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54 봄의 제왕 =========================
올마스터가 두 번째 세트에서 꺼낸 구리가스.
리메이크가 아니라 너프라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미드로 쓰기엔 챔피언이 심각하게 애매해졌다.
포킹 챔피언에게 포킹을 뺏어갔다.
데미지도 이전만 하지 않다.
쓸려면 쓸 수야 있겠지만 옛날 마냥 QR에 원딜 삭제.
이런 거 절대 안된다.
그런 구리가스를 올마스터가 꺼냈다?
이것 자체는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원래 올마스터가 독특한 거, 남들이 안 하는 거 그냥 해버리는 선수다.
문제는 상황이 좀 많이 그렇다.
첫 번째 세트에서 파사딘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구리가스다.
지난 4.7패치에서 리메이크된 두 챔피언이다.
너프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한다.
정말로 불만이 있든, 없든 문제가 생기고 만다.
남들의 눈에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러다 진짜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진심으로 철렁했다.
한시름 더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올마스터의 구리가스가 탑라인을 압도하고 있다.
투웅!
퍼억!
구리가스 배치기 이후 술통을 후려친다.
리메이크 이후 스킬셋이 조금 바뀌었다.
배치기에는 스턴, 술통은 평타 강화.
한 방이 이전보다 묵직하게 들어간다.
<리메이크 구리가스 엄청 셉니다! 딜교환 한 방에 또도 박사 반피 나갔어요!>
전범준 캐스터 깜짝 놀라 소리칠 만도 하다.
포탑을 안은 채 힘겹게 파밍하던 또도 박사.
구리가스가 배치기로 들어가서 딜 넣고 빠졌다.
포탑에게 당연히 두 대 얻어맞았다.
그럼에도 딜교환에서 이득을 봤다.
그만큼 원콤 데미지가 세다는 소리다.
김은준 해설이 설명을 덧붙였다.
<술 마시기가 이제는 공격력을 안 올려주고 다음 평타를 강화시킵니다. 술통으로 내려친다는 느낌인데 여기에 광채의 칼까지 묻으니 엄청 세요. %뎀에 광채의 칼의 물리 피해. 안 아플 수가 없죠?>
또도 박사의 아이템은 두란 방패와 은전자 망토.
마법 피해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템셋팅이다.
상대가 AP챔피언이니 당연히 그렇게 올린다.
그런데 광채의 칼로 물리 피해를 가한다.
아프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결국 또도 박사는 궁극기를 써서 체력을 회복해야 했다.
<탑이 두 번 죽으면서 빅웨이브를 두 번 잃었습니다. 탑 차이가 한 마디로 하늘과 땅. 그나마 다행인 건 또도 박사에요. 만약 잭트, 발렐리아 이런 거 였으면 파밍도 안됐습니다.>
김은준 해설이 발렐리아를 괜히 디스하는 게 아니다.
대회에는 왜 리픈 안 나와?
개서스도 잘 크면 세지 않나?
대회형 탑솔러라는 소리가 존재하는 이유다.
아무래도 대회에서 중요한 건 미드와 원딜이다.
탑이 캐리를 해봤자 한계가 명확하다.
정글러가 탑까지 봐주는 것도 힘들다.
그래서 안정적인 챔피언을 고르는 게 일반적이다.
폭삭 망한 상황에서도 숨구멍을 뻐끔뻐끔 뚫을 수가 있다.
또도 박사는 식칼을 던지면 최소한의 CS는 먹는다.
그런 꼬라지를 두고 볼 올마스터가 아니었다.
<거미여왕이 또 왔네요. 이건.. 살아 돌아가는 게 불가능합니다.>
앞서 두 번 보았던 장면이 또다시 연출된다.
거미여왕이 거미줄을 던져 묶는다.
점멸이 없는 탓에 맞아버렸다.
구리가스가 박아버리니 끔살 확정.
이미 딜교환으로 궁극기를 빼놓았다.
변수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과는 한 가지가 다르다.
리심도, 봇라인도 6레벨을 찍었다.
즉, 갱킹을 더욱 원활히 할 수 있다.
너희가 탑에서 이득을 본다면 우리는 아래쪽이다.
이~ 쿠우!
원딜할 때 세상 모든 것이 미워지는 갱킹이다.
리심이 레드팀 2차 포탑 뒤로 돌아왔다.
점멸로 한나부터 후려친다.
<어차피 치비르는 스킬 실드 있으니까! 한나 잡고 웨이브 몰아가면 다이브도 되죠?>
<바로 점멸 쓰고, 궁 쓰고 해봤자 이건 죽었습니다. 리심의 동의어 아웃섹 다운 날카로운 플레이 터져 나오면서 탑 라인에서의 손해 만회하는데 성공합니다.>
1대1 교환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또도 박사는 이미 만신창이다.
한 번 더 죽어도 올 게 왔구나.
버리고 봇갱 성공시키면 개이득이다.
안 당해줬다면 좋았겠지만 날카로웠다.
차버린 리심도, 받아먹는 쓰렉귀도 퍼펙트.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건 치비르다.
