아군의 미드를 맡아주고 있는 씨지맥.

분명 수준 있는 선수이며 믿을 수 있는 동료다.

하지만 그는 천생 탑라이너다.

아무리 연습을 했다고 한들 자그마한 실수, 분명 저지를 수 있다.

그 자그마한 틈을, 기회를 받아먹을 기량.

'봄의 제왕이라..'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상대다.

경기의 흐름은 생각한 바 이상으로 빠르게 흘러간다.

============================ 작품 후기 ============================

화면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