라인클리어도 되고, 스킬 실드도 있어서 다이브는 힘들지 않을까.
상황은 어처구니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니, 지금 텔 타봤자 늦는데요? 이미 한나 죽었습니다.>
<아마 마지막 쯤에 취소를 할 겁니다. 어, 탔어요?>
잘 큰 구리가스가 봇라인에 텔을 탔다.
그런데 이미 아군은 죽어있고 앞에는 세 명 있다.
뒤에 있는 치비르는 몰려오는 CS랑 씨름 중이다.
탑하다 한 번씩은 겪는 민망한 상황.
게임 제대로 망하는 레퍼토리다.
구리가스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투웅!
사용한 스킬은 대단히 간단하다.
배치기로 밀고.
술 마시기로 찍고.
술통을 터트려서 보내버린다.
하지만 이걸 다 맞아줄 상대가 아니다.
논타겟 스킬은 유리한 상황에선 피하기 쉽다.
느낌이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쓰는 입장에선 심리적인 압박을 받는다.
피하는 입장에서는 여유가 넘친다.
특히 점멸이 있는 상황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반응조차 못하고 죽어버렸다.
<점멸 배치기, 아니 배치기 점멸이죠! 핑크스 그냥 아무것도 못하고 죽었어요!>
<이건 쓰렉귀까지 죽었습니다. 점멸로 역주행 해도 치비르 궁극기 켜진 상태라 평타, 평타, 부메랑으로 마무리..!>
핑크스가 살아 생전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술을 마시는 구리가스였다.
아주 잠깐 화면이 흔들리더니 어느새 회색으로 변했다.
그렇게밖에 표현이 안될 정도로 한순간의 일이었다.
만약 한 명만 죽었다면 그래도 다행이다.
생존기가 다 뼈져버린 구리가스.
쓰렉귀랑 리심이 CC기 연계하면 역관광도 가능하다.
문제는 휩쓸린 게 한 명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리메이크 됐지만 술통 폭탄의 효과는 여전하다.
AP계수가 너프가 된 거지 튕기는 효과는 그대로다.
쓰렉귀가 치비르 쪽으로 또르르.
빠른 이동 속도로 카이팅하며 잡아냈다.
<리심이 살아 돌아가서 용은 못 먹겠지만 봇 타워는 밀 수 있습니다. 이거 지키려고 했다간 큰일나요!>
<하.. 배치기가 스턴으로 바뀐 게 신의 한 수였네요. 기절 때문에 점멸도 못 쓰고 다 맞았어요. 탑 구리가스, 왜 뽑았는지 픽의 이유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배치기 이후 점멸로 순식간에 접근.
이후 연계되는 스킬을 전부 맞고 폭사했다.
상대적으로 레벨이 낮은 원딜러라 원콤이다.
순수한 탱커면 모르되 두란링과 광채의 칼을 올린 구리가스라 무척 세다.
구리가스 너프된 거 아니었어?
그런 소리 쏙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잘하기도 했지만 챔피언 자체가 강력하고 좋다.
<첫 다이브 때도 그랬지만 구리가스 배치기-점멸이 예술이네요. 전성기 시절 제 쇈을 보듯 매서웠습니다.>
<클끼리 해설은 선수 시절에 도발 점멸을 못 썼던 걸로 아는데..>
클끼리가 자뻑을 좀 해보려다 김은준의 날카로운 일침에 얻어 맞았다.
아무튼 배치기-점멸이 됐다는 게 크다.
만약 점멸-배치기였다면 핑크스가 분명히 반응했다.
답도 없어 보이던 상황을 단 한 명의 힘으로 뒤집어 엎었다.
이러한 놀라움.
현재 프로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선수 손가락에 꼽는다.
올마스터의 경기가 유독 기다려지는 이유다.
하지만 그 혼자 만인 것은 아니다.
<탑 터지고, 봇 터지는 사이에 미드도 터졌습니다! 위아래 난리난 사이 자드가 또 솔킬을 내버렸어요!>
<대체 어떻게 잡았을까요? 야흐오 실드도 있었거든요.. 오늘 경기 진짜 박 터집니다. 제 롤챔스 해설 인생에서 이만한 경기 단언컨대 처음입니다.>
김은준 해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만도 하다.
하나는 구리가스가 트롤픽이 아니었다.
얼마나 마음속으로 졸이고 있었을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잘해도 너무 잘한다.
양 팀의 경기력이 완전히 폭발했다.
현재 펼쳐지는 경기는 결승전이라는 세 글자에 더없이 걸맞는다.
결승전에 올라온 두 팀이 現한국 최강이라는 사실에 이견이 붙을 수가 없다.
삼선 레드의 미드라이너 다대기.
경기장의 중앙에 있는 직육면체 모양의 대형 스크린에서 흘러나온다.
방금 전 미드에서 있었던 일이다.
씨지맥의 야흐오가 다대기에게 파고 들었다.
<씨지맥 선수도 딜교환 잘 걸었습니다. 바로 따라붙는 판단도 좋았어요. 그런데 자드의 대응이 너무 환상적이었습니다.>
자드 대 야흐오의 라인전 구도는 대략 이러하다.
자드는 스킬 쿨타임일 때 묵직하게 이득을 보고.
야흐오는 질풍처럼 몰아붙여 지속적인 이득을 쌓는다.
그러니까 자드 입장에선 첫 딜교에 이득을 봤으면 빠지는 게 맞다.
그리고 야흐오는 지속딜이 좋으니 따라붙어서 더 때려야 한다.
여기서 자드는 따라오는 야흐오에게 킬각을 잡는 선택지가 있다.
지난 조별 리그에서는 올마스터 선수가 역관광을 제대로 냈다.
미니언을 타면서 자드를 따돌리고, 자드 궁극기가 끝나자 역킬각을 잡았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구도가 됐다.
게임 내 전문적인 해설을 붙이는 건 역시 前프로게이머 클끼리의 역할이다.
<준결승전에서 형제팀인 삼선 블루의 퐁 선수를 잡을 때 다대기 선수가 한 번 보여줬었죠. 수 싸움에서 조금, 아주 조금 앞섰습니다.>
미니언을 마구마구 타버리는 야흐오의 종적을 예상을 하는 건 지극히 힘들다.
어떻게 보면 불가능하기도 하다.
다대기 선수는 타고난 직감으로 이를 가능케 했다.
야흐오가 이동할 위치를 순간적으로 계산.
보다 효율적으로 야흐오를 따라다니며 딜을 욱여넣었다.
<먼젓번에 당했을 때는 씨지맥 선수가 안일한 감이 있었어요. 너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죽어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씨지맥 선수도 요리죠리 잘 피했어요. 결국 아이템 격차가 한 끝 차이를 갈랐습니다.>
현재 미드 라인전에서 솔킬이 나온 건 두 번째다.
압박하던 상황에서 당했기 때문에 CS 차이는 별로 안 난다.
다만 이렇게 되면 자드가 상당히 풀린다.
스플릿 구도에서 탄력을 받게 된다.
클끼리 해설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킬 스코어도, 글로벌 골드도 신세상 매직이 우위네? 그러니까 게임 이겼네? 속단할 게 아니라는 거죠. 자드는 잘 컸을 때와 못 컸을 때의 역할이 극명하게 갈리는 챔피언입니다.>
<저도 클끼리 해설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번 게임 아직 아무것도 안 정해졌어요. 어차피 1차는 서로 금방 깨거든요? 그러면 글로벌 골드 차이 좁혀지는 건 한순간입니다. 중요한 건 라인전이 끝난 이후의 운영이에요.>
대회 게임과 솔로랭크의 극명한 차이점.
사실 솔로랭크에서도 신경 쓰는 사람은 쓴다.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질 뿐이다.
각 조합마다 잘 커야 하는 챔피언이 있고, 못 커도 되는 챔피언이 있다.
삼선 레드의 조합에서 가장 잘 커야 하는 챔피언이 다대기의 자드다.
또도 박사는 잘 크면 좋지만 못 커도 어찌저찌 역할 수행은 가능하다.
자드가 스플릿을 도는 사이 시간만 끌 수 있으면 된다.
미드 라인에서 솔킬을 두 번 딴 자드.
이걸 막는 것은 웬만해서는 어렵다.
<일단 야흐오는 절대 못 막습니다. 자드가 11레벨 찍고 영락검 나오면 1대1에서 도망도 못 쳐요.>
<그러면 소거법으로 따졌을 때 남는 것은 구리가스인데.. 미드 라인에서 마주치지 못한 두 선수가 사이드 라인에서 맞붙을지 모릅니다.>
김은준 해설로서는 별 의미없이 한 말이다.
게임의 구도를 설명해주는 것은 해설자의 일이니까.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들로서는 들뜰 수밖에 없다.
드디어 한 판 붙는 건가?
오늘 경기 양 팀 모두 무척 잘한다.
경기의 수준? 눈을 떼기 힘들 지경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올마스터와 다대기 선수의 1대1 매치.
다른 거 다 제쳐두고 두 선수가 싸우는 거 보고 싶다.
자고로 1대1은 남자의 로망이다.
라인전에서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아니더라도 괜찮다.
-구리가스랑 자드 붙으면 누가 이기냐?
-리메이크 전에는 자드가 무조건 이겼음.
-그걸 누가 몰라ㅋㅋ 지금은 어떻냐고.
-처음 나오는 픽인데 따지고 앉았네. 양심 ㅇㄷ?
파프리카TV 등 중계 플랫폼 등의 채팅창에서는 실시간으로 입롤이 오간다.
토이치 TV, 쿡야TV 등 해외 쪽도 마찬가지다.
각 지역의 그랜드 마스터 2티어들이 저마다의 이상을 펼친다.
누구 말이 옳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만약 어느 한 쪽이 죽기라도 한다?
그러면 이 게임 급속하게 기울어진다.
경기의 향방은 두 선수의 어깨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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